아침 6시, 환자 모량이 제모 등 모든 준비를 마치고 수술대에 올라 전신마취를 했다. 환자 본인도 깨어있는 상태로 수술을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의사와 간호사가 잔뜩 수술실로 몰려드는 사람에 주 선생이 나가라고 쫓아낼 정도였다.
“안 돼, 인원 초과야. 네 사람만 남아! 많아도 여섯!”
사람들이 불만을 표시했다.
“그냥 보기만 할게요.”
“집에도 못 가는데 수술이라도 봐야죠.”
“100에서 10을 자르면 0 남겨둬서 뭐해?”
“없는 거보다 낫겠지. 적어도 남성 호르몬은 나오잖아.”
의료진들은 껄껄 웃으면서 수다를 떨었다. 환자 수십 명을 치료하고, 두 명의 사망 선고를 내린 의사와 간호사에게 지금은 조금 숨을 돌릴 수 있는 순간이었다. 환자나 보호자에게 지금 표정을 들키면 안 되겠지만.
특히 응급의학과와 ICU 의사들은 퇴직하기 전까지 수천 명의 사망 선고 현장에 있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몰입했다간 바로 신경정신과에 접수해야 할 것이다.
능연은 변함없이 엄숙한 표정으로 수술실에 서 있었다.
그게 편했다. 경험상, 얼굴 근육을 조금만 풀어도, 웃을 필요도 없고 그냥 조금만 온화한 표정을 지으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사람들이 몰리는 걸 막기 위해 능연은 어쩔 수 없이 심각한 표정을 유지해야만 했다.
“손 소독했나요? 신발도 깨끗하고요?”
수술 참관하러 몰려든 사람을 보며 능연은 가장 신경 쓰이는 걸 물었다. 그러자 몇몇 의사가 웃음을 터트렸다.
“우리가 수술하는 것도 아닌데 뭘.”
능연은 입씨름하는 대신 순회 간호사를 바라봤다.
“수간호사님 불러올게요.”
“아냐!”
“그러지 마!”
“소독하러 갈게요.”
“전 신발 갈아 신고 오겠습니다.”
의사들은 신속하게 흩어졌다. 수간호사는 직접 의사들을 어쩌진 못해도 으름장 하나는 잘 놓았다.
우수한 수간호사는 초짜 의사가 인생에 회의를 느끼게 할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간호사는 수술실에서 위생을 안 지키는 의사와 간호사를 자기가 내킬 때까지 혼낼 수 있고, 그렇게 해도 아무도 그 의사와 간호사를 동정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시작하죠. 주 선생님, 끝부분 고무줄로 묶어 주세요.”
“집도의는 너잖아.”
능연은 당연히 그들을 기다릴 리 없이 집도의 위치에 섰다. 능연의 지시에 주 선생이 울상을 지었다.
“제가 포셉으로 집을게요. 포셉. 주 선생님, 선생님 차롑니다.”
주 선생이 할 수 없다는 듯, 미간을 단단히 좁히고는 고무줄을 집어 들었다. 익숙하지만 낯선 해면체를 능연이 수술용 포셉으로 집어주자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묘한 기분에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사실 비뇨기과 의사는 여사가 해야 해.”
“음, 맞아요. 메스.”
손을 깨끗이 소독하고 슬리퍼를 갈아 신은 의사가 도착했을 때 그들의 눈에 ‘선혈 낭자한 잔인한’ 장면이 펼쳐졌다.
“괜히 봤다.”
“호기심에 고양이가 죽는다더라.”
“오늘 밥 다 먹었네.”
레지던트들은 중얼중얼하면서도 까치발까지 들고 수술을 지켜봤다.
비뇨기과는 음경암 환자가 많다지만, 요즘은 음경 완전 절제를 원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나이 많은 의사는 그래도 좀 봤을지 몰라도 레지던트나 연차 낮은 주치의는 응급의학과에나 와야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할 일이 없는 김에 구경하는 것이기도 했다. 다들 오늘은 응급의학과에서 대기해야 해서 진료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잠도 잘 수 없으니 차라리 재미있는 수술을 구경하는 게 나았다.
일반 의사에게 수술 참관은 꽤 중요하고 귀한 경험이었다. 공장이나 실험실에서는 작업자가 직접 조작할 일이 흔하지만, 병원, 그것도 수술실은 다르다. 의사라고 누구나 기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엄밀히 말하면 기회를 얻으려면 수술 참관을 많이 해야 하는 전제 조건이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수술실에서도 그 이치는 통했다.
어쨌든 결국은 수술을 직접 해야 하지만, 집에 가지 않거나, 잠만 자러 가고 나머지 시간을 모두 수술 참관에 쓴다면, 그 의사가 마흔쯤 되면 수술 참관 경험만으로도 작은 BOSS가 될 수 있고, 거기에 재능까지 있으면 큰 BOSS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운화병원 의사들은 이제 모두 능연의 천부적인 재능이 우수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건 그가 초절정으로 잘생긴 것과 마찬가지로 어쩔 수가 없는 것이었다. 아무리 질투하고 비방해도 조금도 변할 게 없다.
생김새도 평범하고 재능도 평범한 의사들은 능연이 수술하는 걸 지켜보면서 경험을 조금 나눌 수밖에 없었다.
“양측 피부 절개했습니다. 외관 둥글게 처리할까요?”
능연은 음경을 절제하면서 주 선생에게 물었다. 능연이 처음으로 깎는 방망이였지만, 주 선생 눈에 별다른 문제가 보이지 않았다.
마스터급, 전문가급 봉합기술을 여럿 가지고 있고, 전문가급 메스법까지 있는 데다가 일 년 동안 수술을 수천 건 한 경험과 놀라울 정도의 해부 경험도 있으니 웬만한 선임 주치의보다 나은 실력이었다.
비뇨기과 부주임이나 주임이라고 해도 그보다 예쁜 방망이를 깎으리란 보장이 없었다. 직위가 높아진다고 실력이 같은 비율로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방망이 깎기 같은 희한한 스킬은 터득한 사람이 얼마 없다.
게다가 제한성이 많은 항목이었다. 그냥 방망이 깎는 작업이니까 말이다. 환자가 위에 조각을 하라고 원하지 않는 이상, 본질엔 큰 차이가 없었다.
능연의 질문에 주 선생이 뇌를 활성화했다.
“응. 끝부분 외관은 둥글게 하는 게 예쁘겠지. 다리 절단처럼 말이야.”
능연의 질문에 주 선생이 대답하자, 참관하던 의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다리는 보형물 끼우기 쉬우라고 라운드 처리하는데, 이건 왜요?”
“보기 좋으라고.”
다른 의사가 대답했다.
“보기 좋을까?”
“정 간은 어떻게 생각해?”
의사 하나가 망설이지도 않고 불똥을 간호사에게 튕겼다.
“선생님은 라운드 처리할 여지도 없지 않아요?”
경력이 6, 7년은 되는 선임 간호사가 싱긋 웃으며 여유만만하게 받아치자, 나이는 많고 연차 낮은 레지던트가 멍해졌다가 의미를 깨닫고 얼굴을 붉혔다.
“지금 머리 스타일 괜찮네요. 너무 짧게 자르지 마세요. ‘둥근’ 머리 티 나니까.”
간호사가 쐐기를 박았다.
“절단하겠습니다.”
능연이 간단하게 말하고 메스를 쥐자 신이 나서 떠들던 의사들이 순간 조용해졌다.
“음낭 절제 시작합니다. 포셉.”
의사들이 이를 악물었다.
능연은 이번엔 눈 깜짝할 새에 수술을 끝냈다. 마스터급 알 제거 스킬이 있어서 능연은 주 선생에게 물을 것도 없이 능수능란한 모습으로 슥슥 정삭을 분리하고 손을 휙 돌려서 고환, 부고환 및 정삭 같은 내용물을 모두 꺼냈다.
그랜드마스터급 알 제거 기술은 능수능란이라는 말도 부족했고, 참관하는 의사들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빠르다.”
“뭐가 이렇게 빨라.”
“야, 능 선생 조상 뭐였을 거 같냐?”
이런저런 상상을 하던 의사들은 갑자기 온몸이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주 선생님, 이제 수처할까요?”
능연이 메스를 내려놓고 물었다. 다른 의사와 마찬가지로 서늘함을 느끼면서 주 선생은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는 능연의 알 제거 스킬을 떠올렸다. 그러다가 늦게 대답해서 능연 씨의 기분을 거스를까 봐 억지로 미소를 쥐어짰다.
“어, 님이 꿰매라는 대로 꿰매겠습니다.”
다른 사람 생각을 분석하는 데 약한 능연은 주 선생의 뜻을 오해하고 다시 말했다.
“선생님 바쁘시면 다른 레지던트 시킬게요.”
“아냐 아냐. 내가 바쁠 게 뭐 있어. 그냥 생각이 많아서.”
“아. 네. 이 부분 스킨 봉합은 아무래도 드물죠. 단속 매트리스 봉합법 배우고 나서 해보려고 해도 기회가 별로 없더라고요.”
“그건 노인과에서 많이 쓰지. 노인들 피부는 덜 딱딱하니까. 아, 비뇨기과에서도 자주 쓰겠다.”
“응급의학과엔 한동안 음낭 파열 환자가 없었어요.”
“있긴 했어. 네가 계속 수술실에 있어서 그렇지.”
주 선생이 진지하게 대답했다.
“배운 기술 안 쓰면 아깝더라고요.”
능연과 주 선생이 대화를 나누면서 봉합을 하는 동안 주위 의사들은 사자무리가 짐승을 뜯어 먹는 모습을 보는 새끼 사슴처럼 끽소리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능연의 머릿속엔 계속해서 시끄럽게 울렸다.
- 성과: 같은 의사의 칭찬.
- 성과: 같은 의사의 칭찬.
- 성과: 같은 의사의 칭찬.
능연과 주 선생이 수술실을 떠난 후에야 참관 의사들이 말문이 터진 듯 입을 열었다.
“아무리 알이라고 해도 너무 빠른 거 아냐?”
“수처도 순식간이더라.”
“절묘하다.”
“쟤네 집 진료소라며? 이름이 뭐였더라.”
“하구 진료소.”
“맞아. 맞아. 하구 진료소. 야, 거기 대체 뭐 하는 곳이냐?”
의사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봤다.
“안 가봤는데.”
“진료소라며. 뭐 대단한 거 하겠어. 유행성 감기?”
“유행성 감기로 알 제거하냐? 걔네 집 진료소 맞아?”
“맞아.”
“야, 무슨 불법 시술 하는 거 아냐?”
의사들은 이야기하면 할수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운화병원에 능연을 둘러싼 수많은 소문이 돌고 있지만, 2분 만에 알 제거 같은 기술은 일반인의 상식을 크게 벗어난 기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