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347화 (328/877)

수술이 끝나고 사람들은 모두 한숨 돌렸다.

간담췌외과 하원정 주임이 나서서 식사 초대를 했지만 곽명성은 헛기침하며 말을 돌렸다.

“저희가 바꾼 비행기 시간이 다 되어갑니다. 교수님도 내일 아침 회진이 있으시고요.”

그는 운화에 더는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운화병원에서 잘 될 희망도 없어졌는데, 운화병원 부원장에게 잘 보일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

그러나 빙지상은 손을 휘저으며 그를 말렸다.

“실수한 오늘 수술, 다 능 선생 덕분에 살았지요. 능 선생한테 술 한잔 따라줘야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바로 준비하도록 하죠.”

냉큼 대답한 하원정은 바로 주 원장의 뜻을 물었다.

“잠깐 들르도록 하죠. 집에 가야 해서.”

여자인 주 원장은 밖에서 너무 오래 있고 싶지 않아 했다. 더 권하기도 뭐 한 사람들은 이야기를 나누며 밖으로 나갔다.

“빙 교수와 주 원장 모두 한잔하겠다고 하니, 자네도 같이 가지.”

능연 성격을 잘 아는 곽종군이 혹시라도 그가 가기 싫다고 할까 봐 붙잡으며 말했다. 상자를 열고 있던 능연은 그가 그러던가 말던가, 상자 오픈 성과에 집중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능연은 총 8개의 ‘같은 의사의 칭찬’으로 얻은 스태미너 포션으로 스태미너 포션 창고를 크게 보충했다. 얼마 전 맹설 팬들 때문에 수술실에 갇힌 바람에 스태미너 포션 17병을 소모했고, 회진도 못 하는 바람에 같은 의사의 칭찬으로만 겨우 포션을 얻었었다.

지금 스태미너 포션에 8병이나 늘어서 포션 창고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그리고 중급 보물상자는······.

능연은 상자를 열지 않고 계속 바라보기만 했다.

능연은 이제 중급 보물상자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고, 그런 상자라면 가치 있는 물건이 나와야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수술실에서 나오면 창밖을 통해 병원 지상 주차장을 볼 수 있다. 가득한 고급 자동차를 바라보며, 능연은 머릿속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트랜스포머는 없어도 범블비는 나올 만도 하잖아?

음, 의료용 자동차로 변할 수 있는 범블비면 더 좋겠군.

아무리 못 해도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의료 플랫폼 정도는 제공할 수 있잖아.

능연은 구체적으로 진지해져서는 손을 흔들어서 중급 보물상자를 열었다.

은빛이 퍼지고, 주차장 안에 범블비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혹은 멋진 의료용 자동차 같은 것도.

능연은 눈앞에 몸을 흔들며 나타난 책을 바라봤다.

“마음이 부족한가.”

도평 여사가 자주 말하는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을 떠올린 능연은 내심 바라는 걸 확실히 생각해야 하는 걸까, 너무 시스템 마음대로 하게 뒀나 생각했다.

능연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손을 흔들어 스킬북을 열었다.

- 단일항목 스킬북-파생 기능 획득: 관절경 하 교차 인대 재건술(그랜드마스터급)

그랜드마스터급 스킬이라니, 범블비 정도는 되는 것도 같······.

“그래도 범블비 갖고 싶어.”

“뭘 갖고 싶다고?”

능연은 마음을 굳혔고, 그의 목소리에 곽종군이 고개를 돌렸다. 곽종군에게 트랜스포머와 범블비가 없다는 걸 아는 능연은 한발 양보하며 말했다.

“아무래도 우리 ICU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같은 환자는 우리 병실에 머물게 하면 관리하기도 좋고 예후도 좋아질 테니 말입니다.”

능연의 입에서 나온 ‘우리’ 소리에 온몸이 짜릿해진 곽종군은 고개를 비스듬히 숙이고 생각에 잠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ICU 넣을 자리는 얼마든지 있지. 그런데 ICU 허가가 쉽지 않다네.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고.”

요즘 병원은 돈이 많아서, 뭘 세우는 데 자금보다는 문서가 더 문제였다.

운화병원 같은 지방 정상급 삼갑병원은 2, 3백 제약회사와 거래하고 있고 심지어 더 많을 수도 있다. 허가만 떨어진다면, 병원에 돈이 없어도 제약회사 한 곳 혹은 몇 군데가 모여서도 ICU 하나는 거뜬하게 만든다.

운화병원 같은 병원이라면 회수 능력도 지극히 강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병원은 돈만 있다고 뭐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허가도 필요했다.

곽종군으로서는 응급의학과를 응급센터로 만드는 것만으로도 힘을 거의 다 쏟았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ICU 하나 늘리는 것 정도는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이 아니라서, 고려는 해보기로 했다.

그때 빙지상이 고개를 돌려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우리도 몇 년 전에 일반 외과용 ICU를 만들었는데, 확실히 효과가 좋습니다. 명성이가 전에 우리 ICU 예후에 대한 논문도 썼고요.”

“맞습니다. 생존율도 올라갔고 병상 회전율도 올라갔죠.”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이름이 거론되자 곽명성도 한마디 거들었다.

“얼마나 올라갔습니까?”

능연은 벌써 핸드폰을 꺼내 논문 검색을 시작했다.

“몇 프로 정도죠. 통계학적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곽명성은 하하 웃으며 켕기는 마음을 감췄다.

연구도 잘하는 일선 의사는 드물어서, 제약회사 직원을 시켜 논문을 사 오지 않으면 다행일 수준이었다. 의사들은 대부분 논문을 대충대충 써서 대충대충 발표했다.

곽명성이 부주임 승진하느라 논문 준비가 불가피했던 김에 자기네 새로운 시설을 자랑도 할 겸 논문을 썼다는 건 의료 전선에 있는 사람 모두가 잘 아는 비밀이었다.

몇 프로라는 말을 들은 능연은 실망해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의학은 자연과학과 달라서 몇 프로 정도 올리는 건 큰일이 아니었다. 의료진이 추가 근무를 좀 하고, 좀 더 노력하고 환자를 잘 선별하기만 해서 이뤄낸 것일 가능성이 있었다.

같은 간 절제 ICU 환자라도 해도 쉰을 넘지 않는 삼사십대 환자를 골라서 하면 생존율 몇 프로 올리는 건 문제도 아니다.

나이가 아니더라도 환자의 증세 경중으로 선별하면서 고령 환자 몇을 섞을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임상 의학은 연구 대상의 차이가 지극히 커서 흰 쥐 연구에서는 가치 있는 퍼센티지라도 임상 의학에서는 의미를 잃는다.

“단순히 생존율과 회전율 문제는 아니지요. 편하기도 하니까. 자체 ICU가 있으면 의사들의 부담도 더 줄어들고 시간, 에너지도 크게 절약합니다. 하하하.”

“그래도 통일된 ICU가 전문성을 더 띠겠죠.”

빙 교수가 껄껄 웃으며 하는 말에, 자본이 많이 들고 굳이 진료과 ICU를 만들 의미가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주 원장이 대꾸했다.

빙지상은 능연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그래서 대형 진료과가 필요한 거지요. 우리 일반 외과 센터엔 지금 520개 병상이 있습니다. 20개짜리 자체 ICU는 의미가 있습니다.”

“저희도 병상을 매우 빠르게 늘리고 있습니다.”

곽종군의 말에 빙지상이 다시 웃으며 능연에게 고개를 돌렸다.

“맞다. 능 선생. 아까 본과 졸업생이라고 했지? 계속 공부할 생각 없나? 우리 쪽에서 공부하면 4, 5년 만에 끝낼 수 있을 텐데.”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능연은 곽종군의 안색이 변하기도 전에 단호하게 대답했다.

시스템을 가진 사람이 석박사 공부하면서 학습하는 건 효율이 너무 떨어지는 일이었다. 곽종군의 주름진 얼굴이 순간 활짝 폈고 빙지상은 티 나게 실망했다.

“그럴 만도 하군. 내 밑에 박사 중에 간 절제를 능 선생처럼 잘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으니까.”

머쓱해진 곽명성은 어디 숨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그가 바로 빙지상 밑의 박사를 거쳐 주치의에서 부주임까지 한 발짝 한 발짝 올라간 사람이었다.

오늘 수술만 해도 곽명성은 자기가 깔아뭉개졌다고 말하기도 껄끄러웠다. 상대는 깔아뭉개기는커녕 가볍게 수술을 끝내버린 것뿐이니까.

곽명성은 아직도 머릿속으로 능연의 수술 과정을 되짚고 있었다. 그는 처음부터 능연이 수술했다면 상황이 완전히 달랐을 것이라는 걸 이미 느끼고 있었다. 문제가 된 혈관 종양은 아예 아무런 작용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본인이 수술을 어렵게 만들었고, 나중엔 능연이······ 수술을 해결해 버렸다.

“빙 교수님! 빙 교수님.”

곽종군이 수술 구역 문을 열자 정범의 아들딸이 순간 몰려들었다. 빙지상은 바로 입을 열지 않고 하원정을 바라봤다.

간담췌외과 주임이고 오늘 수술에 서명을 한 사람은 하원정이니 메스를 잡은 적이 없다 해도 지금은 그가 나설 때였다.

하원정은 속으로 욕을 하면서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정리하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수술은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수술 중에 문제가 조금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정범의 아들딸 얼굴에 심각한 표정이 드러났고 다른 의사들은 묵묵히 제 갈 길을 갔다.

사회생활 몇십 년 한 정범의 둘째가 퍼뜩 생각이 난 듯, 아는 의사를 주시하다가 슬그머니 따라가서 코너에서 그를 붙잡고 돈 봉투를 내밀며 물었다.

“손 선생님. 아버지 수술에 무슨 문제가 있었습니까?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손 선생은 ‘강제로’ 돈 봉투를 받아서 손으로 쥐면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아버님 병세가 복잡해서 수술 중에 대량 출혈 문제가 일어났습니다. 곽 선생과 빙 교수가 제어하지 못해서 능 선생이 나서서 지혈하고 수술을 마쳤습니다.”

“예? 그게 무슨 말이시죠?”

정가 둘째가 손 선생을 붙잡고 늘어졌다.

“능 선생 기술이 북경에서 온 의사보다 낫다는 겁니다. 사람 잘못 고르셨다고요.”

손 선생도 운화병원 사람이니, 그 말을 할 묘하게 통쾌한 느낌이 들었다.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데······. 그러니까 의료 사고가 났다는 건가요?”

“아닙니다.”

“그럼 좀 더 자세하게 말씀해 주세요.”

정가 둘째가 작은 돈 봉투 하나를 다시 건넸다.

정가 둘째 정종이 우물쭈물 ICU 옆에 있는 휴게실로 들어갔다.

ICU 병실은 환자 보호자가 멋대로 들어갈 수 없어서 다들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들은 밤을 새운 미어캣처럼 무슨 소리만 나면 경계하며 그쪽을 바라봤다.

“오빠, 대체 무슨 일이래요? 왜 피를 그렇게 많이 흘렸대요?”

마흔 된 정가 막내딸이 가장 먼저 일어났다.

“무슨 일? 난들 어떻게 알겠어.”

정종이 굳은 표정으로 답답한 듯 그렇게 말하고는 책임이 느껴지는 듯 말을 이었다.

“말로는 아버지 병세가 복잡해서 수술 중에 4000cc나 피를 흘렸다는데.”

“다른 사람은 몇백 cc 정도 흘린다던데요. 아버지는 왜 그렇게 많이?”

심호흡을 한 정종이 짜증내며 숨을 뱉었다.

“우리가 모셔온 전문가가 제어 못 해서 결국 대량 출혈이 일어났단다. 무슨 합병증 어쩌고 하던데, 이따 담당 의사한테 물어봐.”

정종도 친구를 통해 빙지상 교수를 소개받았고, 지금 잘 생각해보니 직접 수술한다는 말은 못 들은 것 같았다. 일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됐는지는, 아직 아버지 상태가 안정적인지 않은 상황에서 크게 따지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일을 키워봤자,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건 금전 배상뿐이고, 정종은 돈 몇 푼 때문에 지인들을 난감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 지금은요? 아빠 괜찮대요? 후유증은요?”

형제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다가 이번에도 막내딸이 나섰다.

“난들 아니. 잘 지켜보고 있다가 원래 수술하기로 한 그 능 선생 오면 한번 물어보라고.”

“무슨 말이에요?”

둘째의 성격을 잘 아는 다른 형제들은 그의 표정에 뭔가 있음을 알아차렸고 끙끙거리던 정종이 다시 입을 열었다.

“수술 중에 대량 출혈이 일어나서 마지막에 그 능 선생이 지혈했다는구나. 그리고 수술도 능 선생이 끝냈대.”

“능 선생이요? 엄청 잘생긴 의사?”

마흔살 막내딸이 놀라서 묻는 말에 정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가 돈 쓰고 실력이 더 떨어지는 의사를 부른 거예요?”

다른 형제들이 불만인 듯 물었고, 특히 막내아들은 미간을 단단히 좁히고 있었다. 그는 처음부터 출장 수술에 반대했었다. 운화병원으로 온 것도 바로 그가 능연의 명성을 들어서였다. 같이 일하는 직장 선배가 운화병원에서 간 절제 수술을 했었고 평가가 매우 좋았던 것이다.

그런데 집안에서 가장 잘 사는 둘째가 반드시 북경 명의를 부르겠다니, 막내도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결과가······.

“능 선생 실력이 대단하다고 했었잖아요. 그런데도 북경 교수를 불러야한다고 하더니. 70 넘은 늙은 교수가 뭘 얼마나 잘한다고.”

“이번에 일이 이래서 그렇지, 북경에서 온 교수도 평판이 괜찮았어. 아무리 그래도 북경에서 온 교수 아니냐. 어쩌면 긴 여행길 오느라 그랬을 수도 있지. 우리가 운이 안 좋았어.”

결국 못 참고 한마디 하는 막내의 말에 정종이 짜증도 나고 답답한 듯 대답했다.

“둘째야, 그 말은 참 그렇네. 아버지 일인데 운이 안 좋았다고? 네가 운이 안 좋게 만든 거겠지.”

“말을 왜 그렇게 하십니까. 내가 얼마나 애쓴지 알아요? 아무리 그래도 간 절제 전문가라고요.”

“그 간 절제 전문가가 운화병원 초짜 의사보다 못한 거 아니냐.”

“그 의사는 초짜 의사가 아니지요. 아무튼, 이따 돈 봉투 준비할 거니까 능 선생인가가 오면 알려 주세요.”

“이게 돈 봉투 문제냐?”

“능 선생이라는 의사 괜찮은 거예요? 너무 젊잖아요.”

“변호사 찾아서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닐까?”

정가 사람들은 웅성웅성 이야기를 나눴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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