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 눌려서 손상이 심하군. 최소 3급 외상일세.”
복부를 열자마자 복부 내 적혈이 쏟아져 나왔고 초짜 의사 둘이 미친 듯이 석션해서 겨우 시야가 보였다.
“비활성 간 외상이군요. 불규칙 열개(裂開)가 있고 하대정맥도 찢어졌습니다.”
“십이지장도 파열됐어.”
좌량재가 머리를 내밀고 하는 말에 곽종군은 얼굴을 단단히 찡그리고 쭉 아래로 살피면서 덧붙였다.
“출혈이 심합니다.”
“음. 담낭도 파열됐어. 절제해야겠군.”
“그럴 수밖에 없겠네요.”
곽종군은 재빠르게 복부 내 전체 상황을 체크하고 하대정맥을 처리하면서 말을 이었다.
“오른쪽 간 손상이 매우 심해. 어떻게 처리하면 되겠나. 다들 말해보게.”
“간문을 막고 모스키토 포셉으로 열개 간 조직을 집고 절단된 혈관과 담관을 묶은 다음, 우삼엽(右三葉) 절제를 합니다.”
좌량재가 제일 먼저 나서서 재빨리 대답했다. 그러나 그의 말에 현장에 있던 의사 모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곁에 있던 서드 어시스던트 자리에도 못 오른 초짜 주치의도 마찬가지였다.
그 웃음의 의미는 당연히 격려가 아니었다. 자기계발서를 자주 보고 항상 기회를 빼앗으려 드는 좌량재를 대다수 의사는 별로 좋아하진 않았다.
다들 좌량재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가 잔머리를 굴린다고 생각하고 그런 웃음을 지은 것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일부러 지날법(指捏法)을 빼고 곽종군의 질문에 대답했다.
비활성 간 열개 조직은 지날법으로 처리할 수 있다. 간문을 막을 때도 마찬가지로 지날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도 좌량재가 지날법을 거론하지 않은 이유를 다른 사람들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능연의 맨손 지혈 기술은 논문을 낼 정도로 유명한데 지금 지날법으로 수술하자고 하면 능연의 경쟁력이 크게 높아진다.
그러나 잔머리가 잔머리에 그치는 이유는 잔머리를 굴려 봤자 별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좌량재가 일부러 지날법을 거론하지 않아도 모든 이가 그 속셈을 꿰뚫어 봤고, 지날법이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던 의사들까지 자연스럽게 지날법의 장점을 숙고하게 되었다.
게다가 좌량재가 거론하지 않았다고 해서 능연의 실력을 잊어버릴 곽종군이 아니었다. 사실상 곽종군은 좌량재보다 더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 방법은 규칙적 간 절제술이 아닌가?”
곽종군은 한마디로 좌량재의 말을 결론짓고 고개를 돌려 능연을 바라봤다.
“자네 생각은? 규칙적 간 절제가 낫겠나?”
“청연 절제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좌량재는 입을 삐죽였다. 그렇게 물어보면 당연히 저렇게 대답하지.
“좌 선생, 자네가 규칙성 간 절제와 청연성 간 절제의 장단점을 이야기해 보게.”
곽종군이 갑자기 좌량재의 이름을 불렀다. 살짝 난도가 있는 문제였고, 공부하지 않으면 대답할 수 없고 공부하는 사람만 쉽게 대답할 수 있었다.
“규칙성 절제는 해부 구역에 따라 절제를 진행합니다. 전체 절제 구역이 큰 편이라 환자가 견디지 못하면 수술 후 합병증 또는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청연성 절제는 비규칙적이고 간 끝과 간엽 분포에 부합하지 않아서 수술 중에 끊임없이 혈관과 담도를 결찰해야 합니다. 하지만 간 조직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간장의 각 기능에 영향을 줄 수도 있······.”
“또 하나, 규칙성 간 절제는 기술이 필요하지. 자칫 잘못하면 실수할 수 있어.”
곽종군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
“우린 시간이 없네. 그러니 청연식 절제로 하세. 능연, 자네가 어시하고, 좌량재, 자네가 십이지장 처리하게.”
“네.”
누구는 변함없는 표정이었고 누구는 불만인 표정이었지만, 다들 대답은 재빨랐다.
능연은 곽종군 맞은 편에 서서 퍼스트 어시스던트를 맡았다. 곽종군은 모니터를 유심히 보다가 마취의에게 지시를 내렸다.
“pH 주의하게.”
“네. 현재 6입니다.”
“탄산수소나트륨 주의하고. 자, 긴급 간 절제 시작하겠네. 서둘러야 해.”
“네.”
“메스.”
메스를 건네받은 곽종군은 간 파열 방향을 따라 메스를 그었다.
“혈액 순환이 안 되는 간 조직 절제한다. 능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나?”
“절단된 혈관과 담관을 타이합니다.”
능연은 대답하는 동시에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단지 이식을 수백 번이나 한 선수에게 혈관 봉합은 먹고 자는 것처럼 쉬운 일이었고 곁에 있던 의사들도 능연을 몹시 믿었다.
그동안 오고 간 단지 이식 환자들을 모두 지켜봤었다. 지금 운화병원 수부외과를 떠올리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운화병원 응급의학과와 능연을 떠올린다.
일반인이 손가락이 부러질 확률이 높지 않아서 그렇지, 그렇지 않다면 능연의 명성이 공업 도시에만 국한되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의사들은 좋은 의사를 판단하는 자신들만의 기준이 있었다. 수술 시간, 수술 효과, 수술 난이도, 예후 상황 등등 모든 것을 의사들은 보고 있었다. 그 밖에 수술 건수도 상당히 중요한 지표였다. 지금은 능연의 나이 하나로 그의 단지 이식 혹은 탕 봉합 실력을 의심할 의사는 아무도 없었다.
혈관 접속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능연을 상당히 신임하는 곽종군은 직접 절개한 후 더욱 중요한 혈관 결찰 작업은 능연에게 맡겼다.
능연의 손가락이 춤을 추듯 움직였다. 그는 다른 조수의 도움도 받지 않고 양손을 움직여 종군과 속도를 맞춰 혈관을 봉합하고 결찰했다. 곽종군은 능연이 애써 따라잡는 줄 알고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긴급 간 절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속도였다. 일단 절개하면 상처 부분이 더 심하게 벌어져서 출혈량이 심하게 늘어난다. 그럴 때 봉합 속도가 가장 관건이 된다.
“나는 계속 절개하겠네. 끝나고 다시 처음부터 검사하고.”
곽종군도 빠르게 움직이면서 한마디 코치했다.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드러난 혈관과 담관을 변함없이 빠른 속도도 묶어 나갔다.
두 사람이 집중하자 수술실 안이 순간 고요해졌다.
“속도만 빠르다고 되는 건 아니지.”
좌량재가 한마디 꿍얼거렸다. 복강 내 상황은 보이지 않고 능연과 곽종군의 바쁜 손놀림만 보이다 보니, 아무래도 능연이 후루룩 대충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이번엔 곽종군도 그의 말을 반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큰 혈관 결찰은 퀄리티가 중요하다네.”
“예.”
대답은 대답이고, 능연의 속도와 동작엔 변화가 없었다. 누가 뭐라든 나는 내 할 일 한다, 는 말은 딱 능연을 위한 말이었다. 능연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일일이 듣는 사람이었다면, 생활이 엉망진창이었으리라. 그에게 의견을 내려고 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았으니까.
곽종군도 긴말하지 않았다. 최대한 간 조직을 남기면서 절제를 완성하는 건 에너지 소모가 큰일이었다. 절개를 마친 후 곽종군은 메스를 내려놓고 능연이 묶은 혈관과 담관을 처음부터 끝까지 검사했다.
“작은 혈관도 다 묶었어?”
“재출혈이 생길까 봐요.”
“히야, 이게······.”
곽종군은 매우 놀라 입을 뻐끔거렸다. 곽종군은 미장공이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능연은 화가고. 미장공이 앞에서 붓질하고 화가가 그림을 완성하는 기분이랄까.
더 대단한 것은, 화가의 디테일이 거의 완벽하다는 것이었다.
“자네 이 간 청연, 정말 대단한데?”
결찰 부분을 모두 검사한 곽종군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사지 혈관하고 조금 다르긴 한데, 익숙해지면 괜찮습니다.”
능연의 말에 곽종군이 껄껄 웃기 시작했다. 혈관 문합이야 비슷하긴 해도, 이렇게 빨리하려면 간의 특성과 해부 형태를 고려해야만 한다.
“연습했나?”
“공부 좀 했습니다.”
“오······.”
곽종군은 길게 물을 필요가 없다 싶었고, 출혈이 거의 멈춘 걸 보고 아예 나머지도 능연에게 넘겼다.
“이제 자네가 해.”
“네.”
능연은 겸손함 하나 없이 바로 나머지 작업을 이어받았다. 좌량재는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이 질투를 느꼈다. 그에게도 허락되지 않는 기회였다.
“좌 선생도 와서 돕지.”
곽종군이 한마디로 좌량재를 세컨드 어시스던트 자리로 끌어 올렸다.
“예······.”
좌량재는 반항할 능력조차 없이 터덜터덜 수술 구역으로 들어갔다.
“앞집 팥죽은 붉은 팥 풋 팥죽이고, 다음 말은?”
곽 주임은 능연이 간문 정맥을 봉합하는 걸 지켜보다가 갑자기 말을 던졌다.
그때 수술실에 몰려 있던 예닐곱 의사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는 대답할 엄두를 내지 못한 채 묵묵히 창자를 꿰매고, 담관을 묶고, 석션한 다음 팔다리에 있는 외상을 처리했다. 간은 능연의 것이니 감히 건들지 못했다.
“쯧쯧. 이래서 되겠나. 발음도 안 되면 나중에 국제회의에서 어떻게 연설하려고. 안 그래? 자 잘 보게, 뒷집 콩죽은 햇콩 단콩 콩죽이다.”
밤을 꼬박 새운 의사들은 머리가 빙빙 돌 것 같았다.
“요즘 국제회의는 다 영어 쓰는 거 아닙니까?”
그때 지원 나왔던 일반외과 의사가 한마디 툭 내뱉자 수술실이 고요해졌다.
“유 선생, 우리 주임님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맞습니다. 유 선생. 상급 의사가 말씀하시는데 그런 식으로 대답하면 어쩝니까?”
좌량재가 유 선생을 흘깃 보며 하는 말에 레지던트 하나도 곽종군이 자기를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에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순회 간호사로 들어온 우 간호사도 무시하는 표정으로 유 선생을 바라봤다.
“요즘 초짜 의사들은 농담도 안 통하나 봐.”
“아, 그게 아니라······. 제가 잠을 못 자서 정신이 어떻게 됐나 봅니다. 술 마신 것처럼 머리가 멍해요. 제가 뭐라고 했죠?”
“술이라니. 수술대 앞에서 말이 되냐? 차라리 암모니아라고 해라.”
정신이 번뜩 든 유 선생이 횡설수설하자 좌량재가 혀를 차며 하는 말에 다들 웃음을 터트렸다.
“이제 정신 들었나?”
곽종군이 실눈을 뜨고 싱긋 웃으면서 다정하게 일반외과 유 선생을 바라봤다.
“예······. 곽 주임님, 죄송합니다. 아까 제가 헛소리를 했습니다.”
“틀린 말 아닌데 뭘. 이게 세대 차겠지.”
유 선생의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에 곽종군이 고개를 들고 웃어 보였다.
“국제 학술 언어를 무시하면 안 되지만 라틴어에서 독어, 그리고 영어로 오기까지 몇백 년 걸렸지 않나. 우리 국내 의사들은 원래 국내 케이스에 집중하는데 모국어로 논문 내고 국제회의에서 연설해도 안 될 것 없다고 생각하네.”
“옳으신 말씀입니다.”
유 선생이 멍하니 곽종군을 바라봤다.
“그렇지? 그러니 모국어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네. 저기 경찰청 창살은 외철창살이고!”
“······.”
“다음 말 모르면 그냥 곽 주임님 말씀 따라 해도 돼.”
유 선생의 얼굴에 의아함이 가득 하자 좌량재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유치원 선생도 아니고, 말하는 것도 가르쳐야 하나. 나는 의사야. 심지어 귀엽지도 않다고.
“저기 경찰청 창살은 외청창상이고.”
곽종군이 풉 웃음을 터트렸다가 껄껄 웃자 수술실 분위기가 다시 가벼워졌다.
“그래, 이렇게 하는 거야. 잘하네.”
좌량재가 유 선생을 보며 놀리듯 한마디 했다.
“아까 제가 정말 잠들었었나 봐요. 대체 무슨 소리를 한 거죠.”
“한 번만 더 졸았다가는 경찰청 창살로 두들겨 맞겠네.”
어색한 좌량재의 농담에 수술실이 싸해지자 곽종군이 눈알을 좌로 120도 돌려서 5바퀴 반 굴렸다. 좌량재는 다리에 힘이 다 빠지는 것 같았다.
곽 주임의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그 벨 소리에 익숙한 응급의학과 초짜 의사들은 대장의 핸드폰 벨 소리에 맞춰 고개를 까닥였다.
석션을 담당하던 생김새가 평범해서 아무래도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레지던트는 목을 내밀고 환자의 피가 정말로 굳으면 어쩌나 들여다봤다.
“전화 받아보게.”
곽종군이 순회 간호사에게 지시하자 우 간호사가 곽종군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그의 귀에 대주었다.
“수술 중입니다.”
“곽 주임님. 저 류개현 병원의 가 주임입니다.”
전화 너머 목소리가 너무 커서 적막한 수술실에 똑똑히 울려 퍼졌다. 곽종군은 능연에게 계속하라고 눈짓하면서 대답했다.
“아아, 예. 가 주임님. 지난번에 북경에서 뵀었죠. 어쩐 일로 전화를 다 주셨습니까?.”
“음, 이쪽에 자동차 사고 환자가 있습니다. 아주 젊어요. 이제 스물여섯이거든요. 오늘 아침에 우리 병원에 실려 왔는데 간 파열입니다. 우리 병원은 간 파열 대응할 능력이 없습니다. 일단 거즈로 틀어막았는데 아직도 출혈이 계속됩니다. 출혈량이 지금 거의 1만 cc랍니다.”
전화 너머 가 주임이 말을 잠시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
“우리는 도저히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이 환자 받아 주실 수 있겠습니까?”
경험 많은 곽 주임은 표정을 읽을 수 없었지만, 수술실에 있는 의사들은 얼굴이 흐려졌다.
정상 체형 일반인의 체내 총 혈액량은 5000cc 정도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가 주임이 말하는 교통사고 환자는 몸 안의 피를 두 번이나 전부 흘려낸 셈이었다.
“우리 혈액이 모자랄 텐데요.”
“혈액은 제가 책임지고 조달하겠습니다.”
“그럽시다. 그럼 어서 보내주시죠.”
다급하게 감사 인사를 전한 가 주임이 전화를 끊기도 전에 곽 주임이 명령하는 소리가 들렸다.
“구급차에 어서 전화해서 바로 운화병원 응급센터로 가라고 전해!”
곽종군은 전화를 끊으라고 우 간호사를 향해 눈짓했다.
“진짜 하급 병원들 너무 하네요. 이건 인명을 허수아비로 보는 거잖습니까. 일찍 일찍 보내면 되지, 꼭 다 죽어가는 상황에 이렇게······.”
좌량재가 하는 말에 곽종군이 고개를 저었다. 그는 앞에서 불 뿜는 걸 좋아하지, 뒤에서 뒷담화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능연, 이따 나와 함께 가세. 후우. 자자, 다들 30분 안에 마무리하자고. 누가 일반외과 가서 주치의 하나 보내 달라고 하게. 우리끼리 안 된다고 하고.”
30분 후에도 수술이 안 끝나면 일반외과에서 온 주치의가 집도하게 될 것이고 그런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은 능연은 바로 정신을 집중해서 간 쪽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사람들 눈엔 능연의 몸에 갑자기 빛이 번쩍하는 것 같더니, 초짜 의사들뿐만 아니라 곽종군의 기세까지 누를 만큼 왕성했다.
“니들 홀더.”
능연은 손을 뻗어 기구를 받아서는 다시 고개를 숙여 손을 놀렸다.
새로 올 환자 맞을 준비를 이것저것 끝낸 곽종군이 정신을 차려서 수술을 마무리하려고 보니 이미 끼어들 구멍이 없었다. 능연의 노련한 동작에 곽종군도 잠시 넋을 놓았다.
시범 수술을 오랜 시간 봐온 곽종군 눈에 능연의 한 땀 한 땀은 정확할 뿐만이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건, 단순한 봉합을 하는 게 아니라 전체 간 봉합 자체를 고려했고, 나아가 복강 전체 균형을 고려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이었다.
정말 천재야!
곽종군은 다시 한번 확신했다.
“곽 주임님, 십이지장 쪽 다 끝났습니다.”
수술실엔 능연만 정신 집중해서 노력하는 게 아니었다. 좌량재도 마찬가지로 200% 실력을 발휘하며 능연보다 일찍 임무를 마쳤다. 물론, 임무 난이도가 다르지만, 어쨌든 좌량재가 먼저 임무를 끝냈다. 슬쩍 그를 본 곽종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네.”
그러고는 바로 눈을 돌려 능연을 도와 실 정리하고 능연을 위해 수술 시야를 확보해주고, 능연이 편하도록 간과 혈관을 들어주고, 모든 걸 다 했다.
능연도 편안하게 움직이면서 속으로 주임급 조수가 있다면 연문빈보다 훨씬 쓸모 있겠다고 생각했다.
“곽 주임님, 감사합니다.”
능연이 사회 기대에 부응하는 미소를 지으며 곽종군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내가 환자 대신 자네에게 감사 인사해야겠네. 환자 간을 살렸어. 몇 년 잘 관리하면 앞으로 술도 조금 마셔도 되겠어.”
“그래도 한 삼 년은 쉬어야 할걸요.”
“그렇겠지.”
능연이 간을 톡톡 치면서 하는 말에 곽종군은 꼬치집 사장 아저씨처럼 광대를 끌어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20분 후, 능연과 곽종군은 장갑을 벗고 수술실에서 나갔다.
나머지 담낭이니 담관이니, 심폐소생 후유증이니 하는 문제는 모두 협진 온 일반외과 의사와 나머지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책임지면 된다.
곽 주임은 대량 출혈 문제를 잡고 환자의 바이탈을 안정시킨 것으로 잘 마무리됐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너무 잘 했다고 여겼다.
능연과 곽종군은 수술실에서 나온 다음 바로 구급차 출입문으로 가지 않았다. 10분밖에 남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먼저 휴게실로 향해서 물도 좀 마시고 음식도 대충 먹었다.
수술은 체력이 고도로 필요한 노동이었고, 힘든 시절엔 팅팅 부은 다리로 서서 매일매일 수술하던 의사도 있었다. 그러니 상황이 된다면 의사들도 쉴 땐 쉬고 먹을 땐 먹어야 했다.
“초콜릿 좀 먹게.”
곽종군은 휴게실에 사람 없는 틈을 타 주방 가장 구석에 있는 작은 서랍을 열어 안에서 눈에 띄지 않은 상자를 꺼냈다. 상자를 열어보니 초콜릿과 스니커즈가 반쯤 담겨 있었다. 능연은 의아한 듯 초콜릿 하나를 꺼내 들었다.
“안 숨겨놓으면 녀석들이 하루 만에 다 먹어치우거든.”
곽종군이 입을 삐죽였다.
“앞으로 이런 긴급 상황에 닥치거나 배가 너무 고플 땐 기억해뒀다가 꺼내 먹게. 단, 필요한 만큼만 가지고 가고 다음 날 채워 둬야 하네.”
곽종군은 그렇게 말하면서 ‘둘 넷 여섯’ 하며 초콜릿을 세기 시작했다.
“아, 네.”
“아까워서 그러는 게 아닐세. 응급의학과 룰이라네. 뭐, 다른 진료과도 그렇겠지만.”
곽종군은 능연이 아직 배우지 못한 작은 규칙을 가르쳤다.
“당직 의사 간식은 아무리 많이 준비해도 모자라. 그렇지? 내 배가 고프면 다른 사람도 배고프겠지. 그러니까 숨겨놓은 간식 먹는 건 괜찮아도 꼭 채워 놔야 한다는 얘기지.”
능연이 이번엔 알아들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에 심심해서 문제지 풀 때, 다른 사람 문제지를 풀었으면 돌려줘야 한단 말씀이시죠? 아니면 걔가 풀 게 없으니까.”
“음, 맞는 소리긴 한데······. 아닌 것도 같고. 아무튼, 자네 나이대 젊은이들은 참 이상하구만. 흠, 그런데 다른 실습생들은 자네랑 다른 것 같던데?”
눈썹을 찡그리고 말하던 곽종군은 능연의 표정에 번뜩 정신을 차리고 제 머리통을 두드렸다.
“나 좀 보게나. 오늘 정말 힘들긴 한가 보네. 자네가 다른 실습생이랑 같을 리가 있나.”
그때 휴게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 곽종군은 화들짝 초콜릿 상자를 서랍에 넣었다. 한숨을 돌리고 주방에서 나와보니 도 주임이 주방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아, 난 또 누구라고. 배고프지?”
“고프긴 하지.”
곽종군이 껄껄 웃으면 하는 말에 도 주임이 양손을 뻗어 보였다.
“힘들기도 하고, 손도 다 끊어질 것 같다네. 60이 다 되어가는 노인네를 불러다 밤새 수술을 시키다니. 너무 하는 거 아닌가?”
“전화는 자네가 받아놓고, 뭘. 안 받으면 누가 뭘 어쩐다고.”
주임이 된 도 주임은 이제 치료팀도 없어서 밤에 걸려오는 전화를 받기 싫으면 안 받으면 그만이었다.
“어떻게 그러나. 작은 일로 전화할 리 없을 거고, 그럼 큰일일 텐데 어떻게 모른 척해!”
“그럼 어쩔 수 없지. 하하하. 우린 이만 내려가네. 류개현에서 대량 출혈 환자를 보낸대.”
“다른 병원으로 보내지 않고 왜.”
“지금 안 바쁜 병원이 어디 있겠나. 출혈량이 1만이라네, 다른 병원에 보내면 그 청년 목숨을 못 살릴 거야.”
“내가 좀 도와줘?”
초콜릿 두 개를 먹은 도 주임이 어느 정도 기운을 차리고 물었다.
“됐어, 이 친구 있잖아.”
곽종군은 능연을 가리키면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허풍이 아니라, 우리 병원 일반외과보다 이 친구 실력이 나아.”
“능연 자네 열심히 해야겠네. 그래야 계속해서 다른 사람 앞서나가지.”
“안 믿는구만?”
“믿을 만한 걸 보여줘야 믿지.”
“됐네. 나중에 시간 날 때 수술실에 와 보던지.”
웃기만 하는 도 주임의 모습에 곽종군은 여름벌레가 어떻게 춥단 말을 이해하겠냐며 능연을 데리고 휴게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바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절차 없이 바로 수술실로 들어오게 준비해뒀지?”
“지금 환자는 다 그렇게 처리됩니다.”
“음, 아무튼 그렇게 처리하도록 신경 쓰고, 지혈, 수혈, 쇼크 대비 철저히 하고, 그리고 동의서도 바로 받을 수 있게 준비하고. 간담췌외과 협진 부탁하라고.”
과 주임이라서 이런 식으로 전화로 처리하는 것이지, 그냥 치료팀 팀장이었으면 이런 일들은 모두 직접 팀원을 거쳐 처리해야 한다. 안 그랬다가 어디 하나 잘못되면 큰 문제가 되니 말이다.
능연은 깊이 생각하지 않은 채 곽종군을 따라 구급차 출입구로 향했다.
잠시 후, 구급차 한 대가 사이렌을 울리며 들어왔다.
“곽 주임님, 고맙습니다.”
구급차 뒷좌석에서 환자 말고 현의원 응급의학과 가 주임도 튀어나왔다.
“고맙고 말고가 있나요. 목숨이라는 게 살릴 수도 있고 못 살릴 수도 있는걸요. 1만 cc 출혈이라니, 저도 자신은 없습니다.”
“이제 1만 천입니다.”
가 주임 얼굴이 시퍼랬다. 그러니까 그 짧은 시간에 또 피를 1000cc나 흘렸다는 말이었다.
“보호자는요?”
“뒤에 오고 있습니다.”
“같이 안 오고요?”
“아까 경황이 너무 없어서······.”
“그럼 동의서는 어쩌라고요.”
멍하니 대답하는 가 주임의 말에 곽종군은 멍청이 보듯 그를 봤다. 곽종군은 항상 촌닭 병원의 촌닭 의사를 무시해 왔고, 그런 관점은 지금도 변함없었다. 재능있는 의사는 보석 같은 존재지만, 멍청한 의사는 핵폐기물같이 짜증 나는 존재였다. 멍청한 의사도 노력과 버팀으로 어느 정도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지만, 자신이 달리는 성공 가도에 쓰러져 있는 환자를 생각하면 더욱 언짢아졌다.
가 주임은 자신이 멍청한 짓을 했음을 깨닫고 머쓱한 듯 웃었다.
“아까 우리 병원에서 동의서에 사인했습니다.”
“흠.”
곽종군은 한숨을 내쉬었다. 현병원에서 사인한 동의서가 지금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능연, 자네 먼저 수술실로 가게.”
곽종군은 그 자리에 서서 뒤에 오는 보호자를 기다렸다. 잠시 후, 부부가 비틀비틀 제타에서 내렸다.
“장시하 환자 보호자십니까? 여기 수술동의서에 사인 좀 해주셔야 합니다.”
레지던트 정배가 냉큼 달려가 동의서를 내밀었다. 부부는 손까지 덜덜 떨고 있었다.
“우리······. 우리······한테 하나밖에 없는 아이예요.”
쉰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초췌한 모습으로 말했다. 정배는 지치기도 했고, 아직 서른이 안 되어서 여자의 마음을 공감할 수 없어서 그저 다시 재촉했다.
“서명부터 빨리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수술할 수 있어요. 일단 설명부터 드릴······.”
“알아요, 아까 읽었어요.”
여자는 감정을 억지로 눌렀지만, 눈물이 후두둑 떨어지자 무심결에 입을 가렸다.
“이 아이 하나랍니다. 둘째를 못 지켰어요. 그래서 하나밖에 없는데······. 저는······.”
“여보, 그만 울어요. 선생님들이 알아서 해주실 거요.”
남편이 아내의 어깨를 감싸고 정배 손에서 펜을 건네받아 내용을 보지도 않고 서명했다. 남자는 일그러진 얼굴로 힘겹게 웃음을 쥐어짰다.
“선생님, 잘 부탁드립니다.”
능연은 진지하게 손을 씻고 있었다.
제대로 손을 씻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수술실의 환자가 위급하긴 해도 담당하는 조수들이 있었으니 능연이 그렇게 급할 필요는 없었다.
곽종군 팀 의사들은 아직도 압상 환자를 둘러싸고 있었는데, 능 팀 연문빈, 여원과 좌자전은 기회를 얻었다. 다만 수술실에서 다소 허둥지둥하고 있었다.
다른 치료팀은 대들보인 주임 혹은 부주임 밑에 선임 주치의 혹은 부주임이 있기 마련이었다. 연문빈 같은 연차 낮은 레지던트는 이물질 제거나 생선 가시 제거 같은 일이 아니면 집도할 일이 없다. 물론, 연문빈도 정확히 말하면 지금 집도는 아니고 집도의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어쩌지?”
연문빈이 곁에 있는 여원에게 묻자, 집도 자리에 서지 못해 언짢던 여원이 입을 삐죽였다.
“어째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거기 서서 뭐해?”
“네가 뒤를 돌길래 그랬지.”
“받침대 찾으러 간 거였거든!”
얼굴이 다 파래져서 파들거리는 여원의 모습에 연문빈은 입가가 실룩였지만, 웃음을 참아냈다.
“그런 건 미리 준비해야지. 그리고 직접 할 수도 없고 다른 사람한테 도와달라고 해야 하는 거 아냐?”
여원은 진심이냐는 표정으로 연문빈을 바라봤다.
“내가 집도의 자리에 받침대 두 개 놓고 있다가 능 선생이 온 다음엔 어쩌라고? 어차피 직접 해야 하는 거 아냐?”
“여원이 아주 꼼꼼하게 생각했구만.”
웃음이 터질까 봐 더는 못 듣겠다는 생각에 좌자전이 끼어들었고 연문빈이 크게 웃더니 고개를 숙였다.
“수술 이야기나 하자고요.”
“수술은 우리가 하는 게 아니거든. 일단 수술 전 준비사항 체크하자. 일단 CPR 기기, 제세동기, 호흡기, 기관지 절개 키트······.”
치프 레지던트 생활한 지 한 달이 넘은 여원은 기세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자신감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대학 시험을 앞둔 학생이 매일 학교에서 하루 열 몇 시간 넘게 공부하면서 일주일 혹은 이 주일에 한 번 집에 돌아가서 목욕할 정도로 열심히 하면, 두 달 정도 지나서 놀라운 변화를 겪게 된다. 적어도 어떤 문제는 도전할 수 있고, 어떤 문제는 도전조차 할 수 없는지, 자신의 기초를 잘 알게 된달까?
지금 여원이 그랬다. 원래 수술에 재능이 없었지만, 그전에는 기회가 없어서 그런 줄로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치프 레지던트가 된 후 여원은 차차 자신이 정말 수술에 재능이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수술에 재능이 없다고 해서 외과에 재능이 없다는 뜻은 아니었고, 의학 쪽에서 발전할 수 없다는 더더욱 아니었다. 장시간 치프 레지던트 생활이 그 점도 깨우쳐줬다.
응급의학과에서 치프 레지던트를 하면서 외과 수술을 할 필요가 없는 환자도 많다는 걸 깨달았고,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꼭 수술실에서 수술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해당 수술을 잘하는 외과의에게 넘기거나 다른 진료과 의사를 불러 협진해도 된다.
여원은 자신의 한계를 발견한 동시에 자신의 장점도 발견했다. 그는 진지하게 수술 전 검사를 마치고는 환자의 바이탈 사인을 주시하면서 약 처방 지시를 내렸다.
여원은 개복 외에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마쳤다. 그리고 능연이 수술실로 들어왔다.
그는 우선 모니터 기기를 보면서 곁에 있던 소가복에게 물었다.
“환자 상태 어때요?”
“출혈량이 많아서 그렇지 안정적인 편이야. 저기 배출관 좀 봐, 거의 다 차간다.”
소가복은 조금 초조해 보였다. 그런 환자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건 마취의에게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
“복강 내 활동성 출혈이 있다는 거네요. 보호자 동의서는 받았나요?”
“제가 전화해 볼게요.”
순회 간호사가 곧바로 전화하러 갔다. 곽종군이 제타에서 내리는 환자 부모를 만난 그 순간이었다.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순회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수술 가운을 걸치고 장갑을 꼈다. 다시 고개를 돌려 모니터링 기기를 본 능연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는 이제 응급의학과 작업을 능수능란하게 할 수 있었다. 어떤 수술 방식이나 처리 방안은 아직 서투르지만, 응급의학과에 일 년 넘게 틀어박혀 있으면서 충분히 많은 기교를 배웠다. 시스템으로 얻은 것들 말고도 오랜 기간 수술해오면서 스스로 터득한 것도 많았다.
그렇다고 해도 눈앞의 환자는 되살릴 수 있을지 모르는 어려운 환자였다.
그때 수술실 전화가 울렸고, 순회 간호사가 냉큼 달려가 받더니 동의서를 받았다고 고함쳤다.
“개복.”
능연이 거침없이 손을 뻗어 도구를 요구했다. 수술대 아래쪽에 변함없이 능연이 가장 익숙한 왕가가 스크럽 간호사로 서 있었다. 능연이 구체적으로 기구 이름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왕가는 그가 원하는 기구를 손에 올려놓았다.
능연은 눈 깜짝할 사이에 환자의 배를 열었다.
복강이 열리는 순간, 환자의 혈액이 덩어리와 함께 수술대 곳곳에 튀었다.
“이, 이건······. 출혈이 너무 심해.”
연문빈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여원의 치프 레지던트 경험이 여기서 조금 발휘되었다.
“석션할까?”
“아니요. 일단 거즈 치우고요. 혈액팩 더 보내 달라고 하세요.”
“네.”
제가 해야 할 일을 들은 순회 간호사가 바로 전화 쪽으로 달려갔다.
“포셉.”
능연은 허리를 굽히고 거즈를 꺼내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배 안이 온통 거즈야.”
훅맨 역할을 하던 좌자전은 똑똑히 보면서 혀를 끌끌 찼다.
“거즈로 채워서 지혈하던 겁니다. 그런데 간이 파열되어서 아무리 거즈를 넣어도 소용없던 거죠.”
능연은 밑의 의사들에게 현장 교육 겸 수술 상황을 설명했다.
거즈를 모두 꺼냈더니 환자의 출혈량이 미친 듯이 올라갔다. 소가복은 몹시 놀라서 발을 굴려 의자를 밀면서 가압 가온 수혈기 앞으로 가서 재빨리 데이터값을 올렸다. 그리고 새로 들어온 혈액팩도 몽땅 집어넣었다.
조건이 안 좋은 작은 병원에서는 의료진이 혈액팩을 안고 있거나 손으로 혈액팩을 쥐어짜는 사진을 종종 볼 수 있다. 혈액은 저온 보관해야 하는데 환자의 체온은 생존율에 큰 영향을 주는 과제였다. 긴급 수술할 때 의료진이 체온으로 혈액팩을 녹이고 손으로 눌러서 최대한 빨리 적당한 온도의 혈액을 환자에게 공급하는 것이다.
그런 사진들은 따듯함이라는 이름이 붙어서 진상을 잘 모르는 군중들에게 미친 듯이 퍼지지만 현실은 체온으로 가열하는 건 속도가 너무 느려서 결국 환자의 몸에 들어가게 되는 혈액은 온도가 지나치게 낮은 경우가 많다. 손으로 흔들고 쥐어짜는 것도 속도 면에서도 이상적이지 않지만, 혈액 세포와 혈소판도 파괴되어 혈액 퀄리티가 크게 낮아진다.
운화병원 같은 지역 정상급 병원에서는 혈액의 퀄리티를 보장하고 의사들의 업무 강도를 줄이기 위해서 10년 전부터 가압 가열 수혈기를 쓰고 있었다.
능연은 출혈점을 응시하다가 서서히 왼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간 혈관을 압박하고 모스키토 포셉으로 살며시 혈관을 집었다. 거의 동시에 곽종군이 다급하게 수술실 밖에 도착해서 문을 사이에 대고 고함쳤다.
“지금 손 씻고 있어 금방 들어간다. 상황 어떤가?”
“환자 간 우엽(右葉)을 절제하려고 합니다.”
능연 역시 마찬가지로 큰 소리로 대답하는 말에, 수술실 광경이 보이지 않는 곽종군은 고개를 숙이고 서둘러 손을 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