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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그레이트 닥터-289화 (270/877)

장시하의 부모는 대기실에서 아무 말 없이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이런 때는 무슨 말을 해도, 무슨 짓을 해도 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수술실에 있는 아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아버지가 스무 번째 자리에서 일어나서 고개를 떨구었다.

“바람 좀 쐬고 올게.”

“옷 여미고 나가요. 감기 걸릴라.”

“응.”

밖으로 나가던 아버지가 마침 안으로 들어오는 곽종군과 능연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 예의를 지켜야 하니 인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인사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들이 어떤 상황인지 궁금해 죽을 것 같지만, 좀 더 미루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장 선생님.”

곽종군이 심각한 표정으로 멈춰서 보호자 아버지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안쪽을 들여다봤다.

“앉아서 말씀 나누실까요?”

“예. 아니요. 아니. 하아, 먼저 저한테 말씀하시는 건 될까요.”

아버지는 혼란스러운지 두서없이 말을 들어 놓았다.

“장 선생님, 진정하십시오.”

곽종군이 환자 아버지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좋은 소식’ 같은 용어는 쓸 수 없었다. 환자는 가장 좋은 치료를 받았지만, 좋은 결과가 있으리란 보장은 아직 없다. 가족들에게 중요한 건 과정이 아니라 결과다.

고작 몇 걸음을, 환자 아버지는 매우 힘겹게 옮겼다. 곽종군도 달리 어찌할 수 없었고, 능연을 슬쩍 밀며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상황을 잘 전달하면 돼. 진지함을 유지하고. 늘 자네가 해왔던 대로 말일세.”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장시하 부모 앞에 앉아서 딱히 말을 정리하지 않고 바로 입을 열었다.

“수술은 성공했습니다. 환자 상태도 안정됐고요. 앞으로 이삼일이 관건입니다. 별 이상이 없다면 살아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생각을 자세히 하려고 능연이 잠시 말을 멈춘 사이, 환자 어머니가 입을 틀어막고 울기 시작했다. 환자 아버지는 한 손으로 아내 어깨를 감싼 채 다른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았지만, 눈가에 눈물이 스며 나왔다.

“이제 괜찮아, 괜찮아요.”

남편이 아내를 위로했지만, 아내는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곽종군은 조금 기다려주라는 듯 능연의 어깨를 쳤다.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한쪽에서 기다렸다.

잠시 후, 환자 어머니가 드디어 훌쩍임을 멈추고 눈물을 닦으며 웃어 보였다.

“죄송해요, 선생님. 그게 우리는······. 선생님,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환자 어머니가 양손을 뻗어 능연과 곽종군의 손을 잡았다. 능연은 말랐지만, 힘 있는 여자의 손가락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선생님, 아까 더 하실 말씀 있으셨던 거 아닙니까?”

한참 만에 환자 아버지가 말을 꺼내자, 할 말을 생각해둔 능연이 입을 열었다.

“이제는 환자 회복에 달렸습니다. 순조로우면 사흘? 나흘 뒤엔 몸 안에 거즈를 제거할 거고요.”

“그럼······. 그게······.”

환자 어머니는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곽종군이 능연을 끌어당기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선 좀 쉬세요. 환자는 중환자실에 들어갔고, 전문적으로 케어할 사람이 있으니까 안심하시고요.”

곽종군을 따라 대기실에서 나온 능연은 복도에서 저도 모르게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긴장했지?”

“네, 수술실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긴장됩니다.”

“하하하. 긴장하는 게 좋은 거지. 우리가 하는 일이 중요한 일이라는 뜻도 되니까. 안 그런가?”

능연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머릿속에 시스템 제시어가 나타났다.

- 퀘스트: 간 절제 수술 실시

- 퀘스트 보상: 중급 보물상자

능연은 곽종군이 주절주절 늘어놓는 말을 들으며 속으로 시스템에 상자 오픈을 지시했고, 은색 스킬북이 튀어나왔다.

- 1급 스킬북: 기본 스킬 한 항목을 그랜드마스터급으로 올림

능연은 머릿속으로 ‘맨손지혈’을 떠올렸다. 그가 처음으로 얻은 그랜드마스터급 스킬인 맨손지혈이 바로 1급 스킬북에서 나온 것이었다.

능연이 그 생각을 하는 사이, 스킬북 하나가 머릿속에 펼쳐졌다.

맨 위에 내과 항목은 여전히 회색이었고 반짝이는 기초 외과 항목에서 여섯 가지 기본 스킬이 또다시 능연 앞에 펼쳐졌다.

- 노출, 절개, 박리, 지혈, 봉합, 배농.

이론상, 이 여섯 가지 항목을 귀신같이 할 수 있으면 무슨 수술이든 여유롭게 할 수 있다. 사실상 대부분 수술 방식은 힘든 것을 피하고 쉬운 것을 골라 하는 방식이라 이런저런 방법으로 수술자의 부담을 낮추려고 노력한다. 의사가 모든 스킬을 귀신처럼 익힐 수 없기 때문이었고, 설사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해도 에너지가 따라주지 않는다.

“잠시 좀 쉬게나.”

몇 마디 설교를 늘어놓은 곽종군은 핸드폰을 들었다. 그의 업무는 수술뿐만이 아니었고, 그의 손이 닿아야 할 응급실 전체 업무가 한둘이 아니었다.

“네.”

능연은 가볍게 대답하고 지혈 부분 하위 디렉터리를 클릭하고 조작성 지혈을 클릭했다. 그리고 조작성 지혈 아래 ‘열지혈’을 클릭했다.

그의 봉합기술은 이미 결찰 지혈을 할 수 있을 수준이었고, 거기에 열지혈을 더하면 수술을 컨트롤할 능력이 대대적으로 오를 것이다.

소위 ‘무혈 수술 시야’까지는 갈 수 없어도, 그 목표로 달릴 수는 있었다.

무혈 수술 시야는 현대 의학에서 추구하는 새로운 목표로, 무혈이란 클리어한 수술 시야를 의미하며, 외과 의사가 더 많은 디테일을 알아채서 수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수술 시야다.

그리고 출혈량이 적으면 환자의 예후도 좋아진다.

응급의학과의 일원인 능연은 여섯 가지 기본 항목 중에 지혈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봐도, 환자의 사망 원인은 다양했지만, 출혈은 의심할 여지 없는 큰 문제였다.

능연은 스태미너 포션을 한 병 비우고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응급실은 지금 진정한 의미의 피와 땀 공장이 되어서 끊임없이 인력을 갈구하고 있었다.

“저희 팀 응급 환자 받을 수 있습니다.”

능연이 접수대에 한마디 통보하고 뒤돌아서는데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걸며 다가왔다.

“능 선생, 많이 힘들죠?”

“누구신가요?”

능연은 모르는 얼굴인 하얀 가운 차림의 다크써클이 진하고 눈이 툭 튀어나온 사람을 바라봤다.

“나는 그······ 아이고, 자기소개도 안 하고. 나는 위생국 풍의재라고 합니다. 능 선생 CPR로 식견이 넓어졌지요.”

지난 수술을 거론하는 풍의재의 모습에 능연이 멍해졌다.

“능 선생, 능 선생이 팀을 꾸려서 오늘은 CPR만 전문적으로 책임져 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풍의재가 기대에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 건 곽 주임님한테 말씀하셔야 합니다.”

능연은 다크서클 진하고 눈이 툭 튀어나온 아저씨의 의도를 읽을 수 없었고, 무슨 의도인지 생각하기도 귀찮았다.

낯선 사람과 교류는 심폐소생이 재미없어지거나, 수술이 재미없어지거나 할 때나 하려나. 낯선 사람 같은 시시한 생물을 너무 많이 봐온 능연은 눈앞의 아저씨가 절대로 고백할 리 없을 정도로 못생겼기 때문에 그나마 상대해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거기까지였다.

능연은 고개를 까딱이고는 접수대에 있는 간호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구급차 맞으러 갈게요.”

“잠시만, 잠시만! 능 선생, 이건 좋은 기회라구.”

풍의재가 웃는 얼굴로 능연을 막아섰다. 그러자 능연이 지그시 그를 바라봤다. 입 터는 데 익숙한 풍의재 씨는 이때 능연의 태도를 보고 달래기 어려운 상대임을 짐작했다.

잠시 고민하던 풍의재는 몸을 낮추고 싱긋 웃었다.

“능 선생. 일단 팀은 됐고요. 내 생각엔 말이지, 능 선생이 능 선생 팀을 꾸려서 전문적으로 CPR을 하면 환자한테도 좋고,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지 않겠어요?”

“지금은 CPR 환자도 없습니다.”

“CPR은 초를 다투는 작업 아닙니까. 우리가 팀을 꾸린 다음에 병원에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응급 처치를 하는 거예요. 능 선생이 원하는 대로 위생국에서 다 지원해줄게요. 무슨 약을 쓰든 말이에요. 보험이 안 되는 약이라고 해도 일단 말만 하면요.”

풍의재가 가슴을 두드리며 장담하자 능연은 살짝 솔깃한 마음이 들었다.

외국의 일부 병원들은 전문적인 CPR 팀을 세팅해 문제가 생기면 출동했고, 그렇게 병원에서 발생하는 심근경색 환자의 생존율이 크게 높아지는 건 맞다.

그러나 외과 의사 몇 명이 심폐소생 환자만 기다리고 있는 건 아무리 봐도 옳지 않았다. 아무리 국내 외과 의사 페이가 저렴하다고 해도 말이다.

“저는 전문 CPR팀은 싫습니다. 팀을 꾸리고 싶으신 거라면 제가 지도는 할 수 있습니다.”

반나절 교육받은 연문빈 등도 성과가 매우 좋았다. 하지만 24시간 내내 대기하라고 그들에게 CPR 교육을 한 건 아니었다. 능연도 24시간 심폐소생 환자를 기다리고 싶지는 않았다.

심폐소생이 재미있긴 하지만, 다른 재미있는 수술도 많지 않은가.

구명은 중요하지만, 그 일 자체가 싫어지면 버티기 힘들어진다. 특히 심폐소생을 시급을 위해 일하는 아르바이트처럼 하게 되면 버텨낼 의료진이 없으리라. 의사도 돈이 필요하지만, 구명 과정에서 돈이 원동력이 될 필요는 없다.

안 그래도 튀어나온 풍의재의 눈이 더 튀어나올 것 같았고, 난감한 듯 입을 열었다.

“능 선생, 내 생각엔 아무래도 능 선생이 CPR을 전문으로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전에 그 환자도 능 선생이 살렸잖아요. 사람을 살려낸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수술하는 것 보다······.”

“눈앞에 심폐소생이 필요한 환자가 있다면 능연도 거절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일부러 기다리라고 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요?”

언제 나타난 건지, 주 선생이 능연과 풍의재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아이고, 주 선생.”

주 선생을 알아본 풍의재가 주 선생의 말투를 전혀 신경 쓰지 않은 듯 웃으며 인사하고는 조금 불만스러운 듯 말을 이었다.

“오늘 상황이 특이하니까 그렇지요. 이제 들어올 환자들도 상황이 다 안 좋지 않은가. 그래서 능 선생 도움이 필요하다고요.”

풍의재는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말투였다. 사실 정말로 필요한 게 아니었다면 일부러 찾아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사심이 있긴 해도, 풍의재가 하는 말이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주 선생은 생각에 잠긴 채 능연을 끌어당겼다.

“풍 과장님, 어쨌든 무슨 일이든 저희 주임님하고 말씀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능연이 감당할 책임이 아닌 것 같습니다.”

원래 곽종군 몰래 능연을 빼가려던 풍의재는 실패했다고 화는 내지 않았고, 그저 심각한 얼굴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럽시다. 알겠습니다. 그럼 곽 주임을 만나보죠.”

풍의재가 사라지는 걸 지켜보던 주 선생이 능연을 바라보며 웃었다.

“저런 사람은 주임님이 상대하게 해야 해. 까닥하면 큰일 나. 지금이야 약품 네 마음대로 쓰게 해준다고 하지. 나중에 이런 트집 저런 트집 잡아서 완전 돌게 만들걸?”

능연이 알 듯 모를 듯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겠냐? 약값이 적은 돈이 아니잖냐. 특히 CPR 환자, 한 사람만 해도 몇 만 위안 들 텐데, 몇 사람이면 돈이 얼마나 들겠냐. 나중에 풍 과장이 나 몰라라 하잖냐? 병원이랑 위생국에서 서로 미루다가 너를 끌어들인다고. 그럼 너만 곤란해진다.”

다시 능연의 표정을 본 주 선생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

“됐다. 지금은 그런 걱정 안 해도 돼. 이런 일 생기면 곽 주임님한테 넘겨. 음, 아니 뇌 주임님이 좋겠다.”

“그럴게요.”

“야, 좀. 이럴 땐 번거로우실 텐데 그래도 되나요? 이런 말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됐다. 그럴 일이 아니기도 하고. 구급차 기다리려고? 조금 걸릴 텐데.”

“그럼 ICU에 가 봐야겠네요. 환자 상태가 궁금해서요.”

능연이 갑자기 아쉽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응급센터에 자체 ICU가 없으니까 불편하네요.”

주 선생이 실눈을 뜨고 능연을 바라봤다.

“곽 주임님 앞에서 얘기하면 좋아 죽을 거다.”

“왜요?”

“곽 주임님은 말이야, 뭐든 가지고 싶어 하시거든.”

“응급센터에 ICU가 있었다면 이번 환자들도 응급센터에 남았겠죠. 그럼 예후가 더 좋아질 수도 있어요.”

능연이 터득한 그랜드마스터급과 마스터급 심폐소생의 가장 큰 차이가 바로 심폐소생 후 관리와 예방에 있었다. 그런데 병원 ICU는 응급센터 의사의 지시를 들을 리 없고, 잘못하면 반감을 살 수도 있었다. 능연은 본인이 돌보는 것만큼 ICU에서 완벽하게 환자를 돌볼 순 없으리라 생각했다.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ICU 층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서성거리는 보호자들이 보였다.

원래 보호자 출입이 금지된 중환자실에 갑자기 환자가 늘어났고, 보호자들은 문 앞에 잔뜩 몰려있을 수밖에 없었다.

능연과 주 선생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수많은 눈이 그쪽으로 향했다. 심폐소생 환자의 아내는 능연을 보자마자 지쳐 있던 두 다리에 갑자기 기운이 넘치는 듯 그에게 달려갔다.

“능 선생님, 주 선생님. 오셨네요.”

환자 아내는 최대한 감사하는 마음을 나타내려고 바짝 마른 입술이 찢어져라 웃어 보였다.

“남편분 상황 어떻습니까?”

“괜찮은 편이에요. 깨어도 났고, 소변도 맑아요. 선생님이 이틀만 더 지켜보고 문제없으면 일반 병실로 가도 된다네요.”

아내가 눈가에 눈물이 다 고인 모습으로 대답하자 주 선생은 몹시 놀랐다.

“깼다고요? 정말 깼다고요?”

“예? 소식 듣고 오신 거 아닌가요?”

“말도 안 돼. 장시간 CPR 환자가 이렇게 빨······.”

문득 환자 앞에서 할 얘기는 아니라는 걸 깨달은 주 선생이 말을 멈췄다.

“한 번 들어가 보죠.”

환자 아내가 의자에 엎드려 졸고 있는 시어머니와 아들을 허둥지둥 깨웠다. 다섯 사람은 통로를 지나 격리복을 입고는 ICU 안으로 들어갔다.

ICU 의사들은 그렇게 많이 들여보낼 생각은 없었는데, 능연을 보자 아무런 말 없이 들여보내주었다.

병원은 현실적인 곳이고 능력자를 대할 땐 적어도 표면으로는 존중을 표시한다. ICU 의사들은 능연같이 한 시간 죽어있던 사람을 되살린 능력자에게 의구심도 생겼다. 이런 의사는 언제라도 논문을 쓰거나 국제회의 같은 데 참석해서 웃고 떠들면서 진료과 하나를 매장할 수도 있다.

장시간 심폐소생 성공 케이스를 자주 접하지 못하는 의사들 눈엔 능연의 등 뒤에 후광이 비치는 것 같았다.

“여보, 이분이 당신 살린 능 선생님이셔.”

“감······.”

“능 선생님, 남편이 감사하대요.”

“별말씀을요.”

아내가 깨우자 깊이 잠들어 있다가 일어난 환자가 최대한 소리를 내보려고 애쓰다가 곧 숨을 몰아쉬었고, 아내가 대신 인사하자 능연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진심 어린 감사와 같은 의사의 칭찬으로 얻은 초급 보물상자를 주머니에 넣었다.

“다른 선생님이 하는 말씀 들었는데, 심폐소생을 이렇게 길게 하는 건 백 번에 한 번 성공할까 말까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당시엔 살아나도 나중에 결국 깨지 못하고 식물인간이 되는 사람도 있다고. 여보, 당신 운이 좋아서 능 선생님을 만났어.”

“감······사······합······.”

능연은 환자가 다시 힘겹게 내는 감사 인사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계속해서 진심 어린 감사 보물상자를 수집했다.

“아빠가 감사하다고 하는 거예요.”

무서운 듯 엄마 등 뒤에 계속 숨어있던 환자의 아들이 아빠 얼굴을 보고는 드디어 용기를 내서 큰 소리로 인사했다.

“그래, 고맙다.”

능연이 매너있는 얼굴로 아이에게 미소 짓자, 아이는 부끄러운 듯 다시 엄마 등 뒤로 숨었다가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능 선생님, 정말 잘 생겼어요.”

가까운 곳에 있던 ICU 의사를 비롯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웃음소리에 용기를 얻은 아이는 바로 고개를 돌려 주 선생을 올려다보고는 살짝 망설이면서 덧붙였다.

“주 선생님도 잘 생겼어요.”

잠시 멈칫하던 주 선생이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가서 뭐 좀 먹을래?”

ICU에서 나온 주 선생은 기분이 좋아져서 연달아 쌓인 피로가 싹 사라진 느낌이었다. 스태미너 포션을 마신 능연은 정말로 정신이 맑고 기운 넘쳤다.

“소가 식당에 배달 주문할까요?”

“싫어. 소가 식당 음식 먹을 때마다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야.”

배를 문지르며 묻는 능연의 말에 주 선생이 고개를 저었다.

“죽 좀 끓이고 연문빈한테 족발이랑 갈비 좀 가지고 오라고 하자. 허벅지 살이랑 졸임 고기에 채소도 좀 가지고 오라고 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걸?”

“그래요, 그럼. 흰죽? 아니면 다른 죽으로 할까요?”

능연이 핸드폰을 꺼내 배달 어플을 열자 주 선생이 손을 휘두르며 말렸다.

“됐어. 죽 하나를 뭘 배달시켜. 우리가 끓이면 되지.”

“선생님이요?”

능연이 의심스러운 듯 주 선생을 바라봤다. 능연의 기억 속에 주 선생은 뭔가 나서서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자 주 선생은 씨익 웃어 보였다.

“너네 팀 단톡방 있지? 물어봐, 같이 먹을 사람 있냐고. 있으면 손들라고 해.”

능연은 게으름 피우는 방면으로는 월등한 주 선생을 믿어 보기로 했다. 그는 단톡방을 열어 주 선생의 말을 대충 옮겨 적었다.

그리고 바로 좌자전이 대답했다.

- 능 선생, 연 선생이랑 여 선생 지금 데브리망 하고 있어. 세 사람 손 내가 들게. 그리고 죽 내가 끓일게, 연 선생한테 조리 도구도 있으니까. 무슨 죽 먹을까?

주 선생이 보란 듯이 입술을 핥았다.

“광동식 콘지(해산물, 고기 등을 다양하게 넣고 끓이는 죽) 끓일 줄 아냐고 물어봐. 마흔 넘은 유부남이니까 마누라한테 밥해준 경력이 좀 되겠지. 솜씨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능연은 단톡방에 ‘콘지’라고 입력하고 주 선생을 바라봤다.

“제가 알기론 좌 선생님은 결혼생활 이야기하는 거 싫어한다더라고요.”

능연의 얼굴이 ‘지금 데브리망 중입니다만’ 수준의 진지한 표정임을 본 주 선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 좌 선생이 콘지 끓일 줄 안다면야, 뭐 결혼 이야기 안 꺼낼게. 무슨 콘지 끓일 건지 물어봐. 난 생선이 좋은데. 돼지 간은 못 먹는 사람도 있을 거야. 아님 소고기도 괜찮고.”

능연은 주 선생이 보는 앞에서 단톡방을 열었고, 마침 좌자전이 메시지를 올렸다.

-그럼 콘지로 하자. 소고기 콘지 어때? 결혼생활 하면서 제일 많이 끓였거든. 좀만 더 맛있게 끓였으면 마누라도 도망 안 갔을 텐데.

주 선생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네가 좌 선생 결혼관을 오해한 것뿐만 아니라 좌 선생에 관해서도 잘못 알고 있는 거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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