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330화 (311/877)

연문빈은 수술하면서 주변의 간호사와 참관하러 온 의사를 몰래 관찰했다.

루쉰의 말이 옳다. 토끼는 집 주변 풀을 먹지 않는다.

연문빈도 응급센터에서 상대를 찾고 싶지 않았다. 그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거절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간담췌외과는 달랐다. 간담췌외과는 충분히 머니까 집 주변 풀이라고 할 수 없었다.

연문빈은 특히 스크럽 간호사에게 시선을 뺏겼다. 어려 보이는 스크럽 간호사는 얼굴도 자그마하고, 턱도 자그마하고, 가슴도 자그마하고, 종아리도 자그마하고, 기구를 건네주는 동작은 부드러웠다.

“석션.”

능연의 명령에 연문빈은 잘 훈련된 대로 허리를 펴고 배를 빨아당기는 동시에 손으로 기구를 쥐었다 풀었다.

고여있던 피가 복강에서 제거되고 경화한 간이 다시 드러났다.

“간 경화가 심합니다. 이제 불활성 박리합니다.”

능연은 그렇게 말하면서 간을 들어 올려 망설임 없이 손으로 간을 떼어냈다.

자주는 쓰는 방법이라 연문빈들에게는 이미 시각적 충격이 없었다. 그들은 요즘 자몽을 먹을 때도 손으로 간을 떼어내는 방식으로 연습한다. 온몸이 보물인 자몽은 껍질은 봉합하는 데 쓰고, 자몽 과육은 간을 떼어내는 연습에 쓰였다.

그러나 기자에게 능연의 그런 동작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다급하게 앵글을 맞추고 찰칵찰칵 셔터를 누르면서 겨우 각도를 조절했다.

능연은 기자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자기 수술에 몰입했다. 그에게 기자란 새삼스러울 필요가 없는 존재였다. 그리고 연문빈들에게도 이제 익숙한 존재였다.

“좀 더 제거할까?”

수술 내내 의견을 내지 않았던 하원정이 의견을 냈다. 그는 간담췌외과의 ‘늙은’ 의사였다. 경험도 풍부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간암 수술에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이었다. 그 점에서 마스터급 간 절제술을 터득한 능연보다 강했다.

능연은 눈에 드러나게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조금 전에 제거한 것만 해도 회복이 겨우 될까 한 양입니다.”

간은 절제한 부분에 자가 재생능력이 있고, 그것이 간 절제술의 기본이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자가 재생능력이 있어도 기본적인 정도는 필요했다. 너무 많이 제거하면 당연히 재생이 늦어진다. 물론, 간 기능이 부족해서 ICU에서 나오기도 전에 죽을 가능성이 더 컸다.

그러나 하원정은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말했다.

“지금 보기에 부족해도 암세포를 깨끗이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되네. 조금 더 잘라야 해. 물론, 내 개인 습관이지만. 나는 좀 많이 자르는 편이네.”

연문빈 등은 저도 모르게 표정 관리하며 고개를 숙이고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 호사가들은 몰래 기자를 살피면서 내심 앞으로 일어날 일을 기대했다.

집도의와 실제 집도의가 수술 방안으로 대립한다. 수술실에서!! 이런 재미와 자극이 있다니. 특히 기자가 있으면 생각할 것도 없이 사건이 후끈해진다.

연문빈은 걱정되지만, 고개를 들고 끼어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곽 주임도 있는데 어디 그가 나설 군번이나 될까.

능연도 고개를 들어 하원정을 바라보고는 기자를 비롯한 사람들을 바라봤다.

“간암은 재발률이 높다네. 많이 잘라내지 않으면 효과를 보장 못 해.”

“여기서 더 자르면 환자가 위험해집니다.”

“바로 재발한다면 살려도 의미가 있겠나?”

하원정이 진지하게 말했다. 간암 수술을 오래 한 만큼 그것에 관한 생각도 많았다.

환자의 암이 안정기에 접어들어 비교적 잘 생활한다면, 다시 재발하거나 전이된다고 해도 다시 위험한 수술, 화학치료, 방사선 치료를 견딜 수 있다.

그러나 안정기가 짧고 막 고통에서 회복되자마자 다시 그 고통으로 들어가야 한다면, 환자의 생명에 대한 욕구가 크게 줄어든다.

기자가 살며시 카메라를 들었다. 그러자 곽종군은 눈썹을 찡그리며 말리려고 했다. 갈등을 촉진하는 방법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능연이 벌써 결정을 내렸다.

“말씀대로 조금 더 자르겠습니다.”

좋은 구경거리를 기대하던 사람들이 절로 실망한 표정을 드러냈다.

여기서 간담췌외과 주임이 능연을 찢어발겼니, 응급센터가 간담췌외과에 월권을 했니, 그런 장면이 펼쳐진다면 뒤에 얼마나 많은 장면이 펼쳐질 것인가!

그러나 능연은 고개를 숙이고 환자의 간을 살펴보다가 다시 들어 올렸다.

“수술 시간 15분 정도 연장합니다.”

능연은 마취의에게 코치를 주고 다시 손으로 간을 떼어내는 상태로 돌입했다. 그러나 이번엔 좀 더 섬세하게 움직였다.

오늘 환자는 예순이 넘었고 생활 습관이 좋지 않았다. 간암 역시 반복된 간염과 간 경화로 유발된 것이다. 그런 결과가 그의 간 퀄리티를 현저하게 낮췄고 능연이 생각하기엔 거기서 더 잘라내면 수술을 마치지도 못하리라 여겼다.

그러나 간담췌외과 주임인 하원정의 경험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그의 말대로 단기간에 다시 재발하면 간암 환자로서는 차라리 죽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할 만한 일이 될 테고, 삶의 의지가 강하지 않은 환자는 그쯤 되면 적극적 치료를 포기하고 완화치료를 선택하기도 한다.

그 고통은 정말로 극형처럼 너무 고통스러워서, 누구나 견딜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삶의 질을 고려하든 남은 수명을 고려하든, 간암 재발률을 낮출 수 있도록 하는 게 집도의가 할 일이었다.

능연은 아까와는 달리 조심스럽게 간을 떼어냈다.

환자의 간 기능이 안 좋은데 간 조직을 많이 제거하게 되면 수술이 끝나도 ICU에서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사실 ICU에서 나오는 건 운에 맡겨야 하는데, 능연은 그런 방법을 고려할 사람이 아니었다.

병변이 일어날 수 있는 조직을 제거하면서 아직 병변이 일어나지 않은 조직도 제거해야 한다. 간 기능까지 최대한 남기려면 능연이 할 수 있는 건 악화된 세포를 많이 제거할 수 있는 것뿐이었다.

균형 잡기 매우 어려운 문제였다.

결정을 내린 능연은 고개를 숙이고 조작하기 시작했다.

외과 의사에게 중요한 건 얼마나 결정을 빨리 내리냐는 것이고, 최선이냐 아니냐는 사망 토론 때나 확실해진다.

하원정도 능연의 태도를 의외라고 생각했다.

그의 상상 속에 젊은 스타 의사들은 고집 세고 막무가내까지는 아니더라도 외과 의사 특유의 자부심이 상당하리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능연이 그렇게 쉽게 자신의 의견을 수렴할 줄은 몰랐다.

그런 점에 하원정은 오히려 능연에게 감탄했다.

그리고는 더욱 진지하게 능연의 손놀림을 관찰했고, 보고 있다 보니 능연의 손놀림이 정말로 세심함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도 충분히 세심했지만, 지금 동작과 비교하면 두부를 대할 때와 연두부를 대할 때의 차이랄까.

자극받은 하원정의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할 일 없이 심심해서 자기의 수술 부담을 대폭 키울 외과 의사는 없다. 프로 선수는 프로 선수와 경쟁해야 더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하원정은 능연이 수술 복잡도를 갑자기 그렇게까지 끌어 올릴 수 있는 유일한 이유가 바로 간 절제술을 정말로 극한치로 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능연은 지금 극한의 극한 상황에서 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퍼스트 하겠네.”

잠시 능연의 수술을 지켜보던 하원정은 피가 뜨거워졌다. 이런 수술을 언제나 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운동선수는 더 레벨 높은 경기에 참전할 수 있지만, 외과 의사는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극한 간 수술은 하원정이라고 해도 해낼 수 없는 수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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