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344화 (325/877)

응급처치실에 주 선생이 한가하게 핸드폰을 보면서 곁에 있는 외모가 평범하고 기술도 평범하고 특색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레지던트를 향해 설명하고 있었다.

“치디엔에 <의도담도>라는 글 좀 봐봐. 여기도 우선 정형외과에 가서 돈 벌어야 하는 걸 알잖아. 수입 강판 한 번 쓰면 마누라가 사흘은 웃을걸? 아, 물론 얘는 아직 마누라가 없어. 사실 의사는 마누라가 필요 없지. 에휴.”

“선생님, 환자 출혈이 꽤 심합니다.”

생김새가 평범하고 인생에 특색 없는 레지던트는 다소 초조해 보였다.

응급처치를 기다리는 환자는 다름 아닌 간 파열 환자다! 요즘 간 파열 환자가 자주 운화병원으로 온다고 해도 어쨌든 간 파열 환자인데, 이론상 응급실로 온 환자는 어떻게든 붙잡아야 했다.

주 선생은 느긋하게 응급처치실을 바라보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연문빈 안에 있잖아. 좌 선생도 있고.”

“연문빈은 이제 2년 차입니다. 좌자······. 좌 선생은 간 파열 안 해 봤지 않아요?”

초짜 레지던트는 말 나온 김에 좌자전을 무시하듯 말했다. 위생병원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평생 그를 따라다닐 것이다. 빙지상 정도 대단한 사람이 되면 그때는 미담이 되겠지만.

“좌 선생은 안 해봤고, 그럼 너는 해봤고?”

“아니요.”

주 선생이 되묻는 말에 레지던트가 멍하니 대답했다.

“그럼 나는 해 봤게, 안 해봤게?”

주 선생이 초짜 레지던트를 지그시 바라봤다. 뜨끔해진 레지던트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해봤······ 아마 해봤겠죠?”

“무시하냐?”

“아니 그게 아니라요······.”

“나도 몇 건 못 해봤어. 셋 죽었나? 평균일걸? 연문빈 쟤네가 간 절제 몇 건이나 한 줄 아냐, 너?”

초짜 레지던트가 고개를 흔들었다.

“200건은 된다더라. 연문빈이 못해도 그중 6, 70건은 했을걸? 좌 선생도 도움은 될 거고.”

주 선생은 입을 삐죽이며 좌자전을 무시하는 데 보태고는 주변의 소란을 무시하며 담담하게 핸드폰을 꺼냈다.

“내가 들어가면 내 지시를 따라야 하는데, 나는 쟤네보다 못해. 그런데 들어가서 뭐 하라고.”

“합병증 오면요?”

생김새가 평범하고 인생에 특색 없는 레지던트가 언뜻 들으면 반박할 수 없는 이유를 꺼냈다.

외상이 유발한 간 파열은 종종 비장 파열도 따라올 확률도 높은 편이었다. 소 사장처럼 넘어져서 간 파열 되고 다음에 또 넘어져서 비장 파열된 사람이 오히려 더 드물었다.

그러나 농땡이를 하루 이틀 피운 것도 아니고, 주 선생이 작디작은 레지던트에게 설득될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담담하게 핸드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가 가보고 와서 보고하던지.”

“아, 네.”

레지던트는 반항할 여지 없이 고분고분 그의 말을 따랐고, 주 선생은 영혼과 육체를 릴렉스하며 핸드폰을 만졌다.

잠시 후 돌아온 레지던트가 부럽고 질투 나서 미치겠다는 듯 말했다.

“연문빈이 상황을 진정시켰습니다. 능 선생도 와서 수술실로 들어갔습니다. 응급 간 절제술을 한다나 봐요.”

“관심 있으면 능 선생 따라가 봐. 능 선생 사람 좋아서, 네가 수술 몇 번 따라 하면, 기초만 된다면 물어보는 대로 잘 가르쳐 줄 거다.”

힐끔 그를 본 주 선생이 무슨 마음인지 알겠다는 투로 말했다.

병원과 의대의 가장 큰 차이가 바로 거기 있었다. 의대에서는 체계적으로 가르쳐주지만, 병원에선 아무도 그런 교육 과정을 마련해주지 않는다. 모두 본인에게 달렸다. 똑똑하면 겹겹이 쌓인 장애를 뚫고 유명 의사가 될 것이고, 멍청하거나 잘못된 길로 가면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주 선생의 말에 레지던트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목을 움츠렸다.

“전 능 선생 수술 못 들어가요. 여자친구 생겼거든요.”

“너도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왜요? 전 생기면 안 되나요?”

주 선생이 매우 놀라 묻자 레지던트가 분한 표정을 지었다.

“여자친구도 네가 남자친구인 걸 알아?”

“알ㅈ······ 주 선생님. 이러면 대화 못 하는데요.”

“그럼 가서 능 선생이나 도와.”

주 선생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레지던트를 쫓아냈다. 오후 응급의학과는 의사가 가장 많을 때였다. 외래도 아직 보고 있었고, 전문 진료과 의사도 있는 데다가 낮에 근무하는 의사가 제일 많으니까 말이다.

그럴 때 레지던트를 곁에 붙여둬 봐야, 책 읽는 데 방해가 될 뿐이었다.

주 선생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소설을 읽으면서 농땡이를 부렸다.

머지않아 능연이 나오자 주 선생이 핸드폰을 내던지고 웃으며 그를 반겼다.

“능연아, 수술 잘했냐?”

“잘했습니다. 다만 우리 응급센터 수술실은 역시 간담췌외과 수술실처럼 설비가 완전하지 않네요.”

능연이 손목을 움직이며 대답했다.

“환자가 오는 길에 피를 많이 흘렸는데 수혈이 늦어진 데다가 초음파 메스도 준비 안 되어서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렸어요.”

“초음파 메스는 비싼 거라, 쓰려면 전화하고 사인해야 해서 귀찮아. 난 쓰기도 귀찮더구만.”

주 선생이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사인 어쩌고 하는 건, 그가 정말로 싫어하는 일이었다.

“응급 간 수술하는 데 모두 다 해서 3분 넘게 걸렸는데, 메스 가지고 오는 데 5분 걸렸어요.”

연문빈이 할 말 많다는 듯 투덜거리자 능연한테만큼 다정한 표정을 보일 리 없는 주 선생은 담담하게 그를 바라봤다.

“응급센터에서 초음파 메스를 잘 안 쓰니까 그렇지. 양극 전동 메스도 비싼 소모품에 속하는데. 다음에 간 절제 환자 보면 미리 신청해라.”

“수술실엔 집도의가 직접 전화해야 합니다.”

“수술실 간호사랑 미리 상의해두면 되지.”

주 선생의 말에 연문빈이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 멍청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 수술실로 돌아갑니다. 전문가 수술, 거의 박리 단계까지 됐겠네요.”

능연은 집에 가겠다는 것 같은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그래, 가라. 난 응급실을 지키다가 큰 수술 있으면 부르마.”

주 선생은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넵.”

능연은 웃으면서 코너를 돌아 의료진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수술 층으로 가 옷을 갈아입고 수술실로 향했다.

수술대 위 수술은 역시나 박리 부분이 진행되고 있었다.

능연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스터급 간 절제술에 170회 복강 해부 경험이 있으니 환자의 상태를 보고 곽명성의 수법을 보니 그의 진도를 대충 알 수 있었다.

대부분 의사는 특정 수술을 할 때 수술 속도가 기본적으로 정해져 있다. 대단한 의사일수록 속도가 안정되고 비슷하고 능력 없는 의사일수록 본인 상태나 환자의 병세 등 각 방면에 영향을 받는다.

능연이 판단하기에, 곽명성은 그저 고급 전문가 수준이었고 마스터급을 돌파하려면 아직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그밖에 해부 경험, 봉합 스킬, 지혈 기술 등 모두 본인과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곽명성은 운화병원 간담췌외과 하원정보다 조금 뛰어날 뿐이었다. 하원정도 지방 병원엔 출입하며 출장 수술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의사의 실력 차이는 일반 수술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았다.

지금 같은 간 절제 수술은 하원정도 곽명성보다 조금 느려서 그렇지, 극한으로 끌어 올리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 들었다.

능연은 그런 생각을 하며 표정 없이 수술을 지켜봤다.

팔짱을 낀 빙지상과 집도 자리에 있는 곽명성 모두 능연을 흘끔 보며 속으로 꿍얼거렸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본 곽종군이 고개를 돌려 낮은 목소리로 수술이 끝났냐고 물었다.

“네. 응급 간 절제 수술이라 1/3 절제하고 나머지는 연 선생과 좌 선생이 하고 있습니다.”

“그럼 됐네.”

바로 대답하는 능연의 모습에 곽종군이 미소 지었고, 빙지상과 곽명성이 다시 고개를 돌려 능연을 흘끔 봤다. 상대가 비행기를 타고 온 전문가인 만큼, 능연도 사회 기대에 부응하는 미소로 화답했다.

빙지상과 곽명성이 동시에 얼굴을 찌푸렸다.

곽명성은 더욱 언짢은 마음이었다.

응급 간 절제 수술 따위, 빨리하는 게 뭐 대단하다고. 실력은 환자를 살리고 나서 이야기해야지.

물론 마음속으로는 응급 간 절제술이 대단하다는 걸 곽명성도 알고 있었다. 특히 젊은 의사에게는 간 지혈 한 항목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 보통 그것 하나 배우느라 청춘을 허비하니 말이다.

곽명성은 다시 한번 능연을 힐끔 봤다.

‘잘생기면 수술에도 유리하구만. 요즘 세상은 정말이지, 너무 경박해.’

외과 의사의 성장은 바로 수술량으로 이뤄진다. 잘생기면 수술을 더 많이 벌 것이고, 머리가 텅텅 비지만 않았다면 다른 사람보다 스타트가 쉬울 것이다.

곽명성은 힘들게 기술 트리를 기어 올라가던 자기 때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당신과 함께 날아가리~

곽종군의 핸드폰이 다시 노래를 불렀다.

“벨소리도 바뀌는 거요?”

“미안합니다. 소리 끄겠습니다.”

빙지상이 언짢은 듯이 하는 말에 곽종군은 서글서글하게 대답하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알겠네.”

핸드폰을 내려놓은 곽종군은 소리를 끄고 능연을 바라봤다.

“120에서 단지 환자를 보냈네. 가서 하겠나? 세 손가락이라네.”

“한 손입니까? 한 손이면 하고요.”

수술대를 바라본 능연이 세 손가락 환자도 아깝다는 듯 한숨을 쉬며 물었다. 두 손을 합쳐 세 손가락이 잘린 거라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수부외과를 불러야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한 손이라면 능연 혼자 할 수 있었다.

“한 손이네. 말한테 물렸대.”

동물에게 물린 상처는 단지 이식 중에도 어려운 케이스였다. 자칫하면 아예 붙이지 못할 수도 있고, 붙인다고 해도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바로 수술실로 가라고 하십시오. 전 수술실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능연은 더는 망설이지 않고 과감하게 대답하고는 바로 나가지 않고 수술을 잠시 더 지켜보다가 문을 밟고 나갔다.

수술실은 다시 조용해졌고, 한 시간 반 후 치익 하고 능연이 다시 문을 밟고 들어왔다.

초록색 수술복을 입고도 눈부시게 잘생겼다.

“다 했어?”

핸드폰을 만지던 곽종군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

“다 했습니다. 식지 기능이 심하게 손상된 거 외에, 다른 건 문제 없을 겁니다.”

능연은 수술대를 바라보다가 눈썹을 치켜떴다.

“문제 생겼나요?”

“피가 잘 안 굳어. 조금 전에 또 출혈이 생겼지.”

“아아.”

곽종군의 설명에 능연이 대답하고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계속 수술을 지켜봤다.

상황을 설명하려던 곽명성은 또 설명하기 싫어져서 아랑곳하지 않고 수다 떠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난 요즘 바이두 검색해서 찾아오는 환자 보호자가 제일 짜증나더라고.”

그 말이 끝나자마자 조수가 적극적으로 입을 떼려는데.

-대왕이 나를 부르네~

능연의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반월판 성형술이요? 그건 좀 기다리라고 하시죠. 일단 수술 전 검사하고 MRI 찍고요.”

능연은 핸드폰을 들고 작은 소리로 지시 내렸지만, 조용한 수술실이라 유심히 들으면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곽명성은 이미 언짢아졌고,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었다. 아무리 출장 수술이라고 해도 수술실에서 수술하는 사람은 수술실의 엄연한 주인이었다. 그런데 본인 수술실에서 아무렇지 않게 통화하다니,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곽명성은 제대로 따지려고 눈썹을 찌푸렸다.

그때 전화에서 다른 여자의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능 선생! 이 환자는 좀 와보셔야겠어! 시 체육 학교에서 보낸 환자인데 음낭 파열이라고. 절제해야 할 거 같아!”

“언제 온대요?”

능연은 이번엔 전혀 머뭇거리지 않고 물었다. 마스터급 음낭 절제술을 얻은 이후로 운화병원의 충분한 환자 자원으로도 몇 번 만나지 못한 케이스였다.

운화 시 인구로 따져보면 매주에 알이 망가진 환자가 발생할 확률은 제한적이었다. 시 범위로 보면 병원이 더 많아져서 능연이 잡을 수 있는 기회는 더욱 적어졌다.

그래서 능연은 진작 응급실에 매복을 심어 놓았고. 다들 음낭 파열 환자 소식만 들으면 바로 능연에게 통지했다.

전화 너머에서 여원이 흥분해서 고함쳤다.

“구급차 벌써 왔어! 지금 수술실 준비 중!”

“음낭 절제 확실해요?”

“다 터져서 자를 수밖에 없어.”

“알았어요, 바로 갑니다!”

능연은 망설이지도 않고 수술실 문을 밟고 나갔다. 곽명성은 뱃속 가득한 화를 풀지도 못했고 오히려 사타구니 아래가 쫄깃해졌다.

그는 고개를 들어 올려 머리를 흔들다가 고개를 숙이며 투덜댔다.

“운화병원 의사 참 재미있군요. 간 절제에, 단지 이식에, 이제 관절경에 음낭 절제? 뭡니까? 종합병원?”

“우리 능 선생은 아킬레스건 보건술로 제일 유명하지요. 유위신 수술을 했습니다. 유위신은 얼마 전에 골든 리그에도 나갔지요. 나갈 때마다 다 순위에 든답니다.”

곽명성은 독설을 뿜으려면 얼마든 뿜을 수 있었다.

‘순위에 들면 뭐? 골든 리그에 나가면 뭐? 그게 능연이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잘해서라는 걸 증명할 수 있어?’

그러나 곽명성은 곧 갑자기 어떤 정보를 떠올렸다.

“매가 어르신 수술을 능연이 했습니까?”

곽명성은 일반 외과지만, 항목을 세분화해서 간담췌외과까지 볼 수도 있어서 업계 소식은 아는 편이었다.

그런 일을 어떻게 잘 모르는 사람 앞에서 공개적으로 밝힐 수 있냐는 생각에 곽종군은 그저 껄껄 웃었고, 곽명성도 껄껄 웃고는 말을 조금 조심했다.

매가 어른의 간 내 담관 결석은 간담췌 분야에서 누구나 알고 있던 고질병이었다. 직접 만나본 사람은 드물었지만, 어르신의 유명세가 대단해서 수술 기회를 잡지 못한 사람도 이런저런 이야기만은 많이 들었다.

곽명성은 더 깊이 파고들 흥미도 없었고, 자격도 없었다.

의사는 문인처럼 상대를 무시하는 고질병이 있지만, 그것도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달랐다. 게다가 능연은 누가 봐도 더 젊고 잘생겼으니 곽명성은 할 일 없이 그런 의사에게 밉보이지 말자고 스스로 위로했다.

위로를 끝낸 곽명성은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제 할 일을 했다.

문정맥 고압 간 절제 수술은 한동안 모두 꺼리던 수술이었다. 지금은 점점 많은 의사가 그 높은 성을 공략하기 시작했지만, 완전히 공략되지 않은 이상 간 경화 합병 문정맥 고압은 간 절제 중에 가장 위험 큰 수술이었다.

곽명성은 자신의 수술을 착실히 끝내고 싶었다.

이미 간문 부근까지 박리했고, 각 간엽으로 향하는 담관 혈관 꼭지를 지금 간문에서 주변을 향해 절제할 수 있었다.

그때 빙 교수가 갑자기 목소리를 내 코치했다.

“측 혈관 출혈 주의하게.”

“네.”

곽명성은 더욱 세심히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때, 치익, 하고 수술실 문이 열리더니 능연이 들어왔다.

병원 수술실에 들락날락하는 건 흔한 일이었다. 기계며, 혈액팩이며 혹은 지나가다 참관하는 의사며 계속 끊임없이 문이 열렸다 닫혔다 한다.

오늘은 출장 수술이라 인원을 엄격히 제한하고 수간호사가 밖에서 지켜봐서 그렇지, 아니면 들락거리는 실습생만으로도 수술실을 가득 메울 수 있었다.

물론, 능연을 관리할 사람은 없었다.

“능 선생, 음낭 잘랐어요?”

세심한 부분을 처리한 곽명성은 고개를 들어 조롱하듯 능연에게 물었다.

“네, 안 자르고는 안 되겠더라고요.”

말을 멈춘 능연은 곁에 있던 곽종군에게 관절경 수술도 그 김에 하고 왔다고 했다.

“응? 관절경도 했다고?”

“MRI 전에 찍었다고 찍기 싫다고 해서 X-ray 한 장 찍어 보니 큰 문제 없길래 바로 했습니다.”

능연은 간단하지만 알찬 내용으로 대답했다.

“간 절제 시작했습니까?”

시간을 살펴본 능연이 흥분해서 물었다. 시스템에서 간 절제술을 배운 것이라 다른 사람이 진행하는 간 절제 수술을 본 적이 별로 없었다.

운화병원 간담췌외과 주임 하원정보다 곽명성의 수준이 더 높았다.

곽종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귓속말하듯 말했다.

“아까 박리에 조금 문제가 있었거든. 비행기 아마 미뤘을 걸세.”

곽종군은 저도 모르게 곽명성과 빙지상을 한 번 비꼬았다. 비행기 시간을 그렇게 타이트하게 잡은 걸 생각하면 할수록 통쾌했다.

곽명성은 듣고도 못 들은 척했다. 확실히 어려운 수술이라, 천천히 하는 게 문제가 생기는 것보다 나았다.

수술 경력도 이제 10년이 넘은 그는 상대가 시비를 건다고 욱해서 승부욕을 발동할 나이는 벌써 지났다. 특히 수술 속도 같은 지표는 그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전신 마취되어 수술대에 누운 환자에게 10분이나 10시간이나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수술만 잘하면 몇 시간 늘어진다고 해도 환자가 언짢아할 일은 없다.

곽명성은 속도를 올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속도를 늦췄다. 어차피 비행기 시간도 바꿨으니, 빨리할 이유가 없었다.

5분, 10분, 20분.

곽명성은 여전히 간문 곁을 맴돌며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간 절제 수술을 서너 시간이나 하는 것도 바로 수술의 앞부분이 오래 걸려서였다. 막상 간 절제 부분에 이르면 초음파 메스로 몇 분 만에 끝낼 수 있다.

간 절제 수술을 안 하는 곽종군은 나이도 많고 그런 고난도 간 절제술을 배울 필요는 더욱 없어서, 잠시 지켜보다가 지루한 듯 핸드폰을 꺼내 슥슥 넘기기 시작했다.

한참 핸드폰을 만지던 곽종군은 새로운 메시지를 열어 능연에게 보여줬다.

“갈게요.”

응급 간 파열 환자 소식을 본 능연은 망설이지도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급할 거 없어, 천천히 하게.”

“네.”

얼굴 가득 미소 지으며 배웅하는 곽종군의 모습에 능연은 곽종군에게 손을 흔들고는 재빨리 수술실로 향했다.

응급 간 절제 수술은 일반 간 절제 수술과 달랐다. 수술 손상이 크지만 속도를 빨리해서 환자의 바이탈을 최대한 빨리 안정시키는 게 중요했다.

능연은 이번에 가는 길에 초음파 메스를 준비했고, 수술실에 도착해서 몇 번 만에 환자의 간을 깨끗하게 절개했다.

그와 동시에 옆에서 위장 수술 준비하던 소화기 외과 그리고 목을 꿰맬 준비하던 일반 외과 의사가 아직 수술 방안을 결정짓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나머지 처리하세요.”

더 있을 필요가 없어지자, 능연은 자신의 부분을 마무리하고 나가서 손을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응급 간 절제 수술이라 피가 튀는 것이 불가피했다.

한창 씻고 있는데 익숙한 시스템 알람이 딩, 하고 울렸다.

- 퀘스트: 환자를 살리고 상처를 치료할 것

- 퀘스트 내용: 지혈 및 간 절제 수술 완성

- 퀘스트 보상: 중급 보물상자

곽명성의 수술에 문제가 생겼나?

능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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