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332화 (313/877)

초여름 운화병원에 식물이 가득했다.

일 년 동안 축적한 엑기스를 지극히 짧은 순간에 발산한 접난은 하루 만에 천만 자손을 낳아 복도와 로비를 가득 채워 우기의 초원처럼 장식했다.

분수 반경 5m 안에 갇힌 큰 하얀 거위는 봉건 영주처럼 자신의 영토를 사수하며 그 누구의 염탐도 허락하지 않으며 손에 카메라를 든 기자든 혹은 하얀 가운을 걸친 의사든 내 땅에서는 잘 지낼 생각 말라는 듯 굴었다.

그런데 오늘은 하얀 거위 향만원 곁도 다소 조용했다.

전국 각지에서 온 기자와 사진사는 대포와 단렌즈를 들고 있었고, 전 세계에서 몰려온 팬과 서포터즈는 가슴팍엔 ‘맹설’ 등 뒤엔 ‘산우오빠’라고 적힌 빛나는 LED를 걸고 있었다.

다른 점은 기자와 사진사는 질서도 없이 수술실까지도 어떻게든 뚫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팬들은 훨씬 얌전하다는 것이다. 팬들은 조용하게 자신들의 구역에 머물며, 누군가는 접난 무리에 누군가는 에피프레넘 무리에, 누군가는 접난과 에피프레넘 무리 속에 서 있었다.

그리고 거위 향만원의 위협을 받은 팬들은 비굴하게 향만원 근처에 쭈그리고 앉아 사진을 찍어서 웨이보에 올렸다.

주 선생도 사진을 찍어 웨이보에 올리고 있었다. 그는 사진을 찍으면서 웨이보에 올리는 동시에 쉴 새 없이 답변도 달고 ‘아이고, 사람 정말 많네. 다들 능연 찾고 있음.’ 같은 문구도 수시로 올렸다.

- 능 선생? 능 선생은 어제 야간 당직이었지. 그래서 다들 병원으로 몰려온 거지.

- 집? 집으로 가 봐야 소용없습니다. 대부분 병원에 있으니까요. 그래도 하구 진료소로 간 사람도 많다네요. 장사도 잘되겠네. 다들 기뻐하겠어.

“내 생각이지만, 기분 나쁠 사람도 없겠네, 뭐. 능연도 기분 나쁘진 않을걸? 원래 그런 스타일이니까. 하하하.”

주 선생이 한창 신나서 혼잣말하는 데 뒤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능연을 아세요?”

주 선생이 슉 뒤를 돌아보니 열 명 넘는 남자 여자가 벌써 그를 포위하고 있었다. 식은땀이 갑자기 주 선생의 척추를 타고 흘렀다.

“어느 능연이요?”

농땡이로 길러낸 뻔뻔함이 있다고 해도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이니 뜨끔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눈앞에 언니들은 화장을 아주 세심하게 한 모습이었다.

“분명히 도망친 거야.”

언니들이 순간 결론을 지었다. 그러더니 뱅헤어를 한 여자 하나가 앞으로 나서서 턱을 치켜들고 주 선생을 바라봤다.

“능연 어디로 도망갔어요? 숨기면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

“가만히 있지 않으면요.”

주 선생은 두렵지 않은 척했다.

“병원 케이스를 다 뒤져서 여기 있는 의사들을 다 조사하게 할 거예요.”

“위생국에서 툭하면 하는 건데요, 뭐.”

주 선생이 뭐가 대수냐는 듯 대답했다.

“뒷돈 받았다고 고발할 거예요.”

“전 뒷돈 안 받는데요.”

주 선생이 미소 지었다. 전에는 받은 적도 있지만, 지금은······ 응급의학과 의사는 뒷돈 받을 희망도 없었다.

“그럼 우리가 드릴까요?”

언니가 생긋 웃으며 하는 말에 이야기가 그렇게 진전되리라 생각도 못 한 주 선생은 깊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자자자, 위챗 추가해요. 능 선생 어디 있는지만 말하면 바로 돈 보낼게요. 찾으면 또 드리고요.”

언니가 매우 NICE 하게 주 선생을 설득했고 주 선생은 묘하게 슬퍼졌다. 예전엔 뒷돈도 참 좋은 거였는데.

옛날엔 왜 다들 수술하려고 난리였을까. 수입이 모두 낮았던 그때, 집도의는 적으면 2, 3백, 많으면 7, 8 백에서 천까지 뒷돈을 받았다. 그달 월급보다 하루에 받은 뒷돈이 더 많았다.

지금은 그런 수입을 얻으려면 출장 수술을 할 수밖에 없는데 출장 수술은 평범한 주치의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당시 다른 의사들이 꽃 노래를 부를 때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의사 중의 난민처럼 가난하게 살았고, 의료진의 수입이 평균적으로 낮아진 지금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그중에서도 바닥에 있다는 게 가장 주 선생을 슬프게 했다.

주 선생의 눈빛이 저절로 흐릿해졌다.

수입이 없을수록 멘탈을 챙겨야 해. 아니면 우울증에 걸리기 쉬우니까.

“자, 순순히 아는 걸 말해요. 당신이 말했다고 얘기 안 할 테니까.”

뱅헤어 언니가 스스로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눈짓하자 남자 하나가 앞으로 나와 부드러운 말투로 설득했다.

주 선생 그 순간 퍼뜩 정신 차렸다.

“저기······.”

“잠시만요!”

주 선생이 말을 고르는 사이 뱅헤어 언니가 갑자기 주 선생의 말을 끊고 핸드폰을 내려다봤다.

“5팀 애들이 찾았대. 지금 주차장으로 들어왔다네. 아, 엄청 빠르게 달린대. 몸이 끝내주게 좋다네? 수술실에 들어갔대.”

핸드폰을 내려놓은 뱅헤어 언니가 고개를 흔들면서 주 선생을 바라봤다.

“됐습니다. 그쪽은 이제 필요 없어요.”

“고맙습니다.”

주 선생은 한숨을 내쉬었다. 의료 분쟁에 버금갈 정도로 스트레스 받은 순간이었다.

“수술실 가서 능연 잡자.”

뱅헤어 언니가 기세 좋게 손을 치켜드는 모습에 주 선생이 저도 모르게 껄껄 웃었다.

“왜 웃어요?”

“수술실에 들어가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잡으려고요.”

예쁘장하게 생긴 다른 언니가 고개를 돌리자 높이 묶은 포니테일이 주 선생을 때릴 기세로 달려들었고, 주 선생은 휙 피하면서 미소 지었다.

“우리 수술실에 못 들어가?”

“몇 사람은 들어갈 수 있다고 들었는데, 옷만 잘 갈아입으면 말이야. 하지만 됐어, 산우 오빠가 쪽팔릴 짓은 하면 안 되지.”

포니테일이 뱅헤어에게 묻자 뱅헤어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것도 그러네. 그래도······. 그래도 얼굴은 봐야지. 개인 의사라잖아. 우리가 얼굴 좀 보면 어때서.”

“이렇게 몇백 명이나 우르르 몰려오는데 누가 만나줍니까? 그랬다가 갈기갈기 찢기기라도 하면, 어느 의사가 되돌릴 능력이 있겠냐고요.”

“수술실 밖에서 막고 기다리자. 언젠간 나올 테니 그때 물어보면 되지.”

포니테일이 입을 삐쭉이며 하는 말에 뱅헤어가 결단을 내렸다. 멍해졌던 주 선생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럼 굿럭!”

“수술실에 다른 문 있어요?”

뱅헤어 언니가 재빨리 되물었다.

“다른 문이 있기야 하지. 그런데 문 막아도 소용없어요. 능연은 수술실에 살아도 잘 살 사람이거든.”

“우리도 수술실 밖에서 살 수 있어요. 누가 이기나 보죠!”

포니테일이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마음대로 하세요.”

잠시 말을 멈췄던 주 선생은 몇 사람이 재빨리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당신들 맹설 팬 아닌가요? 능연을 왜 잡는 거죠?”

“당신네 능 선생이 재수 없는 사람이면 안티하려고요.”

뱅헤어 언니가 고개를 돌려 담담하게 하는 말에 살기등등한 기운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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