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원은 환자와 동시에 처치실에 도착했다.
초음파 사진을 받은 능연은 우선 자세히 살펴본 다음 여원에게 건넸다.
“동심원이 있네요. 심하진 않아요. 가서 관장기 준비하세요.”
능연의 치료팀에서 관장기를 사용해본 사람은 여원뿐이라서 능연은 우선 여원에게 맡기고 옆에서 지켜봤다.
태블릿에서 바로 초음파 사진을 확인한 여원도 고개를 끄덕였다.
“보호자는?”
“여기 있습니다. 여기요.”
근처에 있던 아이 아빠가 초조하고 후회스러운 마음으로 연달아 대답했다. 아이랑 장난치다가 아이가 아프게 됐으니 걱정과 자책 때문에 손에 땀이 줄줄 흘렀고, 손을 닦은 바지까지 축축했다.
“혼자 오셨어요? 다른 분은요?”
“애 엄마 곧 올 겁니다.”
여원이 묻는 말에 아이 아빠가 더욱 걱정스러운 듯 대답했다.
“네. 공기 관장기는 X-ray 밑에서 사용합니다. 이제 방사선과로 가야 하니까, 바로 그쪽으로 오시라고 하세요.”
방사선이란 소리를 들은 아이 아빠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꼭 X-ray 써야 합니까?”
“장중첩증은 두 가지 해결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공기 관장이고 또 하나는 수술이에요. 시간 너무 끌면 수술밖에 답 없어요.”
치프 레지던트 생활을 하는 동안 여원의 말도 거칠어졌다. 작은 동물이 거칠어지면 더 무섭다고, 아이까지 울기 시작하자 아버지는 허둥지둥 난리가 났다.
“어서 가시죠. 기기 준비 끝났을 겁니다.”
능연이 턱을 치켜들며 앞장섰다.
잠시 후, 아이 엄마도 미친 듯이 달려왔다.
“장중첩은 24시간 이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질환입니다. 다행히 제때 병원에 오셔서 수술이 필요한 정도는 아닙니다. 그러니 치료하기 좋은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지금 바로 치료를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동의서를 이미 준비해둔 여원은 아이 엄마의 두렵고, 속상하고 걱정하는 표정을 보고 바로 말했다.
“그럼 이제 뭘 하면 되죠?”
아이 엄마가 사망이라는 소리에 겁에 질려서 남편을 때리던 동작을 멈추고 벌벌 떨면서 물었다.
“아이 잡고 계세요. 마취하면 안 좋아서 안 하는 거니까, 잘 잡고 계셔야 해요.”
잠시 후, 세 살짜리 아이가 조작대 위에 올랐고 여원은 긴 플라스틱 파이프를 들고 바로 아이의 항문에 꽂았다. 아이가 울기 시작하자 부모가 안간힘을 쓰며 아이를 잡았다.
“됐습니다.”
여원은 최단 시간에 관장을 마치고 플라스틱 파이프를 당겨 대변을 뽑아냈다.
관장기를 그렇게 쓰는 건지 알고는 있었는데, 역시 직접 보는 건 중요하다는 생각에 능연은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8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이면 안 됩니다.”
여원은 참‘변(便)’을 처리하며 침착하게 어드바이스를 내렸고 아이 엄마가 연신 허리를 굽히며 도우려고 나섰다.
“능 선생님, 감사합니다.”
기다리는 동안 장중첩을 검색해 보고 두려움에 빠졌었던 아이 아빠가 아이를 품에 안고 토닥토닥 두드리며 말했다.
“선생님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아닙니다.”
아이의 편안한 표정을 보며 기분 좋아진 능연이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소아과 환자는 완전히 회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 바로 소아과의 장점이었다. 종양과나 각종 흉부외과, 일반 외과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능연.”
주 선생이 밖에서 어슬렁어슬렁 들어와 능연을 불렀다.
“주 선생님?”
“어. 마침 보이길래. 전화 한 통 받았는데, 교통사고래. 간 손상인 거 같더라고. 함 볼래?”
주 선생은 정말로 지나가던 사람처럼 뒷짐을 진 채 허리를 세우고 있었다.
“좋죠. 안 그래도 간 절제 하고 싶었는데.”
“그러니까. 그럴 거 같더라고.”
주 선생이 광대를 끌어 올리며 능연을 끌고 갔다.
“소아과 응급?”
“네.”
“뭐 잘랐냐?”
“암것도요.”
“암것도? 그런데 왜 몰려 있었어?”
“장중첩이요.”
“장중첩이면 장 자른 거 아냐? 왜? 일반 외과에 뺏겼냐?”
“일찍 발견해서 관장으로 끝냈습니다.”
“기운 빠지겠네.”
뒤에 있던 꼬마 환자의 엄마가 아이를 단단히 끌어안고는 달달 떨면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의사들 너무 무섭다.”
“그러게······.”
마찬가지로 등덜미가 오싹해서 하는 남편의 말에 꼬마 환자의 엄마는 정신이 확 들어서 원망하는 마음이 되살아나서 남편의 옆구리를 있는 힘껏 꼬집으며 이를 갈았다.
“한 번만 더 애 다리 잡고 돌려 봐. 내가 당신 그거 뽑고, 눈알을 파 버릴 거니까. 혓바닥이랑 장도 뽑아서 활시위를 만들어서 그거랑 눈알, 심장, 비장 하나씩 다 날려버릴 거야. 알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