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340화 (321/877)

좌자전은 요즘 자주 소가 식당에 갔다.

그는 능 팀에서 작업량이 가장 적었고 이제 싱글로 돌아갔으니 가끔 한가할 때마다 소가 식당에 늘어붙어 있었다.

물론 능 팀 의사들이 시간이 난다고 해도 기껏해야 한두 시간이었다.

40분 일찍 퇴근한 좌자전이 소가 식당으로 가서 고기를 주문하고 곁들일 음식을 시키고 있다 보니 소 사장이 환영한다는 미소를 지으며 뒷문에서 들어왔다.

“소 사장, 한 2주 못 봤나? 어디서 돈 끌어모으고 있었습니까?”

“하하하. 입원했었지. 일반 외과 병동에 있었는걸.”

좌자전이 반 농담으로 하는 말에 소 사장이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또? 무슨 일로?”

“전에 장 잘라냈잖아. 계속 소화가 안 되고 한동안 변비가 너무 심해서 입원했지.”

“변비로 입원을?”

소 사장은 담담하게 묘사했다. 그로서는 작은 병이긴 하니까. 그러나 좌자전은 놀라서 물었다.

“응, 그 김에 다른 검사도 좀 하고. 병원이잖아, 가면 오래 걸리는 거 자네들이 제일 잘 알잖아. 맞다, 무슨 축하할 일이라도 있어?”

“그냥 회식. 내일은 또 멀리 가야 하니까, 오늘 잘 먹어 둬야지.”

“능 선생 치료팀이 승승장구한다는 소식은 가게에서도 여러 번 들었지.”

소 사장은 좌자전보다 운화병원을 자기 집처럼 잘 알았다. 그는 이야기하면서 좌자전에게 음식 두 가지를 서비스로 내주겠다고 했다.

“능 선생 새로운 수술 시작했다며?”

그런 것도 아는 사람은 단순한 외부인이라고 보긴 힘들었다. 좌자전은 싱글벙글 웃었다.

“요즘 간 절제 수술하잖아. 이제 복강경 담낭 절제도 배운다고. 원래 간담은 한 가족이니까. 맞다, 소 사장 간담은 어때?”

“간은 잘랐고, 담낭은 남겨 두고 결석은 꺼냈지.”

소 사장이 미소 지으며 하는 말에 좌자전은 몹시 놀라서 무슨 흥미로운 것을 보듯 위아래로 그를 살폈다.

“간도 다 자른 거야?”

“예전에 했지. 그것도 운화병원에서 했어. 넘어졌었는데 간 쪽이 아파서 바로 구급차 불러서 갔거든. 병원에 갔을 때 출혈량이 고작 1000 좀 넘었어.”

좌자전은 다시 한번 놀라 소 사장을 바라봤다. 1000이 넘는 출혈량도 자랑스럽게 말한다고? 간을 싸게 사 온 것도 아니고 간을 잘랐다는 이야기를?

“근데 요즘 의사들은 담낭 남겨두고 결석만 꺼내는 거 추천 잘 안 할 텐데.”

“나야 모르지. 내 건 뭐 수축률이 괜찮다고 그러더라고. 그리고 자주 복강경 수술에 개복 수술하니까, 담낭 내 결석 재발하면 수술할 때 그 김에 해도 되고.”

수술하는 김에 해버린다는 이유가 너무 타당해서 좌자전은 할 말이 없어졌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구이도 좀 줄까? 덩어리 큰 놈으로.”

“홍류 꼬치는 요즘 안 해?”

“홍류는 너무 비싸. 재사용하긴 싫고. 그래서 그냥 조금 향이 덜해도 철꼬치로 굽고 있지.”

“그렇긴 하네. 그런데 소 사장, 약점을 드러낸 거 아닌가?”

좌자전이 웃으면서 하는 말에 소 사장이 그를 바라보며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돈 아껴 주는 거잖아. 다들 돈 아껴서 집 사고, 차 사고, 결혼하고 아이 키우고, 아이 분유 사고 학비 내고, 마누라 루이비통, 샤넬, 버버리, 에르메스 사야 하잖아.”

“네네, 알겠습니다. 내 생각이 짧았네요. 짧았어.”

더 듣기 싫어진 좌자전이 손을 내저었다. 얼마 전에 할부로 BMW를 구입해서 매달 만 위안 씩 갚아야 하고, 각종 비용 때문에 다시 주머니가 허름한 생활로 돌아간 그는 사치품 같은 단어를 듣고 싶지 않았다.

“부럽네, 부러워. 나는 건강 생각하고 먹어야 하거든.”

“소 사장은 담즙이 부족하고 나는 돈이 부족하고. 비긴 거지, 뭐.”

소 사장이 껄껄 웃으며 하는 말에 좌자전은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몰랐다.

잠시 후, 7m 길이의 캐딜락 에스컬레이드가 위풍당당하게 가게 앞에 섰고 능연, 여원 등이 줄지어 차에서 내렸다. 세 실습생 정군상, 항학명과 관비비도 그 뒤를 따라 나왔다.

“택시 어플에서 캐딜락이 올 줄이야!”

가장 어린 관비비가 제일 흥분해서 고함쳤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야.”

정군상이 관비비의 말을 고쳐주며 차 뒤를 몰래 쓰다듬었다.

롤스로이스 팬텀은 너무 오래된 차라고 생각하는 젊은 사람도 있지만,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달랐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젊은 사람들도 세련되고 돈 있어 보이고 마음속의 허영심을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차를 좋아하는 정군상은 대도시에 살면서 차를 몰 수 있는 나날을 동경했다. 레지던트 월급으로는 집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차를 살 수 없지만, 운화 같은 도시에서는 렌트도 할 수 있었다. 할인권을 여기저기서 잘 모으면 가격도 지나치게 비싸지 않으니 가끔 기분 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차의 호화로운 느낌이 제일 마음에 든 관비비는 차에 기대 셀카 몇 장 찍고는 모두의 뒤를 따라 소가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소 사장의 지시하에 냉채가 제일 먼저 테이블에 올라왔고, 이어서 덩어리 구이와 오븐에서 막 나온 양갈비도 나왔다.

“내가 소꼬치 좀 직접 구워올게. 다들 조금 기다려.”

“내가 맥주 가지고 올게.”

소 사장은 껄껄 웃으며 일하러 갔고, 장안민이 자리에서 일어나 바 쪽으로 향했다.

“여기, 계산 좀 할게요.”

“지금이요?”

바에서 맥주를 받은 장안민이 하는 말에 카운터에 있던 직원이 물었다.

“네. 일단 계산하고 남은 건 이따 다시 계산하던가요.”

“네. 빌지 확인해 주세요.”

직원이 내민 작은 쪽지를 본 장안민이 눈썹을 치켜떴다.

“이렇게 비싸요?”

“토끼 네 마리나 시킨걸요.”

직원이 쪽지 맨 위를 가리켰고, 실룩이는 입술을 진정시킨 장안민이 카드를 꺼내고 또 한 장 꺼냈다.

“두 장으로 나눠서 긁어 주세요.”

장안민은 속으로 사회활동 하면서 용돈은 다 그렇게 쓰는 거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얼마씩 그어요?”

“이걸로 2,460위안, 나머지는 다른 카드로 다 긁어요.”

장안민은 용돈 카드를 먼저 내밀었다. 계산기를 두드린 직원은 용돈 카드를 먼저 그었고, 비밀번호를 누르는 장안민은 가슴에 피가 흐르는 것 같았다.

이어서 두 번째 카드를 긁던 직원이 ‘잔액 부족’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럴 리가요.”

다급하게 핸드폰을 꺼낸 장안민은 잔액이 부족한 게 맞는 걸 확인했다. 그리고 아들 학원 하나 추가했으니 이번 달 용돈은 아껴 쓰라는 아내의 메시지도 뒤늦게 발견했다.

장안민은 그 자리에 멍하니 굳었다.

“손님?”

“무슨 일인가요?”

상황을 살피러 온 능연이 마침 그 모습을 발견했다. 쪼랩 주치의인 장안민은 온몸이 불편해졌다.

“여기 이 손님이 계산하신다는데, 잔액이 부족해서요.”

능연은 직원을 바라봤고, 능연의 눈빛에 이유도 모르고 뜨끔해진 직원이 술술 불었다. 그러자 능연이 다시 장안민을 바라봤다.

“카드를 잘못 꺼냈네.”

“내일 출장 수술 때문에 회식하는 거라 오늘 비용은 상대 병원에서 내는 겁니다.”

“응? 그런 것도 있어?”

장안민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

“네. 출장 수술 기간엔 밥을 제대로 먹을 시간이 없으니까요.”

거기까지 말한 능연이 좌자전을 불렀고 좌자전이 꽁무니가 빠져라 달려왔다.

“능 선생, 왜? 주방이 더러워?”

“아직 안 봤습니다. 내일 퍼스트 어시, 장 선생님으로 배정해주세요.”

지시를 내린 후 능연은 바로 주방으로 향했다.

“왜······ 저런 지시를 내린 거지?”

아직 정신을 못 차린 장안민이 좌자전을 향해 혼잣말하듯 물었다. 마을 위생병원에서 온 초급 레지던트 좌자전은 명문 대학 졸업생 운화병원 주치의 장안민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

“선생님이 가난한 걸 알아서겠죠.”

“와! 고속철도 특실이다. 이게 특실이구나!”

관비비는 자기 키티 여행 가방을 쓰다듬으며 흥분해서 털도 곤두선 채 특실 칸에 서 있었다. 그의 뒤를 따르던 항학명이 부끄러워 죽겠다는 듯 나지막이 말을 꺼냈다.

“관비비, 목소리 좀 줄여 다른 승객도 있잖아.”

“다른 승객이 어디 있어? 이 칸이 다 우리 건데.”

관비비가 젊음을 믿고 신난 다람쥐처럼 발을 쿵쿵 굴렀다.

“그렇다고 해도 조심해야지.”

항학명은 그렇게 말해놓고 맨 뒤 자리로 향해 조용히 앉았다. 같은 실습생인 정군상이 뒤를 따랐고, 이어서 좌자전, 장안민, 그리고 능연이 탔다.

한 팀에 여섯 명인 출장 수술팀은 레벨이 높은 수준이었다.

“정말 우리 여섯 명 모두 특실이에요?”

좌우를 두리번거리던 장안민이 켕기는 듯 좌자전에게 물었다.

“얼마나 된다고요. 한 장에 400위안, 다 해도 3,000위안도 안 되는데.”

“3,000위안이 적어요?”

팀 내 집사인 좌자전이 큰소리치자 장 · 쪼랩 주치의 · 명문 대학 출신 · 가난한 · 사회 경험 없는 · 안민이 중년 레지던트 좌자전을 바라보며 이 사람은 자신과 같은 부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능 선생 실력으로 출장 수술을 고작 6,000위안 받는데, 그쪽에선 얼마나 많이 벌겠어요. 환자는 그쪽 병원에 입원하죠? 우리는 약값에서 하나도 못 받아요.”

“6,000위안이면 적은 건 아니죠. 흉부외과에서 폐암 근치술 한 번 하는 것도 6,000위안인데. 그것도 네 시간짜리.”

“시간으로 따지는 게 아니잖아요. 능 선생은 지금 간 절제 수술 한 번에 한 시간밖에 안 걸리는데요? 지금 무신 시 1 병원, 2 병원에서 하는 간 절제 수술이 다 능 선생 때문에 모인 거라는 걸 아셔야죠.”

“근데 왜 우리 운화병원으로 오지 않고······.”

장안민은 이야기하다가 다급하게 입을 다물었다. 무신 시에서 출장 수술하면 집도의는 6,000위안에 조수들도 몇백 위안씩 받는데 운화병원에서 하게 되면 집도의가 300위안만 받아도 괜찮은 편이었다.

좌자전은 장안민의 말이 말도 안 된다는 듯 입을 삐죽였다.

“우리 능 선생이 운화병원에서 간 절제 수술을 안 한 것도 아니고, 지금 우리 병원 ICU에 더 들어갈 자리가 어디 있습니까. 간담췌외과에서 수입을 나눠주고 능 선생 수술하게 해주면 우리도 무신 시까지 갈 일 없겠죠. 안 그래요? 왔다 갔다, 얼마나 힘드냐고요.”

좌자전은 그렇게 말하면서 익숙하게 특실 좌석을 뒤로 넘기고 미니 침대처럼 만들어서 담요와 베개를 세팅해서 병원에서보다 편안하게 자리 잡았다.

사실, 병원보다 편하긴 했다.

열차가 출발하고 차체가 흔들리자, 좌자전은 금세 코를 골며 잠들었다. 장안민은 조심스럽게 좌자전 담요를 덮어주고는 좌자전의 주름진 얼굴을 보며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지난밤, 좌자전이 그를 구석으로 끌고 가서 현금 한 다발을 내주며 미리 주는 돈이라고 했고, 사양하던 장안민도 결국 받아 넣었다.

솔직히 그 2,460위안은 한참 걸려서 겨우 모은 용돈인데, 회식 한 번에 다 써 버리고 뼈아파하던 참이었다. 좌자전은 540위안을 더 추가해서 3,000위안으로 맞추면서 요 며칠 수술에 쓸 약값이라고 말했다.

큰돈은 아니지만 장안민은 따듯함을 느꼈다.

의료법 개혁 후, 의사들이 약값에서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 많이 줄어서 수술에서 쓰는 약만 의사들이 몫이 있었고 나머지는 간담췌외과 몫이었다. 그래서 능연이 간담췌외과 수술실에서 계속 수술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침대만 차지하고 돈이 되지 않는다면, 담당 의사와 간호사들이 진작에 난리를 쳤겠지만.

그리고 장안민은 능 팀 사람이 아니라서 돈을 나눠주지 않는다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능연이 그렇게 하라고 한 것이고 좌자전도 반대하지 않았음을 장안민은 잘 알 수 있었다.

고속철도가 터널 안으로 들어가자, 유리에 비친 능연 얼굴이 보였다.

‘능 선생은 나를 가난뱅이로 생각했겠네.’

머릿속에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떠오르자 장안민은 피식 웃음 짓고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지갑을 만지면서 행복하게 잠들었다.

두 시간 후, 기차가 무신 시에 도착했다.

무신 시 2 병원에서는 차를 세 대나 보내 능연 일행을 병원으로 마중했다.

수다도, 쓸데없는 겸손도 없이 능연은 바로 사진을 받고 환자들을 순서대로 초음파를 찍게 한 다음 문제없음을 확인하고는 수술실로 들어갔다.

“장 선생님, 우선 퍼스트 하시고요. 관비비, 네가 세컨드.”

좌자전은 능연이 사전에 지시한 대로 조수를 배정했고, 장안민은 미안한 듯 사양했다.

“좌 선생님이 먼저 첫 수술 하시죠.”

“아뇨, 괜찮습니다. 먼저 하세요. 익숙해져야죠.”

좌자전이 껄껄 웃으면서 동정심 가득한 표정으로 장안민을 바라봤다.

“나는······. 흠,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입을 뻥긋거리다가 한숨을 내쉬는 장안민의 말에 좌자전이 가볍게 대답하고는 바로 고개를 돌려 정군상과 항학명을 바라봤다.

“너희들은 번갈아 가면서 해. 간 절제 수술을 가까이서 지켜볼 기회는 별로 없는 거 알지? 너희들 실습 기간 거의 끝나가는 걸 보고 능 선생이 크게 인심 쓴 거니까, 다들 기회 잘 잡으라고.”

“네.”

실습생들이 입을 모아 대답했다. 확실히 들떠있긴 했다. 세컨드 어시스던트가 하는 일이라곤 훅과 석션밖에 없지만, 좌자전 말대로 근거리에서 수술을 관찰할 수 있는 건 이미 가장 좋은 실습 체험이었다.

능연은 수술실 밖 그런 잡다한 일에 관여하는 법 없이, 손을 깨끗이 씻은 후 새 속옷으로 갈아입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마취의가 마취를 끝낸 걸 확인한 그는 메스를 받아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이제 단지 이식 다음으로 간 절제 수술이 익숙했다.

단지 이식은 환자가 손가락 여러 개를 제공할 수 있지만, 간은 그럴 수 없었다. 능연은 단지 이식 수술하던 시절이 그리운 것도 같았다.

그때 왕 주임과 한 번 출장 수술 나오면 수술 서너 건 하면서 평균 건당 두 손가락을 하고, 하루에 손가락 10개도 했다. 운이 좋으면 12개, 14개도 가능성 있었다.

지금 하는 간 절제 수술은 조건이 그렇게 좋지 않아서, 수술 10건면 이틀에 나눠서 해야 했다.

물론, 무신 시 2 병원에서는 그렇게 말했지만, 능연은 그렇게 할 생각이 없었다.

능연은 수술 두 건을 한 단위로 보고 3시간을 잡았다. 그리고 30분 쉬고 세 번 돌았더니 12시가 되었다.

수술 네 건한 장안민은 꽤 피곤해했고, 두 건밖에 안 하고 영리하게 6시간을 잔 좌자전은 기운이 아직 있었다.

능연이 말하기도 전에 좌자전은 손가락을 깨끗이 씻고 새 수술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능연의 리듬을 모르는 장안민은 중간에 비었던 3시간을 할 일 없이 낭비한 바람에 지금 폐복을 마치자마자 2 병원 당직실로 달려가 잠을 보충했다.

무신 시 2 병원 환경은 운화병원보다 크게 나쁘지 않아서, 당직실마다 침대 3개가 있었다. 수술 층 모든 의사에게 공급되는 휴게실은 언제나 의사가 두어 명씩 있었고 쉬거나, 카드를 치거나 수다를 떨거나 티비를 봤다.

레지던트 시절에 운화병원 새 건물이 지어지지 않아서 2 병원만 못했던 생활을 한 장안민은 그런 환경을 타박하지 않았다. 간 절제 수술을 네 건이나 한 장안민은 극한 상태가 되어 쓰러지자마자 바로 잠들었고, 벼락처럼 울리는 코 고는 소리에 카드 치고 티비를 보던 의사들의 눈총을 받았다.

좌자전이 불러서 깨보니 시간이 벌써 새벽 4시였다. 한동안 능연을 따라 새벽 3시에 일어난 적도 있던 장안민은 그런 시간이 익숙했고, 표준 수술 시간이라고 느꼈다.

4시간 동안 푹 잔 장안민은 온몸에 기운이 넘쳤는데, 다만 걱정이 조금 됐다.

“능 선생 상태는 어때요?”

“능 선생? 능 선생은 그 무슨 다빈치 수면법 써서 우리랑 달라. 어쨌든 에너지 넘치니까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젊은 게 좋긴 하네요.”

장안민이 싱긋 웃고는 바로 수술실로 달려갔다. 그도 젊을 때는 밤을 새우고 30시간 수술도 했다. 물론 그때는 세컨드나 퍼스트 어시스던트였지만. 뭐, 지금도 비슷하고······.

수술 10건 끝내고 나니, 겨우 아침 9시였다.

능연이 별 말하기 전에 다들 알아서 특실 시간을 바꿨고, 점심 전에 운화병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수술 리스트를 확인해 보니 오후 4시부터 수술이 두 건 배정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시간 낭비 하나 없이 타당하게 배정된 수술이었다.

능연은 다른 사람에게 쉬라고 하고는 응급처치실로 들어갔고, 좌자전은 손짓으로 사람들을 불러 면담실로 들어간 다음 봉투를 나누기 시작했다. 예상하긴 했지만, 정말로 두꺼운 봉투를 받자 장안민은 격세지감을 느꼈다.

“됐습니다. 다들 가서 쉬세요. 나는 회진 갑니다.”

레지던트인 좌자전은 관리할 침대가 있었다. 다행히 출장 수술은 차트 쓸 일이 없었다. 그것 역시 출장 수술의 좋은 점 중 하나였다.

병실 구역은 언제나 떠들썩했다. 환자, 보호자, 에피프레넘, 접난이 각자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다.

침대를 20개 관리하는 좌자전은 능 팀에서 중간 수준이었다. 레지던트인 만큼 회진 속도도 빨랐고, 주로 환자의 상황을 지켜보고 돌발 상황이 있는지 없는지 살폈다. 그밖에는 수술할 환자에게 금식, 음료 금지 같은 주의 사항을 전달하는 업무였다.

좌자전은 품에 넣은 두꺼운 봉투를 생각하며 기분이 아주 좋은 상태였다. 싱글벙글 웃으면서 회진 도는데 중간에 보호자 하나가 그를 잡았다.

“저기, 좌 선생님. 듣자 하니 출장 수술이라는 게 있다면서요? 그러니까 다른 병원 의사를 불러서 수술하는 거 말입니다.”

“예, 그렇긴 합니다만.”

구석으로 끌고 가서 나지막이 묻는 보호자의 말에 막 출장 수술에서 돌아온 좌자전은 활시위를 당긴 것처럼 긴장했다.

“그럼 북경에서 의사를 불러와도 운화병원에 묵을 수 있고, 의료 보험도 되는 거죠?”

“그렇습니다만, 어느 환자 보호자신가요?”

“정범이요. 제가 아들입니다. 간 내 담관결석 간 절제술 환자요. 우리 자식 된 도리로 다들 상의했는데 출장 수술이 된다면 북경 의사를 초빙해서 수술받고 싶습니다.”

“능 선생 소문 듣고 오신 거 아닙니까?”

좌자전이 보호자의 말을 자르고 물었다.

“그렇긴 한데······. 예, 그래서 온 거죠. 그런데 능 선생은 아무래도 너무 젊어요. 간 절제 같은 큰 수술이다 보니 자식이니 걱정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솔직히, 우린 집안 사정도 괜찮고, 자식들끼리 돈을 모으기로 했어요. 그래서 출장 수술할 의사도 구했답니다.”

“벌써 연락했다고요?”

“저희 형이요. 장사하는 사람이라 발이 넓거든요. 그래서, 흠, 의사 선생님이랑 좀 상의하고 싶은데요.”

환자의 말은, 병원 규정에 부합하진 않지만, 완전히 일리 있는 말이었다.

좌자전은 눈썹을 찡그리고 몇 마디 대충 둘러대고는 바로 밖으로 나와 곽종군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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