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군은 혼자 오지 않고 하원정을 불러 재빨리 병실로 갔다.
응급센터로 확장한 후, 곽종군은 병원에 더 많은 시간을 머물렀다. 지금은 다른 사람을 공격할 가치도 별로 없어서 회의도 많이 참석하지 않았다. 곽종군에게 일생일대의 꿈은 바로 대형 응급 완성이었고, 비극이 다시 일어나질 않길 바랐다.
하원정은 점점 능연에게 영향받아서 온종일 간 절제를 연구하며 자신을 끌어올릴 생각만 했다. 능력 있는 의사 중 하원정은 아직 젊은 축에 속했고, 기술을 끌어 올리는 것은 젊은 의사가 할 일이었다.
곽종군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하원정을 만나 함께 걸으며 말을 꺼냈다.
“이따 자네가 나서서 이야기하게. 아무래도 간담췌외과 주임이니 말이 더 잘 먹힐 걸세.”
“그러죠.”
환자와 환자 보호자는 일선에서 가장 골치 아픈 일이었으나 많이 해온 만큼 익숙하기도 했다.
병실에 도착한 두 사람은 환자 앞에 우글우글 몰려서 작은 병실을 꽉 채운 가족 열댓 명을 발견했다.
“곽 주임님, 하 주임님. 이쪽이 76번 베드 환자 가족입니다.”
곽종군을 본 좌자전이 서둘러 인사하고는 이어 상황을 설명했다.
“일단 환자 상황 좀 보겠네.”
곽종군은 흥분한 환자 보호자들을 저지하고 침대 끝에 달린 관리 기록을 들어 올려 묵묵히 읽기 시작했다. 할 말이 가득했던 사람들은 곽종군이 차트를 읽는 모습에 바로 말을 꺼내진 못했다.
곽종군은 차트를 들고 위에 적힌 기록을 읽으면서 환자 가족의 모습을 살폈다.
“환자들이 푹 쉴 수 있게, 나가서 얘기하시지요. 다들 걱정마시고요.”
곽종군은 그렇게 말하면서 보호자들이 몰려들 틈도 주지 않고 하원정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곽종군은 병실 근처에 있는 면담실로 들어가 하원정이 자리 잡길 기다렸다가 곁에 앉았다. 문을 마주하고 앉으니 순간 제어권을 다시 손에 넣은 느낌이었다.
뒤를 따라 들어온 환자들은 머뭇거리며 몇 무리로 나뉘어 불편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곽종군이 하원정을 바라보자 하원정이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
“출장 수술할 의사를 찾으셨다고요.”
“저희는 아버지 병세가 심각한 걸 고려했습니다. 물론, 병원 입장도 이해합니다. 병원이나 의사한테는 일반적인 증세겠지요. 자주 하셨을 거고요. 하지만 우리한테는 어떻게든 좀 더 잘 할 수 있으면 그러고 싶습니다. 돈을 더 써도 상관없고요.”
환자의 막내아들이 부드럽고 똑똑한 말투로 말을 꺼내자 하원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환자가 나서서 대타 의사를 찾는 건 허용할 수 없습니다.”
“왜요?”
연락을 담당했던 둘째가 언짢은 듯 물었다.
“출장 수술은 정확하게는 불법이니까요. 우리 병원 책임도 생깁니다. 환자와 출장 의사 사이에 문제가 생겨 일이 터진다면, 우리 병원에서 처리할 수 없습니다.”
“저희가 부른 의사는 빙지상 선생님입니다. 무슨 돌팔이가 아니라고요.”
마흔 넘은 둘째 아들은 머리가 희끗희끗했는데 여전히 욱하는 말투였다.
하원정이 멍한 표정을 지었고 곽종군이 고개를 돌려 좌자전을 바라봤다.
“저도 지금 들었습니다.”
좌자전이 쓴웃음을 지었다. 빙지상은 교과서에 나오는 인물이었다. 그의 이름은 여러 교과서 편찬자 목록에 나왔다. 의학계에서 편찬자란 작가에 뒤지지 않는 인물이었다. 의료 자료는 교정이 많아서 편찬자로 이름을 올릴 수밖에 없고, 이런 의학 자료가 바로 의학계의 주류를 대표하고, 학생들의 학습 교재가 된다.
마을 위생병원에 있었던 좌자전은 그런 의학계 거물을 주목한 적이 없었고, 운화병원에 온 지금도 여전히 잘 알지는 못했다. 그는 지금 곽종군의 표정을 보고 그제야 상대가 비범한 인물임을 알아차렸다.
“빙 교수가 승낙했습니까?”
“네. 제가 사람을 시켜 부탁했을 땐 그다지 원하지 않길래, 직접 북경으로 찾아가 설득해서 겨우 승낙받았습니다.”
하원정이 미간을 좁힌 채 묻는 말에 둘째가 뿌듯한 모습을 보였다. 성사되기 어려운 일이니, 자랑할 만도 했다.
하원정은 저도 모르게 다른 생각이 들었다. 운화병원은 창서성 정상급 병원이지만, 빙지상은 국내 일반 외과의 대단한 능력자였다. 의학 자료 편찬도 여러 번 참석한 그는 운화병원 수준을 널리 뛰어넘은 의사였다.
그런 능력자가 출장 수술을 온다면, 운화병원에서 좋고 싫고 말할 일이 아니었다. 사실 운화병원 간담췌외과 수준에서 돈으로 그를 회의에 초빙한다고 해도 상대하지 않을 것이다. 운화병원 주임 의사들이 현병원에 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운화병원에서는 빙지상이 오는 걸 환영할 것이다. 적어도 하원정은 매우 바랐다. 그런 인물을 간담췌외과에서 초청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병원에서 직접 출장 수술 의사를 초빙하는 규칙이 처음 생긴 것도 사실 유명하지 않은 의사를 배제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본 병원과 사이가 좋지 않은 의사도 걸러낼 수 있고.
그러나 아주 초기에 출장 수술은 환자 본인이 알아서 의사를 구했었다. 환자들이 사적인 관계를 발동해 자기가 아는 의사를 모셔서 수술하는 방식이었다. 생사가 걸린 일이니만큼, 설사 그렇게 깊은 관계가 아니라고 해도 타지 의사들 역시 가능한 한 수술을 하려고 했다.
출장 수술이 암묵적으로 자리 잡기 전엔 오히려 의사가 사적으로 부르는 쪽이 더 성사되기 어려웠다. 이미 이름난 의사는 상관도 없는 환자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려고 들지 않기 때문이다.
수술비가 있다고 해도 이미 유명해진 의사는 수술비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특히 벌써 진료과 주임이 된 의사들은 의료 개혁 전엔 돈 들어올 곳도 많아서 몇천 위안하는 수술비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 시설 제약회사가 밥 먹여주던 진료과 주임들은 돈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았다.
지금은 출장 수술이 일반적으로 됐고, 특히 지방 병원 의사들은 북경, 상해 능력의 있는 의사들과 연락하며 가늘게나마 관계를 맺고 있어서, 잘 알지 못하는 의사는 당연히 배제했다.
그러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자기 연줄이 아니라고 해도 연락을 시작하게 되면 자기 관계가 되니 말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하원정의 말투가 누그러졌다.
“빙지상 교수님 실력은 훌륭하시죠. 그러나 교수님 연세가 이제 거의 일흔이죠? 직접 수술하십니까? 아니면 지도 수술하십니까?”
하원정의 질문에 정가 둘째가 멍해져서 망연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간 절제 수술은 보통 2시간 걸립니다. 상황이 안 좋으면 4, 5시간이 될 수도 있어요. 빙 교수님 연세가 부친과 비슷합니다. 그런 분께 긴 시간 수술은 어려운 일이죠.”
“원래 수술이 그런 거 아닌가요? 어차피 승낙하셔서 다른 건 묻지 않았습니다.”
“한 번 물어보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곽종군이 그제야 천천히 말을 꺼냈다.
“우리 병원 능연 선생이 기술이 참 좋습니다. 빙 교수님이 지도 교수를 해주신다면 우리 능연이······.”
“곽 주임님, 환자 가족이 원하는 거니까, 우린 환자 가족이 원하는 대로 해도 될 것 같습니다만.”
하원정은 이미 마음이 살짝 돌아섰다. 빙 교수와 인사를 나눌 기회가 생기는 건 그에게 큰일이었다. 운화병원에서 축동익 원사를 맞이하는 것과 비슷한 심리였다. 병원 전체가 움직여야 하는 큰 규모의 일이었다.
빙지상은 이런저런 이유로 원사가 되지 못했지만, 국내 일반 외과에서 지위가 상당히 높았고, 적어도 하원정에게는 매우 가치 있는 사람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곽종군도 계속 버티지 않았다. 능연은 지금 침대, 특히 ICU 침대가 충분하지 않을 뿐 수술은 부족하지 않았다. 그러니 억지로 우겨봐야 상대가 꼭 들으라는 법도 없고, 큰 의미가 없었다.
그리고 빙지상 같은 일반 외과 능력자라면 하원정에게도 도움 되지만, 능연에게는 더 큰 도움이 될지 모른다.
그래서 곽종군은 입을 다물었다. 의사들이 찬성하는 걸 본 가족들도 기뻐했다.
“우리가 빙지상 교수님을 모셔와도 모든 병원비, 보험 되는 거 맞죠?”
“대부분 됩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의료 보장 규정을 봐야 하고요. 우리 병원 의사가 수술해도 그건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출장 수술 비용은 직접 내셔야 하고요.”
작은아들이 확인하는 듯 묻는 말에 하원정이 대답했다.
“그건 문제없습니다.”
자식 중에 제일 잘 살아서 돈에 연연하지 않는 정가 둘째 아들이 다시 강조하며 말을 이었다.
“빙지상 교수는 우리 국내 최정상급 일반 외과 의사지요. 간, 담, 비장, 위, 신장 모두 대단하다고 하더라고요. 돈 좀 써서 모실 수만 있다면야 얼마나 안심되겠습니까. 그렇죠?”
하원정이 싱긋 웃으면서 찔리는 듯 곽종군을 바라봤고, 이미 결정을 내린 곽종군도 따라 웃었다.
“자네한테 맡긴다고 하지 않았나. 환자도 자네 간담췌외과 환자 아닌가. 자네가 사인하면 그만이지.”
하원정은 바로 승낙하고는 곽종군을 배웅하고 돌아와 빙 교수와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환자가 요청한 출장 수술이지만, 정말로 집행하라면 병원 내부에서 컨트롤 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