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은 제법이군요.”
곽명성은 수술실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기구와 설비를 살폈다.
그 정도 수준 되는 의사는 사실 낯선 병원에서 하는 의료 행위를 좋아하지 않았다. 출장 수술이라고 해도 익숙한 곳에 가는 걸 좋아했다. 가장 좋은 건 자기가 키운 후배가 있는 병원이고, 자기 선배가 있는 병원 진료과도 좋았다.
무협 소설로 보면 곽명성은 명문 정파의 인기 있는 내원(內院) 제자인 셈이고, 강호로 나와 움직일 때도 자기 하원(下院)이 있는 곳에 제일 먼저 가곤 했다.
하급 병원 높은 위치에 있는 사형들도 자기를 찾아 온 사제를 반기며 보살폈다.
그러나 내원 제자라고 해도 단련과 개척을 위해 가끔 낯선 병원 가서 둘러보는 것도 불가피한 일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하원이 하나 늘지도 모르는 일이고 말이다.
곽명성은 일사불란하게 검사하면서 속으로 운화병원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운화는 번화한 대도시며 인구도 많고 수입도 높았다. 운화병원은 현지에서 지위도 상당히 괜찮았고. 게다가 상황을 보니 간담췌외과 수준도 보통이 넘는 것 같았다.
곽명성 같은 부주임 의사는 반쯤 익은 씨앗 같아서 4, 5년 더 버티다가 뿌리를 내릴 곳을 결정해야만 한다. 본 병원에 남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지만, 본 병원 주임 의사 자리는 지극히 적었다. 그곳에 자리를 잡게 된다면 빙지상 교수의 계승자 중 하나가 된다는 뜻이었다.
동시에 나이 든 사형 하나를 어깨에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것과 같아서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곽명성은 한편으로 적극적으로 난도 높은 항목에 도전하면서 다른 한편 뿌리를 내릴 차선도 열심히 구하고 있었다. 운화병원에 좋은 인상을 남기면 앞으로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곽명성은 그날 수술의 의미를 더 크게 느끼며 싱글벙글 검사를 계속했다.
“여기 등, 이따 조절해야 합니다.”
곽명성은 대충 흠을 하나 잡았고, 간호사들이 도우러 오자 그중에 가장 예쁜 간호사를 지정했다.
“이따 수술에 참가하도록.”
수간호사가 어리둥절해서 곽명성을 바라봤다.
“간호사가 예쁘면 수술실 분위기도 좋잖습니까.”
곽명성은 수술실에 예쁜 간호사 말고 다른 요구는 없었다. 그것이 하루에 열 몇 시간 머물러야 하는 수술실에 대한 그의 기본적인 요구였다.
이런저런 의사를 다 겪어온 수간호사는 슬쩍 곽명성을 보고는 말다툼하기도 귀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소방, 여기 남아.”
“네.”
간호사 소방이 대답하자 곽명성이 싱긋 웃었다.
“소방?”
“네.”
“우리 마을에 소방이라는 아가씨가 있었지~”
곽명성은 바로 그 나이대에 유행한 노래를 불렀다. 간호사는 예의를 갖춰 미소 지어 보이고는 고개를 돌리자마자 다른 간호사를 향해 혀를 날름했다. 이름이 소방이라, 그 노래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다.
곽명성이 수술실에서 나가자 소방이 다른 사람을 향해 웃어 보였다.
“역시 판단이 틀리지 않았어. 호색암(癌) 의사야.”
“돈이 없으면 호색암이지만, 돈 많으면 그냥 호색남이지.”
“암은 치료도 못 하잖아. 호색암은 돈이 많아도 그냥 돈 많은 호색암이야.”
“노래도 부르잖아.”
스크럽 간호사의 말에 소방이 짜증 나는 표정을 지었다.
“소방을 부른다는 건 늙은 호색암이라는 뜻밖에 더 돼?”
“쉬, 누가 듣겠다.”
누군가의 말에 수술실은 순간 조용해졌고, 잠시 후 환자가 들어왔다.
이어서 간담췌외과 주임 하원정이 직계 제자 둘을 데리고 들어왔다.
운화병원 수술실엔 참관실이 따로 없었다. 항상 수술을 참관하는 사람이 있는 정상급 병원이나 돈을 써서 참관실을 배치한다. 교육실이 있긴 했지만, 그렇게 좋지는 않았고 시설이 상해 골관절 센터보다 뒤떨어졌다.
그래서 수술을 제대로 참관하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수술실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수술실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제한적이었다.
마취의, 어시스던트와 간호사까지 합하면 수술실에 그렇게 많이 들어갈 수가 없었다.
잠시 후, 곽명성은 다시 한 번 손을 씻고 빙지상을 따라 수술실 안으로 들어왔다.
“마취 끝났나?”
곽명성이 다시 한번 기구를 살피며 물었다.
낯선 병원에서 수술하면 그게 안 좋았다. 특히 난도 높은 수술에선 불신이 생기기 쉬웠다.
“마취했습니다.”
순회 간호사를 맡은 소방이 재빨리 대답하자, 곽명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빙지상 교수를 바라봤다. 빙지상 역시 우선 기구를 훑어보고는 입을 열었다.
“곽 선생. 집도하게. 하 주임, 젊은 의사 있으면 간 절제해본 의사로 두엇 골라서 어시로 세워주시게.”
빙 교수의 말에 하원정은 바로 말귀를 알아듣고 직계 제자 두 명에게 손을 씻고 오라고 지시를 내렸다. 두 사람은 냉큼 밖으로 나갔다.
하원정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강호 고수처럼 아무런 표정 변화 없는 얼굴로 한쪽에 섰다. 이런 일은 너무 많이 겪었다.
빙지상은 교과서에 나오는 인물이고, 그 손으로 한 일반 외과 수술은 만 건이 넘는다. 그러나 지도 수술은 달랐다. 지도 수술은 그저 모자란 것을 보충할 뿐이고 작은 디테일을 일일이 고려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하원정은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그는 그저 운화병원 간담췌외과의 작은 주임에 불과해서 수술에 간섭할 자격이 없었다. 상대가 젊은 의사라고 꼭 집어 지정했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준비되면 시작합시다.”
두 의사가 돌아온 걸 본 곽명성은 시간을 다투듯 바로 메스를 요구했다. 하원정이 고개를 들어보니 시간이 벌써 4시 10분이었다. 확실히 서둘러야 할 때였다.
치익, 하고 에어타이트 도어가 열리더니 이번엔 곽종군과 능연이 들어왔다. 하원정은 고개만 끄덕이고는 인사하지 않았다. 곽종군 역시 인사하지 않고 멀리서 지켜봤다.
잠시 능연을 관심 있게 지켜보던 빙지상이 드디어 집중력을 수술로 돌렸다.
곽명성은 매우 빠른 속도로, 말할 것도 없이 능숙하게 움직였다.
말이 지도 수술이지, 빙지상은 손을 쓰지도, 지도도 하지 않고 그저 곁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물론 아직 시작 단계라서 지도하고 말 것도 없었다.
수술은 째깍째깍 일분일초가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러나 수술실의 누구도 쉽게 마음을 놓지 않았다.
간 절제 수술 초반은 일반 복강경 수술과 비슷하지만, 간 부분이 되면 정말로 중요한 부분이 전개된다.
- 저 머나 먼 곳에~
곽종군의 핸드폰에서 노래가 울려 퍼졌다.
“미안합니다.”
이야기하면서 핸드폰을 꺼낸 곽 주임은 ‘응’ 하고 몇 번 대답하더니 곁에 있는 능연을 바라봤다.
“응급 간 절제술이네. 가서 하게.”
“아. 네······.”
능연은 수술대를 힐끔 바라보고는 바로 밖으로 나갔다.
‘간 절제’라는 단어를 들은 빙지상은 시선을 능연 쪽으로 돌렸지만, 여전히 아무런 말 없이 능연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