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에서 토론 내용이 점점 심각해질수록 원감과 주임도 점점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오늘이 어쩌면 과거 일 년 동안 가장 주목받은 순간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원감과 사람들은 존재감을 드러낼 때 수많은 책임도 짊어져야 한다는 점이 원감과 생활이 가장 끔찍한 이유였다. 게다가 대부분 해명할 수 없는 책임들이었다.
병원에 MRSA가 퍼지는 이유는 무수하고, 해명한다고 해도 해명은 해명일 뿐, 책임은 져야만 했다.
가장 끔찍한 것보다 더 끔찍한 것은 원감과는 돈도 권력도 없다는 것이다.
원감과 주임은 침이 다 마르는 것 같았고, 원장의 눈빛이 점점 날카로워지는 걸 보면서 저항도 할 수 없어졌다.
그때 비서가 회의실 문을 양쪽으로 활짝 열어젖혔다.
“원장님, 능 선생 왔습니다.”
“들어오라고 해.”
비서의 말에 원장이 몸을 돌려 회의실 문을 바라봤다.
열심히 책임을 내던지던 각 진료과 주임들도 잠시 쉬기로 하고 천천히 동작을 멈추고 문 쪽을 바라봤다.
능연이 새하얀 가운을 입고 비서를 따라 들어왔다.
비서가 능연 앞에 들어왔지만, 능연을 본 눈동자들이 알아서 눈에 거슬리는 비서를 필터링했다.
창문에서 불어온 바람에 능연의 가운이 휘날렸다.
바람에 휘날린 하얀 가운은 펄럭대며 영상 시각적 움직임을 보였다.
여자 의사들은 수술할 때만큼 진지한 눈으로 0.01초도 놓치기 싫다는 듯 회의실 문을 바라봤다. 남자 의사들도 기분을 알 수 없는 눈빛을 빛내며 바라봤다.
능연은 문 쪽에 서서 잠시 빛에 적응하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유치원 때 이미 사람마다 인생이 다르고 인생이 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도평 여사의 교육을 받았다. 그러니 남다름은 당연했다. 누군가는 태생부터 다른 사람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더 많은 시선을 받는다.
능연은 고개를 까딱해서 모두에게 인사했지만, 사람들은 그가 자기한테 인사한 것처럼 일제히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회의실에 팽팽한 기운이 순간 풀어졌다.
“그동안 해온 원감 수정 작업, 그리고 시행해온 것들을 모두에게 설명 좀 해주게.”
곽종군이 다른 사람이 말을 꺼내기 전에 가로채듯 하는 말에 능연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전 과정 무균을 달성하기 위해 환자 접촉하기 전에 누구든지 반드시 알콜겔로 손을 닦게 했습니다. 환자를 볼 때마다 매번.”
“손 위생이죠.”
원감과 주임이 내리는 결론에 능연은 대답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슬리퍼 세탁도요. 여러 번 신는 걸 금지했습니다.”
운화병원에서 가장 관리 안 되는 것이 바로 슬리퍼였다. 수술실 간호사는 보통 하루에 한 번씩 소독했고 다들 몇 번이고 반복해서 신었다.
원감과 주임조차도 지금 그저 눈썹을 치켜올릴 뿐이었다. 슬리퍼 관리는 그의 전문 분야가 아니었다.
“기구도 여러 번 세척하고 청결 강화했습니다.”
“그건 우리 원감과 정책 그대로 아닌가.”
능연이 자기가 제정한 규칙을 설명하자 원감과 주임이 미간을 좁혔다.
“삼중 검사라네. 그것도 정말로 시행했어. 그것 때문에 세 사람을 따로 배정했지. 기록도 있다네.”
곽종군이 입을 삐죽이며 하는 말에 원감과 주임은 입을 다물었다. 전에는 이중 검사도 해내지 못했었다. 진료과에서 협조하지 않으니 원감과에서 도무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원감과 주임은 저도 모르게 가슴 가득 허무함을 느끼면서 다년간 짊어져 온 책임, 그리고 공을 뺏긴 분노가 밀려와 울적해졌다.
“그 밖에도 에어컨, 에어컨 송풍구 정기 소독, 차트 파일, 청진기, 체온계 소독, 환자 침대 헤드, 가드, 서랍 등 관리도 해왔습니다.”
막는 사람이 없자 능연은 세세하게 구분해서 모든 항목을 일일이 설명해 나갔다.
원감과 주임의 목구멍이 다 간질간질해졌다. 이론만 따지자면 800번 능연과 싸울 수 있었다. 원감은 쓸고 닦고 하는 게 아니었다. 그건 의사가 아니라 청소부가 할 일이었다.
그러나 원감은 모든 쓸고 닦고 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인데 젊은 의사라면 의사 소양 운운하고 환자의 협조 문제, 윗선이 따라 주지 않는 문제를 거론하겠지만, 쉰 줄 주임들은 이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의사 소양은 딱 거기까지고, 환자의 협조 정도는 몇 년 안에 고쳐지지 않을 것이고, 윗선 문제는 천년만년 난제일 것이다. 주위 환경이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환경을 바꾸는 사람이 바로 실력자였다.
한 사람의 힘으로 한 진료과의 생태를 바꾸는 건, 솔직히 원감과 주임조차도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능연이 그렇게까지 세세하게 설명하는 것만 봐도, 그 자리에 있던 모두 능연이 정말 그 모든 걸 직접 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모든 일은 말은 쉬워도 하기는 어려운 법이었다.
원감과 주임은 정말 뭐라고 반박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능연을 바라봤다.
이론을 논할까? 상대가 외과 의사라 이론은 의미가 없었다. 게다가 지금 이론으로 이겨봐야 비웃음 살 뿐이었다. 그러면 시행? 제도? 따져봐야 현실적으로 유리할 것이 없었다.
“능 선생은 일을 아주 세심하게 하는군.”
원장이 수준 높게 한 마디 평가하자 회의실에 토론하던 소리가 작아졌고 곽종군은 뿌듯함을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
“능 선생 이런 태도와 작업 방식 때문에 우리 응급의학과에서 능 선생을 지지하는 것이죠.”
“원감과도 좀 배우세요.”
주 부원장이 못 들어주겠다는 듯 말을 끊고 들어왔다.
“음, 능 선생 방법은 간단하고 직접적이지만, 사실 간단하고 직접적일수록 효과적입니다. 다들 배워야 해요.”
원장은 우선 기조를 정하고 감염 방어와 보완 조치를 배정했다.
설명을 끝낸 능연은 비서를 따라 후문으로 회의실에서 나갔다.
문이 열리고, 빛이 비치고, 끝내주게 멋진 능연이 점점 멀어져갔다.
시선을 돌린 원장이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벌이 있으면 상도 있어야지. 능연이 감염 방어와 원감 시행에 열심히 임하고 좋은 성과를 냈으니 보너스를 줘야겠군.”
오늘 회의 목적 중 하나는 원감 대응이었고 다른 하나는 위에 문제 보고를 어떻게 하느냐였다. 전자는 사실 간단했다. 병원에 방침이 이미 있으니 조금 수정해서 시행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위에 보고하는 건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원장 오지생 씨는 대응 방안을 내놓아야 할 뿐만 아니라 고위층의 각종 질문에 대한 대답도 준비해야 하고, 지금 상태에 대해 평가도 내려야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응급센터의 제로 MRSA 감염을 예로 들 수밖에 없다고 원장 어르신은 여겼다.
“곽 주임, 어떤가?”
능연에게 보너스를 주겠다고 한 원장은 곽종군을 바라봤다.
“사실 우리 능 선생이 여러 번 거론한 적이 있습니다. 응급실 전용 ICU가 아무래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곽종군은 과감하게 응급 ICU를 꺼내 들었고, ICU 주임이 바로 자세를 가다듬고 무시하는 듯 곽종군을 힐끔 봤다.
“원장님은 능연한테 보너스 주겠다는 거 아닙니까. 응급센터가 아니라.”
“나중에 능연한테 물어보던가. 우리 능연 선생이 실력이 보통인가? 스물 몇에 간 절제 수술을 집도한다고. 그것도 최고로. 그런 의사한테 무슨 보너스를 줄지, 자네가 정해야겠나?”
ICU 주임은 부글부글했지만, 올 테면 와 보라는 곽종군의 표정에 화를 꾹꾹 눌렀다. 많은 사람 앞에서 싸우다가 지느니 차라리 대인배 행세하는 게 나았다.
“됐습니다. 우리 ICU가 마음에 안 들면 환자 안 보내면 되겠네요.”
“그럼 정말로 우리 전용 ICU가 필요하겠는데요?”
곽종군은 원장을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 젊은 ICU 주임이 무서울 곽종군이 아니었다. 나중에 환자가 생기면 보내는 거지, ICU에서 감히 거절하는 의사가 있으면 아무런 부담 없이 그 자리에서 벼락을 뿜으면 그만이었다.
자체 ICU를 설립하는 건 큰일이었다. 적어도 백만, 많으면 천만까지 하는 설비를 비롯한 복잡한 지출도 그렇고 늘려야 하는 일자리도 다 문제였다.
원장은 얼굴을 찌푸렸다.
“오늘은 그런 화제는 됐네. 곽 주임, 능연을 잘 챙기게. 이 정도 되는 젊은 의사를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그는 이어서 다시 원감 상황으로 화제를 돌렸다. 원장의 뜻을 알아차린 곽종군 역시 한마디도 더 꺼내지 않았다.
원장이 위에 보고하러 갔을 때 불벼락이 떨어지는지 아니면 혜택이 떨어질지에 달린 건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능연 덕에 응급센터가 눈에 띄게 된다면, 분명히 이득이 떨어질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그래도 원장은 이 일을 빌어 어떻게든 능연에게 감사를 표하리라고 곽종군은 추측했다.
능연이 원장 조카를 구하며 베푼 은혜가 이제 보답으로 나타나려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