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335화 (316/877)

“유착 부분 처리됐습니다. 봉합할까요? 아니면 집을까요?”

“여섯 군데 집지.”

“네, 여섯 군데.”

능연은 배 위의 일등 항해사처럼 집도의 장안민의 말을 반복했다.

장안민은 여전히 팔자를 받아들인 표정이었다. 그는 며칠 동안 수술실에서 보내면서 완전 다른 지식을 알게 되었다.

“장 선생님, 스틱은 조금 더 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코치하는 것 같으면서도 잘못을 지적해주는 능연의 목소리가 옆에서 다시 들렸다. 장안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의 말대로 스틱을 조금 들어서 담낭이 더 잘 드러나게 했다.

숙제할 때 학급 주임이 수시로 태클을 거는 걸 바라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그 역시 능연이 옆에서 떠드는 건 싫었지만, 안타깝게도 학급 주임이 옆에 있겠다는 데 거절할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능연이 매번 잘못된 걸 고쳐주는 바람에 장안민은 반항할 근거도 없었다.

아까 제대로 간을 제대로 들지 못했다면 어쩌면 간 가장자리에 손상이 왔을지도 모른다.

다만, 장안민은 전에 자주 환자의 간 가장자리에 손상을 입혔다. 대다수 의사는 담낭 수술할 때 그런 작은 디테일을 신경 쓰지 않는다. 건드리면 건드린 거고, 안 건드리면 안 건드린 거고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서약 의학 관점에서 봐도 큰 영향은 없었다.

물론, 결론적으로는 안 건드리는 것이 낫다.

온종일 영양제 챙겨 먹고 헬스하고 담배 안 피우고 술 안 마시는 사람도 조금 건강한 간을 얻을 뿐이다. 담낭 수술하면서 원래 건들면 안 되는 간 가장자리에 대해서 어디서 도리를 늘어놓을 곳도 없다.

장안민은 평소에 수술하면서 가능한 한 편하게 했고, 비닐을 넣을 때도, 귀찮아서 장 구역이 아니라 그냥 간 쪽에서 하는 경우도 흔했다. 하지만 능연이 지켜보고 있으니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슬렁슬렁 건너뛸 수 있는 부분은 건너뛰면서 숙제하는 초등학생도 학생 주임이 지켜볼 때는 그럴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능 선생, 보니까 요 며칠 밖에 팬들도 줄었더라. 옷 갈아입고 나가면 잘하면 슬쩍 빠져나갈 수 있을걸?”

장안민은 두 손으로 투관 침을 들고 능연을 위한 아이디어를 냈다.

“슬쩍 빠져나갈 생각 없습니다.”

“그, 그래. 능 선생은 남자니까 당당하게 나가야지 몰래 나갈 필요 없지. 그럼 당당하게 나가야지, 암.”

능연이 눈도 깜짝하지 않고 모니터를 주시하며 하는 말에 멈칫했던 장안민이 부자연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다시 들어와야 하는데 그럴 필요 있나요.”

능연은 장안민의 머리 위에서 바보 기운이 솟는 걸 보는 것 같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곁에서 장식품처럼 심심해하던 연문빈도 껄껄 웃었다.

“장 선생님, 오해하신 거 같네요. 능 선생 본진이 수술실인데 나가서 뭐 하라고요.”

“자기 수술하면 되지!”

장안민은 저도 모르게 툭 내뱉었다.

연문빈은 계속 껄껄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 치료팀은 늘 병상이 모자라거든요. 간호사들도 죽으려고 하고. 며칠 쉴 수 있어서 다들 얼마나 즐거워하는데요.”

장안민은 실룩거리는 입가를 느끼며 속으로 너희들은 즐거워도 나는 하나도 안 기쁘다고! 소리쳤다.

연문빈은 아직 안 끝났다는 듯 계속했다.

“사실 지금 꽤 좋네요. 환자는 각 진료과 의사들이 책임지고 우리는 병상 나갈 일도 없고요. 수술 전 검사, 수술 후 처리도 신경 쓸 거 없이 능 선생이 하고 싶은 수술 있으면 수술실로 들어가면 되니까요.”

“책임질 필요도 없고, 전희도 없고 하고 나면 바지 입고 나가는 거랑 같은 거네.”

한마디 독설을 내뱉은 장안민은 속이 시원해져서 손놀림도 빨라졌다. 그 말에 잠시 생각하던 연문빈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 보니 그런 느낌도 드네요······.”

“간 가장자리 주의하세요.”

능연이 갑자기 한마디 하고는 모니터를 가리키며 장안민을 향해 말을 이었다.

“저기서 자주 실수하시더라고요. 계속 실수하시면 나중에 다시 배우셔야 할지도요.”

“그래. 미안, 미안.”

장 · 집도 · 간담췌외과 · 안민 선생은 사과부터 한 다음 곧 뭔가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여긴 내 수술실이야!

우선 담낭 절제술을 골라 수술을 따라다녔던 능연은 남은 시간 동안 역시 간담췌외과 수술 위주로 몇 건 보다가 조수 자리를 벌기 시작했다.

다른 레지던트라면 당연히 이런 우대가 있을 수 없다. 원래 병원 수술은 다른 의사 참관이 허용되어 있어서 시간이 있는 의사가 참관하겠다면 막을 사람이 없다. 그러나 보는 건 괜찮지만, 직접 참여하는 건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같은 진료과도 아닌데 무슨 자격으로 일을 한단 말인가.

그러나 능연은 수술실에서 당연히 우대받았다.

능연의 이름값이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능연의 기초가 탄탄해서였다. 이미 독립해서 팀을 이끄는 능연은 상응하는 직책과 직무가 없어서 그렇지, 하는 일은 부주임급과 같았다. 그리고 실력 있는 그가 집도를 고집하는 것도 아니고 어시하면서 주는 일을 고분고분하게 하니, 그가 가진 마스터급 단속 봉합만으로도 의사들을 흡족하게 했다.

그가 새로 터득한 ‘열지혈’은 수술 중 출혈량을 극소로 컨트롤할 수 있는 그랜드마스터급으로 어디에다 응용해도 태산같이 굳건한 기술이었다.

전문가급 메스 잡는 방법 두 가지는 굉장히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메스 잡는 데 뛰어난 선임 주치의 수준이었고 많은 부주임 혹은 주임보다 더 잘했다.

거기에 대량의 복부 해부 경험까지. 그러니 능연은 어시하면서, 각 진료과의 수술 방법을 잘 모른다고 해도 집도의에게 훌륭히 의학 조공술을 펼칠 수 있었다.

능연이 자기가 모르는 수술에 직접 나서지 않는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시스템 안의 의학 트레이닝 체계는 원래 이론과 실전이 섞인 것으로 책을 보고 동영상 보며 수업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다른 사람이 하는 걸 보면서 스스로 연습하는 것은 일반 의사들이 새로운 수술을 배우는 경로와 마찬가지였다.

컴퓨터를 켜서 수술을 배우고, 수술실에서 수술을 보고, 수술대에서 어시할 기회를 얻으면서 능연은 그다지 시간을 오래 들이지 않고 수술 하나를 배웠다.

시스템이 주는 기술처럼 시작부터 전문가급 이상은 아니지만, 넓은 각도로 보면 수술실에 틀어박혀 있는 동안 능연이 얻은 것은 참으로 많았다.

하루 또 하루, 수술실 밖 언니 오빠들은 점점 초췌해졌다.

드디어 어느 날, 간담췌외과 주치의 장안민이 미친 듯이 수술실 안으로 달려 들어가서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물러갔어! 다 물러갔어!”

“뭐가 물러가?”

다른 주치의 몇 명이 물었다.

“그 팬들! 다 갔어! 팬이고 안티고 다 싹 사라졌다고. 수술실 밖이 깨끗해! 이제 자유야!”

장안민은 모두에게 좋은 소식이라는 듯 말하면서 눈은 능연을 바라봤다. 모든 이의 시선이 능연에게 향했다.

“잘됐네.”

“이제 조용해지겠다.”

“문 막는 사람이 없으니 이제 수술도 정상대로 돌아가겠네.”

다들 능연을 둘러싸고 너도나도 한마디씩 했다. 능연은 그저 듣기만 하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장안민이 못 견디겠다는 듯 능연에게 더 다가가서 간절한 말투로 말을 꺼냈다.

“능 선생도 편해지겠네. 이제 수술실에 있을 필요 없으니까.”

“저는 괜찮아요. 나가시고 싶으면 저한테 한마디 해주세요. 제가 바로 자리 채울게요.”

이름을 콕 찍어 불린 능연이 고개를 들더니 웃으면서 하는 말에 장안민의 입술이 덜덜 떨렸다.

“그럼, 미리 고맙다고 인사할게.”

“천만에요.”

능연은 사회 기대에 부응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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