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 이거 능연이야?”
웨이보를 새로고침 하던 주 선생이 갑자기 펄쩍 뛰어오르면서 대형 뉴스를 발표하는 모습으로 고함쳤다.
“능연이 또 왜?”
조낙의가 이불 두 개로 덮은 채 방귀를 뀐 것처럼 답답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지금 문에 찍힌 환자 데브리망을 하고 있었는데, 놀란 환자가 똥을 싸는 바람에 냄새가 아직 났다.
주 선생은 자리에서 일어나 흥분한 채 서성였다.
“니들은 웨이보 안 보냐? 맹설이라고, 맹설!!”
“웨이보 볼 시간이 어디 있냐. 내가 지금 몇 번째······. 아, 주 선생, 일루 와봐, 일루.”
“날 왜 오래! 너도 근무하고 나도 근무하고, 나 수술 하나 너 수술 하나. 아무도 빚진 거 없는데? 네가 느린 걸 왜 나한테 그러냐.”
“넌 아까 티눈 했잖아!”
화나고 냄새에 시달린 조낙의의 음성이 덜덜 떨렸다.
“티눈이 왜? 그것도 아프거든.”
“너······. 다 꿰매고 보자.”
분통이 터진 조낙의의 바늘을 놀리는 동작까지 빨라졌다. 한참 꿰매던 조낙의는 갑자기 뭔가 이상한 듯 눈썹을 찡그리며 환자의 바지를 보고는 곁에 있던 간호사 쪽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아깐 얼룩이 이렇게 심하지 않은 것 같은데.”
“음, 그런 거 같아요······.”
온종일 업무에 시달린 간호사가 멍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때 침대에 엎드려 있던 환자가 쓴웃음을 지었다.
“못 참았어요.”
“예?”
“못 참겠더라고요. 아까 훠궈 먹어서.”
“다리 끼기 전에요?”
“네. 못 참겠어요······.”
이야기하는 환자의 말투가 점점 편해지더니 대퇴부 근육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조낙의는 재빨리 일어났지만, 그런데도 공기에 퍼지는 옅은 방귀 냄새를 맡았다.
“이따 다시 올게요.”
조낙의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바로 훠궈 먹으면서 감자, 고구마 열심히 넣는 이런 사람이었다.
조낙의가 사라지고 난 처치실에 주 선생이 유일한 주치의가 되었다.
주 선생은 보더콜리처럼 자유롭게 핸드폰을 치켜들고는 한가해 보이는 외모가 평범한 레지던트를 향해 달려갔다.
“웨이보 핫이슈 봤어?”
“웨이보 핫이슈가 뭔데요?”
레지던트가 17시간 못 잔 눈을 힘겹게 뜨며 물었다.
“웨이보 핫이슈는······ 아니, 넌 대체 하루 종일 뭐 하냐?”
“······출근?”
의아함이 가득한 얼굴로 묻는 주 선생의 말에 레지던트가 고심하다가 대답했다.
“어우, 재미없어, 재미.”
주 선생은 손을 흔들면서 곁에 있는 간호사들에게 다가갔다.
“너희들은 알지? 핫이······.”
“저리 가세요. 바빠 죽겠어요.”
간호사는 핸드폰을 들고 단톡방을 바꿔대며 미친 듯이 문자를 입력했다. 주 선생은 재미없어져서 잠시 고민하다가 아예 핸드폰을 들고 병실 구역으로 향했다.
병실 구역의 환자는 대부분 고분고분하게 침대에 누워 할 일 없이 심심한 사람이라 주 선생이 쉽게 섞일 수 있었다.
“맹설이 남자친구가 생기다니, 진짜 의외네요.”
“게다가 연예인도 아니라니, 누가 알았겠냐고요.”
“야야야, 이것 좀 봐봐. 이거 능 선생이잖아. 맹설 남친이 능 선생이라니.”
환자들의 반응이 확실히 의사보다 정상이었다.
주 선생은 그들의 격렬한 토론을 들으며 뜨거운 열기를 즐기면서 일하는 시간을 열심히 소비하면서 속으로 투덜거렸다.
‘환자, 환자라고 부르지만, 환자가 제일 정상이야. 핫이슈가 뭔지도 모르는 의사가 진짜 환자 아니야?’
한창 신나게 떠들고 있는데 환자 보호자(여)가 갑자기 뛰어 들어왔다.
“웨이보에서 헛소리하는 거예요. 능 선생님일 리가 없잖아요. 능 선생님은 맨날맨날 병실에 있는데 여자친구가 있을 리가 있어요?”
“능 선생이 얼마나 잘생겼는데, 여자친구가 없을 리가 있겠니.”
침대에 누운 부친이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여자들은 대체 뭐가 문제인지. 이렇게 잘생기고 돈도 잘 버는 남자가 잘난 남자가 아니라면 누가 잘난 남자란 말이냐.”
“누가 능 선생님이 잘나지 않았대요? 내 말은, 내 말은. 능 선생님은 의사잖아요! 맹설 남친일 리 없다고요!”
환자 보호자(여)가 당황해서 대답했다.
그와 동시에, 상해에서 프로그램 촬영 중이던 맹설 팀도 당황해서 난리였다.
블루스타의 매니지먼트 부서 총 책임자가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고심한 말투로 맹설을 설득했다.
“맹설, 스캔들이야 터질 수 있지. 크든 작든 사전에 사무실에 알려야 하지 않겠니? 안 그래?”
표정이 수시로 변하는 맹설은 그를 상대하지 않고 웨이보를 새로고침했다. 그러자 책임자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을 이었다.
“맹설, 네 생각을 회사에 말해야지. 툭 터놓고 이야기하자. 너랑 우리가 한 계약은 다른 사람이랑 다르잖아. 그렇지? 무슨 일이 있으면 회사에 알려주면, 우린 당연히 적극적 태도로 너랑 고민을 나눌 거야. 문제 해결도 할 수 있고.”
맹설은 사람들과 등진 채 서서 위챗을 열어 메시지를 입력했다.
그때까지 가만히 있던 맹설의 개인 매니저가 참지 않겠다는 듯 헛기침하며 나섰다.
“공 사장님, 이건 당한 거라고요. 웨이보 사진 보세요. 도촬한 거고 제대로 찍히지도 설득력도 없다고요.”
“내가 하려던 말이 그거야. 그 사진, 맹설 핸드폰을 찍은 거 아냐? 그건 맞지?”
맹설 매니저가 입을 다물었다. 맹설 개인용 핸드폰의 스트랩은 팬이라면 다 알고 익숙한 것이었다. 사진보다 그 스트랩의 공신력이 차라리 컸다.
매니저의 모습에 책임자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입을 열었다.
“맹설 핸드폰인 게 확인됐으니 문제가 간단해지겠군. 자, 이제 문제는 그 남자가 누구냐는 것과 어디서 찍은 거냐는 거지.”
“사장님, 맹설 핸드폰 안에 사진이 얼마나 많은데요. 남자 사진 있으면 안 돼요?”
“그거랑 같아? 얼버무리려고 하지 마.”
책임자는 맹설 매니저한테까지 조심스럽게 대할 생각이 없었다.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맹설이 그 사진을 보고 있잖아. 게다가 아주 오래. 모른다는 말로 안 끝나지, 그건.”
매니저가 저도 모르게 맹설을 바라봤다.
“제 개인 의사예요. 검사할 일 있거나 할 때 사람 눈에 띄기 싫을 땐 바로 선생님 찾아가요.”
좀 전에 능연과 이야기를 마친 맹설의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런데 왜 사진이 있어? 게다가 찍은 곳이 아무리 봐도 공적인 공간 같지 않던데.”
그 사진이란 바로 맹설이 능연의 옆모습을 찍은 사진이었다. 그때 능연은 논문을 쓰고 있었고, 집중하고 단호한 표정이라 멋짐 플러스 멋짐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얼굴엔 빛이 다 날 정도였다.
그것 역시 책임자가 긴장한 포인트였다. 상대가 너무 잘생겨서 사실이 아닐까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해명할지는, 그게 사장님이 할 일 아닌가요?”
맹설은 책임자가 생각할 시간을 길게 주지 않고 생긋 웃으며 말했고, 그 말에 그는 멍해져서 입술을 깨물었다.
“나한테 그 권한을 준다면······.”
“그럴 리가요. 일단 원고 쓰시고 저한테 보여주세요.”
맹설이 턱을 치켜들었고, 매니저가 적절하게 끼어들었다.
“어떻게 하실 거예요?”
“적어도 누군지는 알아야 할 거 아냐.”
책임자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애잔하게 말했다.
“운화병원 능연, 능 선생이에요.”
조금 전에 위챗으로 능연과 대화한 다음 맡기겠다는 소리를 들은 맹설이 명확하게 대답했다. 맹설은 능연이 이해해주고 담담하게 대한 것에 가장 놀랐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지금쯤 허둥지둥 두서없이 굴고 있을 텐데. 능연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맹설의 실수를 용서했다. 맹설은 그런 처세 방법과 태도를 보이는 사람을 만난 적이 별로 없었다.
“능 선생은 실력 있는 의사예요. 사람도 좋고, 일도 잘하죠.”
맹설은 그렇게 정보를 조금 더 주면서 이야기를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