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342화 (323/877)

“빙지상 교수는 점심때 북경에서 출발해서 오후 3시에 도착, 그리고 저녁 8시 40분 비행기로 돌아갑니다. 중간에 식사는 하지 않고······.”

하원정은 회의실에서 환자 정범의 협진 회의를 열었다. 회의 주요 내용은 빙 교수를 어떻게 맞이할까 하는 것이었다.

자리한 곽종군은 하원정과 각각 다른 쪽 끝 의자에 앉아있었다. 하원정의 이야기를 들은 곽종군은 미간에 주름진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3시라는 건, 공항입니까? 아니면 병원에 도착한다는 겁니까?”

“공항입니다.”

“역시 빙 교수, 자신만만하구만요.”

정중하게 대답하는 하원정의 말에 곽종군은 팔짱을 끼고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하원정은 일반 외과 출신이라 일반 외과 능력자 빙지상 교수 문제를 이러쿵저러쿵하긴 그랬다. 물론 군의관 출신인 곽종군은 그렇게까지 거리낄 것은 없었다.

현장에 있던 의사들은 두 사람의 대답으로 대충 분위기를 파악했다. 운화는 인구 천만의 대도시였고, 공항에서 시내까지 뻥뻥 뚫려도 30분은 걸렸고, 차가 막히는 시간대엔 비행기에서 내려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한 시간은 잡아야 했다.

같은 이치로 병원에서 공항까지 가는 것도 한 시간 전에는 출발해야 하고, 대기 시간까지 포함하면 두 시간은 잡아야 했다. 그런데 빙지상 교수가 운화에 머무는 시간이 총 5시간 40분이면, 수술에 쓸 시간은 2시간 40분이라는 얘기였다.

일반 간 절제 수술이라면 2시간 40분은 충분했다. 능연도 한 시간 만에 간 절제 수술 한 건 끝내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무신 시 2 병원에서 출장 수술할 때도 3시간에 두 건씩 하면서 10건도 시간 내에 끝내서 창서성에서 전설로 남았다.

그렇지만, 수술할 시간을 딱 3시간만 남기는 건 그야말로 넘치는 자신감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못 끝내면 알아서 하시겠죠. 우리는 빙 교수가 시간을 어떻게 배정하든 상관할 일이 아닙니다.”

빙 교수를 아는 것도 아니라, 하원정은 혹시라도 말이 퍼져서 곤란해질까 봐 감히 뭐라고 평가 내리지 못했다. 곽종군도 ‘음’ 하고 대답하고는 끽소리하지 않았다.

하원정은 헛기침하고는 인원을 조정하면서 다시 한번 강조했다.

“환자 정범 씨는 나이가 많습니다. 73세에 간 상태도 별로 좋지 않고요. 그런데 IGG 테스트(간기능 검사)는 차일드 퓨(child-pugh) A급입니다. 그러나 혈청 중 총 빌리루빈(bilirubin: 담즙에 있는 붉은 색소)은 낮은 편입니다. 그 밖에, 간경화 합병증과 문정맥압이 높습니다······.”

하원정은 사무적으로 보고하고 사람들을 둘러봤다.

“다들 의견 있으십니까?”

협진 플로대로 말을 한 것일 뿐인데, 능연이 조용히 손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사전에 환자한테 지혈 약물을 투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잠시 멈칫했던 하원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빙 교수도 그렇게 말씀하셨지.”

“MRI 봐도 됩니까?”

능연이 바로 묻자 이번에도 하원정은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능 선생이 봐야겠다면, 장안민 선생에게 준비시키겠네.”

환자가 출장 수술을 한다면 이제 응급센터가 아닌 간담췌외과로 트랜스 된다. 병원에서 일반적인 트랜스 규칙이었다. 능연이 아니었다면, 응급센터에 생기는 모든 간담 질환은 원래 간담췌외과로 트랜스 되어야 마땅했다.

이제 환자가 간담췌외과로 넘어갔고, 출장 수술도 준비 중인데 능연이 MRI를 보겠다는 건 다소 월권인 면도 있었다. 하원정은 조금 언짢아져서 장안민을 지정했다. 그는 장안민이 요즘 능연을 따라 수술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대단하게 여기는 의사는 아니었지만, 그것 역시 조금 언짢았다.

“능 선생이 진지한 성격이라 그러네. 게다가 MRI 판독하는 걸 좋아해. 그냥 개인 습관이려니 하게.”

곽종군이 헛기침하며 하는 말에 하원정이 표정을 풀며 웃어 보였다.

“보통 의사들도 MRI 판독을 잘못하는데, 이제 능 선생이 판독하니 영상의학과에서 다들 긴장하겠군요. 요즘 올라오는 MRI 보면 전보다 정보가 자세하더라고요.”

곽종군도 따라 웃었고, 회의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능연은 어리둥절해서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MRI 원본을 빙 교수님께 보내야 합니다.”

“오셔서 보실 거야.”

하원정은 이제 능연의 말을 듣지 않았다. 장난하나. MRI 원본은 1,000장이 넘었고 영상의학과 사람들도 마우스를 굴리며 대충 읽었다. 한 장 업로드 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는 둘째치고, 외과 의사가 반드시 MRI를 봐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하원정 생각엔 빙 교수도 MRI 원본을 보지 않을 거라 여겼다. 보냈다고 오히려 상대가 이상한 생각을 할 수도 있었다.

“다들 습관이 다르다네.”

곽종군이 느긋하게 한마디 보탰다. MRI를 판독할 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고, 빙 교수 나이에 MRI를 못 읽는 것도 당연했다.

“다른 질문 있나?”

“빙 교수님이 수술한 후, 환자는 운화병원에 남나요?”

어서 화제를 넘어가려고 묻는 하원정의 말에 능연이 머뭇거리지도 않고 계속 물었다.

“당연하지.”

하원정은 능연을 바라보며 속으로 그럼 비행기 타고 북경에라도 가란 말이냐고 독설을 내뱉었다.

“ICU요?”

“당연하지.”

“아.”

능연이 말을 멈추자, 수간호사가 안타까운 듯 입을 열었다.

“능 선생, 지금 ICU는 비교적 여유롭습니다.”

“네, 압니다.”

“저기, 능연. ICU는 ICU가 알아서 할 걸세. 빙 교수가 와도 그냥 수술 하나 할 뿐인데, 뭘. 잘 마무리되면 환자도 일, 이주 내에 퇴원할 걸세.”

곽종군은 아이를 설득하듯 능연을 설득했다. 누구나 좋아하는 방면엔 아이처럼 굴었다. 다만 누구나 아이처럼 티를 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회의실 안에 있는 의사는 간담췌외과든 응급센터 능 팀이든 모두 고개를 숙이고 끽소리 내지 않았다. 능연을 웃음거리로 삼는 건, 운화병원 안에서는 결코 현명한 일이 아니었다.

곽종군이 사람 내칠 때 얼마나 독하게 내치는지는 둘째치고, 뒤에 원장이 있는 곽종군은 마음만 먹으면 초짜 의사 하나는 죽을 때까지 몰아붙일 수 있었다.

“자, 이제 다른 일 없으면 다들 돌아가시죠. 수술에 들어갈 사람들은 지금 가서 준비하고.”

하원정이 다급하게 회의가 끝났음을 선포했다. 그냥 빙 교수 수술을 보고 싶은 것이지, 누구한테든 밉보이고 싶은 생각은 그도 없었다.

능연이 사무실로 돌아갔을 때, 장안민은 머리를 늘어뜨리고 MRI를 보고 있었다. 그가 매일 능연 수술에 들어가는 걸 간담췌외과에서는 당연히 불만으로 여겼다. 그나마 능연이 최근에 수술한 환자를 대부분 간담췌외과에 남겨두어서 장안민을 욕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오늘 하원정이 콕 찝어 지명을 하니 장안민도 더는 모른 척 얼렁뚱땅 넘길 수 없었다.

“능 선생, 정범 환자 MRI.”

장안민이 컴퓨터를 내주었다.

“감사합니다.”

능연은 손에 든 전자 차트를 재빨리 입력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마우스를 잡고 한 장씩 사진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면 볼수록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문제 있어?”

“아니요. 좋아요.”

능연은 한숨을 내쉬더니 모니터를 가리켰다.

“보세요. 문정맥압이 높아요. 이것만 해도 대단하다고요. 간 경화도 심하고, 혈관 종양도 있고. 보니까 양성 같은데. 음, 이것 보세요. 초점(焦點)성 결정 증식도 있어요. 이러면 수술 중에 피가 날 확률이 높죠. 환자 응혈 기능이 다 안 좋은 걸 생각하면······.”

“그럼 어려운 수술이 되겠네.”

“그러니까요. 무신 시에서 했던 10건을 다 합친 것보다 복잡해요.”

능연은 분통이 터지는 듯 MRI를 바라봤고, 얼굴에 아쉬움이 더 강해졌다.

이렇게 좋은 환자를 북경에서 온 의사에게 출장 수술로 뺏기다니, 너무 허무했다.

“교수님, 비행기가 무사히 이륙해서 안정 기류에 들어왔습니다.”

스튜어디스가 재빨리 빙지상 교수 곁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 비즈니스석보다 퍼스트가 더 비싼 이유를 증명했다.

“물이랑 차 한 잔 주시게.”

진작에 항공사 플래티넘 회원이 된 빙지상 교수는 눈을 뜨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익숙한 듯 입을 열었다.

“네. 따듯한 물로 드릴까요?”

“음, 고맙네.”

빙지상은 스튜어디스가 건넨 뜨거운 수건을 받아들여 힘껏 얼굴을 닦고는 그제야 곁에 있는 제자 곽명성을 바라봤다.

“CT 다 읽었나? 어떤가?”

이제 막 부주임 의사로 승진한 곽명성은 아직 마흔이 되지 않았고, 비행기를 타도 별 불편함 없이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서류를 꺼내 빙 교수에게 건넸다.

“CT를 보니 문제가 심각하긴 합니다. 문정맥 고압, 간 경화, 그리고 결정 증식도 있고요.”

그 역시 수술을 막 끝내고 출발하면서 겨우 환자의 영상 자료를 읽었다. 그래도 차트는 진작에 봤었고, 그래서 이 출장 수술을 승낙했다. 그들이 마침 요즘 문정맥 고압 간 절제 수술에 관한 과제를 하고 있어서 이 수술을 받아들인 것이다. 한편으로 상대가 제시한 출장 수술 비용이 확실히 유혹적이었고.

빙 교수는 조금 피곤한 모습이었다. 그는 수술을 직접 하지 않은 지 좀 되었다. 병원 부원장인 그는 일반 외과 과 주임이기도 하고 각종 전국성 위원회에서 이런저런 직책을 맡고 있었고 거기에 서적 편찬도 했다. 70대 노인의 체력으로 모두 착실하게 챙길 수 없을 정도로 일이 많았다.

그렇긴 해도 때가 되면 지도 수술 서너 건은 꼭 했다. 수술을 하지 않으면 외과 의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빙 교수는 그런 걸 견딜 수 없었다. 한편으로 그의 학생들도 모두 성장하고 있었다. 곽명성 같은 부주임 의사는 어디 내놓아도 바로 지방 병원 과 주임이 될 만한 인물이었다.

사실 곽명성 같은 의사는 앞날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빙지상 밑에서 오랜 시간 단련해왔고, 어느 병원에 가든 수술량을 일 년에 2,000건 이상 끌어 올릴 능력이 되었다.

하루에 수술 세 건 정도 하고 지도 수술 세 건 하는 건 광명성 같은 의사에게 일상다반사였다.

전국 범위로도 곽명성 같은 의사를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대부분 병원은 곽명성이 원한다면 새로운 진료과를 하나 세우는 것조차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다. 침대 몇 개 추가하고 간호사, 의사 몇 더 뽑으면 되니 말이다.

대도시에 환자는 넘치니 더욱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강한 의사라도 복잡한 케이스는 조심해서 해야 했다. 인체는 매우 복잡한 것이며, 맹장 수술에도 여전히 사망 케이스가 존재하는 시대였고 이런 시대에 간 절제 수술의 위험성은 두드러졌다.

곽명성은 과거에 환자 넷을 잃었다. 위험성이 지극히 높은 문정맥 고압 간 절제술을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병원 전체가 모두 그를 지지했다. 빙지상은 심지어 수술이 무사히 끝나면 새로운 교과서 편찬 과정에 넣어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전국구 교재가 아니라고 해도 곽명성에게는 유혹적인 일이었다.

“심전도를 보니, 심장도 약한 것 같습니다. 나이도 그렇고, 몸 상태도 그렇고 위험성이 높습니다.”

“환자가 통증도 심하고, 생활도 잘 못 한다고 하더군. 그런데 수술 의지는 강하다고 하네. 운화병원에 도착한 다음 현지 의사한테 제대로 상황을 설명해 줘야 하네.”

“사실 북경에서 수술을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수술 후 관리를 어떻게 할지도 모르고요. 이런 환자는 수술 후에 자칫하면 대량 출혈이 일어나 재수술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보험이 운화에 있다지 않나.”

빙지상이 강조하는 듯 입을 열었다.

“이 나이 노인은, 자식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쓸데없는 돈 쓰게 하고 싶지 않은 법일세. 자비로 해야 한다면 차라리 수술을 안 하겠다는 노인이 많아.”

“네.”

중국 국내 의료 보험은 대부분 이동 제한이 있다. 의료 보험은 해당하는 성에서만 쓸 수 있고, 어떤 지역에서는 지정 병원에서만 진찰받을 수 있는 제한이 있는 곳도 있다.

트랜스하기 적당하지 않은 작은 병, 예를 들면 충수염, 담낭염, 아킬레스건 보건술 같은 수술을 의료 보험을 받고 하고 싶으면 현지 삼갑, 이갑 혹은 이을급 수준인 현 병원에서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의사와 의료 보험 제정자는 작은 병은 작은 병원에서, 큰 병은 큰 병원에서 보라는 바람이 있었다.

그러나 환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왜 꼭 작은 병원에서 대학 시험 450점 받고, 대학원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부모가 준비해준 병원에 들어가 대충 시간이나 때우면서, 더 배울 생각도 없고 돈만 벌고 싶어 하는,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승진하는 주치의의 연습 상대가 되어야 한단 말인가.

누구나 자신의 몸은 보물 같은 법이건만.

가장 기본적인 출산 전 검사만 해도 큰 병원 의사가 사전에 선천성 질환 유무를 판단해낼 확률이 작은 병원 의사의 천 배는 되었다.

출장 수술이 다른 지역 의료 보험 문제를 해결한 것도 있다. 가장 좋은 의사가 그렇게 나쁘지 않은 병원에서 고난도 수술 혹은 보통 난도 수술을 진행한다. 비싼 출장 수술 비용으로 의사들의 경제와 자존심도 유지할 수 있고 말이다.

빙지상 같은 높은 교수도 매달 만 얼마씩 나오는 월급과 만 얼마짜리 의약비로는 생활을 유지할 수 없어서 가끔 출장 수술하러 나오는 것이다.

두 사람은 비행기에서 차트를 들여다본 것으로 수술 전 협진을 했다 치고 끝냈다.

나이 많은 빙 교수는 바로 담요를 덮고 잠들었고, 집도를 맡은 곽명성은 자료를 조금 더 들여다보다가 잠시 자고 일어났을 때 비행기도 착륙했다.

두 사람은 짐 없이 로비로 나왔고 높이 들린 ‘빙지상 교수’라는 종이를 발견했다.

“정범 환자 가족이시죠?”

“네네네, 정종이라고 합니다. 빙 교수님, 저희 북경에서 만났었습니다. 세기천가 이 사장이 소개했었지요.”

깔끔하게 준비를 마친 빙지상은 당당한 모습이 전혀 노인 같지 않았다. 정가 둘째는 어떻게든 줄을 잡으려고 사근사근하게 굴었다.

빙지상은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 건너 관계를 맺는 일은 그에게는 흔한 일이었다. 특히 간 절제 수술은 인명에 관련된 일이고 가족으로서는 어떻게든 모든 줄을 동원하려고 들 테니, 빙지상도 이해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정가 둘째가 입에 올린 세기천가의 이 사장도 어렴풋이 기억났다. 그래서 눈앞에 중년 남자는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빙 교수는 여전히 미소를 유지했다.

“정 선생, 안녕하시오. 일단 병원으로 가면서 말씀 나눕시다. 어떤가요?”

“좋습니다. 좋아요.”

살며시 악수하며 하는 빙지상의 말에 정종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빙지상이 그렇게 편안하게 대해줄 줄은 몰랐다. 그리고는 곧 사업가 기질을 꺼내 빙지상의 눈치를 살피며 대화를 이어갔다.

차에 올랐을 때 빙지상의 표정은 매우 편안해 보였다. 비위를 맞춰 주는데 기분 나빠할 사람은 별로 없었다.

정종은 코스터 중형 밴을 한 대 빌렸고, 삼 형제 집에서 한 사람씩 마중 나와 차에서 기다리다가 그들을 맞이했다. 동시에 간담췌외과 하원정 주임이 의사 하나를 데리고 마중 나와 체면을 세워주었다.

경험이 많고 식견이 넓은 빙지상은 이런저런 환자 보호자를 만나왔다. 그는 보호자를 만나자마자 위로의 말 몇 마디부터 나누고는 말을 이었다.

“비슷한 수술을 여러 번 했습니다. 아버님 병세가 조금 복잡합니다만, 그래서 우리가 필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물론 수술 리스크는 매우 큽니다. 그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주셔야 합니다.”

같은 말을 곁에 있는 곽명성이 했다면 가족들은 들은 척도 안 했을 것이다. 그러나 딱 보기에도 든든한 빙지상이 하는 말이라 가족은 적잖게 마음이 놓였다.

빙지상이 위로를 끝낸 후, 곽명성이 나서서 수술의 리스크와 환자의 위험한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빙지상이 다시 덕담하는 사이 운화병원에 거의 도착했다.

“교수님이 계시니 저희는 마음 놓습니다. 제가 자료를 조사해 봤는데 다들 우리 국내 일반 외과에서 최고라고 하더라고요.”

“아이고, 최고라니요. 그건 아닙니다.”

빙지상이 껄껄 웃으며 정종의 말을 잘랐다. 환자가 자기 자료를 찾아봤다는 이야기만 들으면 짜증 나는 세대인 곽명성은 더욱 눈살을 찌푸렸다.

인터넷엔 그럴싸한 자료가 너무 많았다. 일일이 해명하기도 곤란하고, 어떨 때는 그런 거짓 자료를 가지고 일일이 싸울 수도 없었다. 뻔히 그게 틀린 걸 아는 의사들은 더욱 화가 났다.

“교수님, 너무 겸손하십니다. 보호자인 우리는, 교수님 같은 의사를 만났으니 안심이죠. 저희 아버지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다른 형제자매들도 냉큼 인사했다. 빙지상은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고는 운화병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간담췌외과 의사 그리고 구경 좋아하는 의사가 벌써 로비에 몰려 있었다.

“먼저 일부터 하고 이야기는 나중에 하지요.”

빙지상은 전혀 의례적인 인사를 나누고 싶지 않아서, 미소 지은 채 바로 수술실로 향했다. 그는 탈의실에 앉아서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

“교수님, 괜찮으세요?”

“괜찮아. 그저 조금 피곤해서 그러네.”

웃는 얼굴로 대답한 빙지상은 곧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들을 내보낸 다음엔 나도 슬슬 은퇴해야지.”

“저희 때문에 고생이 많으십니다, 교수님.”

곽명성은 부끄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교수가 말하는 내보낸다는 말이 제자들이 단독으로 진료과를 맡길 바란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의사로서 진료과 하나를 독립해서 맡는다는 건, 별다른 견제 없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뜻한다.

진료과라고 다 같은 진료과가 아니고 북경 병원의 진료과와 지방 삼갑병원 진료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었다. 제일 좋은 건 당연히 지금 병원에 남아서 빙지상의 자리를 물려받는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곽명성은 더욱 차분해졌다.

그는 벌써 수술에 가장 적합한 모드로 온몸을 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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