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화 성립 병원.
비쩍 마른 의사가 스트레처 카 위에서 중얼중얼하며 심폐소생을 하고 있었다.
성립 응급과 부주임 제진해가 엠부(*인공 호흡용 구낭형 도구)로 직접 환자 인공호흡을 했다. 한 세트 흉부 압박이 끝나자 제진해가 설득하는 듯 입을 열었다.
“위 선생, 35분이야.”
“조금만 더요. 절 믿으세요. 미국에서 50분도 했습니다. 50분까지는 해볼게요.”
헉헉대면서 심폐소생을 하는 건 바로 위가우였다. 존스 홉킨스 대학 우등생인 그는 여러 가지 내시경을 사용하면서 심장외과에 공을 꽤 세웠다.
올해 상해에서 가장 유명한 젊은 의사인 그는 이번에 도장 깨기라도 할 기세로 운화를 찾았다.
위가우의 스승인 적무재는 딱히 말릴 생각은 없는 듯 팔짱을 끼고 한쪽에 서 있었다. 적무재야 말로 심장외과 대 능력자였고, 위가우의 도장 깨기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이었다.
그들은 어제 막 운화에 도착해서 아직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노하진의 공사 현장 사고를 맞닥뜨렸다. 적무재는 바로 위가우를 데리고 구조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팀을 꾸려서 성립 응급의학과에 진을 차렸다.
위가우는 아무렇지 않게 수술 두 건을 펼치며 현장 의료진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세 번째 환자를 맞았을 때 의외의 사건이 생겼다. 환자가 심근경색이 와서 성립 의료진이 모두 포기한 것이다. 그러나 위가우는 쉽게 포기할 사람이 아니었다.
“기관지 절개 준비.”
위가우는 흉부 압박을 계속하면서 명령을 내렸다.
“호흡기도 필요한가?”
제진해가 뜻을 바로 알아차리고 묻자 위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난 준비 됐네.”
제진해가 장갑을 바꿔 끼고 메스를 잡자 위가우가 손을 놓고 허리를 곧추세워 제진해의 기관지 절개술을 지켜봤다.
“이제 제가 할게요.”
팀에서 초짜 의사가 나와 지칠 대로 지친 위가우와 교대했다.
그렇게 한 사람, 또 한 사람. 계속해서 교대하며 심폐소생을 시도했지만 결국 기적은 없었다.
“사망 시각, 19시 22분.”
위가우가 벽에 걸린 큰 시계를 바라보며 맥 빠진 듯 사망 선고했다.
“괜찮아. 장시간 CPR은 원래 성공률이 낮아. 자, 가서 좀 쉬게. 저녁에 다시 나오자고. 국내는 CPR이 이제 활성화 되어서, 우리한테 기회는 많아.”
적무재가 제자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하자, 위가우는 예술가스러운 장발을 넘기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위가우에게 예술가의 우울함이 넘쳤다.
능연은 새벽 4시 반까지 자다가 알람 소리에 깨어났다.
잠에서 깨자마자 복도에서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당직실은 대부분 문을 열어놓고, 커튼이 있는 곳도 있고 커튼조차 없는 곳도 있어서 옷 입은 채로 맨발로 자는 의사들이 가끔 양말로 얼굴을 가리고 자는 것도 다 보였다.
여원은 구석에 있는 일선 휴게실 문 앞 2층 침대 아래 침대에서 반은 이불 속에 반은 베개에 걸쳐서 자고 있었고, 검은 머리카락이 불빛에 노랗게 보이니 옷 입은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주인 침대에서 자는 것처럼 보였다.
안으로 들어간 능연은 발로 아래 침대를 차면서 손으로 윗 침대를 두드렸다.
“회진 시간입니다.”
“오늘 족발 안 팔래.”
위 침대에 있던 연문빈이 돌아누우며 웅얼거리자 능연이 눈을 흘기면서 다시 한번 회진 시간이라고 말했다.
“아, 이런 꿈 싫어. 다른 꿈 꿀래.”
연문빈이 단호한 태도로 잠꼬대를 했다. 능연은 발로 여원의 침대를 차며 목소리를 높였다.
“회진 가자!”
“아니야! 난 저장병 없어! 다람쥐도 아니고! 영장 없이는 내 소장품 볼 생각하지 마! 꿈도 꾸지 마!”
여원이 손등으로 입가에 흘린 침을 닦았다. 능연은 인상을 구기며 바로 돌아서 전화를 걸었다.
2분 후, 연문빈과 여원이 복도 끝에 나타났다. 그 와중에 여원은 세수도 하고 화장도 하고 립스틱까지 발랐다.
“회진 갑시다.”
“지금?”
시간을 본 여원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능 선생, 아무리 너라도 지금 회진가면 욕먹는다.”
“사과하고, 예의 갖춰서, 공손하게.”
“아······. 그래, 통할 것도 같다. 니 생각은 아니지?”
여원이 실눈을 뜨고 능연을 바라봤다.
“곽 주임님 메시지요.”
“드디어 환자가 일러바쳤구나.”
능연이 핸드폰을 흔들면서 하는 말에 여원이 중얼거렸다.
“예?”
“응? 응? 뭐가?”
여원은 말을 잘못한 것 같아서 당황했다.
“곽 주임님도 한때 너무 바빠서 새벽 두세 시에 회진 돌았대요. 그래서 경험자라고.”
“아, 그렇구나.”
여원이 크게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
“그렇군! 아, 좌 선생님은?”
“너무 힘들어 보여서 좀 더 자게 뒀어요.”
덩달아 고개를 끄덕이던 연문빈의 말에 능연은 간단히 대답하고 먼저 병실 구역으로 향했고, 여원과 연문빈이 서로의 얼굴을 보다가 바로 뒤따랐다.
“왜 좌 선생님은 더 자게 두냐?”
“우리 둘 나이 더한 거보다 늙어서?”
연문빈이 속닥거리며 묻는 말에 여원도 비슷하게 속닥거리며 대답했다.
“저러다 심근경색 올까 봐, 능연이 눈치채고 그런 거 아냐? 신체 진찰을 해봤다던가.”
“그럴지도.”
연문빈이 농담으로 하는 말에 여원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급센터 병원 구역은 환자와 보호자로 가득했다. 환자와 보호자가 격리된 ICU와 달리 응급센터 일반 병실 구역의 환자 곁엔 항상 보호자가 있었다. 침대가 꽉 차고 가족이 많을 땐 병실 온도까지 올라가는 것 같았다.
중앙 제어 시스템만으로는 환기도 어려웠다.
“죄송합니다. 회진 시간입니다. 좀 어떠세요?”
여원이 나지막이 환자를 깨우고 바로 미안한 듯 웃어 보였다.
“팔 좀 올려 보시겠어요? 심장 소리 좀 들어볼게요.”
새벽 4시에 잠에서 깬 환자는 넋이 나간 모습이었고, 도적 떼 바라보듯 여원 일행을 바라봤다. 능연은 여원과 연문빈 등 뒤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고 회진을 돌았다.
돌발 상황이 있었지만, 병원 일상 업무는 변함없이 진행됐다. 회진도 그중 하나였고. 이게 병원과 다른 직장의 다른 점 중 하나이다. 바쁠 때는 특정 업무에 집중하는 분야도 있지만, 병원은 바쁜 일로 일상 업무를 소홀히 했다가는 살인적인 사망률을 불러오게 된다.
외과도 수술이 끝났다고 만사 땡이 아니었고 무수한 후속 업무가 기다렸다. 간단히 말하면 의사는 할 일이 끝이 없었다. 열 명의 의사가 환자 하나를 상대해도 밤을 새울 수 있고, 한 명의 의사가 환자 열을 상대해도 밤을 새울 수 있는 법이었다.
“안녕하세요······.”
“죄송······ 합니다.”
“실례······ 합니다.”
“죄송하지만······.”
능 팀 의사는 회진하면서 최대한 말조심하면서 겨우 큰 불만 없이 마무리했다.
방사형 병실 구역의 회진을 거의 마치고 마지막 구역으로 갔을 때, 능 팀 앞에 한 무리 의사가 나타났다.
“능 선생, 회진하러 왔구만?”
두 부주임이 온화한 선배답게 웃는 얼굴로 능연과 인사를 나눴다.
“예, 거의 끝났습니다.”
“응? 몇 시에 나왔길래.”
“4시요.”
“아, 우린 3시 반. 우리가 동작이 좀 늦었나 보네. 그래도 우리도 이제 끝났어. 능 선생 수고하게.”
두 부주임은 하하 웃으며 어딘가 뿌듯한 듯 손을 털었고, 등 뒤에 좀비처럼 팔다리를 흔들며 병실 안에서 걸어 나오는 의사가 보였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환자의 병세가 악화한 줄 알았으리라.
“저희도 끝났습니다.”
여원이 지기 싫다는 듯 말하자 두 부주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 그럼 잘됐네. 같이 밥이나 먹자. 광동식 메뉴 주문했거든. 소갈비 찜도 있어. 완자도 있고.”
좀비 같던 의사들은 두 부주임이 입에 올린 단어에 무슨 유혹적인 냄새라도 맡은 것처럼 고개를 들고 꼿꼿이 목을 세웠다. 새벽에 일어나 바삐 움직였으니, 누구라도 맛있는 아침을 먹고 싶으리라.
“그럼 제가 족발 덮밥을 가져가면 되겠네요.”
연문빈이 입술을 핥으며 하는 말에 두 주임팀 의사들 얼굴이 활짝 폈다.
“잠시만요.”
같은 하얀 겉옷을 입고 높은 모자를 쓴 세 남자가 사람들 앞에 와서 섰다. 그들 뒤에 하이힐을 신고 원피스를 입은 전칠이 나타났다. 치맛자락이 딱 발등을 덮으면서 움직임에 지장을 주지 않는 걸 보니 전칠 키에 딱 맞춰 제작된 옷 같았다.
“능 선생님. 마침 운화를 지나다가, 특색 음식 좀 보내드리려고 왔어요. 아직 아침 전이죠?”
전칠은 다른 의사들을 향해 사회 기대에 부응하는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살짝 긴장한 얼굴로 능연을 바라봤다.
“다른 건 다 식당에 가져다 놨어요. 너무 배고플까 봐 먼저 마실 걸 좀 가지고 왔네요.”
그의 말에 정중앙에 있던 셰프가 한 손으로 음식 카트를 덮은 식탁보를 펼쳤다.
얼음물, 뜨거운 물, 찬 우유, 뜨거운 우유, 오렌지 주스, 사과 주스, 포도 주스······ 등이 두 줄로 나란히 서 있었고, 투명한 크리스털 컵도 있고 심지어 맨 뒤에 브랜디도 한 병 있었다.
좀비 같던 의사들이 입술을 핥으며 갈망하는 눈빛을 빛냈다.
“선생님들한테 물이랑 주스 좀 따라 드려요.”
전칠이 호탕하게 어서 드시라는 포즈를 취하자 셰프들이 다급하게 컵에 음료를 따랐다. 능연은 따듯한 물 한잔을 받아 손에 쥐었다. 마시기 딱 좋은 온도였다.
“휴가 가려고요.”
“어디로요?”
“타히티요. 물고기랑 수영할 수 있어요!”
전칠이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