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326화 (307/877)

용두촌 농가체험은 단골손님이 아니면 그냥 줄 서서 간식이나 먹는 형식이었다.

민박집 기사들은 자기네 민박집 스쿠터를 끌고 주차장에서 줄 서서 손님을 기다렸다가 순서대로 태우고 그 집으로 갔다.

주 선생은 규모가 크진 않지만, 동굴이 보이는 큰 마당 있는 민박집에 걸렸다.

마당 정중앙에 나무가 있고 주위에 자동 마작기가 네 대가 놓였고, 그 뒤에 있는 방들은 음식을 먹으면서 마작을 할 수 있는 단독 공간이었다.

“저희 마작 기계 있는 방 하나 주세요.”

익숙하게 요구를 말한 주 선생은 마작 기계의 테두리를 쓰다듬으면서 풍수 좋은 방향을 잡아 자리 잡고는 마작을 만지작거렸다. 마당에 버려진 능연은 직접 휠체어를 돌리며 마당 안을 천천히 돌았다.

사실 휠체어 타면 움직이는 데 힘이 덜 들고, 서 있는 것보다 편하고, 걷는 거보다 빨리 움직일 수 있었다.

휠체어 단기 체험은 나쁘지 않은 체험이었고 능연은 저도 모르게 치료팀 사람들이 모두 휠체어를 타고 일하면 작업 효율이 오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능연, 너도 마작할래?”

“네, 저도 끼워주세요.”

능연이 주변의 황량한 모습을 둘러보고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주 선생이 다 멍해졌다.

“잉? 너 마작할 줄 아냐?”

“학교 때 해봤어요.”

“잘했냐?”

“다른 게임보다는 조금요?”

갑자기 흥미진진한 듯 묻는 주 선생의 말에 능연이 기억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조금이 어느 정돈데?”

“5%에서 10%요?”

능연이 수치화해서 대답하자 주 선생은 무의식중에 평소에 진료과 협진할 때 능연의 모습을 떠올렸다. 익숙한 듯 낯선 그 말투에 갑자기 추가 근무하고 있는 기분이 든 주 선생은 온몸에 소름이 돋아 부르르 떨었다.

“밤늦게까지 할 건데, 괜찮겠냐?”

“괜찮습니다.”

주 선생은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지만, 결정하기 전에 이런저런 걸 우선 고려하는 능연은 쉽게 뒤집을 성격이 아니었다.

“먹는 거, 마시는 거, 화장실 가는 것도 마작할 땐 딴짓이라고 여겨. 게임에 지장 없도록 시각 다퉈서 해야 하는데 정말 괜찮냐?”

“괜찮습니다.”

“너 마작 진짜 해 본 거 맞지?”

“맞습니다.”

“그래.”

주 선생은 그제야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고 얼마 후 조낙의와 정배가 스쿠터를 타고 나타났다.

“능연이 마작도 하는지 몰랐네.”

“할 일도 없는데 뭐. 네 사람 모였으니까 시작하자.”

조낙의가 재미있는 구경이라도 하는 듯한 모습으로 안으로 들어오자 주 선생이 입을 삐죽였다. 주 선생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조낙의가 휠체어를 붙잡고 앞으로 뒤로 바퀴를 굴렸다가 브레이크를 잡았다가 휠체어를 붕 띄웠다가, 다른 세상을 체험하는 능연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넘어져서 머리 다칠라. 됐고, 출장 수술비 좀 나눠 갖지 뭐. 와이프가 또 가방 하나를 찍어두고 사고 싶다고 난리라 죽겠다, 진짜.”

“저는 월세 내야 합니다.”

유심히 지켜보다가 하는 조낙의 말에 뒤따라 들어온 정배는 강하게 동의하며 눈썹 진한 큰 눈을 크게 뜨며 활짝 웃었다.

“마작으로 월세를 내겠다고? 병원에 입원할 셈이냐? 사장님, 차 좀 주세요. 저희 마작부터 할 겁니다.”

주 선생은 웃으며 대꾸하다가 사장을 불렀고 사장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엔 뭐 드실라우? 우리는 토종닭 구이가 유명한데. 훠궈도 괜찮고, 꼬치도 있고.”

“그럼 토종닭 주세요. 우리 사람 많이 올 거거든요. 우선 닭부터 주시고 꼬치도 준비해주세요. 사람들 오면 시킬게요.”

“좋지요. 알겠습니다.”

주인이 신이 나서 자리를 뜬 후, 능연은 휠체어를 밀면서 테이블 쪽으로 가면서 족발도 달라고 했다.

“알겠수. 멧돼지로 드실라우? 다리 다친 덴 다리로 보양하는 게 최고지.”

“아니요.”

능연의 치켜든 다리를 본 사장이 목소리를 낮춰 묻는 말에 능연은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거절했다.

“가장 통통한 거로 주세요. 구이도 좋고, 조림도 괜찮습니다.”

능연은 연문빈이 조금 그리워졌다. 무신 시에 있을 때 연문빈은 이런저런 방법으로 족발을 요리했고 다 맛이 괜찮았었는데 용두촌 민박 수준은 몇 점이나 되려는지.

“자, 시작하자고.”

시간 낭비하기 싫은 듯 주 선생이 재촉하자 사람들은 자리에 가서 앉았고, 능연은 원래 마작 테이블에 있던 의자를 치우고 휠체어에 앉아서 자리를 잡았다. 사실 그냥 다리를 삔 것뿐이라 그렇게 복잡할 필요가 전혀 없었는데 고정판을 대놓아서 어쩔 수가 없었다.

처음부터 워크샵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능연은 발까지 삐게 되자 이왕 그렇게 된 거 즐길 수밖에 없으니 평소처럼 하자고 생각했다.

그는 우선 찻잔을 유심히 관찰하고는 뜨거운 물로 여러 번 헹군 후 찻잎을 넣고 차를 우리면서 마작 패를 깨끗이 씻었다.

주 선생, 조낙의와 정배는 그런 그의 모습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능연이 마지막에 항상 들고 다니는 알콜겔으로 마작 패와 테이블을 닦고 장갑을 꼈을 때, 민박집 마당엔 벌써 게임을 시작한 팀이 두 팀이나 있었다.

“시작하죠.”

능연이 진지한 표정으로 기계를 켰고, 오랜만에 듣는 패 섞는 소리가 마작 기계 뱃속에서 촤르륵 촤르륵 울렸다.

나중에 나타난 운화병원 사람들이 너도나도 몰려들었다.

“능 선생님도 마작해요?”

“와, 크게도 노네. 5위안이면 한 판에 백 위안도 나오잖아요.”

“선생님들 능 선생님 뜯어 먹으려는 거죠?”

방으로 들어오다가 테이블에 놓은 돈을 본 간호사들이 바로 발을 동동 굴렀다.

“능 선생이 밍기적거린 것만 해도 이자 받아야 해.”

“그러게 말이에요. 처음에 돈이 들어와야 끝까지 들어오는데.”

주 선생이 하하 웃으며 하는 말에 정배도 웃으며 맞장구치고는 늘어놓은 마작 패를 보면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마작 테이블에는 부모 자식도 없댔다. 능연, 나중에 내가 네 돈 땄다고 뭐라고 하기 없기다.”

“넵.”

능연도 정신을 집중했다. 어차피 다리도 삔 거, 워크샵이나 즐기자.

능연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30분이 지나고, 능연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는데 테이블에 다른 사람들의 표정은 수시로 변했다.

“이게 뭐냐.”

“능연, 너 실력을 감춘 거냐?”

“패 계산도 하는 거 아냐?”

세 사람은 테이블 작은 서랍 안에 돈이 점점 줄어드는 걸 보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능연은 눈으로 테이블 위를 주시하며 최대한 다른 일은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규칙이 있는 네모난 테이블, 능연이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었다. 물론, 수술실과 비교할 순 없지만, 이런저런 상황을 무시하고 마작 노는 것만 생각하면 받아들일 수 있는 오락 방식이었다.

“됐다. 난 안 할래. 사람 바꾸자. 누구 할 사람?”

조낙의가 손을 떨며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지만, 주변에 우르르 몰린 사람 모두 일제히 고개를 저었다. 능연의 모습을 본 남자들은 돈을 잃고 싶지 않아서, 여자들은 자기가 마작하는 모습을 능연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다.

조낙의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으며 응급 상황이라도 생기면 좋겠다고 머릿속 가득 상상했다.

“조 선생님, 마작은 먹는 거, 마시는 거, 화장실 가는 것도 마작할 땐 딴짓이라고 여깁니다. 게임에 지장 없도록 시각 다퉈서 해야 합니다.”

능연은 진지하게 주 선생이 아까 설명했던 규칙을 다시 읊었다.

사람들이 모두 동의하는 규칙은 진지하게 지켜야만 한다.

조낙의는 말문이 막혀 딱히 대꾸할 말이 없이 어깨를 떨구고 자리로 돌아갔다. 그는 답답한 듯 게임을 계속하면서 혹시 바꿔줄 멍청이가 없나 하고 수시로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기다리는 동안 조낙의의 지갑에 조금씩 구멍이 났고, 많은 돈은 아니었지만 와이프 백 사줄 돈이라는 것 말고도 고생 고생 모은 용돈인 걸 생각하면 마음속으로 갈등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심장 질환이 생긴 것처럼 할까? 아니면 위장병? 아, 위장은 안 되겠구나. 주가놈이 위는 잘 아니까. 그런데 심장은 잘못하면 전기충격 쓸 텐데. 쌩으로 150짜리 충격을 받았다가는 다리에 힘이 다 풀리겠지. 독한 놈 걸려서 200줄로 때려버리면, 그건 참는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진심으로 집중한 능연이 그 새 두 판을 이겼다.

하구 진료소에도 자주 마작을 하러 오는 이웃이 있고, 능연이 어릴 때는 가끔 아버지나 잠시 자리를 비운 삼촌, 이모,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자리를 대신하기도 했다.

능연의 등 뒤에 조금씩 사람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조낙의는 짜증이 나서 사람들을 콕 찍어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니들은 도보 여행 간다고 안 했어?”

“가는 길에 왔죠.”

“라이딩 팀은? 너네도 가는 길에 온 거냐?”

“그런데요.”

다들 수술실에서 노는 사람들이다 보니, 수술 실력은 그저 그래도 말발은 나쁘지 않았다.

조낙의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제대로 다음 판을 해 보려고 허리를 펴는 순간, 앞쪽의 주방에서 갑자기 가스 터지는 것 같은 펑 하는 소리가 들렸다.

보통 사람들이었다면 그 소리를 듣고 뭐가 땅에 떨어졌거나 물건을 흘렸으리라 생각하겠지만, 의사들은 그런 소리를 위험으로 인지했다.

누가 넘어졌나? 내상? 외상? 중풍? 심정지?

데었나? 기름? 물? 범위는 넓으려나? 오염은 심각할까?

높은 곳에서 떨어졌나? 출혈이 심할까?

온 민박집의 사람들이 경계하며 소리가 난 주방 쪽을 바라봤고, 조낙의가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사장님 만나볼게.”

응급 의사 생활하며 단련한 튼실한 다리로 조낙의가 재빨리 주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마작 테이블에 앉아 있던 주 선생과 정배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다가 ‘사람 구하는 게 중요하지, 암 중요해.’ 하며 의자가 무슨 상해라도 입히는 물건인 양 단호하게 의자를 밀고 일어나 마작 테이블을 떠났다.

레지던트 정배 씨는 세심하게 응급 키트까지 챙겨서 주 선생 뒤를 따랐다.

자세, 모습, 거리 모두 다년간 재해 리허설을 하며 키워낸 것들이었다.

능연은 다리를 치켜든 채로 반 박자 늦게 휠체어를 살짝 움직여서 위급한 환자를 만난 운화병원 모습 같은 눈앞의 광경을 지켜봤다.

마당에 여기저기 퍼져 앉은 다른 테이블 사람들도 관심을 가지고 주방 쪽을 지켜봤다.

주치의 두 명, 레지던트 한 명이 이미 달려갔으니 인원수를 채우자고 굳이 달려갈 필요는 없었고, 대부분 그 자리에서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에 대해서 추측했다.

그때 주방 안에서 조낙의의 목소리가 들렸다.

“눌러! 우선 출혈 제어하고.”

“지혈약 가지고 왔습니다.”

“외상이 이렇게 큰데 지혈약이 무슨 쓸모 있어! 봉합해야 해. 마취약 있어?”

“마취약 싫은데······.”

조낙의가 목소리를 높이자 사장이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고 조낙의가 나무라는 듯 그를 바라봤다.

“아이고, 진짜 다들 마취약에 부작용 없다니까요. 금방 배출됩니다. 누를 겁니다! 움직이지 마세요. 마취약 안 쓰면 땀이 많이 난다고요.”

“아니면 진통제를 좀 뿌릴까요?”

환자가 전혀 제압되지 않는 듯 정배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여기가 니네 집이라도 그렇게 말할 거냐? ‘아니면 진통제 좀 뿌릴까요?’ 왜? 아니면 아예 응급 처치를 하지 말지?”

“나도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닌 거 같은데······.”

툴툴대는 조낙의의 모습에 사장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주방의 벽을 타고 약하게 전해졌다.

“심각한지 아닌지는 저희가 판단합니다. 사장님은 가만히 계세요. 주 선생, 뭐해? 아이고, 거기서 그러고 있지 말고 좀 오라고. 고정판은? 정배 너 고정판 가지고 왔다며?”

보란 듯이 현장 지휘를 하는 조낙의의 목소리가 제일 크게 들리자 가만히 듣고 있던 간호사들도 안절부절못하며 나서기 시작했다.

“우리도 가서 돕자.”

“그래요. 이번 민박집은 재미가 하나도 없네요. 차라리 드레싱 하는 게 낫겠어요.”

“민박집 타박하지 마. 이렇게 생각해 보라고. 자기 민박집이 별 특색 없는 걸 잘 알아서 이런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한 거라고 말이지.”

간호사들은 이야기하면서 주방으로 들어갔다가 곧바로 비명을 질렀다.

“심각하잖아요!”

“조 선생님이 말씀이 맞네요. 외상이 심해서 봉합해야겠는데요?”

“고정하는 거 도와드릴게요.”

주방에서 나는 소리를 들은 능연은 휠체어를 굴려서 주방 쪽으로 향했다.

여기저기 테이블에 의자를 놓고 마당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몰려갔고 능연이 그쪽에 도착했을 때 주방 문이 이미 열려 있었다.

모두의 기대하는 눈빛 속에 정배가 제일 먼저 나왔고, 그다음에 사장이 나왔다.

농촌 마을 간부처럼 회색 재킷을 입은 사장의 왼쪽 허리에 새로 묻은 핏자국이 있었는데 의사들 눈엔 아무리 봐도 이상해 보였다. 허리에 저런 식으로 고정판을 대지는 않잖아?

“거기 누가 와서 좀 도와줘.”

뒤에서 나오던 조낙의의 품에, 입은 붕대로 감겨 있고 다리는 고정판을 댄 채 붕대를 감고 쭉 뻗은 새하얀 거위가 안겨 있었다.

능연은 경악한 얼굴로 족히 5킬로는 되어 보이는 큰 거위를 바라봤다.

맞은편의 커다란 거위도 역시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다리를 뻗고 있는 능연을 바라봤다. 거위는 영리한 눈빛으로 제 다리 한 번, 능연 다리 한 번 바라봤다.

“와, 거위 엄청 예쁘다.”

“사장님, 거위 왜 다친 거예요?”

“그러니까요. 이렇게 예쁜 거위가 다치다니. 너무 불쌍해요.”

여자들이 웅성웅성 의견을 내자 남자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잡을 때 손에서 벗어나면서 나를 쿵 박기까지 했어.”

사장이 허리를 손으로 퉁기며 하는 말에 민박집 마당에 찬물이 끼얹어진 것처럼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드디어 사장이 왜 마취제를 쓰지 말자고 했는지 깨달았다.

거위한테 마취제를 왜 쓰냐고!

“이렇게 큰 거위 잡으면 얼마나 아깝냐.”

그 분위기에 조낙의가 머쓱한 듯 헛기침하며 말했다.

“얘가 얼마나 많이 먹는 줄 아세요? 이제 잡아야지, 더 키우지도 못해요.”

“아이고, 사료값 얼마나 한다고요. 돈 좀 아끼겠다고 너무 아까운 거 아닌가요?”

“다른 손님이 시킨 거위탕 재료라고요! 아까우면 당신들이 돈 내고 사던가 하슈.”

“병원에서 고정판 대주면서 버는 돈으로 충분히 사겠네요.”

조낙의는 자기가 붕대를 감아준 거위의 왼쪽 다리를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고 사장이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한 근에 75위안이오!”

그 말에 조낙의는 손에 안은 거위를 흔들어 보고 지갑을 만지작거리고는 어색하게 웃었다. 거위가 너무 무거워서 손을 삐끗한 사이 거위가 날개를 활짝 펼쳐 순식간에 그의 품을 벗어났다.

바닥에 내려온 거위는 마침 능연 앞에 떨어졌고 다리 한쪽을 든 채 똑같이 다리를 들고 있는 능연을 바라봤다.

“너무 귀엽다. 우리가 사요!”

“다 같이 돈 모아 살까요?”

“아아아, 우리가 같이 기르면 되겠네.”

간호사 하나가 고함치자 너도나도 동의했고, 그 자리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유 간호사가 반대하는 말투로 물었다.

“어디서 기르려고?”

“응급센터 뒤에 분수에 기르면 되겠네요.”

한발로 일어선 능연이 손을 뻗어 거위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름은 향만원(향기 가득한 마당)이라고 부르죠.”

그리고 손짓으로 사장을 부른 다음 가격은 마작해서 딴 돈으로 치르겠다고 했다.

거위 향만원은 한 발로 서서 능연의 등 뒤에 숨어서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날개를 펼쳐 머리를 비벼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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