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다리 봉합도 끝났나요?”
능연이 나가려는 걸 본 이효녕이 고함쳤다. 생명과 연관된 부분이 해결되니 당연히 다른 쪽 문제도 떠오른 것이다. 몸에 장애가 남진 않을지, 후유증은 없을지, 아프진 않을지, 흉터가 남지는 않을지.
“끝났습니다.”
문을 밟고 나가면서 능연이 하는 말에 이효녕이 고개를 빼고 보니 과연 다리 쪽 찢어진 상처도 잘 봉합되어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쉽게 이름을 잊어버리는 레지던트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이효녕을 바라보고 있었다.
능 보스가 관심 없는 털 난 다리 마무리 봉합은 원래 퍼스트 어시의 몫이었지만, 주 선생은 털이 난 다리든 매끈한 다리든 관심 없어 보이니 그 일을 할 수 있는 행운은 세컨드 어시의 것이었다.
사실 폐복까지도 능연은 세컨드 어시에게 넘겼고, 주 선생은 옆에서 지도만 할 생각이었다.
하얗게 질렸던 이효녕의 얼굴에 점점 혈색이 돌아왔고, 젊고 못생긴 세컨드 어시를 아무래도 못 미더운 듯 바라봤다.
“배는 내가 닫을게요! 손 씻고 올 때까지 기다려요!”
“자네 마지막으로 한 게 언젠가.”
황 교수가 다급하게 이효녕을 잡았다.
“4, 4년 전이던가······.”
“내가 하지.”
황 교수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고개를 돌려 도 주임을 바라봤다.
“이왕 온 거, 내가 해도 되겠지?”
“아······.”
도 주임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 레지던트를 향해 말했다.
“황 교수는 한의대 외상 전문가고, 환자가 황 교수 동료 남편이라네.”
주 선생과 레지던트 모두 황 교수의 수술 참여를 묵인하며 짧게 대답했다.
황 교수는 재빨리 손을 씻으러 갔다가 수술 장갑을 끼고 수술실로 돌아와서 폐복을 시작했다.
“황 교수님, 마지막에 언제 하셨습니까?”
황 교수의 손놀림을 본 주 선생이 갑자기 생각 난 듯 물었다.
“흠, 잘 기억이 안 나네만.”
“교수님도 4년은 되시지 않으셨나요?”
“그런 것 같네······. 그래도 외상 봉합은 자주 한다네. 폐복쯤이야 일도 아니지.”
황 교수는 환자의 뱃가죽을 내려다보며 과제를 복습하는 대학생 같은 표정을 지었다.
“황 교수님, 제가 할까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 주 선생은 이미 집도의 자리로 가서 섰고, 황 교수도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났다.
주 선생은 자신만만하게 폐복을 시작했다.
“자네, 주치의 아닌가? 운화병원은 주치의도 폐복하나?”
주 선생의 손놀림을 지켜보던 황 교수도 뭔가 떠오르는 듯 물었다.
“그럴 리가요. 주치의가 그럴 시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지난번에 했던 게, 추석이던가?”
“올해?”
“작년일걸요?”
주 선생이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그 모습에 황 교수는 뭐라고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본인은 주 선생보다 훨씬 전에 했던지라 도무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때 집도의 자리에서 쫓겨난 레지던트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저는 지난주에 했습니다. 지지난 주도, 지지지난 주도 했습니다.”
이효녕은 수술방에 가득한 못 미더운 의사들을 바라보며 온몸에 힘이 쭉 빠져서 울고 싶다가, 웃음이 나올 것 같다가, 다시 울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