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308화 (289/877)

-환자의 진심 어린 감사

능연은 병실 두세 칸에 한두 개씩 진심 어린 감사 보물상자를 받았다.

최근엔 간 절제 수술을 많이 했고, 진심 어린 감사 보물상자 획득 확률이 크게 늘었다. 능연은 환자가 그만큼 오랜 시간 질환에 시달려와서 그런 것이 아닐까 추측했다.

단지 이식이나 아킬레스건 보건술 같은 환자는 기본적으로 사고로 발생하니 말이다. 사고로 다친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다쳤다는 걸 인식하기도 전에 수술을 받곤 한다. 수술이 끝나고 신체가 회복되어 기능이 대부분 돌아오면 다쳤다는 현실에 대한 인식이 더 부족해진다. 그러니 오랜 시간 질환을 앓던 사람에 비해 마음속에서 우러난 ‘진심 어린 감사’가 적을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병에 시달린 사람들은 대부분 긴 시간 동안 끊임없이 증상을 반복하며 이어왔다. 그래서 소 사장만큼은 아니지만, 자신의 병세에 대해 상당히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순조롭게 수술을 마치고 환자들에게 좋은 결과를 안겨 준 능연은 당연히 쉽게 진심 어린 감사를 얻었다.

그러나 추측은 추측이고, 지금 능연은 스태미너 포션이 필요하지 않았다. 최근 한 달 사이 스태미너 포션을 80여 병 모아서 총 계 625병이 되었다. 그것도 요즘 꽤 소비해서 10병이나 사용한 결과였다.

그 외에 해부 경험도 7박스 나와서, 능연의 복부 해부 경험은 100회에서 170회로 늘었고, 하지 해부 경험 4 박스로 하지 해부 경험은 50회에서 90회로 늘었다.

그리고 족부 해부 경험은 2박스밖에 안 나와서, 총 700회에서 900회로 늘었다.

이런 해부 경험을 획득한 것이 능연으로서는 가장 직접적인 추진력이 되었다. 특히 최근에 간 절제술을 많이 하다 보니, 복부 해부 능력으로 그의 수술 실력이 눈에 띄게 올라갔다.

문정맥, 간동맥, 담관, 변화무쌍한 미상엽(尾狀葉: lobus caudatus), 좌내엽, 우전엽을 더 많이 볼수록 간 절제 수술이 더 여유로워진다.

응급센터 병실 구역을 한 바퀴 돈 능연은 손가락을 까딱이자, 다들 각자 할 일을 찾아 떠났고, 좌자전만 그를 따라 ICU로 향했다.

중환자실 주치의 석백청은 능연을 보자마자 쓴웃음을 지으며 그를 맞았다.

“아이고, 능 선생. 또 우리 ICU에 회진 오셨어?”

“우리가 노동력 제공하러 온 거 아닙니까.”

좌자전이 하하 웃으며 하는 말에 석백청도 웃었다.

운화병원 ICU는 독립 진료과였다. 그래서 ICU의 권력이 컸다. 그들은 연합 협진, 진료과 협진, 응급 협진을 요구할 수 있는 데다가 다른 진료과에서 들어오는 환자도 모두 그들의 환자가 된다.

그래서 사실 능연이 수술한 환자라고 해도 이젠 ICU 환자가 된 것이라 능연이 ICU 회진을 할 수 없다. 그러나 능연에게는 ICU 케어가 아닌 본인 생각과 처리 방안이 있었고, 이럴 때는 ICU 의사도 제도보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일 처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본인 진료과에서 회진을 마친 능연이 ICU도 한 번 둘러보겠다고 하면 ICU 선생도 막을 수는 없지만, 능연의 말을 따르지 않아도, 상대하지 않아도, 혹은 말로 비꼬아도 상관없었다.

그는 곽종군의 명성을 잘 알았다. 응급의학과 과 주임이 ICU로 와서 고함치는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더 예전으로 가면, ICU 주임들이 주치의였던 시절에 곽종군에게 손자 취급받으며 혼났었다. 나중에 직위에 변동에 있은 다음에도 곽 할배의 간섭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역시 모를 일이었다.

한편으로, ‘진료과의 명예’처럼 있는 것도 같고 없는 것도 같은 그런 걸 버리면, 능연이 와서 둘러보는 것도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다른 진료과 의사들도 습관 되면 안 되니까 능연이 둘러보는 그걸 ‘회진’이라는 단어를 쓰는 건 안 되지만, 말 많은 다른 의사에 비해 능연은 간단명료한 데다가 늘 핵심을 콕 집어주니 싫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가 수술한 환자는 예후도 매우 좋았다. 그 점은 석백청이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가끔 한가해져서 간담췌외과 의사가 한 간 절제 수술 환자, 그리고 능연이 한 간 절제 수술 환자를 볼 때, 석백청은 저도 모르게 철학 문제를 떠올린다.

인간의 생명이란, 얼마나 나약한 것이란 말인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요인에 좌우된단 말인가.

“5번, 이제 일반 병실로 가도 되죠?”

능연이 한 침대 곁에 서서 갑자기 묻는 말에 석백청이 바쁘게 움직이다가 한숨을 쉬었다. 일할 때 누가 말 거는 게 제일 싫었다. ICU 선생이 얼마나 바쁘냐 말이다. 다른 진료과는 하루에 두 번 회진하는 것도 많다고 아우성인데, ICU 의사들은 거의 모든 순간 회진을 하는 셈이다.

물론, ICU 환자는 대부분 말을 못 하니 대화는 다른 의료진하고만 하지만.

“그건 우리 주임님이 결정하실 문제라고 내가 이야기했던 거 같은데?”

“그렇긴 한데, 일반 병실로 가도 될 거 같아서요.”

능연은 싸울 생각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석백청이 할 수 없이 힐끔 보니 지수가 역시나 내려와 있었다. 그는 노트에 몰래 기록하고는 좌자전을 바라봤다.

“주임님이 안 계셔서 다행이지, 이렇게 월권한 걸 들으셨다면 다음엔 이렇게 쉽게 못 들어와요.”

“우리 능 선생 성격 급한 거 알잖아.”

좌자전이 헤헤 웃으며 마스크 사이로 하는 말이 약간 교활하게 들렸다. 석백천은 자기가 잘못 들은 건지 아닌지, 생각할 기력도 없었다.

의사라는 직업은 많은 일과 사람으로 갈등이 생긴다. 평범한 의사의 메인 업무는 기본적으로 그런 갈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사람의 목숨을 결정할 수 있는 의사들은 메인 업무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5번 베드 환자가 일반 병실로 가느냐 마느냐 같은 일로 바보 의사 둘이 싸운다면 분명 ICU 의사가 이기겠지만, 그 상대가 능연이라면······.

석백청이 기억하기로는 처음엔 계속 싸움 걸던 간담췌외과 의사들도 최근에는 능연이 ICU에 나타나면 최대한 나타나지도 않았다.

석백청 생각에 간담췌외과 의사들이 수술을 뺏겨도 절대로 원망하지 않은 건, 그들에게 무슨 대단한 고상한 절개가 있어서는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석백청은 자신의 주임, 그러니까 ICU 주임이 자주 능연이 했던 장시간 CPR를 거론하고 예로 들지만, 본인이 직접 능연 앞에 나타나는 건 지극히 드물다는 걸 가장 인상 깊게 생각했다.

어쩌면 능연이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도 모른다. 고개를 들어 능연을 바라본 석백청은 자신의 추측이 그럴싸하다고 생각했다.

띠띠띠.

3번 베드의 모니터링 기기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났다. 휙 고개를 돌려 바라본 석백청이 곧바로 달려갔다.

“제세동!”

석백청은 그렇게 말하면서 환자의 흉부를 주먹으로 내려쳤다. 심폐소생은 ICU의 필수수업 항목이었고, 거의 며칠에 한 번씩 몇 건은 일어난다.

석백청은 침대 위로 올라가 ‘1001, 1002’하고 흉부 압박을 시작했다. 병원 내 심폐소생 성공 확률은 병원 밖보다 훨씬 높았고, 석백청은 한 세트 30번 심폐소생을 진행하고 세동 제거를 한 후, 환자의 의식을 돌려냈다.

그때 석백청은 무심결에 고개를 돌려 능연을 봤고, 능연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석백청의 머릿속에 순간 자부심이 가득해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