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313화 (294/877)

무신 시는 경치로 이름난 곳이었다. 창서성의 5A급 경관 구역 절반이 무신 시에 있었다.

무신 시 1 병원이 설립될 때, 경관 건축물과 경관 식물을 매우 중시했었다. 병원 앞에만 수백 종류 식물을 심은 바람에 매해 알레르기 환자가 더 많이 배출됐다.

차를 타고 병원으로 온 어르신은 아무리 설득해도 휠체어에 타기 싫다고 직접 지팡이를 짚고 느릿느릿, 느릿느릿, 느릿느릿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병원 앞에서 기다리던 원장 등 병원 사람들은 처음으로 어르신을 만나는 터라 하나 같이 허리를 곧추세우고 서 있었다.

“작은 병에 뭘 이렇게까지 난리인가.”

매가 어르신은 태생이 사나운 얼굴이었다. 어쩌면 하도 무섭게 굴어서 얼굴이 사나워졌거나.

원장 등 일행은 재빨리 표정을 바꿔 하나같이 매화처럼 찬란하게 웃음 지었다.

어르신은 딱히 특별히 요란스럽게 굴 생각이 없어서, 다른 이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고개를 돌려 능연을 바라봤다.

“능 선생.”

“어르신, 몇 킬로 빼셨습니까?”

능연의 시선이 어르신의 얼굴을 스쳐 두꺼운 어깨, 가슴, 배를 향했다.

“6킬로! 다리까지 안 좋은 팔십 가까운 노인이 이만큼 빼기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는가?”

능연은 의심스러운 듯 어르신을 바라보며 시진(視診)한 결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6킬로라니 말도 안 됩니다.”

“왜 말이 안 돼! 내가 자네를 속이기라도 한단 말인가!”

툴툴거리는 어르신의 모습에 병원장 일행은 다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대빵이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라니, 어쩐지 보고 있기 그랬다.

어르신의 큰딸도 멋쩍은 듯 아버지의 어깨를 잡았다.

“아버지, 밖에서 이러지 말고 들어가세요. 추워서 감기 걸리겠어요.”

“음.”

켕기는 게 있는 어르신도 퉁퉁한 엉덩이를 놀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일부러 걸음 연습도 해서 배가 너무 튀어나온 게 아니라 당당한 발걸음이 정말로 굳건해 보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무리 지어 다급히 그 뒤를 따랐다.

“좀 완곡하게 말하지 그러나. 어르신이 어떤 분인데, 괜히 무슨 일 나면 어쩌려고.”

“살 안 빼면 손해 보는 건 어르신인데요.”

황 교수가 한숨 돌리면서 능연을 끌고 조금 뒤처져서 하는 말에 능연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러니까, 어르신도 알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6킬로까지는 안 돼도 5킬로는 뺐겠구만. 그것도 대단하잖은가. 나 좀 보게나, 살 뺀다, 뺀다, 노래해도 여전히 이 꼴이라네.”

능연은 강아지를 보는 눈빛으로 황 교수를 보고는 사회 기대에 부응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황 교수는 울지도 웃지도 못할 기분이 되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쨌든, 좀 주의하게. 어르신 치료하는 건 자네에게는 좋은 기회야. 다른 간부였다면 북경이나 상해로 갔을 걸세.”

“어르신은 왜 안 가신 겁니까?”

북경이라면 아무 보통 수준 삼갑병원이라도 무신 시 1 병원보다 조건이 나았다. 특히 좋은 의사는 북경에 차고 넘칠 정도로 많았다.

“이런저런 소식을 들은 게 있는데, 나도 뭐가 진실인지 모르겠다네. 아무튼, 병을 고치겠다고 온 환자이니, 자네는 어떻게든 고치려고 노력해야 하겠지. 안 그런가?”

“그렇습니다.”

그 말은 능연도 백프로 찬성했다.

“무신 시 농업, 관광업은 어르신이 다 일으켰지. 우리 창서성에 제방이나 댐, 그리고 양식장도 다 어르신이 한 걸세. 나이 든 농민들은 아직도 어르신을 기억한다고. 어르신 본인이 미식가라, 예전에 미식 잡지도 만들고 그랬어. 살 빼란다고 빼는 게 쉽지 않다는 말일세.”

“음, 몸매를 보니까 정말로 먹을 걸 줄여야 뺄 수 있을 것 같네요.”

능연의 결론에 황 교수는 잠시 능연을 바라보다가 그 뜻이 아니라고 고쳐주려다가 그냥 포기했다.

어르신이 도착한 후 병원은 허둥지둥 난리가 났고, 각종 검사로 바쁘게 움직였다.

아무리 곁에 사람이 많아도 검사는 결국 본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서 병원에서 온갖 편의를 봐주어도 결국 밤까지 걸렸다.

검사할 항목이 많아도 너무 많아서였다.

황 교수가 아니었다면, 무신 1 병원장은 병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항목의 검사를 해야 직성이 풀렸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르신이 검사하는 사이, 큰아들 매천귀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의사들을 소집해서 아무런 의미 없는 협진을 펼쳤다.

좌자전은 안절부절못하며 능연 곁에 앉아 나직이 귓속말했다.

“능 선생, 성질대로 하면 안 돼.”

“넵.”

“뭐라고 하든, 우리는 그냥 객관적으로 할 수 있는지 아닌지만 대답하면 돼. 주의하라고.”

“넵.”

“능 선생, 아무리 상대방 말이 안 고와도 우리가 화를 내면 안 되겠지? 맞지?”

“맞습니다.”

능연은 착실하게 대답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좌자전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능 선생, 어떻게 생각해? 말 좀 해봐.”

“뭘 말씀이십니까?”

능연이 반문하자 좌자전은 속으로 큰일이라고 외치면서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매가 사람들 태도 말이야. 어떻게 생각하냐고, 우리끼리니까 이야기해 봐. 아, 큰 소리로 이야기하진 말고, 나만 들리게 말해 봐.”

“음, 아무 생각 없는데요?”

“응? 없다고?”

“환자 가족들은 원래 자주 이러잖아요. 특히 큰 병 걸린 환자 보호자는.”

능연이 태연하게 대답하자, 좌자전은 멍해졌다..

“원래 자주 이런다는 게 뭐야, 우리 지금 매가 이야기를 하는 거라고.”

“네, 권력 있는 환자 가족이죠. 선생님 블랙 환자 리스트 있지 않아요? 권력만 빼면, 선생님 상위 리스트에 있는 환자보다 어려울 거 없는 보호자들인데요?”

“그, 그건 또 그러네. 흠. 능 선생 시각으로 보니까 진짜로 별거 아니네.”

“네.”

능연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니까, 나머지 부분은 선생님한테 넘길게요. 수술동의서 잊지 말고 받으시고요.”

말을 끝낸 능연은 자리를 뜨려고 걸음을 움직이는데, 의자 끌리는 소리가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 그 소리에 매천귀가 경악한 듯 고개를 들다가, 자리를 뜨는 게 놀랍게도 집도의인 걸 발견했다.

“능 선생······.”

매천귀의 미간이 한없이 좁아졌다.

“아버님 수술은 내일 아침 7시에 진행될 예정입니다. 수술 방안은 이미 정해졌고요. 저는 준비 작업이 많습니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능연은 다른 보호자에게 하듯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떠났고, 매천귀는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멀어지는 능연의 뒷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에 능연이 헸던 간 절제 수술 데이터가 진작에 매가 책상에 올려졌다. 1, 2주 전이라면 다른 의사를 고려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그들 마음속에 다른 후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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