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362화 (343/877)

응급의학과 로비에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길게 늘어진 인포 스테이션에 간호사들은 쉴 새 없이 전화를 받고 질문을 받느라 세 사람이나 있어도 바빠서 어쩔 줄 몰랐다.

로비 정중앙엔 ‘지나갈게요.’, ‘좀 비켜주세요.’ 같은 말과 함께 스트레처 카가 쉴새 없이 오갔다.

환자 사강의 부친과 고모는 멍한 눈으로 응급처치실 밖 의자에 앉아 있었다.

수술실과 이어진 응급처치실엔 보호자가 들어갈 수 없어서 사강 부친과 고모는 밖에서 멍하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등 뒤에 바닥까지 내려온 두꺼운 유리창을 통해 건장한 소나무가 보였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창밖의 녹지를 보며 멍하니 있곤 했다.

응급실의 숨 막히는 초조한 분위기 안에 있다 보면, 응급실이 아닌 어디를 봐도 기분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응급 통로’라고 쓰인 문을 열고 나온 좌자전이 문을 닫고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환자 보호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몰려갔다.

“사강 보호자분?”

좌자전이 고함쳤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비슷한 일을 한두 번 겪은 것도 아닌 좌자전이 잠시 기다리다가 다시 한번 환자 이름을 부르며 보호자를 찾았다.

“오빠, 우리 불러요.”

아이 고모가 그제야 확신하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아이 부친도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아이가 다쳐서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온 이래 아버지는 머릿속이 엉망진창이라서 눈앞에 생긴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 아들이 수술실에 들어간 후에야 아드레날린도 떨어지고 드디어 정신이 조금 들었다.

혹은 더 망연해졌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선생님? 제가 강이 애빕니다. 아이는······ 괜찮나요?”

“아직 수술 전입니다.”

몇 걸음 다가가 바로 앞에서 묻는 부친의 말에 좌자전은 웃음기 하나 없는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이때 웃음으로 환자의 마음을 풀어 줄 수 있는 걸 알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사강 부친과 고모는 중년 의사의 모습에 매우 놀랐다.

“그, 도, 돈도 다 냈는데 왜 수술을 안 하죠?”

사강 부친이 티 나지 않을 정도로 살짝 눈썹을 찡그렸지만, 좌자전은 한눈에 알아봤다. 그리고 그 순간 좌자전은 준비해온 대화 내용을 바꿨다.

“아이 검지가 심하게 상했습니다. 이식 조건이 안 돼요. 다른 방법으로 수술을 하거나, 아니면 절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술 지연되면 안 되니 바로 결정하셔야 합니다. 손가락 이식은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예후가 안 좋습니다.”

“저, 절단이요?”

좌자전이 심각하게 하는 말에 사강 부친이 다시 넋이 나갔다. 좌자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오른손으로 왼손 검지를 가리켰다.

“폭발 위력이 너무 커서, 아이 손가락이······ 간단하게 말하면 일부분 터졌습니다. 다른 세 손가락은 다시 이을 수 있는데, 검지는 너무 많이 훼손되어서 잇기만 하는 건 효과 없습니다. 겉모습도 보기 안 좋고요.”

“가서 다시 찾아보겠습니다.”

사강 부친은 목표가 생긴 듯 기운을 차렸다.

“이놈······ 강이가 폭죽을 어디서 놀았는지 압니다. 선생님이 찾아오라는 건 다 찾아오겠습니다.”

“훼손된 부분을 다 찾지 못해서가 아니라 타버린 부분도 있습니다.”

좌자전은 조금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이식 상황과 원리를 설명했고 보호자는 괴로워하며 이야기를 들었다.

“아까 다른 방법이 있다고 하셨죠? 그게 무슨 방법인가요?”

잠시 생각하다가 묻는 고모의 말에 좌자전이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다.

“선생님, 선생님. 부탁입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외아들입니다.”

남자는 의사가 화를 낼까 봐 차마 팔뚝을 잡지 못하고 좌자전의 소매를 붙잡았다.

좌자전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더욱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선생님. 제발요. 방법을 생각해주세요. 정말이지······. 아이가 손가락이 없으면 어떡해요. 인생이 끝난 거라고요!”

사강 고모가 더욱 당황해서 고함쳤다.

“그럼 새로운 수술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이게 신기술인데요, 조금 복잡해서 일반적으로 쓰지는 않습니다.”

좌자전은 천천히 이위기양에 관해 설명했다.

“그러니까 수술을 두 번 해야 하는 거죠. 비용은 둘째치고 첫 수술과 두 번째 수술 사이에 케어가 매우 힘듭니다. 손가락을 기양 한 위치를 건들지 않도록 아이를 잘 지켜봐야 하고요. 그 밖에 아이 마음도 잘 챙겨야 합니다.”

좌자전의 말에 두 보호자가 흠칫하는 게 보였다.

“그, 생각 좀 할게요.”

고모가 남자의 팔뚝을 잡았다.

“길게는 못 드립니다. 주임님한테 따로 전화를 드려야 하거든요. 원하지 않으면 절단 준비를 바로 할 겁니다.”

좌자전은 그렇게 말하면서 서류 몇 개를 꺼내 내밀었다.

그는 상대가 절단을 선택해도 상관없었다. 이위기양은 왕해양 생각이었고, 마지막에 보호자가 정말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강요할 필요도 없었다.

좌자전 생각엔 이위기양 방법은 의료비도 비싸고 보호자가 투자해야 하는 시간도 더 많았다. 그건 어느 가정에서나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왕해양은 지출을 조금 줄여줄 수 있다고 했지만, 의료보험이 없거나 하면 여전히 부담이 심했다. 마을 위생병원 출신인 좌자전은 돈이 부족한 가정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연 수입이 10만 위안인 집이라면 만 위안 드는 단지 이식이든 수만 위안 드는 이위기양이든 어떻게든 하려고 들 것이다. 그러나 좌자전 눈에 사강의 가정환경이 그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기회가 있다면 잡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는 생각했다. 지금 포기하는 건 쉬워도, 24시간 후에는 다른 사람이 결함을 눈치 못 채게 손가락을 살리고 싶어져도 힘들어진다.

“수술하겠습니다.”

전화 몇 통 돌린 남자는 오랜 시간을 끌지 않고 의연하게 좌자전 앞으로 왔다.

“그러면 수납하시면 됩니다. 저기, 곤란한 건?”

“그럭저럭······괜찮습니다.”

좌자전이 엄숙하게 하는 말에 남자가 뜨끔하며 대답했다.

“환자 부담 의료비를 감면해주는 정책이 있습니다. 가서 해당하는지 신청해 보세요.”

좌자전은 빠짐없이 일을 처리하고는 감사 인사를 잔뜩 받고 수술실로 돌아갔다.

그때 능연과 왕해양은 다른 손가락 수술을 벌써 시작했다.

세 실습생도 모처럼의 기회에 정신을 집중해서 참여했다.

사실 실습생 기간이 끝나도록 수술 한 번 못 해본 실습생도 수두룩했다. 단지 이식에 이위기양까지 참여한 실습생은 동기들보다 훌쩍 앞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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