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 선생, 좀 쉬지 그래?”
무신 시 1 병원 일반 외과 주임 노영금이 겨우겨우 뜬 눈으로 가끔 어깨에 벽을 부딪치기도 하면서 영혼처럼 능연의 뒤를 따랐다.
스태미너 포션을 세 병이나 마신 능연은 조금 피곤한 상태로 막 잠에서 깨어나 로테이션 돌러 온 연문빈에게서 차트를 넘겨받았다.
“저는 수술 하나 더 하고 차 마시러 가겠습니다. 주임님은 어서 가서 주무세요.”
“능 선생, 그만하고 좀 쉬어요. 정말 안 돼. 벌써 40시간이라고······.”
노영금이 남은 힘을 다 쥐어짜서 능연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38시간입니다. 40시간 되려면 멀었어요.”
능연은 시계를 보지 않고도 정확한 시간을 말했다. 10시간마다 스태미너 포션을 마셨더니 수술도 괜찮게 할 수 있고 효과가 괜찮은 것 같았다.
그러나 노영금은 달랐다. 20시간 밤을 새우고 일을 한 정상인은 기절 직전이 되고 30시간이면 산송장 상태가 된다. 의사가 30시간, 심지어 36시간 밤을 새울 수 있는 건 중간에 몰래 잠을 자기 때문이다. 간헐적으로 몇 시간 자는 것이라도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물론, 너무 바쁠 때는 잠시 눈 붙일 시간이 없는 날도 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생으로 30시간에서 36시간 버티지만, 그런 숫자가 이미 극한이다. 특히 노영금 같은 일반 외과 주임이 몰래 자면서 36시간 버틴 건 이미 옛날 일이다.
능연이 정말로 수술하고, 수술하고, 수술을 하면서 40시간 가까이 수술할지는 정말로 꿈에도 몰랐다.
물론 매체 보도에서 30시간 이상 수술한다는 대단한 의사 소식이야 접하지만, 그만큼 드무니까 신문에 나는 것 아닐까?
이렇게 강제로 30 몇 시간, 40시간 수술을 하는 의사가 몇이나 될지, 노영금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위급 상황도 아니지 않은가? 심지어 능연의 모습은 매우 즐거워 보이기까지 했다.
“능 선생, 자, 저네······. 대체 뭘 먹은 건가?”
노영금도 지금 제정신이 아니었다. 머리가 맑을 때라면, 적어도 잠에서 깨어나 20시간 안이라면 이런 질문을 하지 않았으리라.
수술하고 논문 쓰고 책을 읽고 시험을 보고 식사 자리 술자리에 참석하고 윗사람과 함께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외과 의사 중에 체력을 유지하게 해주는 모종의 약물을 참지 못하고 시도해보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노영금은 능연이 그런 선택을 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며 능연을 바라봤다. 그러자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 정신이 맑은 연문빈이 바로 중간으로 나섰다.
“노 주임님, 제정신이세요? 왜요? 우리 능 선생이 수술을 오래 하는 게 문제가 됩니까? 리더가 이래도 됩니까?”
“내가 무슨 리더라고. 아이고, 나는 정말 못 버티겠네. 능 선생, 급할 거 뭐 있나. 하룻밤 쉬고 내일 다시 수술하자고.”
정신이 든 노영금이 하하 웃으면서 벽을 집고 서 있다가 서서히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그의 임무는 원래 능연과 함께 수술할 때 여러 가지 필요한 것을 챙겨주면서 한편으로 무슨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시중드는 것이었다.
무신 시 1 병원 모두 좋은 생각이라고 여겼는데, 능연이 이렇게까지 수술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바닥에 주저앉기까지 한 노영금을 보며 능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저는 이 환자만 끝내면 바로 쉴게요. 주임님도 쉬세요. 내일은 다른 사람 배정해주시고요.”
“바로 찾아보겠네. 배정되면 자네한테도 알려주지.”
“네. 그럼 저는 수술실로 들어갑니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던 노영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능연은 공손하게 말하고 손을 씻으러 가려고 걸음을 옮기다가 다시 덧붙였다.
“바로 배정해주세요. 내일 아침 전까지는요. 수술 지체되면 안 되니까요.”
능연은 수식어 없이 수술이라고 말했지만, 무신 시 1 병원 내부에서는 ‘중요 수술’로 부르는 수술이니 지체되게 둘 수가 없었다. 노영금은 능연이 수술실로 들어가는 걸 보면서 다급하게 메시지를 보냈다.
능연은 룰루랄라 간 절제 수술을 하나 더 하고 환자를 ICU로 보낸 다음, 1 병원에서 새로 보내온 평범한 부주임을 향해 좀 자고 오겠다고 말했다.
“4시간만 자고 올게요. 수술 준비 잘 부탁드립니다.”
“4시간······. 네, 알겠습니다.”
부주임은 껄껄 웃으면서 능연을 당직실로 보낸 다음 밖에 있는 레지던트들에게 가서 쉬라고 말했다.
“40시간 안 잔 사람이 20시간 안에 일어나도 대단한 거지. 다들 가서 쉬어라.”
생김새, 일 처리, IQ, EQ 모두 평범한 4평 주임도 당직실을 찾아 자러 갔다.
새벽이니 얼마나 잠이 잘 올까.
이른 아침, 4평 주임은 무거운 노크 소리와 함께 무거운 기분으로 눈을 떴다.
“능연은 수술하러 갔네. 알고 있나?”
원장의 눈빛은 부주임 200마리를 압살할 수 있을 만큼 심각했다.
“말도 안 됩니다. 하하, 40시간 수술을 했는데요.”
“2번 수술실.”
원장은 입씨름도 하기 싫다는 듯 바로 돌아서서 나갔다. 부주임은 이불을 두른 채, 무시하는 듯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한참 노출되었다가 서둘러 옷을 입고 나는 걸음으로 달려 나갔다.
2번 수술실에는 원기 왕성한 능연이 기운 넘치는 모습으로 있었다.
지난밤 그는 수면 퀄리티를 위해, 그리고 꽁짜 침대를 사용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스태미너 포션을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었다.
이론적으로 스태미너 포션을 마시면 체력이 원래대로 회복된다. 능연은 순전히 포션의 마지노선을 완전히 믿지 않아서 스태미너 포션을 네 병 마신 다음 조금 쉬기로 한 것이었다. 영국식 애프터눈티의 느낌이랄까?
능연은 지금 이 순간, 그루잠까지 잔 남자처럼 온몸에서 ‘발산하고 싶어’라는 기척을 뿜고 있었다.
“메스!”
“전동 메스!”
“포셉!”
능연의 수술 속도가 지극히 빠른 만큼 말하는 속도도 빨랐다. 어쩔 수가 없다, 워낙 능숙해서 말이다.
무신 시 1 병원 의사들은 개인 관계를 발동하여 간 내 담관 결석 환자들을 여럿 연락했고, 임상 연구라는 이유로 병원으로 불러 수술하게 했다. 큰 병원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무신 시 1 병원 의사들도 간 내 담관 결석 연구를 하려는 참이었고 전문 팀도 구성했다. 능연이 자기 팀을 데리고 오긴 했지만, 그건 그거고 1 병원에서 팀을 꾸린 건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곧 그들의 결정이 매우 적절했음이 증명됐다.
능연은 하루 만에 자기 팀을 지치게 했고, 특히 왕가와 소몽설은 그런 긴 수술 시간에 실수까지 하지 않아야 하는 상황을 완전히 못 견뎌 했다.
마스터급 간 절제술을 터득한 능연으로서는 간 내 담관결석 간 절제술은 원래 상당히 간단했고, 비슷한 수술을 짧은 시간에 하는 동안 손이 익숙해졌을 뿐만 아니라 수술 중 판단도 엄청나게 빨라졌다.
“끝입니다. ICU로 보내세요. 특별 케어하고, 혈압 주의하고요.”
수술을 끝낸 능연은 오더를 내리면서 ICU 의사가 해야 할 일 1/3을 마쳤다.
운화병원 ICU는 능연의 오더를 그다지 반기지 않지만, 무신 시 1 병원 ICU 머리 위에 칼이 달려 있으니 그럴 엄두를 내지 못해서 능연은 더욱 신났다.
환자의 수술이 순조롭고 예후가 좋으니 환자와 가족도 즐거워했다. 다만 무신 시 1 병원 일반 외과 의사들은 하루하루 능연의 수술을 지켜보면서 점점 말수가 적어졌다.
사람들이 노력하는 이유는 강자의 실력을 보지 못해서이고, 보게 되면 노력할 원동력도 잃게 된다.
새로운 한 주, 월요일. 무신 시 1 병원 ICU 병상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환자들이 계속해서 ICU에서 나가지만, 다른 진료과에서도 환자들이 끊임없이 들어오는 걸 고려하면 능연이 수술을 계속할 수는 없어졌다.
“매천귀 씨한테 전화하시죠. 전 준비 됐습니다. 내일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수술, 선택하라고 하세요.”
능연은 낙담한 모습으로 황 교수에게 전화했다. 내일 ICU에서 나오는 환자가 있으니 수술을 몇 건 더 하고 싶었다. 능연의 말에 황 교수는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다른 환자 수술도 하려고?”
“음, 선택하라고 하시죠. 저는 두 번째나 세 번째 수술을 권하고 싶은데, 굳이 새벽에 나와야 하는 첫 번째 수술을 하겠다면 저는 상관없다고요.”
까탈스럽게 굴던 매가 사람들을 잠시 떠올린 능연이 하는 말에 황 교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래, 그럼. 선택하라고 하자고.”
모르는 사람이 보면 외과 의사가 첫 수술을 할 때 에너지가 제일 넘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똑같이 모르는 사람의 관점에서 두 번째 수술할 때가 손이 더 풀려서 정확도가 더 높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