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표정을 유심히 살핀 곽종군은 묵묵히 구석으로 가서 핸드폰을 꺼냈다.
“정 기자. 한동안 우리 병원에 안 왔지? 한 번 들르지그래? OK, OK. 그렇게 하지. 토끼도 준비할 테니 맛 좀 보라고.”
정문성은 카메라를 메고 나른하게 운화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기사는 신문에서 보통 구색 맞추는 용으로 쓰인다. 질이 떨어진다고 하기엔 그런 건 아니고 조금만 정리하면 병원 뉴스도 보통 수준으로 쓸 수 있다. 어쨌든 의료, 교육, 양로 문제는 사람 마음을 끌기 쉬우니까 말이다. 그러나 재미있게 잘 쓰려면 병원 뉴스는 다른 뉴스보다 더 어렵다.
정치 뉴스, 법률 뉴스 심지어 환경 보호 뉴스는 정성껏 파고들면 크게 터트릴 잠재력이 있고 기자가 일하는 신문사도 돋보일 수 있다.
하지만 병원 뉴스는 잘 쓰기가 정말 힘들다. 환자를 살리는 건 당연하고, 환자가 치료받다가 죽는 건, 흔하다.
새로운 의료 기술······은 기자가 잘 모르고 독자라고 관심이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 정말로 대중적으로 인정받는 의학의 돌파성 발전은 드물고 또 드물었다.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에이즈나 암, 머리 이식 수술 같은 것이나 조금 더 주목받을 뿐이다.
안타깝게도 대중이 관심 있는 의학 돌파는 정말로 실현되지 않았다.
정문성은 한동안 병원을 자주 찾았었다. 한때 소가 식당의 단골이었던 그는 소 사장의 돌발 질환만 세 건이나 보도했고 마지막 보도 때는 가짜 뉴스라고 의심하는 독자도 있었다.
그때부터 병원으로 향하는 정문성의 발걸음이 뜸해졌다.
병원엔 이야깃거리도 많고, 괴상한 일도 많고, 따지는 것도 많은데 수확은 적었다. 그러나 곽종군 체면은 살려줘야 했다.
정문성은 주차장을 지나면서 응급센터 측면 사진을 대충 두 장 찍었다.
응급센터 설립 기사도 아직 내지 않았다. 그는 속으로 정면 사진은 병원에서 받고, 측면 사진을 직접 찍기만 해도 진정성을 보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사진을 찍다가 사람들이 몰려 있는 분수 쪽으로 가게 됐다.
커다란 거위가 거만하게 목을 치켜들고 자신의 영지인 분수를 순회하고 있었다.
분수의 맑고 깨끗한 물이 수시로 물기둥을 뿜으며 거위의 온몸을 적시니 편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었다.
물줄기가 멈추면 거위는 아이들을 쫓으며 달렸다. 슬금슬금 큰 거위의 고유 영지에 침입하려고 드는 건 어린아이뿐이었다.
“새하얀 닭 너무 예뻐!”
“얘 이름 향만원이야.”
“난 닭이라고 부를 거야! 닭닭닭닭, 닭닭닭닭!”
여덟아홉 살쯤 된 아이 둘이 분수 곁에 서서 격렬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좀 더 옆에 예닐곱 살쯤 된 아이 하나가 두려운 듯 향만원을 바라보며 ‘닭닭닭’하고 따라 외쳤다.
아이들의 낭랑한 목소리가 주변 소란을 가볍게 뒤덮었다.
새하얀 병원 건물들 사이에서 병원 냄새를 맡으며 서 있는 어른들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가슴 깊은 곳의 초조함을 정화하는 맑은 샘물처럼 느껴졌다.
정문성은 저도 모르게 카메라를 들어 올려 사람들 사진을 몇 장 찍고는 거위에게 앵글을 맞춰서 신속하게 셔터를 눌렀다.
찰칵찰칵.
셔터 소리가 환자의 주의를 끌었고, 거위 향만원의 주의도 끌었다. 녀석은 바로 정문성을 향해 접근하지는 않고 거리를 계산하면서 조용히 그의 모습을 기억해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