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장·간담췌외과·쪼랩 주치의·힘들어 죽음·온몸 쑤심·차라리 안 일어날래·일어나야 해· 안민 선생은 벌써 병실에 있었다.
장안민은 전에는 대다수 약체 주치의들과 마찬가지로 주임 회진 날을 제외하고는 8시에서 8시 반 사이에 출근해서 9시에 회진을 시작하고 오전엔 수술을 했다.
그러면 출근 전 두 시간 동안 아이 기저귀 갈고, 씻고 닦고, 마누라와 장모님에게 풍성한 아침을 차려 주고 장모님의 눈총을 받으며 집에서 나오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집에 돌아간 다음에도 저녁하고, 아이 밥 먹이고, 기저귀 갈고, 장모님에게 ‘내가 얼마나 힘든 줄 아느냐’는 잔소리도 듣고, 마누라 달래고도 설거지하고 목욕하고 나머지 집안일을 할 충분한 체력이 있었다.
능연이 수술 구역에 온 이래 그런 나날은 점점 장안민과 멀어졌다.
우선 능연의 수술 중 질문이 너무 많았다. 절댓값으로 계산하면 많은 건 아니지만, 수술마다 대답하지 못한 질문이 다섯 건이 되는 집도의는 수술실에서 어색함으로 고체화되기 충분했다.
그런 어색함을 피하려고 장안민은 수술 전에 회진하고 환자의 병세에 근거해서 방안을 모의하고 사전에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장안민에게 요즘 수술 한 번은 주임의 회진 한 번과 비슷했다.
그러나 장안민은 버텼다. 의사 중에 9년 의무교육에 5, 6년 본과, 3년 석사, 1년 실습, 3년 훈련의, 3년 레지던트 생활을 안 견딘 사람이 어디 있나. 창피를 당한다고 해도 똑똑하게 당해야 했다.
한편, 장안민도 능연의 괴롭힘을 기꺼이 여겼다. 고급 의사의 가르침을 받는 수술이니 많이 할수록 좋았다.
서른 넘은 성인이 매일 열심히 일하고 배운다는 건 듣기에는 멋져 보여도 실행하기 쉽지 않았다. 사람들의 놀림과 수군거림도 피할 수 없었다.
마음이 강하지 않고, 명확한 목표가 없는 사람이라면 기분 나빠서 포기하기 쉬운 일이었다.
학교 다닐 때 기숙사 생활하며 수업 땐 자고 새벽 3시에 몰래 화장실에 숨어서 공부했던 것도 싫은 소리 듣기 싫어서였다.
그런데 지금은 수술도 배우면서 다른 사람의 동정도 받을 수 있으니, 수지가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전에 한 시간 반에 끝내던 집안일과 아침 식사를 집중해서 한 시간에 끝내고, 마누라 좀 달래고, 장모님 대할 때 좀 뻔뻔하게만 굴면 어떻게든 생활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회진입니다.”
장안민은 새로 배운 ‘능연 회진 주의 사항’에 있었던 말투를 쓰며 병실로 들어섰다.
환자가 몸을 뒤척이자 싱긋 웃어 보인 장안민은 턱을 살짝 들었고, 같이 온 레지던트가 똑똑 침대를 두드리며 회진이라고 인사했다. 이어서 훈련의와 실습생도 앞으로 나와 똑같이 인사했다.
그건 장안민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새벽 회진의 효율을 높이는 세심하지 않은 회진 방법이었다. 부작용은 시끄러워서 깬 환자들의 태도가 더 나빠진다는 것이었다.
“이씨······.”
맨 처음 회진받는 환자는 항상 언짢아했다.
장안민은 어깨를 으쓱했다. 너무 일찍 회진하면 이게 문제였다. 9시에 회진하면 환자와 보호자 모두 태도가 아주 좋고 환자들은 대부분 주치의 기분을 좋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6시엔 다정한 환자가 그렇게 많지 않다.
“시작하지.”
장안민이 눈을 흘깃하자 레지던트가 다급하게 앞으로 나왔다.
“55세 환자. 오른쪽 위 복부 통증 일 년 정도 지속했으며 점점 심해졌다고 합니다. 병원에 오기 전에 2시간 동안 아팠고, CT에서 담낭이 커진 걸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간 내 담관이 다발성 확대되어······.”
보통 적어도 30분은 일찍 나와서 이런 내용을 외워야 하는 침대 담당 레지던트는 주치의보다 더 일찍 일어나야 한다.
각박한 주치의를 만나면 하루에 한 시간씩 시간을 투자해서 구체적인 내용을 외워서 침대마다 읊으며 나가야 한다.
레지던트에겐 괴로운 일 중의 하나였다. 특히 6시에 회진하는 주치의를 만나면 레지던트는 4시 넘으면 일어나서 5시엔 병원에 와서 자료를 외워야 한다.
당연한 루틴 같아도 병원 생활 중에 고통의 시작일 뿐이었다.
“무슨 병인 거 같냐?”
이미 주치의가 된 장안민은 자기 챙기기도 급급해서 레지던트 사활을 챙길 수 없었다. 이런 식으로 지나가듯 질문이나 던져 주는 게 그나마 위로하는 방법이었다.
“CT 소견으로는 담낭염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낭종일 가능성이 있고요?”
“그리고?”
장안민은 피드백을 바라는 질문을 요즘 자주 던졌다. 그러자 레지던트가 멍해졌다.
6시잖아. 정상인은 꿀잠 자고 있을 시간이라고. 아니면 비몽사몽 그루잠을 자거나, 아니면 아침 먹고 다시 자거나. 그런데 나는? 회진하면서 다른 사람이나 깨우고 있다고.
레지던트는 머릿속이 멍해져서 되는대로 답을 내놓았다.
“종양인지 고려해 보거나요?”
“종양이요? 암? 내가 암인가요?”
짜증 나 있던 환자가 갑자기 흥분했다.
“아닙니다! 암 아닙니다!”
장안민이 김을 뿜으며 레지던트를 노려봤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이제 뜸을 들이지 않고 바로 환자를 향해 설명했다.
“간 디스토마가 아닐까 싶습니다. 간 내 담관에 다발성 확장이 있어요. 전형적인 디스토마 증상입니다. 주의해야 하는 건 맞지만 암은 아닙니다. 치료하면 곧 퇴원할 수 있습니다.”
장안민은 놀란 환자가 문제를 일으킬까 봐 바로 사진을 꺼냈다.
“CT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염증 상태가 보이거든요? 테두리가 아주 깔끔합니다. 그러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럼 간 디스토마라는 건가요?”
“네, 간 디스토마가 뭔지 아시죠? 기생충입니다. 회 자주 드세요?”
“일본놈처럼요? 아니요.”
“콘지나 덜 익은 고기 먹어도 그럴 가능성 있습니다.”
마지막 목소리는 문 쪽에서 들렸다. 장안민은 익숙하단 생각이 들었지만,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다.
“응? 능 선생? 나왔어?”
장만민은 문 쪽에 서 있는 실루엣을 바라봤다. 문을 등지고 있는 데다가 복도의 불 때문에 얼굴에 빛무리가 돌아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몸매며, 분위기며, 잘생긴 느낌으로 봐서 의심할 여지 없는 능연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다른 사람 일리가 없다.
운화에 그런 사람은 없고, 창서성에도 없고 전 세계로 봐도 없을지도 모른다.
“할 일 없어서 나와 봤습니다.”
능연은 쇼핑이라도 하듯 복도에 서 있었다. 문 열린 병실만 봐도 능연은 기분이 좋아졌다.
다른 초짜 의사들도 허둥지둥 인사했고, 능연은 미소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이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간 내 담관 상황이 어떤가요?”
“아직 절제할 정도는 아니야.”
장안민은 문제의 핵심을 대답했다. 능연은 ‘아’ 하고 짧게 대답하고는 묵묵히 장안민에게 다가가 차트를 건네받아 들여다봤다.
“님?”
“간담췌외과 회진 방식 배우고 싶어서요.”
불안해하며 묻는 장안민의 말에 능연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수술실에 오래 있었지만, 모두 조수로 참여해서 병실 회진과 협진, 예후 같은 건 아직 모른다.
능연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는 장안민의 마음에 경고등이 울리기 시작했다.
“능 선생. 담당 절제 수술할 생각이야?”
장안민이 경계하면서 물었다. 능연의 수술 빈도와 속도라면 자기의 주력 수술인 담낭 절제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능연은 그저 웃으면서 가볍게 대답했다.
“아직 연습 더 해야 합니다.”
담낭 절제는 시스템에서 받은 기술이 아니라서 이제 겨우 입문급 수준이었고, 능연은 급하게 수술을 직접 할 생각이 없었다. 기초가 좋으니 한동안 연습하면 매우 빠르게 실력이 늘겠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이 곁에서 지도해 줘야 퀄리티를 보장할 수 있었다.
장안민의 안색이 변하고 또 변했다.
어쨌든 언젠가는 하겠다는 말 아닌가 말이다.
장안민은 저도 모르게 병원을 지키던 팬들의 인내심이 너무 형편없었음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운화병원 간담췌외과에서 매주 받는 담낭 절제 환자 중에 능연이 반을 가져간다면, 아니 반만 가져갈 리가 없잖아······.
거기까지 생각한 장안민은 온몸에서 끌어올린 용기와 새벽이라서 멍청해진 것을 보태서 과감하게 입을 열었다.
“능 선생. 우리 과 회진에 따라다니게 할 순 없어.”
“이유는요?”
“왜냐면······, 왜냐면······.”
의아한 듯 묻는 능연의 말에 장안민은 대답할 길이 없었다.
“바꿔서 배우면 되지 않나요? 담낭 절제하실 때 가르쳐 주시고, 제가 간 절제할 때 가르쳐 드리고.”
능연 팀 초짜 의사 몇 마리는 이미 헐떡거리고 있어서 바로 간 절제술을 시작할 수 없었다. 배울 것도 너무 많고. 그래서 능연은 간 절제 수술을 모두 직접 집도하고 연문빈 등은 그저 겉핥기만 배울 뿐이었다.
간담췌외과 의사 생활을 거의 10년 가까이 한 장안민이라면 간 절제 수술할 준비는 충분했다. 능연 역시 앞으로 큰 수술을 할 때 간담췌외과 의사 중에 어시스던트 할 사람을 급하게 찾지 않아도 되고 말이다.
장안민의 얼굴이 서서히 화색이 돌았다.
“간 절제? 정말로?”
“네. 정말로요.”
능연의 진지한 얼굴이 내뿜는 잘생김에 온 병실이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래, 그럼! 콜!”
장안민이 침을 꿀꺽 삼켰다. 로또 1등이라도 당첨된 것처럼 손도 흥건해졌다.
간담췌외과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언제나 간이었다. 담낭은 복잡성, 중요성 어느 면에서도 한참 뒤떨어져 있었다.
장안민은 안 그래도 계속 간 수술을 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을 뿐이었다.
간 절제 수술은 간 수술 중에 중요하고 중요한 수술이라 정말로 할 수 있게 된다면······.
장안민은 이미 쾌속 승진, 월급 상승을 상상하면서 일하는 사람을 부리고 큰 집을 사는 생활을 상상했다.
집에서 가지고 온 남은 찐빵과 반찬 그리고 용돈으로 산 우유를 점심으로 먹은 장안민은 다시 기력이 충전됐음을 느꼈다.
그는 직접 커피를 타서 크림 4개를 넣어 보온병에 담고는 몰래 대추 두 알을 넣은 다음 마시면서 아래층으로 느긋하게 내려갔다.
장안민은 남들에게 건강한 생활을 권하면서 자기는 밤을 새우거나, 환자 뱃속 가득한 콜레스테롤을 타박하면서 자기는 체중을 줄이지 못하는 의사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고향에 산 집 대금을 27년 동안 갚으려면 몸 관리를 잘해야 했다.
꽉.
꽉꽉꽉.
분수 쪽에서 하얀 거위 목소리가 들렸다.
장안민은 미소를 드러내며 발걸음을 돌려 분수 쪽으로 향했다.
누구나 하얀 거위를 좋아했다. 특히 시골에 가보지 못한 어린아이들은 하얀 거위를 티라노사우루스 보듯 희귀하게 여겼다.
하얀 거위가 온순했다면, 털이 진작에 다 빠졌으리라.
“만져도 되지만, 털을 뽑으면 안 돼.”
좌자전이 이상한 말을 하면서 분수 곁에서 질서를 유지했다. 장안민이 다급하게 다가가 보니, 곽종군 다음으로 포악함으로 악명 높은 거위 향만원이 고분고분 분수 곁에 앉아 능연의 손에 목이 잡힌 채 날개도 내주고 있었다.
능연이 만지고 있는 틈에 아이들도 다가가 따라 만졌다. 어른들은 열심히 사진을 찍었고, 개중엔 웨이보에 올리는 사람도 있었다.
오로지 여원이 정신을 집중하고 언제든 손을 쓸 기세로 하얀 거위를 노려보고 있었다.
꽉!
아이 하나가 아프게 만진 바람에 억울한 듯 울부짖은 거위가 고개를 들고 여원을 보다가 ‘나도 알아. 물면 안 되는 거.’라는 표정을 짓다가 강제로 고개를 돌렸다.
“뭐 하는 거냐?”
평소의 거위를 떠올린 장안민은 의아한 듯 그 광경을 보다가 호기심으로 물었다.
“거위 청결 상태 보는 거예요. 병원 감염 관리래요.”
곁에 있던 간호사가 시선은 능연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아아.”
장안민이 이제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 감염에 대한 경계는 나날이 늘고 있었다. 병원 감염의 큰 적은 병원에서 배양된 병균 문제가 가장 컸다.
병원에서 직접 키워낸 수퍼 박테리아에 비해 작은 진료소 혹은 하얀 거위 몸에 있는 세균은 그야말로 새 발의 피지만, 능연 같은 의사가 이렇게 일의 대소를 가리지 않고 체크하러 온다.
큰 거위를 잠시 이리저리 뒤집던 능연은 거위 몸에서 뽑은 샘플을 진단의학과에 넘기도록 여원에게 전해 준 다음 거위를 분수 안으로 돌려보냈다.
나는 듯 분수 다른 쪽으로 도망간 거위는 분통스러운 표정으로 능연을 바라봤다. 오랜 시간 키워온 패기가 단숨에 사라졌으니 성질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장안민은 능연에게 인사하려고 조금 더 앞으로 다가갔고, 장안민을 이미 본 능연이 고개를 들어 사회성에 부합한 인사를 했다.
“장 선생님, 안녕하세요.”
기억 속 능연은 이렇게 주동적으로 사교성 인사를 하는 사람이 아니란 생각에 장안민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왜 수술 안 하시고 여기 계세요?”
능연이 장안민에게 다가가며 묻는데, 능연 손에서 풀려난 하얀 거위가 작은 눈으로 주변을 부릅뜨며 언제든 쪼을 기세로 꽥 고함쳤다.
아이들은 공룡에게 쫓기는 작은 짐승처럼 사방으로 도망쳤다.
장안민은 그런 거위를 보며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마침 시간이 나서. 점심시간이잖아. 그래서 거위나 보려고 나왔지.”
“아, 그럼 같이 수술실 가시죠. 수술 시간 당기라고 할게요.”
“응? 가, 간 절제술 말이야?”
행복이 이리도 빨리 올 줄 몰랐던 장안민이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사전 준비 필요 없나? 리포트 읽거나 장비 구입하거나, 그런 거 안 해도 되나?
“간 내 담관 결석 간 절제 수술입니다.”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대답했다. 간암 수술을 몇 건 한 능연은 이제 그런 수술은 하지 않았다.
현대 외과 기술에서 암은 외과 치료의 보더라인에 있다. 성공하는 사람도 실패하는 사람도 있고, 의사도 성공인지 실패인지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능연은 그런 불확실성이 싫어서 다른 사람이 알아차리지도 못한 사이 과감하게 발을 뺐다.
장안민은 그런 걸 고려할 필요도 없었고, 간 절제라는 말만 듣고 흥분해서 미칠 것 같았다.
커피를 반밖에 마시지 않았지만, 레드불 4병 마신 것처럼 기운이 넘치는 장안민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응, 간 내 담관 결석은 나도 꽤 알지. 전에 해부도 한번 해 봤고······.”
“이따 하면서 말씀 나누시죠.”
능연은 시간을 아끼자는 모습으로 그렇게 말하면서 여원에게 수술실에 전화하라고 지시 내렸다.
“응, 먼저 올라가. 금방 가게.”
여원은 하얀 거위 쪽으로 걸어갔다. 148cm 여원이 목길이 40cm인 하얀 거위를 향해 다가가는 모습을 본 장안민은 흐뭇하게 웃으면서 속으로 능연 팀 의사들은 대하기도 쉽고 일도 깔끔하게 한다고 생ㄱ······.
꽉!
여원이 손을 치켜들더니 체온계를 단숨에 거위 향만원 엉덩이에 꽂아 넣었고, 보고 있던 장안민은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조였다.
“착하지. 체온 재자.”
여원은 그 틈을 타 웃는 얼굴로 거위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자, 웃어 봐.”
거위 얼굴엔 억울함이 가득했다.
“엘리베이터 왔어요.”
“아아, 응.”
능연의 목소리에 장안민이 다급하게 안으로 들어가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달렸다.
“아까, 담관결석에 익숙하다고 하셨어요?”
등 뒤에 서서 묻는 능연의 얼굴이 반짝거리는 엘리베이터 문에 반사되어 자체 발광하는 듯 빛났다.
“응응. 전에 퍼스트 한 적 있어. 세컨도.”
장안민은 자신의 이력을 전부 읊지 못함이 아쉬울 뿐이었다.
“잘됐네요. 가서 환자 자료 다 찾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보면서 뭐 고려해야 할 거 없는지 살펴보세요. 그 김에 수술 전 상황도 체크하시고요.”
능연이 가볍게 임무를 내렸고, 장안민은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CT 볼 줄 아세요? MRI는요?”
“조금.”
능연이 영상의학 자료 판독에 능한 걸 아는 장안민은 섣불리 대답하지 않았다. 물론, 능연이 얼마나 잘 보는지는 모르지만.
“그럼 CT랑 MRI도 한 번 보세요. 그리고 연 선생님이랑 여 선생님한테 설명해 주시고요.”
팀에 레지던트밖에 없던 능연은 이제 주치의가 생기자 술술 임무를 배정해주었고, 장안민은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환자도 한 번 만나시고요. 보호자하고 인사도 나누고. 수술 전 용약 대조도 하시고.”
능연이 단숨에 이것저것 지시하자 장안민의 눈이 빙글빙글 돌았다.
“그럼 수술은 언제 해?”
“45분 뒤요.”‘
“40, 5분······. 시간 모자라잖아.”
“얼마나 필요한데요?”
“······4시간?”
능연이 되묻는 말에 장안민이 망설이다가 나지막이 대답했다.
“4시간 뒤엔 세 번째 수술해야 하는데요. 좀 서둘러 보세요.”
이야기하는 사이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능연은 벌써 고개를 들고 내렸다.
“능 선생님!”
“능 선생니임~”
복도에 사람들이 다정하게 능연을 불렀다.
장안민은 사람들에게 양기를 다 빼앗기는 기분을 받으며 허둥지둥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