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접난도 에피프레넘도 모두 자는 사방이 조용한 시각. 하지만 응급센터 당직 의사와 간호사들은 벌써 깔끔하게 준비하고 임전 태세를 마친 채 조용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힘겨운 엔진 소리가 병원 앞 광장에서 들려오자, 모두 무심결에 가슴을 활짝 폈다.
“능 선생 제타네. 아무래도 속아서 산 것 같아, 발동기가 적어도 5년은 됐겠어.”
좌자전이 두 손을 소매에 끼고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그러자 곁에 있던 우 간호사는 싫어 죽겠다는 듯 중년 여자의 말투로 입을 열었다.
“좌 선생님, 감기 걸리셨으면 앞에서 바람맞지 말고 뒤에 서세요.”
“그러게 밤에 이런 차가운 바람 못 견디겠더라고요. 여름에도 이렇게 춥다니.”
“새벽 4시에 능 선생님 맞이하는 게 처음도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더 무섭죠. 그나저나 능 선생 돈도 많은데 차를 왜 안 바꾸지.”
좌자전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선생님은 BMW 샀다 이거죠?”
우 간호사가 더 싫은 표정을 지었다.
“능 선생님이 좋은 차 몰고 싶다고만 하면 선물할 사람이 천지인데 뭐 하러 사겠어요. 조금 지나면 여자 쪽에서 혼수로 좋은 차 가지고 올지도 모르잖아요.”
그 말에 소몽설 표정이 환해졌다.
“엄마가 저 결혼할 때 좋은 차 사주신댔어요.”
“능 선생님이라면 나도 좋은 차 사서 혼수로 가져갈 수 있어. 예단도 필요 없고!”
듣고 있던 좌자전은 소매에 넣고 있던 양손까지 풀었다.
“너희들 참. 내 친척이었으면 다들 그냥! 부모한테 혼수 마련해 달라는 사람이 어디 있어!”
말은 해놓고 뜨끔해진 좌자전은 뒤에 서 있는 장안민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죠?’ 하고 덧붙였다.
“네······. 그렇겠죠.”
장안민이 대충 얼버무리며 웃었다 그의 머릿속엔 출장 수술 생각밖에 없었다. 내일이면 무신 시 2 병원에 출장 수술 갈 일이 있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일전에 능연이 무신 시 1 병원과 2 병원에서 백 건 가까이 담관결석 수술한 환자들이 지금은 속속 퇴원하고 있었고 죽은 사람이 하나도 없을뿐더러 예후가 모두 좋았다.
그런 결과에 무신 시 1 병원, 2 병원 모두 마음을 놓았다.
장안민은 처음에 그 소식을 듣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우선 간 절제를 하면서 사람이 안 죽을 확률이 너무 낮았다. 간 절제한다고 꼭 죽는 건 아니라지만, 간 절제를 50건 넘게 하면서 죽은 사람이 없다? 그럼 환자를 골랐을 것이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환자를 받고 처리했다면 백 건 중에 사망 케이스가 없다는 건 실로 너무너무 드문 일이었다.
그러나, 이론과 현실이 저촉될 때 현실을 믿는 것이 정확하다. 어쨌든 현실은 무신 시 1 병원과 2 병원에서는 더 높아진 열정으로 능연을 출장 수술에 초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지금 간 내 담관결석 케이스가 생기면 바로 능연을 출장 수술에 부르는 걸 우선 선택했다.
간 내 담관결석 간 절제는 응급이 아닌 택일 수술이었고, 기간 선택 여지도 넓어서,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2 병원은 단번에 10건 모아서 적어도 이틀은 하겠다는 능연의 조건을 완전히 만족시켰다.
장안민은 더 단순하게 생각했다.
무신 시 2 병원에서 능연에게 제시한 출장 수술가는 수술당 6,000위안이었다. 그 밖에 고속철도 특실과 힐튼 호텔 비즈니스 룸도 있었다.
6,000위안은 출장 수술 의사의 기본가격이었다. 다른 지역으로 가서 수술하는 의사라면 적어도 5,000위안은 되고, 아무리 못해도 표면가 6~7,000위안에 할인가로 해서 3,000위안은 된다.
그러나 다른 지방에서 오는 출장 의사의 출장비도 올라갈까 염려한 무신 시 2 병원은 일단 6,000위안을 제시하고 케이스를 많이 모으는 방법으로 능연에게 보상하려 했다.
무신 시 2 병원에서 능연의 조수들에게 건당 퍼스트는 800위안 세컨드는 200위안을 제시한 것이 장안민이 가장 끌린 부분이었다. 정말이지 후한 대접이었다. 똑같이 고속철도 특실에 힐튼 스탠다드 룸을 주겠다고 한 것도 꽤 체면을 생각해준 것이다.
그런 가격과 대우는 딱 봐도 능연이 사람 쓰기 좋게 하려고 해준 것이다.
장안민이 알기로는 간담췌외과 주임 하원정이 출장 수술 갈 때는 항상 직계 부하 몇 명만 데리고 간다.
그러나 능연 밑에는 사람도 적고 간 절제술을 할 만한 조수가 없다고 장안민은 자신의 경험으로 확신했다. 그러나 능연이 이렇게 수술을 해나가는 동안 조수들도 숙련되어 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나는······.
장안민은 힐끔 좌자전을 바라봤다. 그는 좌자전이 능 팀의 집사나 마찬가지고 출장 수술 인원에 대해 발언권이 있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에게 밉보일 수는 없었다.
“능 선생님 오셨네요.”
누군가의 한마디에 사람들이 진열을 가다듬었다. 장안민은 더욱 진지하게 양다리를 오므리고 바르게 섰다. 치료팀 팀장에게는 아무리 존경을 표해도 부족한 법이었다.
“오늘 수술이 좀 많아서 한 시간 일찍 시작합니다. 음, 첫 번째 환자 준비 다 됐습니까?”
능연은 병원으로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에게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바로 질문을 던졌다.
“준비됐습니다. 마취의는 이번에도 소가복이고요.”
“또요? 안 잔대요?”
능연이 의아한 듯 물었다. 요즘 몇 주 동안 수술을 열심히 하느라 거의 일주일에 한 병씩 스태미너 포션을 비우는데, 스태미너 포션이 없는 소가복이 수시로 수술실에 나타나자 능연은 걱정까지 되기 시작했다.
“마취의는 원래 그런 건데, 뭘. 괜찮아.”
“그럼 다행이고요. 그럼 손 씻고 수술 시작하죠.”
별일 아니라는 듯 대답하는 좌자전의 말에 능연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장서서 사람들을 이끌고 위풍당당하게 수술실로 향했다.
수술 하나하고 또 하나하고.
간 절제 수술 두 건, 탕 봉합 한 건, 이어서 아킬레스건 보건술 한 건, 그리고 다시 간 절제······.
퍼스트 두 번, 세컨드 한 번 따른 장안민은 이미 다리가 후들거렸는데, 점심때 다시 간담췌외과 수술실로 돌아가 집도의 자리에 서게 됐다.
멍하니 넋이 나간 장안민 곁에서 능연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장 선생님, 약속했잖습니까. 제가 간 절제 가르쳐드리고, 선생님이 담낭 절제 가르쳐 주시기로.”
“아아······. 그랬지. 그러지 말고 집도할래?”
“아니요. 그냥 몇 번 보겠습니다.”
그제야 떠올리고 미안하다는 듯 말을 꺼내는 장안민의 모습에 능연은 별로 급할 것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딩.
시스템 알람이 능연의 귓가에 울렸다.
- 퀘스트: 셀프 성장
- 퀘스트 내용: 스스로 연습해서 ‘담낭 절제술 입문’을 획득할 것
- 퀘스트 보상: 초급 보물상자
능연은 의아한 마음으로 시스템에서 튀어나온 제시어를 바라봤다.
기술을 스스로 배우기가 얼마나 힘든데 고작 초급 보물상자 하나라니. 전에 케이스 열 개 하는 것도 중급 보물상자가 나오지 않았냐 말이다.
자기가 스스로 스킬을 올리다 보면 시스템이 필요 없어질까 봐 시스템이 걱정하는 게 아닐까, 하는 추측까지 하게 되었다.
능연의 머릿속에 저도 모르게 유치원 선생님들이 오열하며 그를 보내던 모습을 떠올렸다. 대학 졸업한 지 얼마 안 되는 여자 선생은 아쉬운 듯 ‘연이 이제 다 커서 선생님이 필요 없구나!’라고 하던 것도 지금까지 기억했다.
나중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심지어 대학교까지 그런 선생이 있었다. 물론 대다수는 오열까지는 아니고 그저 눈물을 보인 정도였다. 어쨌든 모든 선생이 감성이 충만하고 예민한 유형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럼 시스템은 예민한 유형인가?
능연은 원래 한 번 물어보려고 하다가, 시스템까지 오열하면 어쩌나, 혹은 시스템이 이제 떠날 때라고 하면 어쩌나 싶어서 그만뒀다.
그렇게 예민한 유형은 그동안 제법 많이 접했는데, 그런 유형을 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모른 척하는 것이다.
그래서 능연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아무런 말도 묻지 않았다. 그리고 퀘스트도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 초급 보물상자? 진심 어린 감사가 부족한가? 아니면 같은 의사의 칭찬이 이제 시시한가?
“능 선생?”
“아, 시작하시죠.”
능연이 멍 때리고 있는 모습에 장안민이 나지막이 그를 불렀고, 능연은 크게 한탕 할 것처럼 팔을 휘두르며 어깨를 풀었다.
“능 선생, 아님 네가 지도 수술할래?”
아직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 장안민이 물었다.
병원은 급으로 사람을 눌러 죽일 수도 있는 곳이다. 주치의가 레지던트를, 혹은 부주임이 주치의를 종종 쥐 가지고 놀 듯이 논다. 많은 의사가 구석에 숨거나, 당직실, 화장실, 옷장, 침대 밑, 창고 등에 숨어 펑펑 우는 경험은 대부분 상급 의사 때문이다.
그러나 상급 의사가 하급 의사를 깔아뭉개는 건 모두 실력으로였다. 실력이 부족하면 상급 의사라고 해도 헛된 이름값일 뿐이다.
특히 부주임급이 되면 진료과 주치의와 레지던트가 죽고 싶단 생각을 할 정도로 깔아뭉갤 수 있지만, 능력이 안 되면 그냥 말로만 떠들 뿐이다. 삼갑병원을 제외한 병원 특히 현병원이나 위생병원 같은 이급 이하 병원은 그런 부주임이 제일 흔했다.
장안민에게 능연은 부주임 심지어 주임보다 더 잘난 존재였다.
능연과 수술을 하는 동안 장안민은 정말로 능연의 실력에 감탄했다. 실력이 아래인 사람이 더 높은 실력을 가진 사람을 숭배하는 건 어느 업계나 있는 일이다. 학자든, 프로그래머든, 게임계든, 선수든.
능연이 아직 담낭 수술을 못 한다고 해도 능연의 간 절제술만으로 장안민의 숭배는 정점을 찍었다.
“그만 미루고 어서 시작하세요.”
능연이 모니터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장안민은 한 번 더 양보해야 할지 말지 고민에 빠졌다. 고대 황제가 선위할 때도 세 번은 미루고 밀지 않은가. 그러나 과하면 좋지 않다고, 계속 이러다가 능연이 화를 내면 큰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능 선생이 직접 하라고 하면 직접 하라는 뜻이 맞으니까, 너무 생각할 거 없습니다.”
옆에서 장식품 노릇하며 수술을 배우던 좌자전이 헛기침하며 한마디 했다. 좌자전이 지금 장안민의 마음을 제일 잘 알았다. 굳이 비교하자면, 장안민의 사회 경험이 좌자전보다 많이 약하지만, 의학 실력은 더 강했다. 어쨌든 운화병원 훈련의 시절을 거쳐 성장한 주치의이니 실력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그럼 시작합니다.”
집도의 자리에 굳게 선 장안민의 마음도 점차 편안해졌다.
수술은 다른 작업과 비교해서 좋은 점이 수술대 위에 서게 되면 의사들은 피곤하거나 괴롭거나 초조하거나 그런 감정들을 정말로 느끼지는 않는다.
특히 수술이 순조로우면 학생이 익숙한 문제지를 푸는 때 같은 느낌으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어렵기야 하지만, 그 어려움을 돌파하면 오히려 사람들의 응원을 받는다.
대단한 의사들이 평범한 의사들보다 훨씬 좋은 수술 결과를 얻는 것도 일부분 이런 이유에서이다.
약체 의사들은 어려워서 돌파하기 힘든 문제를 만나면, 첫 문제부터 풀기 힘든 문제를 만난 학생처럼 군다. 첫 문제부터 못 풀어서 억지로 답을 내고는 두 번째 문제를 풀 땐 이미 나약해져서 더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자신감을 잃고 만다.
장안민은 담낭 절제에서 전문가급으로 익숙해져 있고, 전문가급만 돌파하면 진짜 별 희한한 케이스에 부딪히지 않는 한 순조롭게 할 수 있다.
장안민은 배꼽에 구멍을 뚫고 이산화탄소를 주입해서 배에 가스를 차게 한 후, 복강경으로 복강 내부를 살피면서 두 번째 구멍을 뚫을 곳을 찾았다.
두 번째 구멍을 뚫었을 때 모니터에서 배 안에 튀어나온 불룩한 부분을 볼 수 있었다. 위치가 좋지 않자 장안민은 다른 위치를 골랐다. 이번에 모니터에서 봐도 위치가 적당했다.
장안민은 복강경을 능연에게 넘겨주고 힘을 주어 살을 찔렀고, 붉은 액체가 간 위에 튀었다.
간담은 달라붙어 있어서, 담낭 절제 수술할 때 복강경 시야에는 대부분 시뻘건 간이 우선 보이고 간 아래 깔려있는 담낭은 이때 보이지도 않는다.
장안민은 계속해서 세 번째 구멍을 뚫고 니들홀더를 쥔 채 모니터를 바라보며 거즈로 간 위의 피를 깨끗이 닦았다.
뒤에 선 좌자전은 재미있다는 듯 장안민을 바라봤다.
“일단 담낭 상황을 보도록 하지.”
장안민은 스틱으로 간을 들고 이야기를 하면서 손을 놀렸다. 능연은 진지하게 장안민의 손놀림을 보며 묵묵히 기억하면서 수술 과정에 따른 정확한 복강경 위치를 확보하면서 안정적으로 움직였다.
평범한 초짜 의사라면 그런 평범한 동작도 신경 써서 했겠지만, 능연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장안민은 늘 하던 대로 집게 7개를 사용해 담관과 혈관을 집었고, 6개까지 하고 확실히 봉쇄했음을 확신했지만, 보험용 집게를 바로 집지 않고 능연에게 한번 해보라고 했다.
이번엔 능연도 거절하지 않고 신이 나서 장안민과 자리를 바꿨다. 이어서 니들홀더를 잡고 슬쩍 보고 또 보다가 한참 만에 집게를 집어야 할 위치에 꽂았다.
“문제없네.”
장안민은 속으로는 ‘매우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매우 잘했다고 능연을 평가하는 게 너무 이상하단 생각을 했다. 능연은 꽤 흡족한 표정으로 자기가 집은 집게를 바라봤다.
풍부한 해부 상식이 있고 복강경 조작 기술도 있으니 집게 하나 넣는 데 무슨 실수를 할 리가 없다. 그러나 능연의 목표는 언제나 그렇듯이 실수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능연은 어릴 때부터 마음에 새겨 두었다. 그가 어릴 때는 뭐든 다른 아이보다 잘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은 실수할까 봐 시도조차 않는 때가 많았고, 그게 능연과 다른 아이의 가장 큰 차이였다. 물론 능연은 항상 시도할 기회를 얻었고, 실수를 하더라도 혼나는 게 아니라 격려를 받는 것도 큰 원인 중 하나이리라.
“이따 담낭 수술 하나 더 있는 거 같던데요.”
자신이 꽂은 집게 감상을 끝낸 능연이 물었다.
“그런 거 같은데.”
장안민은 머리가 핑핑 돌 정도로 수술이 많았다.
“오늘 담낭 수술 두 건 더 있습니다.”
좌자전이 곁에서 확실하게 대답했다. 보통 의사가 수술이 잡힌 날 두어 건 하는 건 정상 범주 안에 들었다. 네다섯 건도 흔했고. 그러나 보통 의사와 능연의 차이는, 보통 의사가 일주일에 이틀 정도 수술을 잡는다면 능연은 거의 매일 수술을 잡는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치프 레지던트를 제외하고 능연처럼 수술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치프 레지던트는 반년에서 일 년만 그런 생활을 한다. 아니면 치프 레지던트가 미쳐버릴 수도 있으니까.
장안민이 복강경 하 담당 수술 한 건 하는 데 걸린 시간은 40분에서 50분 정도였다.
“능 선생, 다음 수술 집도할래?”
장안민이 모니터를 보며 물었다.
“오늘은 아니요. 저녁에 집에 가서 복습 좀 하고 다음에 하겠습니다. 맞다, 오늘 저녁에 회식하실래요? 소가 식당에서?”
“좋아.”
“그럼 내가 소 사장한테 준비해 놓으라고 전화할게.”
장안민이 냉큼 대답하자 좌자전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