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습니까?”
능연은 가장 빠른 속도로 손을 씻고 다시 수술실로 들어가 수술복을 입으면서 물었다.
“간 출혈. 양은 많지 않네. 처리할 수 있겠나?”
곽종군은 우선 중요 포인트를 짚어 주었고, 이어서 마취의에게 모니터링 기기 상 수치를 부르게 했다.
오늘은 마취의도 마취과 주임과 연차 높은 주치의 하나가 참석했다.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고, 막 찍은 X-ray도 판독했다.
휴대용 X-ray가 발명된 후, 정형외과 의사의 작업은 간단해졌지만 평균 수명도 불가피하게 줄었다. 방사능은 불가피하니 말이다.
“손을 넣어 지혈할 수 있습니다.”
능연은 비뇨기과 곽입청 부주임 옆에 서서 천천히 손을 찔러 넣었다.
간 출혈은 늘 복잡한 문제였고, 간담췌외과 의사는 평생 출혈과 친분을 맺는다고 할 수 있다.
현장엔 간을 다뤄본 일반 외과의도 있었지만, 무모하게 손을 넣어 간을 만질 엄두를 못 냈다. 특히 막 절제한 간을 말이다.
천천히 손을 넣은 능연은 지극히 가벼운 터치로 간을 만지면서 머릿속으로 환자의 상황을 판단했다.
“큰 문제 아닙니다. 거즈 좀 더 넣으세요.”
“거즈 지혈 계속? 출혈 원인은 뭔가?”
능연이 빠르게 판단 내리자 누군가 의문을 제시했다.
“다른 수술 하다가 견인된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능연은 바로 대답을 내놓았고 질문했던 의사는 자기 뺨을 내리치고 싶은 기분으로 즉시 입을 다물었다.
아직 수술 중이고, 자기 때문이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는 의사가 아무도 없었다. 나중에 책임 토론할 때 저마다 정당한 설명을 하려면······그것도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능연은 빙지상 제자 수술에서 지혈도 했던 의사라, 현장에 있는 의사는 그런 의사와 대치하는 상황에 자신을 몰고 싶지 않았다.
“지혈할 수 있나?”
곽종군은 긴장된 현장 분위기도 누그러뜨릴 겸, 결론만 물었고 능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없습니다. 다만 시간은 좀 걸립니다. 조금씩 출혈량을 줄여야 하거든요.”
“OK.”
곽종군은 긴말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은 제 할 일을 계속했다.
출혈량이 점차 줄어들자 모두의 마음도 가벼워졌다.
“지혈된 것 같군.”
“출혈량 제어됐으니 이제 당황할 것 없지.”
“복강 안이 난리구만.”
다들 밝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수술실 분위기가 조금씩 정상으로 돌아왔다.
“곽입청, 자네 또 원장 앞에서 장담했다며?”
정형외과 주임이 골반을 처리하면서 가볍게 묻는 말에 곽입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서했지.”
“맞다. 곽 주임 선서 이야기, 능 선생은 아직 모르잖아.”
정형외과 주임은 일부러 농담하듯 말을 꺼냈다. 아랫사람에게 지극히 엄했지만, 병원에서 돈을 가장 잘 버는 진료과 주임인 그는 사람보고 행동하는 데도 능했다.
물론 평소에 진료과끼리는 으르렁대는 사이였다.
능연은 한쪽에 서서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이 전혀 아니라는 듯 말없이 정형외과 주임을 바라봤다.
“내가 들은 버전은 곽입청이 화장실에서 기다리다가 포피가 너무 길다며 병원으로 보냈다는 거라네.”
정형외과 주임은 자기가 먼저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꺼냈고, 수술실에 있던 사람들도 여럿 따라 웃었다.
“굉장한 부분은 아직이야. 잘 들어봐.”
정형외과 주임이 실실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나중엔 그래도 100명을 못 모아서, 자기 것도 깠다는 소리가 있어.”
“다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시네요.”
곽입청은 태연자약하게 같은 속도로 손을 놀리면서 입을 열었다.
“둘이 뭔데?”
“성형을 왜 두 번, 세 번 하는지 알아요?”
정형외과 주임이 맞장구치며 묻는 말에 곽입청은 고개를 들어 사람들을 보며 묻고는 다시 요도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성형 때문에 다시 한 거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과정은 의미 없고, 결과가 의미 있는 거지. 나는 내 것이 제일 예쁘다고 자신하는데. 다들 자신 있어요?”
정형외과 주임이 웃으며 묻자 담담하게 대답하던 곽입청은 말투까지 단호해져서 되물었다.
의사는 음담패설에 가장 능한 집단이었다. 중국 의사만 그런 게 아니라 전 세계 의사 모두 그런 습관이 있다.
병원에서 음담패설을 꺼내는 건 틀림없이 비뇨기과 의사고.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 방면에 권위자인데.
의사들은 일반인 앞에서 매우 자신 있게 ‘나는 네가 싼 오줌 횟수보다 많은 방망이를 봤다’고 자신하지만, 그런 말을 비뇨기와 부주임 앞에서는 하지 않는다. 오줌을 못 누는 방망이까지 보는 사람들이니까 말이다.
방망이 선발 대회를 열고 심사 위원을 뽑는다면 그 자리에서 가장 자격 있는 사람은 곽입청이었다.
“문무제일, 무무제이라고 하지 않나. 그게 예쁘고 말고 할 일인가?”
수술이 순조로운 모습에 기분이 가벼워진 곽종군도 기쁘게 대화에 끼어들었다.
“네, 예쁘고 말고 할 일이죠. 아니면 능 선생한테 물어보세요.”
곽입청이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자리에 있던 모든 의사와 간호사가 갑자기 지식욕을 불태우며 능연을 바라봤다.
병원에서 지금 같은 화제는 매우 초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쨌든 모두 체면 있는 주임, 부주임급 나이 든 의사였고, 술이 안 들어간 상태에서는 정말로 수술 시간이 아주 길어야 서서히 마음을 열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능연이 지목되자 갑자기 화제가 적극적으로 되었고, 사람들은 궁금한 듯 능연을 바라봤다. 능연 본인은 어리둥절한 마음이 되었다.
말 상대 별로 없이 바로 수술을 시작한 신진 의사인 능연은 이런 교류를 별로 하지 않는 편이라, 잠시 생각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예쁘다는 정의가 뭔가요.”
“예쁘다는 건 보기 좋다는 거지.”
“음, 기준이 낮으시군요.”
웃으며 대충 대답하던 곽입청이 멍해졌다. 자기 기준은 낮지 않다고 말하려다가 능연을 보고는 그와 예쁘다는 기준을 논하는 게 자신 없어졌다.
간호사 둘은 갑자기 얼굴을 마주 보고 웃다가 얼굴을 붉히며 다시 능연을 바라봤다.
“저기, 저기, 이 분위기 뭔데. 이건 아니잖아.”
“능 선생님은 늘 옳습니다.”
“동의합니다!”
“찬성입니다!”
“찬성!”
곽입청의 말에 스크럽 간호사가 단호하게 대답하자, 순회 간호사, 마취 간호사가 찬동했고 마지막엔 마취과 주치의가 가장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람들은 무심결에 모두 마취의를 바라봤고, 마취의가 난감하다는 듯 웃고는 곁에 있던 후배 주치의를 향해 눈을 부릅떴다.
“약 넣었어?”
“아, 아니요.”
“저기, 다들 환자가 무슨 차 모는지 아나?”
후배 주치의가 당황해서 대답하는 데 곽종군이 힘껏 헛기침하며 화제를 돌렸다.
“SUV였던 것 같습니다.”
“수입차라던데? 아버지가 건설하잖아.”
“원장 조카인데 아버지가 뭔 상관이야. 차 한 대 가볍게 못 빌리겠냐고.”
“자네도 빌리잖아.”
“그게 같아? 내 조카한테 차 빌려주는 제약회사는 당장 잘라 버린다 내가.”
수술실 분위기가 다시 바뀌었고 곽종군은 안도했다. 그의 예상대로 돈, 차, 권력 이야기가 나오니 중년 의사들은 야한 이야기를 잊는다. 혹은 야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바로 돈과 권력을 자랑하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더 직접적인 화제가 나왔으니, 이제 간접 화제는 필요 없어졌다.
수술실 언저리에서 맴돌던 좌자전도 역시 한숨 돌렸다. 그는 능연이 말실수할까 봐 내내 걱정이었다.
이렇게 많은 주임과 부주임에게 잘못 보였다가는 누구 하나 나서서 욕할 것도 없이 병원에 보내는 나날을 괴롭게 만들 수 있었다.
좌자전 눈엔 능연이 대화를 나누지 않는 것이 인제 보니 정확한 정책으로 보였다.
“아니, 원장 조카 방광 꽤 예쁘네.”
곽입청의 웃음소리가 다시 수술실 분위기를 흔들었고 곽종군은 의외라는 듯 그를 바라봤다. 이 비뇨기과 부주임이 돈에 유혹받지 않는 순수한 비뇨기과 의사일 줄은 몰랐다.
“맹세하는데 이 방광, 적어도 베스트 20에 든다.”
곽입청은 손으로 맹세 포즈를 취하고는 말을 이었다.
“불 좀 비춰봐. 다들 봐 보세요. 이거 부풀어 오르면 무슨 모양인지 모르겠네.”
“어디 보자. 어, 그러네, 괜찮네.”
일반 외과 의사가 머리를 내밀었고 할 일 없는 마취과 주치의도 까치발로 섰다.
“색이 이상한데요.”
간 부분을 마친 능연이 마침 지나가다가 힐끔 보고 말했다.
“색이 이상하니까 예쁜 거지.”
“혈액이 부족한 색인데요. 다른 문제도 있고. 찢어졌나?”
능연은 강렬한 무영등 빛 아래 살피면서 추측했다.
멈칫하던 곽입청도 다시 들여다보고는 서서히 뭔가 잘못 됐음을 깨달았다.
“혈관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데.”
곽입청이 서둘러 살피며 움직이자 수술대 분위기가 다시 긴장됐다. 정형외과 의사를 비롯한 의사 모두 곽입청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휴, 다행이다. 이렇게 예쁜 방광을 잘라야 하면 얼마나 아깝겠냐고.”
“문제없나?”
한참 만에 허리를 세운 곽입청이 하는 말에 곽종군이 물었다.
“네. 됐습니다.”
“능연이 문제를 발견한 게 맞고?”
곽종군은 궁금한 듯 물었지만, 사실 능연 대신 티를 내고 있었다.
“네. 조직 파열이었습니다. 처리 못 했으면 나중에 정말 방광 절제했을지도 모릅니다.”
곽입청은 별로 머쓱해하지도 않고 입을 내밀며 능연을 바라봤다.
“이거 되게 드문 경운데, 능 선생은 어떻게 판단한 거야?”
“해부 방면에서 고려했습니다.”
“이름값이 괜히 나온 게 아니구만.”
능연이 담담하게 사실대로 말하자, 곽입청이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숙여 계속 손을 놀렸다.
수술실엔 N차 고요함이 찾아들었지만, 각 진료과 주임, 부주임은 능연의 능력에 적잖게 놀랐다.
좌자전은 옆에서 능연을 힐끔대며 속으로 능 선생이 수술하며 말이 없는 건 생각이 너무 많아서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일리 있다고 여겼다.
“옆 수술실 거의 끝나가서 이제 뭐 먹을까 상의 중입니다. 원장님이 쏘신다는데, 다들 뭐 주문할래요?”
그때 수술실 문이 열리고 의교과 뇌 주임이 들어와서 수술실 안에 사람들을 둘러보며 떠보듯 물었다.
“거위. 분수에 있는 놈 건드리지 말고, 다른 놈 한 마리 사고 그놈 사료도 챙겨주지.”
곽종군이 거침없이 내뱉었다.
“원장이 쏜다는데, 양등호 게라도 먹지 그래.”
“양등호 게가 뭐 대수라고. 스리랑카 대청게 먹자고. 재료 낭비하지 않게 좋은 요리사 구하고.”
일반 외과 주임이 싱긋 웃으며 하는 말에 정형외과 주임이 돈 많은 사람답게 말했다.
의사들의 거침없는 요구에 뇌 주임의 얼굴이 활짝 폈다. 수술이 순조롭지 않다면 수술실에 게를 키울 수 있을 정도로 썰렁하지 이렇게 더위 먹을 정도로 화끈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요구할 수 있다는 건 수술이 순조롭다는 뜻이고, 거침없다는 매우 순조롭다는 뜻이었다.
쏘는 비용은 뭐, 지역 정상급 삼갑병원 원장이 돈을 따질 리도 없었고, 사실 돈을 직접 쓸 필요도 없었다.
“OK. 다 적어두지. 술은 뭐로? 미리 말해두는데, 82년산 샤토 라피트 로쉴드는 안 돼. 그 아래로는 마음대로 하시죠.”
뇌 주임도 제약회사 돈을 아껴 줄 생각은 없었다.
이번엔 주임들도 입을 열지 않았고 곽 주임 역시 사양하듯 알아서 시키라고 뺐다.
“능연이 고르지 그래.”
나이 많은 소화기 외과 주임이 웃으며 제안하자 비뇨기과 부주임 곽입청이 바로 동의했다.
“그래요. 우리 능 선생이 골라.”
“능 선생, 고르지.”
“능 선생 오늘 고생했잖아.”
의교과 뇌 주임은 알 듯 모를 듯, 수술실에 있는 실력자들이 화기애애하게 능연을 추켜세우는 걸 바라봤다.
스물 몇인 능연은 실력도 대단했고 레지던트기도 했다. 탄탄한 실력에 말수도 적고, 권력을 휘두르려는 태도도 취하지 않았고 생김새는 더욱 사람 기분을 좋게 했다.
45살 넘고 평균 55살인 실력자들은 진심으로 능연을 추켜세워줄 작정이었다.
“능 선생. 그럼 자네가 고를까?”
뇌 주임이 웃으며 하는 말에 능연은 장갑을 벗으면서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샴페인이요. 흔들지 말고.”
곽종군은 능연만 데리고 천천히 수술실에서 나왔다.
“수술은 매우 순조로웠습니다. 환자 바이탈은 정상이 됐고요, 위기를 넘길 가능성이 큽니다.”
곽종군은 직접 환자 상태를 설명하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그러나 오늘은 곽종군 말고는 그런 설명을 할 자격 있는 사람이 없었다. 환자가 응급센터로 보내졌으니 다른 진료과 의사들도 당연히 협진에 참여했지만, 평소에 하는 협진과 마찬가지로 얼굴을 내밀 기회가 매번 있는 건 아니었다.
물론, 대부분 상황에서 외과의는 사실 직접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오늘 같은 날 곽종군 역시 의사를 일고여덟 혹은 열 몇 명씩 거느리고 위풍당당하게 나설 리가 없었다.
비록 돈을 좋아하고, 명성을 좇고, 권력을 노리고, 어린 간호사를 밝히고, 제약회사 직원을 좋아하는 의사들이 있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지조는 있어서 나대지 않도록 자제할 줄은 아는 사람들이었다.
원장은 가족들과 함께 서서 곽종군이 주의사항을 설명하는 걸 들었다. 이어서 환자의 부모와 친척 몇이 ICU 밖에서 창문을 사이에 두고 살폈고, 나머지는 차를 나눠타고 병원 근처에 있는 성원 식당으로 향했다.
소가 식당이 초짜 의사들의 야식 단골 가게라면, 성원 식당은 BOSS들의 모임 장소였다.
성원 식당은 시 중심에 위치해서 교통이 편리하고 호화로운 광동 음식과 해산물을 메인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지금은 홀을 없애고 전부 룸으로 바꿔서 의사들이 더욱 즐겨 찾았다.
물론 의사들 월급으로 보면 성원 식당은 그들에게 사치였고, 월수입 4, 5만 위안인 과 주임들도 평소엔 자주 찾지 않는 식당이었다.
다행히 제약회사 영업이 있었고, 성원 식당에서 밥을 얼마나 자주 먹는지가 운화병원 의사들의 지위를 나타내는 지표가 되었다.
실습생은 ‘성원이 뭐야?’, 레지던트는 ‘올해 회식 장소.’, 주치의 ‘성원 볶음 요리 괜찮지.’, 부주임 ‘성원에 간다고? 좋지.’ 주임 ‘성원 가서 내 이름 말하고, 886 룸에 가도록.’, 과 주임 ‘성원에 죽 좀 가지고 오라고 해. 한동안 담백하게 먹어야겠어.’, 랄까?
오늘 수술실에 들어갈 자격이 되는 의사는 기본적으로 성원에 자주 가는 의사였다. 물론, 진료과마다 권력 분배 형식이 달라서 의사들이 성원을 찾는 빈도도 달랐다.
곽종군은 능연이 몰라서 실수할까 봐 내내 곁에 붙어 있었지만, 능연은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능연은 음식과 환경을 따지는 사람이다. 어릴 때 도평이 능연을 데리고 좋은 식당을 자주 찾았는데, 나중에 진료소 수입이 줄어들어서 그것도 조금씩 줄었다.
음식과 아름다운 곳을 좋아하는 능연은 성원 식당이 편안하고 즐거웠다. 호화로운 곳에 대한 부담은 별로 느끼지 않으니 말이다.
공손한 직원, 세심한 서비스 혹은 몰래 힐끔거리는 시선, 이런 건 능연에게 매우 익숙한 광경이었다.
“능 선생, 스리랑카 게 좀 맛보게. 아시아에서 가장 큰 게라더군. 뭐, 맛만 좋으면 아무 상관없지만.”
정형외과 주임이 가장 익숙한 듯 굴었다.
“능 선생, 이것도 맛 좀 봐.”
“능 선생, 샴페인 한잔하지. 안 흔들었어.”
의사들은 모두 신경 쓰며 능연을 챙겼다. 기술 가치란 결국 시장 공급과 수요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충수염 수술만 할 줄 아는 의사는 지금 병원에서 개미 같은 존재다. 하지만 1900년이었다면 정계, 경제계, 학계의 VIP였을 것이다.
그래서 보통 실력인 외과의는 여전히 병원, 진료과, 학벌 등등 각종 플러스 요인이 있어야 겨우 평균 수준의 월급을 받는다.
그러나 능연이 가진 많은 기술은 이미 역치(閾値)에 이르렀다.
각 진료과 BOSS급 이상 의사들은 모두 바쁜 사람이라, 전에 능연의 실력이 좋다는 소리만 들었지 다들 직접 본 건 아니었다.
그런데 오늘 능연은 적어도 지혈과 간 절제가 정상급임을 증명했고, 실력 있는 의사들은 보통 그런 의사와 친분을 맺고 싶어 한다. 특히 정상급 기술을 가진 의사는.
능연은 오는 사람 안 막는 사람이었다.
그는 매일 수술 여러 건 하느라 스태미너 포션을 마신 다음부터 에너지 소모가 커져서, 그 자리에 있는 중년 의사들보다 식사량이 못 해도 네 배는 되었다.
곽종군은 보기만 해도 흐뭇한 듯 껄껄 웃었다.
“젊고 건강한 게 좋긴 좋아. 밥 하나 먹어도 다른 사람 몇 배는 먹네. 음, 능연, 거위구이 먹어 보게. 광동식 거위구이 제법이라네. 껍질이 특색있어.”
곽종군은 공용 젓가락으로 거위구이 한 점 집어 능연에게 건네고 그가 먹는 걸 지켜봤다. 그리고 또 공용 젓가락으로 오리를 집어 건넸다.
“비교해 봐. 거위가 익숙하지 않으면 오리로 입가심하고.”
곽종군은 고개를 모두를 향해 돌리고는 말을 이었다.
“우리 능연이는 하루에 수술 5건이나 해서 많이 먹고 에너지 보충해야 하거든.”
“나도 저 때는 5건 했지.”
“정형외과 수술은 단지 이식으로 따져야지.”
정형외과 주임이 별것 아니라는 듯이 하는 말에 곽종군은 바이주 잔을 들어 정형외과 주임과 가볍게 부딪히면서 말은 매섭게 뱉었다.
“단지 이식은 금서 주임이지.”
정형외과에서 분리된 수부외과와도 경쟁 아닌 경쟁하는 사이인 정형외과 주임은 웃어넘기면서 재빨리 화제를 바꿔서 능연을 바라봤다.
“우리 정형외과는 수술이 끝없이 있다네. 능연 자네가 온다고만 하면 수술 팀을 꾸려 주지.”
“헛소리 말아, 이 사람아.”
수입이 다른 진료과보다 훨씬 높아서 진입 장벽도 기하급수로 높은 정형외과는 그 자리에 많은 진료과 중에 사람 빼가기 제일 어려운 조건이라고 해도, 곽종군은 정형외과 주임의 농담이 탐탁지 않았다.
그가 더 말을 하려고 입을 벌리려는 차에 정형외과 주임 핸드폰이 울렸다. 의사는 24시간 켜두는 핸드폰 하나는 있어야 했다.
정형외과 주임은 미안하다고 인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 받으러 나갔다.
“또 누구 고관절 부러진 게 아니면 좋겠네요.”
비뇨기과 곽입청 주임이 웃으며 말했다. 잠시 후, 정형외과 주임이 심각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환자 하나가 감염됐다는군. 그렇게 당부했는데 다 헛것이 됐어. 요즘 젊은것들은 참······.”
정형외과 감염은 큰 골칫거리였고, 감염이 생기면 반드시 그에게 보고하도록 규칙을 정해두었다.
몇몇 주임들이 생각이 많다는 듯 초짜 의사 욕을 하기 시작했다. 곽종군도 보란 듯이 끼어들었고, 그 김에 ‘우리 능연은 말이지······.’ 하며 능연은 다르다고 입을 떼는데 곽입청의 핸드폰도 울렸다.
“여보세요.”
남 앞에서 못 받을 전화가 따로 없는 곽입청은 그 자리에서 바로 전화를 받았고, 다른 의사들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 의사들 밥 먹는 자리에 전화가 안 울리는 건, 정형외과 내부 회식 자리뿐이었다.
“감염? 왜? 왜 그런 일이 생겨?”
화를 내며 전화를 끊은 곽입청은 모두를 바라봤다.
“이것도 감염 케이스네요.”
‘도’라는 말에 모두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그러나 병원에 감염 환자가 생기는 것도 흔한 일이라 다들 큰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