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310화 (291/877)

황 교수는 능연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노인이라 사이버트론이니 M78 성운이니 이런 건 전혀 모를뿐더러 세대 차이만 느끼고 마음이 불편해졌다.

아는 간담췌외과 의사를 통틀어 능연의 실력이 제일 좋은 게 아니었다면, 황 교수는 생각을 바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술엔 거짓이 없었다. 특히 사람 몸에 칼을 대는 일인데, 능연의 수술을 본 이후로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전에 알던 주임급 의사에게 맡길 수 없었다.

어떤 면에서는, 황 교수는 능연의 빠른 성장을 지켜봐 온 것이다. 능연이 긴급 간 절제술을 하는 것을 봤고, 간 담관 결석, 간관 농양과 다발 종양을 제거하는 것도 봤고, 능연이 수술한 같은 증상의 환자들이 남보다 빠른 속도로 ICU에서 나와서 퇴원하는 것도 봤다.

가장 중요한 건 살아서 나갔다는 점이었다.

가끔 돈 봉투를 받고, 제약회사 직원에게 돈을 가져다 쓰고, 수시로 부수입을 얻고, 윗사람에게 아부 떨고, 양심에 위배 되는 소리도 하고, 몰래 욕도 하고, 대놓고 야한 얘기도 하지만, 양심을 챙겨야 할 때는 챙기는 황 교수가 능연 같은 의사를 볼 때 해줄 수 있는 평가는 단 한마디였다.

시발, 존나 잘났다.

강조를 위해 반드시 욕설 두 마디는 섞어야 했다.

평생 의사 생활한 황 교수는 점점 능연의 외과 기술이 쩔어도 너무 쩐다고 생각했다. 요즘 젊은이는 다 이런가?

어찌 됐든, 황 교수는 자신이 잠시 쉬면서 조절해야 요즘 젊은이의 리듬에 서서히 적응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세대 차이에는 시간이 필요해!

자동차는 고가에 올랐다가 내렸다가, 순환 도로에 올라 고속도로에 진입해서 3, 400km를 달렸다.

처음엔 이야기하기 싫었고, 나중엔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모르던 황 교수는 넋을 놓고 능연의 깊이 잠든 얼굴을 보았다.

오후 6시, 자동차가 어느 요양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잘도 자더군. 교외라 좀 추울 걸세. 감기 걸리지 말고.”

황 교수는 한숨을 쉬며 능연에게 목도리를 건넸다.

“도착했습니까?”

능연은 불을 켜고 목도리를 유심히 살폈고, 그런 그의 행동을 본 황 교수는 그걸 정상이라고 느끼는 자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

두 사람을 마중 온 수트 차림의 직원도 능연이 목도리를 살피고, 메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서서히 걸음을 움직이는 걸 지켜봤다.

“이렇게 멀리 와야 한다고 미리 말 안 해서 미안하네. 이야기하지 말라더라고.”

“괜찮습니다. 시간은 똑같으니까요. 응급센터에 침대도 얼마 없고요.”

황 교수가 해명하는 말에 능연은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응급센터 확장 후, 능연은 신경 써서 침대를 굴리고 있었다. 그는 단지 이식 수술을 줄이는 한편, 아킬레스건 보건술 출장 수술을 늘렸다.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이 필요한 환자는 대다수 프로 선수나 준프로 선수 그리고 아마추어 선수였고, 능연에게 수술받고 싶은 마음도 능력도 있는 사람들이 광범위로 분포되어 있었다. 그래서 운화병원에서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받는 사람은 대부분 외국에서 온 환자 위주였고, 평균 한 주에 한두 명 있었다.

그렇긴 해도, 능연이 간 절제 수술량을 늘린 이후, 운화병원 응급센터 빈 침대량은 미친 듯이 떨어졌다. 그럴 때마다 능연은 출장 수술을 미친 듯이 늘렸다. 다만, 이번엔 정말 멀리 오기는 했다. 그것도 비행기를 탄 것도 아니고.

“황 교수님, 능 선생님. 어르신 안에서 기다리십니다. 지금 바로 갈 거고요, 5분 정도 걸릴 겁니다. 사진 찍지 마시고, 저희가 안내하는 길에서 벗어나지 마십시오.”

직원이 그렇게 말하고는 바로 앞으로 가자, 다른 직원이 앞으로 가시라는 손짓을 하고는 능연과 황 교수가 걸음을 뗀 후에 뒤를 따랐다.

능연과 황 교수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네 명이 거리를 띄우고 길게 늘어서서 걸었다.

“어르신은 창서성 원로 간부시네. 간 질환을 오래 앓았지. 약물치료를 계속했는데, 도저히 안 돼서 이제 수술을 고려하고 있다네.”

황 교수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무슨 병인데요? 정확한 진단 나왔나요?”

“간 내 담관 결석. 좀 심하다네.”

“아, 간담관 결석.”

능연은 별 기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10건 넘게 같은 수술을 해오면서 그런 류의 수술은 이제 상당히 노련해졌다.

황 교수는 그런 능연을 보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한동안 가깝게 지내다 보니, 지금 능연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능연이 수술을 매우 성공적으로 열 몇 건 하는 걸 지켜본 게 아니라면 그를 데리고 올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다른 질환도 많다네. 고혈압, 심장병이 그중에 심하고, 오래된 담관 협착이 염증과 통증을 반복해서 유발하고 있어. 능연, 이번 수술은 매우 중요하다네. 반드시 신경 써야 해.”

“네.”

“꼭, 꼭 신경 해야 하네”

“넵.”

황 교수가 이를 악물고 하는 말에 능연은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몰랐다. 혹은 대답하기도 귀찮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자 황 교수가 헛기침하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능 선생, 그런 태도는 안 돼. 단정해야지.”

능연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사회가 기대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렇게요?”

“웃으라는 소리가 아닐세. 하아, 그러니까, 그······ 우리는 어르신의 병세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런 티를 내야 해. 자네는 모르겠지만, 어르신은 우리 창서성 원로 중의 원로라네. 명절 때마다······.”

“그렇게 중요한데, 왜 교수님한테 단독으로 맡긴 겁니까?”

구구절절 설명하는 황 교수의 말을 듣더니, 능연은 오히려 의문이라는 표정을 지었고, 황 교수는 순간 멍해졌다.

“나 황명우는 당당한 한의대학 교수고,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진단 전문가에 외상 제어에 정통한 사람이네. 한의, 서양 의학 결합에 능통하고 말이야. 겸손 빼고 이야기하면, 국내에서 나보다 한의와 서양 의학에 모두 밝고 유명한 의사는 이제 이 빠진 노인이 됐고, 수준이 그나마 괜찮은 의사도 나하고 비교하면 멀었다네.”

황 교수가 제 코를 가리키며 어딘가 슬픈 말투로 말했다. 능연은 의아한 듯 황 교수를 힐끔 봤다.

“저는 협진이 가장 좋은 진단 방식일 것 같은데요? 교수님 말씀대로라면 유명하고 수준 높은 의사를 여럿 찾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능연의 물음에 황 교수가 다시 한번 말문이 막혔고 한참 만에 다시 입을 열었다.

“자네는 그렇게 생각하는군. 그렇다고 협진을 항상 할 수는 없지 않나.”

“수술해야 하는데, 협진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 간 담관 결석 처리 방안 말하는 겐가? 그건 진작에 나왔지. 반드시 잘라내야 하네. 어르신이 계속 걱정하셔서 이제야 결정을 내린 거지.”

황 교수가 헛웃음 짓자 능연이 다시 ‘네’하고 대답했다.

“이렇게 긴 이야기 끝에 이제 어르신 봬야 하는데, 정말 걱정도 안 되나?”

황 교수가 부럽다는 듯 묻는 말에 능연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어르신이 긴장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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