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348화 (329/877)

능연은 제타를 몰고 집으로 가고 있었다.

수술 후반에 능연도 꽤 어려움을 겪었었다. 운화에 인구는 많지만, 환자는 한계가 있어서 지금까지 크게 어려운 케이스는 몇 없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능연이 직접 집도한 수술은 상황이 그렇게 복잡해지지도 않는다는 점이었다.

수술을 끝낸 능연 역시 피로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스태미너 포션을 마시고 수술을 계속하는 것 대신, 병원을 떠나 집으로 가는 걸 선택했다. 어차피 ICU도 거의 차기도 했고.

능연은 속도를 줄여 제한 속도 4/5의 속도를 냈지만, 그 속도에도 소형 제타는 웅웅대며 신나게 달렸다.

능연은 리듬에 맞춰 고개를 까딱이며 F1 레이서 같은 마음으로 균일한 속도를 유지했다.

하구 진료소에 붉은 등, 노란 등, 파란 등에 붉은 얼굴 노란 얼굴 하얀 얼굴이 비쳤다.

정원 안은 명절이라도 보내는 것처럼 떠들썩했다. 능연은 달도 명절을 보낸 것처럼 살이 찐 시간에 진료소에 사람이 왜 그렇게 사람이 많은지 생각하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문을 열고 들어간 능연은 정원에 사람이 몰려 있고 능결죽은 중간에 앉아 있는 걸 발견했다.

“다녀왔습니다.”

능연은 늘 하던 것처럼 가볍게 인사했고 능결죽은 자세를 바로하고 앉고는 둥근 배를 두드리며 웃었다.

“아들 왔냐? 엄마는 2층에 있다.”

대답하고 2층에 올라간 능연은 티테이블에 사람들이 잔뜩 몰려 있고 계단 맞은편에 앉은 도평, 그리고 차를 타고 있는······ 전칠······? 을 발견했다.

전칠은 중국식 면 재질 복장을 하고 우아하게 차를 따르는 자태로 테이블에 놓인 찻잔마다 가득 차를 따르고 있었다. 그러다 고개를 든 전칠이 능연을 발견했다.

“능연 씨! 왔어요?”

전칠은 흥분해서 자리에서 일어나 조금 전 우아함은 온데간데없는 모습으로 힘차게 손짓했다.

티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은 이모들도 매의 눈으로 능연을 주시했다.

“다녀왔습니다.”

능연은 아래층에서 했던 말을 반복하면서 저도 모르는 사이 손을 흔들었다. 전칠이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어서 와서 내가 내린 차 좀 마셔 봐요. 맞아, 내가 만든 찻잔도 봐줘요.”

전칠은 등 뒤에 있던 에르메스 가죽 상자에서 손목시계만 한 작은 찻잔을 꺼내 자기 맞은편 자리에 두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차 손님들이 순순히 자리를 내주었다.

능연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 자리로 가서 앉았고, 양옆에 사람들이 눈치 빠르게 조금 옆으로 비켜갔다.

“이거 자요(紫窯: 중국 후주後周 황제가 직접 만든 가마. 재료대비 완성품이 나오기 어려운 희소성을 띈 도자기)에서 구운 찻잔이에요. 지난달에 경덕진에 갔을 때 풍 스승님 가르침 받아서 6개 구웠는데 하나는 실패했어요.”

전칠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듯이 꺄르륵 웃었다.

“풍 선생님 아주 유명하신 분이란다.”

도평이 말을 거들었다.

“칠이가 내가 좋아한다고 하니까 일부러 가서 구워온 자요자기야. 자요는 굽기도 힘들고 더럽고, 원재료도 비싸서 지금은 하는 사람도 얼마 없는데 말이지. 게다가 풍가 가마는 다 산 안에 있어서 며칠이나 산에 갇혀있다시피 했다는구나.”

전칠은 웃어 보이며 능연을 바라봤다.

“능 선생도 수술실에 며칠 갇혀 있잖아요. 괜찮아요. 그리고 먹을 거 마실 거 다 싸 가지고 가서 편하게 생활했어요.”

능연이 찻잔을 들어 올려 맛을 봤다. 엄마 따라 차를 제법 마셔서 차가 좋고 나쁨은 구분할 수 있었다.

“어때요?”

“좋네요.”

전칠이 궁금하다는 듯 묻자 능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가족 창고에서 꺼낸 차인데, 좋아하면 더 가지고 올게요.”

전칠은 웃으면서 능연의 차를 채워주었다. 마침 목이 마르던 능연은 한 번에 마셔버리고는 맛보며 입을 다셨다. 그러자 전칠이 또 잔을 채웠고 다시 차를 마신 능연이 속도를 줄이고 사방을 둘러 봤다. 그러고 보니 아래층에 웅 선생, 묘 선생, 연자도 아직 있었다.

“요즘 연장 영업해요?”

연자가 체중 유지하려고 진작 집에 갔을 시간이었다.

“아니야. 리모델링 때문에 상의하고 있어.”

“리모델링?”

“묘 선생이 요즘 에스테틱 시술 같은 걸 해서 꽤 이름이 났지 뭐니. 골목 이웃들도 많이 오고. 그래서 진료소를 리모델링 하는 게 어떨까 싶었지. 수술실도 조금 전문적으로 만들고.”

돈을 벌 자신감에 도평의 말투가 대범해졌다.

“내가 전에 그랬지? 간판은 건들면 안 되지만, 다른 건 다 점점 좋게 만들 능력이 내가 있다고!”

능결죽이 아래층에서 위의 기척을 듣고 고함쳤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자기들도 리모델링하고 싶다는 이웃이 있어서 이렇게 상의하고 있는 거 아니겠니.”

“요즘 하구 골목 장사가 다들 잘 되고 있으니까 리모델링 할 사람들은 하려고. 앞으로 골목끼리도 경쟁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도평의 말에 도평과 나이가 비슷한 작은 소품 가게 사장도 말을 보탰다.

“다른 데 장사는 몰라도 우리 하구 골목 장사는 확실히 잘 됐지.”

“전엔 상구보다 늘 뒤쳐졌는데, 올해는 더 잘 됐으니까.”

골목 이웃들은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능연은 이야기를 들으며 묵묵히 차를 만지면서 릴렉스하는 기분이 들었다.

하구는 그가 20여년 동안 생활한 곳이고 그런 곳에 변화가 생긴다니 그 역시 기대가 되었다. 범블비에 대한 기대 1/8 정도로.

능연에게 차를 내려주며 전칠도 달빛이 아름답고 온몸이 편안하다고 느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