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295화 (276/877)

다음 날, 적 원사는 아침 9시도 안 된 시간에 위가우를 끌고 운화병원으로 와 바로 ICU로 달려갔다.

“어제 장시간 CPR 환자 지금 어디 있나?”

적 원사는 감출 것도 없다는 듯 ICU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물었다. 어차피 병원에 들어선 순간 그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바로 윗선에 보고될 것이고, 그런 일 처리 방식에 익숙한 적 원사는 차라리 당당하게 굴었다.

독립된 작은 진료과인 운화병원 ICU 당직 의사는 고분고분 환자의 위치를 가리킬 수밖에 없었다. 적 원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도 없이 위가우를 데리고 그쪽으로 향했다.

그가 뭐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위가우는 고개를 숙여 환자의 소변팩을 살폈다.

“맑습니다.”

위가우는 생각을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적 원사가 눈썹을 꿈틀거리고는 고개를 숙여 환자의 소변팩을 확인했고, 위가우의 말대로 맑은 소변이 보였다.

“80%는 살아나겠군.”

유심히 소변팩을 살핀 적 원사는 대담하게 판단을 내린 후 고개를 돌려 능연을 찾았다.

“능 선생은 아침 일찍 회진 돌고 바로 수술하러 갔습니다.”

ICU 의사의 말에 시계를 내려다본 적 원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서둘러 왔는데, 더 일찍 왔다고?

“얼마나 일찍?”

“5시 반쯤요?”

ICU 의사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자 적 원사는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물었다.

“뭐라고 하던가.”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어떻게 케어하라고 말도 안 했다고?”

“네.”

거기까지 대답한 ICU는 갑자기 오기가 발동했다.

“적 원사님. 저희 중환자실은 환자 케어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능 선생이 지시를 내리든 아니든, 저희가 알아서······.”

“그런 얘긴 자네가 주임이 되고 나서 하게.”

적 원사는 단 한마디로 초짜 의사를 묵사발로 만들어 정신이 퍼뜩 들게 했다.

부주임, 주임 그리고 진료과 과 주임 노선으로 승진할 수 있는 ICU 주치의는 대단한 의사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승진 평가라는 게 결국은 누군가 평가를 하는 것이고, 평가하는 사람은 보통 적 원사 같은······ 하급 위원이다.

하찮은 ICU 주치의는 원사의 권위에 도전할 엄두를 못 내고 어깨를 움츠렸다.

“의국으로 가보세.”

적 원사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 ICU 안으로 들어가 환자의 차트를 손에 들고 유심히 살폈다. 장시간 심폐소생 같은 케이스는 마주치기 힘든 케이스였다.

성공률이 1% 혹은 그것보다 더 낮은 건 둘째치고, 장시간 에너지와 시간을 투자해서 심폐소생을 해낼 의사가 있다고 해도 병원에 그럴 환자가 있느냐는 게 문제였다.

“자네도 한 번 보게.”

적 원사는 차트를 위가우에게 넘기면서 환자를 힐끔 봤다.

“지금 상태에 이 정도 데이터면 괜찮은 걸세.”

“전자 차트로 보겠습니다.”

위가우가 그렇게 말해도 적 원사는 차트를 그에게 밀어주었다.

“전자 차트 믿지 말고. 가끔은 손으로 기록한 걸 전자 차트에 입력하지 않는 일도 있다네.”

위가우가 멈칫하더니 종이 차트를 받아들고 읽기 시작했다. 몇 페이지나 되는 차트를 다 읽어 본 위가우가 의아한 얼굴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특별히 더 기록된 건 없는데요?”

“응, 이 차트엔 없네.”

적 원사의 태연한 말에 위가우는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종이 차트를 내려놓았다. 조금 세게 내려놓아서 탁 소리가 울릴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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