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정원에서 슥슥 바닥을 쓰는 소리가 났다.
진작 눈을 뜬 능연은 그 소리에 펄쩍 일어나 우선 목욕을 하고 새 속옷을 입고 동한생이 온 건가 생각하며 잠옷 차림으로 아래로 내려갔다.
정원에는 진료소 겸직 의사 묘탄생이 허리를 곧추세운 채 서 있었다. 위에서 내려오는 소리를 들은 묘 선생은 더욱 열심히 바닥을 쓸면서 툭 튀어나온 눈을 번뜩이며 정원을 주시했다.
능연은 의외라는 듯 눈썹을 꿈틀거리며 다시 방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동한생이 온 게 아니라면 상대할 생각이 없었다. 사람을 상대할 거면 차라리 병원으로 가서 아직 머무르고 있는 빙 교수와 그의 제자를 상대하는 게 나았다.
말을 거는 사람이 하도 많아서 집으로 오기로 했던 것이었다. 그 김에 치료팀 다른 의사 쉴 수 있게도 해주고.
한참 열심히 바닥을 쓸던 묘탄생이 2층에서 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고개를 돌렸을 때, 2층 난간은 텅텅 비어있었다.
“외과 의사인 내가 청소를 하는데 인사도 안 해?”
생각할수록 기분 나빠진 묘탄생은 툭 하고 빗자루를 내던졌다.
“네, 하구 안이요. 하구 진료소. 앞에 등 있어요. 네, 순두부요. 감사합니다.”
능연이 손에 핸드폰을 쥐고 문을 열고 나오자, 묘탄생이 바로 다시 빗자루를 들고는 2층 방문을 바라봤다.
“능 선생, 배달시키지 마. 아침 내가 해뒀어. 아니면 내가 가서 사와도 되고.”
“제약회사로 전직하셨어요?”
능연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진료소 의사들은 대부분 사장한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사장 가족은 더욱 말할 것도 없고.
하구 진료소에서 장기 고용한 웅 선생은 항상 능결죽과 월급 문제로 실랑이를 하지만, 5위안 더 받기 위해서 사장 밥 사다 줄 생각 같은 건 절대로 하지 않는다.
묘 선생은 눈물을 다 흘릴 정도로 웃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아는 제약회사 직원은 있지. 필요하면 소개해줄게.”
능연은 그런 묘 선생을 아무런 말 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자 묘 선생이 멈칫했다가 씨익 웃었다.
“나 좀 보게. 능 선생이 내가 소개하는 사람이 왜 필요하겠어. 에휴, 큰 병원이 좋구만. 원하는 대로 제약회사 사람을 사귈 수 있으니 말이야. 나 때는 말이야······.”
“제약회사 직원을 그렇게 많이 알아서 뭐하는데요?”
사고회로가 완전 다른 능연은 묘 선생이 추억에 빠지기 전에 미리 잘랐다. 묘 선생은 하고 싶은 말을 못 해서 매우 답답했지만, 웃는 얼굴을 유지했다.
“많이 알면 이득이 되니까. 그런데 님 말씀이 옳습니다. 님이야 뭐, 그런 이득이 필요 없지.”
“묘 선생님, 저는 수다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능연은 묘 선생을 골목 아주머니들과 같은 취급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렇구나.”
묘 선생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고개들을 들어 능연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능 선생. 전에 내피 봉합이랑 감장 봉합 가르쳐준 거 말이야. 이제 거의 다 된 거 같아. 내 생각에 실력이 조금 는 거 같은데, 좀 봐줄 수 있을까? 알아, 알아. 난 하구 진료소 전직 의사가 아니라는 거. 다 생각해 뒀어. 이 기술 다 익히고 난 다음에도 적어도 진료소에서 3년은 일할 생각이야.”
“잘 생각했군!”
2층에서 능결죽의 박수 소리가 들렸다. 그는 당장에 뛰어 내려가고 싶은 듯 크게 고함쳤다.
“3년은 너무 짧아! 5년은 되어야지!”
“능 사장님, 딱 3년만 하겠다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기술 배우고 3년은 더 있겠다는 거지. 나중에 잘 지내다 보면 계속 있어도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럼 3년 동안 월급 동결?”
묘 선생이 쓴웃음 지으며 하는 말에 능결죽이 방향을 틀었다.
“계속 퍼센티지로 받아도 상관없습니다.”
묘 선생은 능결죽을 바라보며 껄껄 웃었고, 능연은 아직 닦아내지 못한 눈가를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퍼센티지는 좋지만, 제자가 되는 동안에는 치면 안 되지. 능연아, 묘 선생 가르치는 데 얼마나 걸릴 거 같냐?”
“어느 정도까지 배우냐에 따라 달랐죠. 몇 달에서 몇 년이 될지 몰라요.”
능연은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하지만, 묘 선생은 그런 조건이 없으니 시간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묘 선생은 눈치도 빠르니 같은 봉합을 배워도 능연이 가르치면 대다수 의사보다 훨씬 뛰어날 테지.
“그럼 데뷔한 다음부터 3년 계산해야겠구만. 묘 선생, 우리 능연한테 의술 배우면 우리 능연 제자 된 거나 마찬가지네?”
“사부님!”
능결죽의 말에 묘탄생이 고개를 돌려 능연을 불렀다. 사회생활을 얼마나 했는데, 그 정도 손해도 안 볼 묘탄생이 아니었다. 그런 그의 반응에 오히려 능결죽이 어색해했다. 이런 늙은 제자라니, 아들 능연이 손해가 아닌가.
“환자한테 연락하셨어요?”
능연이 화제를 새로운 쪽으로 돌렸다.
“했지. 상처 터진 환자가 있대서 아침에 오라고 했어. 8시.”
밖에서 의사 생활한 지 오래된 묘탄생도 조금이나마 이름을 얻어서, 가끔 찾아오는 사람이 있었다. 물론 외과는 내과처럼 단골 환자가 항상 있을 수는 없었다. 포경 수술도 한 번이고, 쌍꺼풀도 마찬가지니까. 게다가 아무리 묘탄생 같은 의사라도 해도 같은 환자만 보는 건 싫었다.
돈을 버는 방법은 천 갈래 만 갈래지만, 의사가 버틸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성취감이었다. 묘탄생도 성취감이 필요했다.
아니면 공립 병원을 떠난 후, 더욱 성취감이 간절해졌다고 해야 옳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하찮은 봉합, 별거 아닌 에스테틱 시술이라도 묘탄성은 잘하고 더 잘할 수 있길 바랐다.
** 편집자의 말**
하구 진료소에 붉은 등, 노란 등, 파란 등에 붉은 얼굴 노란 얼굴 하얀 얼굴이 비쳤다.
이 문장의 원문에 ‘각 색깔의 등과 얼굴 색을 쓴 작가의 의도를 분석하시오’ 라는 작가 주석이 달려 있다고 합니다. 문장 앞뒤로 몇 번이나 읽었는데 작가 의도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혹 독자 여러분들은 아시겠나요?
환자는 아침 7시 40분에 병원에 벌써 도착했다.
퉁퉁하고 얼굴이 둥그런 여자가 셀카를 찍으면서 걷다가 진료실에 들어온 다음에도 고개도 들지 않았고 입을 열었다.
“잠시만요. SNS에 좀 올리고요.”
여자는 다친 왼손으로 핸드폰을 들고 다친 오른손으로 액정을 찍으면서 핸드폰에 피를 묻혀놓고는 손에 감은 붕대로 슥슥 닦았다.
묘탄성은 얼굴에 이해심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봤다.
“동 누님, 상처에서 피 나네요. 일단 봉합합시다.”
“그래요. 왼손부터 꿰매요. 셀카 찍게.”
동 누님은 턱 하고 왼손을 내놓으며 오른손으로 핸드폰을 들고 셀카를 찍고는 사진을 확인하더니 흡족하지 않은지 어플에 모든 기능을 꺼내서 다시 찍었다.
그러는 사이 묘 선생이 왼손 붕대를 모두 풀었다.
“가벼운 상처가 아닌데요? 왜 다쳤어요?”
“남편이요.”
“가정 폭력??”
자리를 떠나려던 능결죽이 그 말을 듣고 바로 걸음을 멈췄다. 동 누님은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봤다.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아요. 그냥 남편 살짝 몇 주먹 때리고 겉에 상처만 조금 냈을 뿐인데 그게 무슨 가정 폭력이에요.”
이야기를 들은 능결죽이 멍해졌다.
“흠흠, 능 사장님. 동 누님은 남편이랑 자주 치고받고 합니다.”
“보통 내가 이기지만.”
동 누님이 자랑스러운 듯 고개를 치켜들었다가 핸드폰을 바르게 놓고 SNS를 살피기 시작했다.
“에스테틱 시술할까요?”
상처를 살피던 묘탄생이 그렇게 묻고는 바로 덧붙였다.
“효과가 별로 안 좋을 거 같긴 하네. 이번엔 상처가 터진 거라서요. 아이고, 지난번에 꿰맨 거 거의 나아가는데.”
“어쩔 수 없었어요. 남편이 꽈즈(씨앗 종류 중국사람들이 좋아하는 간식)를 뺏어가는데 가만히 둬요? 알아서 꿰매요. 최대한 흉 안 지게.”
동 누님이 손을 뻗으며 하는 말에 묘탄성은 능연을 바라봤다.
“됩니다.”
상처를 살핀 능연이 망설이지도 않고 대답했다. 마스터급 내피 봉합 그리고 마스터급 피하 감장 봉합을 가지고 있어서 다 합하면 눈앞의 상처쯤이야 일도 아니었다.
“의사 목소리가 참 좋네. 어머나. 잘생기기까지 했네.”
휙 고개를 돌리던 동 누님이 눈빛을 반짝였다. 묘탄성은 못 들은 척 마취약을 꺼내 주사에 담고 동 누님의 손바닥을 향해 겨눴다.
“부분 마취할 겁니다. 살짝 아파요.”
“아플 리가.”
동 누님은 능연을 보느라 핸드폰도 쳐다보지 않았다.
“여기 진료소는 마취제 사느라 돈 쓸 필요 없을 것 같은데? 하나도 안 아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