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연이 다시 수술실로 돌아왔을 때 벌써 15분이나 흘렀다.
그가 새로 갈아입은 속옷은 399위안짜리로 지금 남은 것 중에 가장 비쌌고, 가장 부드럽고 몸에 찰싹 붙어서 정신 집중에 도움 주는 속옷이었다.
“다들 정신 차리고 좋은 수술 합시다.”
능연은 말로 다른 의사의 사기를 올리는 데 능숙한 의사가 아니었고, 대부분 그가 가장 무거운 임무를 맡으면서 조수들이 실력 발휘할 공간을 주어 그들이 순풍을 맞으며 전쟁을 치를 수 있게 돕는 편이었다.
순풍에 싸우는 게 역풍을 맞으며 싸우는 것보다 유리하니 말이다.
사기를 올려주고 싶어도 능연의 말재주가 너무 떨어져서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능 팀으로서는 그걸로도 충분했다.
간호사 두 명이 제일 먼저 허리를 곧추세웠다.
요 며칠이 간호사 왕가와 소몽설에게 가장 힘들고 또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대부분 수술 작업을 부담했기 때문에 힘들었다. 1 병원 간호사들이 돕긴 했지만, 최소한의 시간만 겨우 자면서 손끝이 새하얘질 정도로 길게 일을 했다.
그렇지만 행복하기도 했다. 능연과 장시간 일할 수 있는 건 말할 필요도 없었고, 출장 수술급 수입이 두 젊은 간호사를 기쁘게 만들었다.
특히 금 선생이 나서서 두 사람의 정직원 채용 문제를 해결했을 때 가장 기뻤다.
중국 현재 의료 체계에서 정직원, 계약직, 파견직은 명목상으로는 평등했지만 실제로는 차이가 있었다. 정직원인 의사와 간호사는 사회주의 수준의 노동 보장을 얻을 수 있었고, 화를 자초하는 일을 한다고 해도 아주 센 걸로 여러 번 저질러야 직업을 잃어버리거나 상금이 줄어들거나 한다. 계약직 의료 요원은 자본주의 수준의 노동 보장을 받았고, 수입과 복지 모두 상황에 따라서 삭감된다.
파견직은 원시적 자본주의 수준의 노동 보장을 받으며 수입이나 복지 모두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의사는 주로 정직원이냐, 계약직이냐로 구분되고 기본적으로 파견직 의사는 없다. 그러나 간호사는 이런 보장이 없고, 특히 신입 간호사는 계약도 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정직원은 나이 든 간호사나 얻을 수 있는 혜택이었다.
좀 더 일찍 일을 시작한 왕가는 계약직 직원이었고, 소몽설은 계약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던 차에 같이 정직원이 되어서 서로에게 큰 격려가 되었다.
그러니 연이은 수술이 아무리 힘들어도 두 사람은 서로 의지하며 견뎌낼 수 있었다.
오늘의 조수인 연문빈과 여원도 정신을 집중했다. 레지던트인 두 사람에게는 간 절제 수술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자체가 격려였다. 운화병원 간담췌외과라면 주치의급이 아니면 간 절제 수술에 참여할 기회가 드물었다. 실력이 안 좋은 의사는 설사 주치의가 되어도 똑같이 기회가 없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능연이 그동안 축적해온 신망이 있다는 점이었다.
수술실에서 환자의 예후는 외과 의사의 전적이다. 사람을 살리는 외과 의사는 일류, 통증을 제거할 수 있는 의사는 초일류 수준이다.
지금, 무신 시 2 병원 수술실에 서 있는 연문빈과 여원은 능연의 명령을 받는 것에 아무런 거부감이 없었다.
“환자 정맥벽이 좀 얇을 수 있어요. 출혈량 주의하세요.”
능연은 바로 메스를 들지 않고 초음파 영상을 바라보면서 판단을 내렸다. 그의 초음파 판독 기술은 고작 전문가급이라 강한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도 비교 대상을 봐야 했다. 전문 영상의학과 의사 중에 초음파 전공한 의사와 비교한다면 능연의 실력은 선임 주치의 수준이다. 그러나 외과 전문의와 비교하면 동물원에 있는 메머드급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 능연이 누적한 170회 복부 해부 경험도 허투루 볼 수 없었다.
전문가급 초음파 판독 능력에 복부 해부 경험 170회면 마스터급 기술과 비교할 수 없어도 수술 전 그리고 수술 중에 판단을 내리긴 충분하고도 남았다.
연문빈과 여원에게 설명해주는 것으로 두 사람의 이번 수술에 대한 인식도 순식간에 끌어 올렸다.
“환자 나이가 많아서, 혈관 상태도 좋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너무 강하게 당기면 안 되고 석션할 때도 반드시 주의해야 합니다. 작은 손상은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큰 수술을 하다 보면 혈관 손상은 당연하니까. 중요한 건 혈관 손상을 어떻게 처리하냐에 달렸습니다. 혈관 손상 처리 첫 스텝은? 연 선생님?”
능연은 여전히 배를 열지 않고 먼저 수업을 진행했고 연문빈이 심호흡하고는 입을 열었다.
“작은 혈관 파손은 우선 손가락 끝으로 압박 지압하고 집도의에게 통지한다.”
크게 파손된 경우는 본인이 처리할 필요가 없으니, 아예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처리 방안은요? 여 선생님.”
“스며 나온 혈액을 깨끗이 빨아들이고 봉합. 그리고 수술을 계속 진행한다. 제2 간문 근처 혈관 손상이면 재파열을 막기 위해 근처 간 조직과 함께 봉합해도 되고. 손상이 크면 일단 사틴스키(satinsky) 포셉으로 파열 부위를 막고······.”
여원이 단숨에 주절주절 내뱉는 모습에 연문빈은 머리가 핑핑 돌 것 같았다.
능연은 문제점을 거론하고 질문하고, 그렇게 몇 번이고 반복해서 연문빈과 여원이 알아들은 모습을 보이자 그제야 왕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서로 손발도 맞고, 능연의 조작 방법에도 익숙해진 왕가는 능연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필요한 수술 도구를 능연 손에 올려놓았다.
“우리 목표는 67세 환자의 몸을 37세로 돌리는 게 아닙니다. 우리의 목표는 환자가 지금 부담할 수 있는 손상을 최대한 낮춰서 건강한 67세 노인처럼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그게 우리가 설정할 수 있는 최대 목표겠죠.”
연문빈 등에게 설명하는 것 같았지만, 능연은 사실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외과 의사의 메스는 시시각각 치명적인 생명과 목숨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생명’이란 죽고 사는 것을 가리키고, ‘사는 것’이란 어떻게 사는지, 그리고 얼마나 오래 사는지를 가리킨다.
외과 의사는 명확한 지식, 이지적인 사고방식, 냉철한 판단력이 있어야만 수술대 위의 문제를 순조롭게 해결할 수 있다.
장생불로, 회춘은 인류의 영원한 숙제이며 외과 의사의 지뢰였다.
능연의 마음속에는 희망이 있었고, 연문빈과 여원의 마음에도 희망이 있길 바랐지만, 얼토당토않은 희망을 품길 바라는 건 아니었다.
무영등 아래, 무신 시 2 병원 수술실은 뒷산 작은 숲처럼 고요했다.
수술은 그동안 능연이 해온 간 절제술과 조금도 다르지 않게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착착 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