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291화 (272/877)

“일단 사진부터 찍읍시다.”

간단하게 안압(按壓) 검사를 마친 주 선생은 X-ray 처방을 내리고 혹시 임신했는지 물었다.

“아니······ 걸요?”

남편이 확신 없는 말투로 말하자 아내가 죽일 듯이 그를 노려봤다.

“임신했을까 봐 무섭냐?”

“그야 당연히 아ㄴ······.”

남편은 말하다 말고 갑자기 지난 주기 이후로 임신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은 걸 떠올렸다. 그런 남편을 보며 아내가 묘하게 웃고는 일부러 잠시 기다렸다가 말을 꺼냈다.

“가서 돈이나 내요.”

“아이고, 알았어.”

남편은 신난 양처럼 펄쩍 뛰어올랐다.

주 선생은 기지개를 켜고는 능연을 바라봤다.

“좌 선생 정리 끝났으면 불러서 배우라고 하지 그래? 깁스, 기본 중의 기본 업무잖아.”

“저도 안 해 봤어요. 가르쳐 주세요.”

능연은 조금도 부끄럽지 않은 얼굴로 과감하게 말했다.

젊은 의사가 모르고 못 하는 게 많은 건 당연하지만, 상급 의사에게 당당하게 가르쳐 달라고 하는 건 좀 특이했다. 그러나 능연은 자기가 주 선생에게 체면 차릴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했고, 주 선생은 조금 의외라고 여겼다. 더 정확히는 후회했다.

“난 어시나 할 생각이었다고!”

주 선생은 혈중 농땡이 농도가 떨어졌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며 할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요, ‘둘이 한 팀 하자’고 하셨죠.”

능연이 잠시 기억을 더듬다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내 말은 네가 팀장하고 나는 그냥······. 아, 됐다, 됐어. 내가 할게.”

허리를 곧추세우던 주 선생은 곧 포기해버렸다. 어차피 능연이 깁스를 못 하는 걸 어쩌란 말인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자신 탓이려니 했다.

“야, 간도 자르면서 깁스를 못하냐? 뭘 배운 거냐, 대체.”

능연은 그냥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그런 질문은 대체 왜 그렇게 잘생긴 거냐는 것과 같아서 대답할 방법이 없었다.

다른 응급 환자 몇 사람에게 약 처방 내리고 검사 좀 하는 사이 손 부러진 부부가 X-ray를 들고 돌아왔다. 아내는 여전히 휠체어에 앉아 있었고, 부러지지 않은 손목에서 금빛이 번쩍였다.

주 선생은 사진을 받아들면서 새것 같아 보이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슬쩍 팔찌를 바라봤다.

“X-ray 기다리면서 요 옆에 주대복(중국 유명 쥬얼리샵) 구경했거든요. 예쁘죠?”

주 선생의 시선을 느낀 여자가 바로 손을 뻗어 주 선생과 능 선생에게 자랑하며 귀여운 척 물었다.

“괜찮네요. 병원 옆에 왜 주대복이 있는지 이해 못 했는데, 이제 알겠네요.”

주 선생은 고개를 들어 휠체어 뒤에 사색이 된 남자를 바라봤다.

“네네, 옆에 주대복 있으니까 좋네요. 쇼핑도 편하고, 반짝거리는 거 보니까 기분도 좋아지고요. 아픈지도 모르겠어요.”

“난 마음이 아프다.”

“왜? 심전도라도 할래?”

남편이 한숨을 푹 내쉬자, 휠체어에 탄 아내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남편을 보며 애교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남편은 곧바로 큰 소리로 웃으며 두려움을 감췄다.

“X-ray에 큰 문제는 없네요. 깁스로 고정하면 될 것 같습니다.”

간호사가 석고를 가지고 오자 주 선생이 바로 작업을 시작했고, 예상한 대로 여자는 아프다고 고함쳤다.

“괜찮아, 괜찮아.”

“나 아까 그 반지 살 거야! 아파!”

“뭐라고?”

“아까, 내가 본 거. 다이아 있는······. 반지.”

“그럼 이따 보러 가자.”

“안돼, 지금!”

“지금??”

아내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주 선생에게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자, 주 선생이 바로 동작을 멈췄다.

“나 손 부러졌어.”

여자가 천천히 팔을 남편에게 내밀자, 잠시 침묵하던 남편이 고개를 푹 떨궜다.

“지금 가서 사와?”

“응, 조심해서 다녀와.”

여자는 밝아진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남자의 멀어지는 걸음에 맞춰 ‘아야야야야’ 하고 고함쳤다.

결국 팔 부러진 아내는 반지와 팔찌 두 개를 끼고 운화병원 응급의학과를 떠났다. 의사(남)들은 어안이 벙벙해졌고, 예쁘고 젊은 간호사(여)들은 부러운 듯 그들을 바라봤다.

능연도 몹시 놀라서 주 선생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고개를 돌렸는데, 주 선생은 벌써 벽에 기대 기절한 듯 곯아떨어져 있었다.

“주 선생님 재미있게 잔다.”

“저 자리가 딱 파여서 자기 좋을 거야.”

“주 선생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처치실에서 숨어서 자다가 몇 번 걸린 다음에 다른 곳에서 잔다더라.”

속닥속닥 주 선생 이야기를 하던 간호사 중 하나가 용기를 내서 능연을 바라봤다.

“능 선생님, 조금 쉬시지 그래요? 이제 당직 선생님도 많은데.”

“그래요. 그럼 저 당직실에 가 있을게요. 일 있으면 불러 주세요.”

피곤하진 않지만, 깁스 몇 개 하려고 몇 시간 버티는 건 아닌 거 같아서 능연도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마세요, 능 선생님.”

“선생님 잠시만요! 새 시트랑 베개 커버 드릴게요.”

간호사 몇이 재빨리 능연을 따라갔고, 잠시 후 더 많은 간호사가 합류해 능연을 위해 삼선 당직실 하나를 깨끗하게 정리해 놓았다.

주 선생은 여전히 움푹 파인 벽 홈에서 몸을 말고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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