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은 조금 무섭게 생기고 몸이 조금 뚱뚱했다.
머리는 새하얗게 셌고, 콧등에 살이 두터웠고, 아래턱이 살짝 앞으로 뾰족 나와 고집스러워 보였다.
살이 투실투실한 목, 어깨, 팔뚝과 커다란 배를 유심히 관찰하면서 수술할 때 전동 메스 쓰기 불편하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배는.
전동 메스로 정상인 배를 열 땐 슥슥 그으면 피가 나오기도 전에 복직근까지 열 수 있는데, 뚱뚱한 사람, 특히 기름진 뚱뚱한 사람에게 전동 메스를 쓰려면 저출력은 느려서 안 되고, 고출력은······ 지방이 액화될 수 있어서······.
능연은 어르신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깊은 생각에 잠겼다.
고령, 기초 질환 다수, 긴 병력, 예후에 대한 요구 사항 많음, 거기에 뚱뚱함. 그렇다면 개복부터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능 선생님 수줍음이 많으시군요.”
어르신 옆에 앉은 딸은 능연을 보더니 자기 집안 특유의 엄격함으로 상대를 대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웃으며 말했다.
“능 선생님, 병원에서처럼 하세요. 아버지는 환자고, 저희는 그냥 환자 가족이니까, 선생님은 의사니까,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면 그냥 하세요. 평소처럼요.”
“누님, 그게 무슨 소립니까. 이런 때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인사치레예요. 애초에 우리 집이 평범한 집안입니까? 평범한 집에서 누가 의사를 집으로 부른다고요. 여기 능 선생은 처음 보는 사람이고, 처음 보는 만큼 규정대로 해야죠.”
딸과 달리 곁에 있던 아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황 교수는 능연이 성질을 부릴까 봐 긴장해서 그를 바라봤다. 그러나 능연은 태연하게 미소 지어 보였다. 능연도 환자를 많이 접하면서 이런저런 보호자를 만난 만큼, 별별 사람을 다 겪어 왔다.
매(梅)씨 가문 원로의 아들은 어차피 능연이 자기 말을 반박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며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첫째, 비밀을 지킬 것. 아버지 병세는 좋든 나쁘든, 무슨 약을 썼든 안 썼든, 일체 밖으로 퍼트리면 안 됩니다. 지킬 수 있습니까?”
“있습니다.”
능연이 아들이 하는 말의 어순을 따라 대답하자 아들이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을 잘 하는 것 보니 착실한 의사 같았다.
“둘째, 수시로 커뮤니케이션할 것. 무슨 약을 왜 쓰는지, 모두 우리에게 알려야 합니다. 승진 같은 것 할 생각에 몰래 쓸데없는 시도를 하지 말 것. 우리는 선생을 높이 올려놓을 수도, 바닥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습니다.”
“네.”
“셋째, 필요한 게 있으면 터놓고 요구하되, 우리 매 씨 집안을 이용할 생각 말 것. 지킬 수 있습니까?”
“있습니다.”
매가 아들이 손가락 세 개를 치켜들고 하는 말에 능연은 변함없이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그에게는 모두 아무것도 아닌 문제들이었다. 능연을 잠시 주시하던 어르신의 아들이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아버지 한 번, 능연 한 번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것만 지키고 병을 잘 치료하면 능 선생한테는 좋은 일만 있을 겁니다.”
매가의 큰아들이 웃는 걸 본 황 교수는 그제야 한숨 돌리면서 내심 능연이 역시 알 건 안다고 생각했다.
‘음, 이놈이 아까는 일부러 날 화나게 하려고 그랬나?’
황 교수는 저도 모르게 갈등과 의심 속으로 빠져들었다.
“능 선생, 성함이 능연 씨라고 했죠? 저는 매천귀라고 합니다.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하면 됩니다. 긴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아버지 병만 잘 고치면, 원하는 건 다 들어드리죠.”
매가 큰아들이 자부심 넘치는 모습으로 웃으며 말했다.
“원하는 건 뭐든요?”
능연이 의심스러운 듯 매천귀를 바라봤다. 큰소리치는 사람이야 많이 만나봤지만,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러자 매천귀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는 건 뭐든요. 아버지 병만 잘 고치면.”
주인 자리에 앉은 매가 어르신도 매천귀의 말을 전혀 반박하지 않았다.
“환자의 모든 자료를 주십시오.”
마음이 동한 능연이 자료를 요구했다. 자료를 보기 전엔 치료할 수 있다고 단언할 수 없으니까.
매천귀는 멍해졌다가 웃음을 터트리며 황 교수를 바라봤다.
“황 교수, 자네가 데리고 온 의사, 참 재미있구만.”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황 교수의 마음속에 의문은 더욱 커졌다. 능 선생, 정말 어디 문제 있는 거 아닌가.
매가 큰딸의 지휘하에 몇 박스나 되는 자료가 금세 방안으로 들어왔다. 영상의학과 자료만 수백 장이었다.
능연은 하나하나 훑어봤다. 그에겐 전문가급 초음파, 마스터급 MRI (사지), 그랜드마스터급 X-ray 판독능력이 있었다. 다시 말하면 영상의학 자료만으로도 다른 의사가 읽어 낼 수 없는 정보, 판단할 수 없는 병세를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지금 가장 심각한 건 간 내 담관 결석입니다.”
“우리도 다 아는 것 아닙니까. 설마 못 고친다는 말은 아니겠죠?”
“고칠 수 있습니다. 간 부분 절제가 지금으로서는 가장 좋은 해결 방안입니다.”
자료를 읽은 능연이 낸 결론에 미간을 찡그리던 매천귀는 이번엔 말없이 아버지를 바라봤고, 어르신은 퉁퉁한 턱을 살짝 흔들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미 그러기로 했으니, 수술하지.”
“황 교수, 문제없지?”
“능 선생 간 절제 기술은 제가 봐 온 것 중에 최곱니다.”
황 교수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좋습니다. 능 선생, 아버지를 잘 부탁합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지금 말해요. 아까 말했듯이, 원하는 건 뭐든 좋습니다.”
매천귀는 심호흡하며 그렇게 말했고, 매가 큰딸은 변함없이 미소를 지으면서 능연을 바라봤다. 매가는 원래 은혜와 위엄을 중시하는 집안이고 대대로 내려오면서 권모 술수의 핵심이 되었다. 아랫사람도 그렇게 대했고, 의사 역시 그렇게 대했다.
“능 선생, 필요한 게 있거나 무슨 생각이 있으면 지금 말하는 게 제일 좋다네.”
그 은혜와 위엄을 겪은 적 있는 황 교수도 진지한 말투로 능연에게 말했고, 능연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환자의 자료도 봤고, 어르신의 병세에 자신이 생겼는데 상대가 굳이 그렇게 이야기한다면야.
“트랜스포머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머릿속에서 바로 삭제했다. 상대가 정말로 트랜스포머를 내놓을 수 있다면 바로 병을 고쳤겠지. 본인에게 정신 질환은 없다고 확인했었으니까, 다른 사람이 자기를 정신병자라고 생각하게 할 순 없었다.
“ICU가 필요합니다.”
능연이 진지하게 요구했다. 최근 한동안 뼈아프게 깨달은 점이었다. ICU만 있다면, 심폐소생 환자든 간 절제 수술 환자든 자기 회복 방안대로 처리할 수 있었다. 그의 마스터급, 그랜드마스터급 능력이라면 환자의 예후가 분명 더 좋아졌으리라.
능연을 바라보던 매가 3인조의 얼굴에 점점 미소가 사라졌다.
“ICI가 필요하다고?”
“네, ICU란 중환자실이고, 중앙 감호시스템, 호흡기, 혈액투과기 등이 있으며······.”
“ICU가 뭔지는 나도 압니다. 내 말은, ICU가 왜 필요하냐는 거죠. 그걸 승낙한다는 게 어떤······. 됐습니다, 다른 거 말해 봐요.”
매천귀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말하다가 한숨을 쉬었고 능연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실망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안 됩니까? 그럼 시체 100구도 괜찮습니다. 너무 많으면 50구도 되고요.”
해부 경험을 대량으로 얻었지만, 전체 해부 경험은 아직 많이 부족했다. 그리고 연구해보고 싶은 충동도 있었고. 매천귀는 입가를 파르르 떨며 인상을 찌푸렸다.
“누가 시체를 선물로 줍니까. 세상이 그런 일이 어디 있다고, 그런 생각을 다 하다니. 다른 거!”
“그것도 안 됩니까? 그럼······. 운화병원 응급센터에 침상 추가?”
능연은 물러서며 다른 제안을 했다.
“침상 추가는 전체 구조를 건드려야 하지 않은가.”
황 교수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 느낌이 들어 나서서 설명했다. 그래도 속으로는 능연이 그와 직접 상관있는 일을 꺼내지 않아서 마음은 편했다.
매천귀가 전체 구조를 건드리는 말도 안 되는 일을 승낙할 리 없었다. 쉬운 일도 아니고 말이다. 매가 큰딸이 어색함을 깨려고 목소리를 높여 끼어들었다.
“능 선생, 개인적인 요구를 해도 됩니다.”
“지금 제 바람을 말씀드린 겁니다.”
능연이 매우 진지하게 대답했다.
“내 말은······. 듣기로는 아직 레지던트라던데, 직위를 달라던가, 일을 바꿔 달라던가 그런 요구는 없나요? 주치의가 되고 싶지 않아요?”
“아니요.”
“왜요?”
가볍게 고개를 흔들던 능연이 의아한 듯 그를 바라봤다.
“어차피 제가 주치의라서 부른 게 아니지 않습니까?”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라······.”
“하하하하하하.”
딸이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매가 어르신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고,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정중앙에 앉아 있는 투실투실한 노인을 바라봤다.
“특별한 사람이 특별한 일을 하는 거지. 능 선생, 잘 부탁하네.”
어르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능연하고 가볍게 악수하고 우아하게 몸을 돌리고는 여전히 강건하지만 투실투실한 치타처럼 오만한 뒷모습을 보였다.
“신체 진찰하시죠! 누워만 계시면 됩니다.”
“지금?”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에 투실투실한 치타가 멈칫,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네. 카펫에 누우셔도 되고요. 신발하고 겉옷은 벗으셔야 합니다.”
능연은 상대가 거절할 이유를 찾을 새도 없이 착착 일을 진행했다.
무신 시 제1 병원 원장은 부하 두 명을 이끌고 조심스럽게 능연 일행을 모셨다.
무신 제1 병원 원장은 능연을 모르고 황 교수도 모르지만, 선두에 선 안서덕은 만난 적 있었다. 심지어 안서덕의 목적을 어느 정도 짐작하는데, 안서덕이 입에 올리지 않으니 원장도 모르는 척했다.
높은 분 치료하는 게 꼭 좋은 일은 아니었다. 편작과 화타의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 이야기지만, 아직도 끊임없이 재연된다.
안서덕은 조심스럽게 능연을 대접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잘 대해야 한다고 매귀천이 직접 명령한 데다가, 이번 일의 배경을 생각하면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가능만 하다면, 혹시라도 걸어가다가 넘어져 손이라도 다칠까, 능연을 안고 걷고 싶었다.
무신 시 병원 원장님이 대충 수술실과 수술 장비, 그리고 인원 구성을 소개한 후, 안서덕은 한시도 지체 않고 능연에게 물었다.
“능 선생님, 수술실 어떤가요? 쓸 만한가요? 더 필요한 것이나 수정해야 할 부분 있나요?”
“괜찮네요. 꽤 훌륭합니다.”
능연은 칭찬하는 말투로 대답했다.
무신 시는 창서에서 운화 다음 가는 대도시였다. 도시 건설, 재정 면에서 운화보다 조금 떨어지지만, 구역 안에 유명한 관광지가 많고 자연환경이 아름다워서 여러 단체의 요양원이 있다. 그래서 현지에서 가장 좋고 가장 큰 병원인 시 1 병원을 고급 삼갑병원급으로 지었다.
운화의 밀집효과 때문에 무신 시 1 병원의 등급이 계속 올라가지 않아 각 방면에서 운화병원과 성립보다 한 단계 떨어지지만, 하드웨어 조건은 모두 운화병원을 따랐고, 게다가 건설 시기가 더 늦어서 수술실 등 조건은 운화병원보다 나았다.
능연은 요즘 매달 출장 수술을 한두 번 나가고 많을 땐 세 번도 가는데, 모두 하급 병원 수술실에서 진행해서 지금 눈앞의 1 병원 수술실은 상당히 괜찮은 수준으로 느꼈다. 그러나 안서덕은 만족하지 않고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거나, 꽤 훌륭한 정도는 안 됩니다. 최대한 좋아야 합니다. 최고는 될 수 없어도 정상급은 되어야 합니다.”
“무신 시에서 지금 당장 최고의 수술실을 지을 수 없잖습니까. 게다가 정상급이라는 기준은 뭡니까?”
능연이 이상하다는 듯 안서덕을 바라봤다. 능연의 말에 사레가 걸린 안서덕은 그제야 능연의 스타일을 조금 이해했고 켁켁대며 말을 꺼냈다.
“능 선생님, 제 말은요, 수술실이 국내 일류 수준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다른 지역 수술실보다 너무 떨어지면 안 돼요. 최고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적어도 모든 기준이 국내 수술실 평균보다 높아야 합니다.”
“그거라면······. 이 수술실은 이미 그 기준에 들었습니다. 평균을 훌쩍 넘었습니다.”
능연이 수술실을 둘러보며 대답했다.
“아니, 그런 평균이 아니라······. 음, 아니면 차라리 점수를 먹여주시죠.”
“병원 점수를 그런 식으로 먹이는 건 아니죠. 그건 아닙니다.”
황 교수가 다급하게 나와서 막았다. 능연이 한 자릿수라도 주면 그야말로 무신 시 제1 병원의 노여움을 사게 된다. 황 교수는 지뢰 하나 다시 피한 심정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그럼 운화병원 표준으로 하죠. 어떤가요?”
“안 주임님, 병원 수준은 건설 표준으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건축만 따지면 협화병원은 아직 벽돌 건물입니다. 낡았다고요. 그런데도 환자 치료를 얼마나 잘합니까?”
안서덕은 자신이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티 내려고 한마디 헸는데, 이번에도 황 교수가 대답을 가로챘다.
“그래도 좋은 수술실이 나쁜 수술실보다 낫잖습니까. 안 그래요?”
안서덕이 반박할 길이 없는 논점을 꺼내자 황 교수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안서덕이 능연을 바라보니 능연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하면 수술실 수준을 국내 일류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같이 방법을 생각해 봅시다. 가능하면 최고 수준으로요.”
“정말로 최고 수준을 원하신다면 북경으로 가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안서덕의 진지하기 짝이 없는 말에 능연이 의아한 듯 안서덕을 힐끔 보며 말했다. 그 말에 무신 시 1 병원 사람들은 웃음이 터질 것 같아서 다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무신 시는 자연환경이 좋아서 어르신이 좋아하고 머무르고 싶어 해요. 당연하잖습니까.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맙시다. 그 말대로라면 외국이 더 좋게요? 그렇다고 모든 이가 외국으로 치료받으러 갑니까? 무신 시의 수준을 더 올릴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는지만 생각합시다.”
“그러자면 설비를 좀 더 좋은 거로 하면 되겠죠······.”
“능 선생, 어떻게 생각합니까?”
“설비가 더 좋으면 당연히 더 좋겠죠. 그런데 설비를 바꾸려면 성능시험 하느라 시간이 걸립니다.”
“성능시험이요?”
“새 설비는 막 사용할 때 이런저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데이터 세팅도 익숙하지 않을 거고요. 그래서 시간을 들여 성능시험을 해야 합니다.”
“새로운 설비를 채택하면 한동안 돌려봐야 한다는 거네요?”
“기본적으로 그렇지요. 일반적으로 새 설비는 1, 2년 정도 돌려보는 게 좋지요.”
안서덕의 말에 황 교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길어야 1, 2주예요.”
매가에서 보낸 사람 아니랄까 봐, 안서덕이 살짝 포악한 모습을 보였다.
“그럼 차라리 있는 설비를 쓰는 게 낫습니다.”
능연이 입을 삐쭉이며 하는 말에 멈칫하던 안서덕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능 선생이 의사니까, 능 선생 말대로 해야겠지요.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설비 몇 개만 바꾸죠. 성능시험 할 시간이 없다면 운화병원이랑 같은 기계를 쓰고 운화병원 사람을 불러서 성능시험을 하게 하죠.”
자금이나 효율 같은 걸 전혀 고려하지 않은 능연의 대답에 무신 시 1 병원 사람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 봤다.
병원 설비는 사실 따지는 게 많았다. 약품을 포함해서 제조사에서 대리점에 넘기고 대리점이 병원에 입찰해서 납품하게 된다. 병원마다 대리점이 다르고 약품과 설비 레이아웃이 다르다. 병원은 대리점이나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만든 늪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실력 있는 제약회사라도 해고 독점한 약이 아니면 병원에 납품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심하다.
그런데 능연의 말은 무신 시 1 병원의 설비를 운화병원이 쓰는 설비로 채우자는 것이었다. 무신 시 1 병원 사람들이 분명 강렬하게 반대할 만한 일이었다.
능연이 꿍꿍이가 있어서 저렇게 말한다고 생각한 안서덕은 오히려 자신의 힘을 발휘할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럼 운화병원 기계를 쓰도록 하죠!”
안서덕은 단호하게 결정을 내렸다.
“그렇다면 운화병원 사람들도 부르고 싶습니다. 성공률을 높이려면 익숙한 팀이 낫죠.”
“좋아요. 그럼 그렇게 하죠.”
능연과 안서덕의 말에 무신 시 1병원 사람들은 우습기도 하고 화도 났다.
“그럴 바엔 아예 운화병원에 가서 수술하는 게 더 낫겠습니다.”
“400km를 가라고요? 장난하십니까?”
원장은 속으로 그보다 더 멀리 가는 사람도 있는데 400km가 무슨 대수냐 싶었지만, 안서덕은 말이 통할 사람이 아닌 것 같아서 고분고분 사과했다.
“제가 괜한 소리를 했군요.”
“음. 원래 팀도 부른다면 능 선생이 무신 시 1 병원에서 수술 몇 개를 하는 것도 좋겠군요.”
“문제없습니다.”
안서덕이 잠시 생각하다가 하는 말에 능연은 대번 고개를 끄덕였다. 무신 시 1 병원에서 수술하면 당연히 무신 시 1 병원 병상을 쓰는 것이니, 병상이 간당간당한 운화병원 응급센터로서는 더욱 좋은 일이었다.
능연이 흔쾌히 대답하자 안서덕은 일이 순조롭겠다는 생각에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다른 문제 하나 더 있습니다.”
안서덕이 한창 좋아하고 있는데 능연이 다시 한마디 했고, 안서덕이 순간 웃음을 거뒀다.
“문제요?”
“환자가 너무 뚱뚱합니다. 살 빼야 합니다.”
“사, 살이요?”
“네. 적어도 10킬로? 지금 상태론 수술 리스크가 너무 높습니다.”
그렇게 말한 능연이 바로 덧붙였다.
“20킬로면 더 좋고요. 수술 안정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능 선생, 살 빼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아시잖습니까. 그게 가능하면 진작에 뺐겠지요.”
안서덕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고 능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 못 빼면 어쩔 수 없고요. 다만, 비만 환자의 사망률이 높고 예후도 좋지 않습니다. 이건 전해 주세요. 수술 전에 저도 설명할 겁니다.”
뭐라고 반박하려던 안서덕이 바로 침착해졌다. 윗사람의 목숨과 윗사람의 습관, 대체 무엇이 중요한가, 정말로 고민해봐야 할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