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352화 (333/877)

“장 선생. 우리 주 선생 수술은 경험 풍부한 의사한테 맡겨줄 수 있나?”

유 교장이 주 선생 보는 앞에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의지할 곳 없는 아들을 부탁하는 줄 여길 말투로 장안민의 손을 잡고 부탁했다.

주 선생도 기대하는 눈빛으로 장안민을 바라봤다. 환자란 가장 훌륭한 의사가 자기를 맡아주길 바라는 법이다. 장안민은 쓴웃음을 지었다.

“수술은 주임님이 결정하는 거라서요, 저는 권한이 없습니다.”

“하 주임을 내가 모르는 것도 아니잖나. 학교 네 곳에서 교장 하는 동안 선생들이 일 년에 한 명씩은 담낭 수술을 했네. 그럴 때마다 하 주임을 찾아왔어. 장 선생, 신경 좀 써주게.”

주임에게 청탁하는 건 신경 써서 될 일이 아니라 돈이 들었다. 적어도 체면 값은 해야 할 것 아닌가 말이다. 그러니 유 교장도 그저 입으로만 하는 말이지, 주 선생을 위해서 주임을 찾아갈 일은 없으리라.

하지만 유 교장은 정말로 찾아갈 생각이었다.

가슴 가득한 감정이 얼굴에도 드러났다.

“주 선생은 30년 동안 교편을 잡은 사람이고 우리 학교 우수 교사로도 여러 번 뽑힌 사람일세. 주 선생 제자가 지금은 각 업계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고.”

어차피 자기 들으라고 하는 소리라기보다 주 선생 들으라고 하는 소리라서, 장안민은 그저 어쩔 수 없이 듣고 있었다. 주 선생은 눈물을 글썽글썽이며, 30년 동안 헛일 한 것이 아니라며, 누군가는 기억해 주는 일을 해왔다고 생각했다.

능연은 묵묵히 병실에서 물러났다. 딱 보니 복잡한 케이스 같았고, 그는 상대적으로 간단한 담낭 수술을 하고 싶었다.

그제야 능연을 발견한 장안민은 다급하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는 그를 따라 나왔다.

“능 선생, 전화하지 그랬어.”

“담낭 수술 몇 개 하고 싶어서요. 아, 조금 전 건 안 합니다.”

“그건 주임님이 하시라고 하지, 뭐.”

껄껄 웃으면서 따라붙던 장안민은 능연의 말에 입을 삐죽였다. 그의 주임인 하원정은 그런 환자를 좋아했다. 수술 한 번에 은혜 한 번을 쌓을 수 있는 수술.

그러나 장안민 같은 초짜 의사에게 교육국 중급 간부하고 엮일 일은 없었다. 어차피 그 밑에 일할 일도 없고, 그쪽에서도 장안민으로 만족할 리 없었다.

어차피 지금은 돈 봉투도 못 받고, 장안민은 몇 마디 좋은 얘기 듣자고 귀찮은 일에 엮일 생각이 없었다. 장안민은 차라리 능연 같은 실력자에게 신경을 더 쓰고 싶었다.

빙 교수와 제자도 어쩌지 못했던 간 절제 수술을 해낸 걸 생각하면 장안민은 더욱 고분고분하게 굴면서 좌자전의 동생처럼 웃었다.

“능 선생. 이번 주에 신경 써서 담낭 수술 환자 모을게. 아까 그 환자 말고, 4건 모았는데, 한 번 볼래?”

“선생님하고 회진 같이 돌죠.”

능연의 담낭 절제는 아직 입문하지 않아서 패기를 부릴 수 없었고, 장안민 뒤를 따라 환자를 살피고, 신체 진찰하고 영상 자료를 살폈다.

“오후에 수술 하나 배정해서 집도할래?”

장안민은 한 바퀴 돈 다음에 능연에게 물었다.

“연습하고 싶습니다. 오후 수술은 선생님이 집도하시고 몇 번 기회 주세요.”

능연은 매우 겸손하게 대답했고 장안민은 의아한 듯 능연을 바라봤다.

“다들 집도 못 해서 난리인데.”

“집도만 하는 건 의미 없죠.”

장안민은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능연도 딱히 길게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대부분 의사와 달랐다. 일단 복부 해부 실력이 뛰어났다. 170회 복부 해부 경험은 지금 병원에서 트랜스포머를 주자장에 세운 것처럼 매우 매우 매우 훌륭한 재산이었다.

그리고 능연은 지금 복강경을 매우 능숙하게 조작한다.

대다수 레지던트는 이제 막 복강경을 사용해서 아직 익숙해지지 않았고, 복강경으로 매듭 묶는 것만 해도 능숙하게 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그러나 능연은 그 단계를 이미 훌쩍 뛰어넘었고 지금은 경험이 조금 부족했는데, 그런 경험은 반드시 집도하면서 얻어야 하는 건 아니었다.

능연이 집도한 수술은 이미 많았고, 다른 초짜 의사처럼 집도 자리를 통해 정신을 훈련할 필요도 없었다.

역사상 대단한 의사들은 다른 사람의 수술을 보고 두어 번 하면서 자기에게 익숙한 수술 방식으로 만든다. 그리고 그런 재능 있는 의사만 수술방식을 대량 장악할 수 있다.

물론 책을 보면서 수술하는 의사들도 있고, 그렇다고 수술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수학자들이 공식을 검색하면서 문제를 푸는 것처럼 말이다.

능연 역시 집도를 당장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오후가 되자 장안민은 수술실로 들어갔고, 시트 까는 것 같은 잡일이 끝났을 때 능연도 시간 맞춰 도착했다.

집도의가 퍼스트 어시를 위해 시트를 까는 건 병원 상하급 체계에서 이상한 일이지만, 간담췌외과 수술실 간호사와 마취의는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제가 복강경 들겠습니다.”

“그래, 부탁해.”

능연은 알아서 집도의 좌측에 섰고, 장안민은 여전히 켕겨서 미칠 것 같아했다. 솔직히, 간 절제할 줄 아는데 담낭 절제 못 하는 의사는 보도듣도 못 했다. 그러나 능연이 이제 스물 몇인 걸 고려하면, 그거야말로 정상이라고 생각되었다.

“능 선생, 어느 부분 하고 싶어?”

“유착이 심하지 않으면 제가 유착 부분 하겠습니다.”

담낭염 담낭 절제에서 유착 부분이 가장 복잡한 부분이었다. 장안민은 걱정도 하지 않고 승낙했다. 담낭 유착은 보통 간과 붙어 있기에, 간 절제할 수 있는 능연에겐 대수도 아니었다.

능연은 역시나 순조롭게 진행했고,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담낭 절제 수술을 바로 하면 각종 실수를 해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터득한 기술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니 가장 잘하는 부분을 먼저 하면 문제가 생기지 않으리라 능연은 판단했다.

익숙하지 않은 부분은 천천히 연습하면 되니까.

능연은 그날 오후 단숨에 담낭 절제를 4건 하고, 다음 날 2건 더한 다음에 집도하기로 결정 내렸다.

며칠 동안 수술하느라 지칠 대로 지친 장안민은 냉큼 자리를 내주었다. 원래 지도 수술은 힘든데, 그 상대가 능연이니 말할 것도 없었다.

“먼저 기복(氣腹:pneumoperitoneum) 하겠습니다.”

수술대에 오른 능연은 다시 처음 스타일로 돌아가 스텝마다 보고했다. 익숙한 의사와 간호사에게는 필요 없는 스텝이었지만, 능연이 그렇게 하니 간호사들도 고분고분 굴었다. 남신의 목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는 것도 좋은 일이었고.

능연은 담낭 수술하는 데 한 시간이 걸렸고, 간 수술에 비해 얼마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 모습에 능연도 이럴 때가 있다며 장안민의 자신감이 크게 올라갔다.

능연은 자기 수술에 제법 만족했다. 조금 느리긴 해도 많이 느린 건 아니었고, 입문 수준은 훌쩍 넘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시스템 제시어가 튀어나왔다.

- 퀘스트 완성: 자기 발전

- 퀘스트 내용: 스스로 연습을 통해 ‘담낭 절제술(입문)’ 기술을 획득할 것

- 퀘스트 보상: 초급 보물상자

능연은 바로 상자를 열었다. 이제 초급상자는 세레모니를 할 생각도 없었다.

그때 보라색 물약이 하나 튀어나왔다.

- 스킬 포션(소): 모든 스킬 +1, 10초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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