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끝 복도에서 매천귀가 줄담배를 피웠다.
중화 담배 한 갑을 거의 다 피워갈 때야 능연이 수술복을 입고 안으로 들어가 곁에 있는 의사들과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눴다.
“능 선생, 이야기 좀 하세.”
매천귀는 한 개비 남은 담뱃갑을 눌러 찌그러뜨렸다. 능연은 매천귀 앞에 서서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그를 바라봤다.
능연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매천귀는 갑자기 커다란 압박을 느꼈다. 매천귀 씨는 흥하고 콧방귀를 뀌더니 뭔가 생각하는 것처럼 뒷짐을 지고 고개를 숙이고는 옆으로 몇 발짝 가서 고개를 들었다.
“능 선생, 오늘 벌써 수술 세 건 했지?”
“네. 모두 간 내 담관결석이었습니다.”
능연의 얼굴에 살며시 미소가 번졌고, 매천귀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능연이 수술 세 건 했음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해온 열 몇 건 수술도 모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성공한 것도 알고 있었다
수술 한 건이면 몰라도 하는 수술마다 성공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의사가 아니라도 잘 아는 사실이다.
그러니 자기 아버지 수술을 다른 수술 세 건을 끝내고 하는 건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능연이 문제없다고 여기면 뭐라고 할 말이 없다고 생각했다.
“능 선생, 아버지 수술, 신경 잘 써야 하네.”
이 상황이 되자 매천귀라도 부탁하는 말투를 쓸 수밖에 없었다.
“네. 그럼 수술하러 갑니다.”
“잠시만! 능 선생, 그······. 내가 뭐 할 만한 게 있을까?”
매천귀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생각에 아무래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기다리시기만 하면 됩니다.”
“능 선생, 전에 우리가 약속하지 않았나. 내가 말한 세 가지는 능 선생이 모두 지켰는데, 능 선생이 말한 세 가지는 내가 하나도 못 들어줬으니······.”
“흠······.”
“그래서 아무래도 마음이 안 편하네.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절대로 부담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나는 그저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것뿐이라네. 자네가 즐겁게, 순조로울 수 있도록 말일세.”
“알겠습니다.”
능연은 매천귀가 구구절절 늘어놓는 말을 들으면서 머릿속으로 무수한 상상을 했다. 그는 매천귀가 계속 어색해하지 않도록 손을 흔들면서 말을 이었다.
“그럼 우리 팀한테 물어보세요. 그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라면 저도 좋습니다.”
말을 끝낸 능연은 멍한 얼굴로 속으로 미칠 듯이 기뻐하는 팀원을 남겨 두고 손을 씻으러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