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363화 (344/877)

왕해양은 여원을 데리고 데브리망 했고, 연문빈과 마연린이 한 팀으로 외상이 가장 적은 무명지 데브리망을 했다.

능연은 실습생 항학명과 정군상을 데리고 엄지 데브리망 하면서 단지 이식을 했고, 관비비는 눈만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능연의 속도대로 하면 데브리망을 끝내고 단지 이식을 거의 끝냈을 때 연문빈과 마연린이 겨우 데브리망을 끝낼 것이다

단지 이식 데브리망은 매우 조심해서 해야 해서, 보통 의사는 혈관 괴사 부분 처리하는데 3, 40분 걸리는 것도 정상이었다.

능연은 당연히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고, 특별히 속도를 내지 않고 그저 스텝대로 쉴 새 없이 하면서 정확성, 순서 문제없이 자연스럽게 빨리 처리했다.

연문빈은 탕 봉합을 배운 지 일 년 넘었고, 홀로 한 지도 좀 되어서 단지 이식 수술 기초는 좋은 편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혈관을 손상하지 않으려면 대단히 애를 써야 했다.

흘깃 연문빈을 본 항학명은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나이로 따지면 같은 본과 졸업생인 연문빈이 그보다 겨우 세 살 많지만, 출발점이 완전히 달랐다.

게다가 연문빈은 능연의 지도까지 받는다. 항학명도 지금 능연의 지도를 받는 셈이지만, 끝까지 능연의 지도를 받을 수 있는 연문빈이 부러웠다.

능연이 대화를 좋아하진 않지만, 실력은 뛰어났고 조수에게 작업도 잘 나눠준다. 말이 없다고 지루하지도 않고 힘든 일도 없었다. 대부분 조수가 할 수 있는 수준의 일을 나눠주고, 가끔 조금 도전적인 일을 줘서 마무리하고 나면 조수도 의사가 됐다는 통쾌함을 느끼고 뭔가 해냈다는 뿌듯함도 느낄 수 있었다.

항학명은 진심으로 이렇게 계속할 수 있길 바랐다.

학교 다닐 때 능연 곁에 왜 항상 사람이 몰려 있었는지 이제 알 것 같았다. 능연이 차가운 성격임에도 그가 나타나면 항상 사람이 몰렸다. 전에는 사람들이 쉬워서 그런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능연이 매력이 넘치는 남자라 그랬던 것이다.

“항 선생, 선 넘으면 안 된다.”

수술실에서 할 일 없는 관비비는 할 일이 능연을 관찰하는 것뿐이었고, 그러다가 항학명의 뜨거운 시선을 느끼고는 거침없이 내뱉었다.

관비비는 매우 경계하며 항학명을 대했다. 그는 능연의 동창이고 그가 그 관계를 이용할까 봐 항상 걱정이었다.

고지식한 편인 항학명은 관비비의 말에 껄끄럽고, 긴장됐다.

“무, 무슨 헛소리야!”

“포셉 말인데? 무슨 생각 한 거야?”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몰라 허둥지둥 대답하는 항학명의 말에 관비비가 깔깔 웃었고, 자리에 있던 간호사 둘도 따라 웃었다.

“지금 수술 중이잖아.”

“수술 중이니까 선 넘으면 안 되지.”

더 머쓱해진 항학명이 하는 말을 왕해양이 자연스럽게 받아쳤다.

떠들썩한 수술실을 좋아하는 왕해양은 누군가 불을 지피니 당연히 호응하고 나섰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더욱 커지자 항학명이 한숨을 내쉬었다.

“식염수 데워주세요.”

능연은 그들의 대화를 아예 상대하지 않았고 항학명은 재빨리 수술에 집중했다.

잠시 후, 그가 하던 부분이 끝났을 때 화제도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능 선생,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뭘 하든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거 같다?”

“아. 다들 그런 거 아냐? 일할 때 다른 거 신경 쓸 여유가 어디 있어.”

갑자기 생각난 듯 묻는 항학명의 말에 능연이 손을 놀리는 동작에 조금의 변화도 없이 대답했다.

“그런 사람 드물지.”

항학명이 하하 웃으며 말했지만, 능연은 벌써 다시 수술에 몰입했다. 항학명이 하려는 말이 수술과 상관없는 내용이라면 그냥 듣고 넘기면 될 일이었다.

능연은 어릴 때부터 그랬다. 뭘 하기로 결정 내리면 그냥 했고, 하는 동안엔 다른 사람 방해를 최대한 피했다. 안 그랬다가는 곁에 몰리는 사람들 때문에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황무사도 곁에서 칼날을 세팅하고 식염수를 전달하고 자재를 건네는 등 수술을 돕고 있었다.

제약회사 직원이 수술실에서 돕는 것도 병원에선 흔한 일이었고, 대형 병원에서는 아르바이트 생처럼 부리는 곳도 있었다. 심지어 의사 출신인 제약회사 직원은 훅맨이나 어시스던트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복강경을 파는 직원은 복강경을 들고, 강판을 파는 직원은 강판을 드는 것까지 사후관리라고 할 수 있었다.

의사들도 제약회사 직원이 돕는 걸 반겼다. 특히 기술도 좋고 고분고분한 직원은 의사가 새로운 제품에 익숙해지도록 돕기도 한다.

모델 출신인 황무사는 훅이나 복강경을 잡는 일은 못 해서 간호사가 할 일을 뺏어서 했다. 어차피 웃는 얼굴이 예뻐서 수술실에서 얼렁뚱땅 잘 굴렀다.

“좌 선생님, 퍼스트 하세요.”

잠시 후, 데브리망을 마친 능연은 검사에 검사를 한 후 고개를 들어 망설임 없이 지시했고 항학명은 아쉬운 듯 자리에서 물러났다.

좌자전은 껄껄 웃으며 손을 치켜들고 앞으로 나서면서 항학명을 바라봤다.

“학명이 훈련할 병원은 찾았냐?”

실습이 끝나면 취직할 병원을 골라 훈련의 생활을 시작하는 게 가장 좋다. 아니면 배울 수 있는 병원을 골라 훈련받고 정식으로 병원을 구해도 좋고.

어느 방법이든 실습생 다음 과정인 훈련의 과정을 밟는 것이다.

좌자전의 말에 현실로 돌아온 항학명은 지금 잃은 퍼스트 어시스던트 자리가 더욱 아쉬워졌다.

“저는 운화에 남고 싶습니다. 하하, 기회는 없을 거 같지만.”

운화병원에 남고 싶어서 실습 온 거라고 하고 싶었지만, 해마다 운화병원에 남는 본과생은 지극히 소수였고 그중에 연줄이 얼마나 많을지 모를 일이었다.

실습생 생활이 끝나면 운화병원엔 남지 못하고 다른 병원이라고 꼭 이번 실습생을 받아줄지 모를 일이고 그렇게 되면 항학명 등은 더 아래 급인 현으로 가야 한다.

“올해 운화 T.O.가 많지 않은 거 같더라. 안 되면 연줄을 좀 알아보지 그래.”

“저희 집은 그런 거 없어요.”

산골에서 온 아이라 고향에 쓸 만한 친척, 친구가 하나도 없었다.

그런 대학생을 너무 많이 봐온 좌자전은 고개를 끄덕였다. 운 좋은 사람은 출세했지만, 운이 나쁘면 현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마을보단 나았다. 젊은 의사의 출발점이 마을 병원이라면, 다시 나오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좌자전은 수술대에 서 있는 게 아니라면, 그대로 회상에 잠길 뻔했다.

아드레날린이 올라간 수술실에 시간이 눈 깜짝할 새 흘렀고, 엄지 이식을 마친 능연은 무명지를 시작했다.

왕해양이 중지를 마쳤을 때 능연이 두 손가락을 모두 끝냈다.

“왕 주임님, 이위기양 부탁드립니다.”

다시 확인한 능연이 기구를 내려놓으며 하는 말에 왕해양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발에 우선 이식하도록 하지. 그래야 다음 이식 때 편해. 그리고 아이가 어려서 팔꿈치나 손등에 하면 금방 떨어질 거야.”

“발에 손가락이 자라다니, 조금 무섭네요.”

왕해양의 말에 상상해본 관비비가 부르르 떨었다.

“정상인 발에도 발가락 자라잖아.”

왕해양은 즐겁게 어린 의사를 놀리고는 다시 능연을 바라봤다.

“위치 정하고 피판부터 하고 이식하면 되네. 못해서 어려운 거지, 하면 쉬워.”

왕해양의 말에 실습생들이 모두 목을 빼고 바라봤다.

“하하하, 하면 쉽다는 건 5, 6년 배운 의사 말이지. 너희들은 적어도 7, 8년은 걸리겠다.”

왕해양이 웃으면서 하는 말에 정군상, 항학명, 관비비 모두 능연을 바라봤다.

“일반적인 실습생 말이야.”

왕해양이 침착하게 한마디 보충했다.

“환자 검지 손상이 심한 편이다. 기양하는 손가락 기준으론 그렇게 심한 건 아니지만, 단지 이식 표준으로는 심해. 이런 상황에서 기양을 하려면 우선 피판을 이용해서 회복할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한다.”

왕해양은 집도의 자리에 서서 의욕을 뿜었다.

이위기양은 현미경 수술 중에 극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운화병원 수부외과가 유명한 이유 중에 이 분야에 상당한 실력이 있어서인 것도 있다.

그중 가장 어려운 건 손바닥과 팔뚝이며 손가락 난도는 그것보다 아래지만 총체적으로 여전히 어려운 레벨에 속한다. 기양 조작 방법이나 케어 기간 문제는 기본적으로 같고 아주 조금 차이 날 뿐이다.

국내 대부분 병원은 의사 실력도 그렇지만 일단 케어 부분에서 막힌다. 북경, 상해 병원이라도 해도 수부외과와 정형외과에 전문 팀이 없으면 이런 수술은 못 한다.

이위기양 기술을 잡고 있는 왕해양은 자부심을 나타낼 만했다. 20년 전엔 운화병원 이위기양 분야 주력 의사 중 한 명인 그였다.

왕해양은 능연을 바라보며 당당하고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일단 그걸 이해한 다음, 이제 어떻게 적당한 피판을 선택할지, 그게 관건이지. 일반적으로 손가락 끝을 기양하려면 기양할 손가락 혹은 상처 면에 가까운 요골동맥을 이용하지. 발등 피판 그리고 척골 동맥 피판이 비교적 만족스러운 효과를 볼 수 있다네. 오늘 우리는 바로 발등 피판을 선택할 걸세. 잘린 손가락의 혈액 순환과 조직 결손 살리고 또 나중에 기능도 살리는 것, 이 세 가지가 기양 이식의 3대 요소라네. 일반적으로 첫 수술로 전체 수술이 정해지네.”

왕해양은 ‘능 선생’에게 수업하는 끝내주는 기분을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관비비가 환자 발 소독을 끝냈다. 관비비는 아이의 작은 발을 바라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아이 발등에 손가락을 심어?”

“자네, 들을 생각 없나?”

조금 전까지 긴 내용을 설명하며 이제 다음 내용을 머릿속에 구성하던 왕해양은 리듬이 깨지자 순간 언짢은 듯 관비비를 바라보며 물었다.

예쁜 여학생이라 그 정도였지, 멍청한 남학생이었다면 의문문이 아닌 ‘나가!’로 문제를 해결했을 것이다. ‘꺼져!’가 아닌 이유는 그가 나이가 들어 테스토스테론 분비에 변화가 생겨 성격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말을 조심 없이 하는 편인 관비비도 왕해양을 몇 번 만났었고, 성격 좋은 주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혼날 줄은 몰랐다. 관비비는 무심결에 고개를 숙였다. 실습생 생활 일 년은 병원 환경을 완전히 이해하기에 역시나 부족했다.

한 번 혼낸 왕해양은 바로 고개를 돌렸다. 지금은 예쁜 여학생에게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왕해양은 중국인이 가장 신비스럽게 여기고 가장 즐거워하며 가장 알기 어려워하는 ‘누군가의 스승’이 된다는 기분에 들떠 있었다.

“피판은 문제없지?”

왕해양은 신이 나서 능연에게 물었다.

“근육 조직을 잘라서 피판으로 하는 거요? 네, 문제없습니다.”

“너라면 어딜 고를래?”

“발등 동맥과 이어지는 곳이요.”

능연은 기억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음, 좋아. 스스로 생각한 건가? 아니면 책을 읽었었나?”

“전에 읽었던 책에 있었습니다.”

스태미너 포션은 수술에 도움 될 뿐만 아니라 책을 외우는 데도 매우 도움 되었다. 신인인 능연은 아닌 게 아니라 읽어야 할 책이 많았다.

노련한 의사가 한 레벨 올라갈 때마다 사람 키만 한 전공 서적을 읽는 건 보편적인 일이었다.

“맞아! 능 선생은 역시 준비가 되어있군.”

왕해양이 힘껏 발을 굴리며 기뻐했다.

“좋아. 계속하지. 두 번째 수술이 바로 이위기양의 중점이자 어려운 점이지. 일반적으로 필요에 따라 발등 피판을 떼어내는데, 혈관과 발등 동정맥의 연속성을 유지해야 한다네.”

왕해양은 수부외과에서 수업하는 거보다 훨씬 세심하게 설명했고 능연을 비롯한 연문빈, 실습생까지 모두 열심히 들었다. 정말로 이위기양을 시행할 자격은 능연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왕해양은 거의 30분 동안 설명하고 난 후에야 수술을 시작했다. 물론, 간호사가 목을 축이라고 물을 건넬 정도로 수술 중에도 입은 멈추지 않았다.

흥분한 왕해양은 도무지 멈출 수가 없었다.

피판을 끝낸 왕해양은 통쾌해서 옷을 다 벗어 던지고 춤을 추고 싶은 기분이었다.

“좋아, 좋아. 오늘 수술 잘 되고 있어.”

권력을 쥔 집도의인 왕해양은 능연이 소리 없이 기술 조공을 해주는 바람에 자기가 다 놀랄 정도로 순조롭게 해내고 있었다.

어차피 기술은 서로 통하는 것이다. 능연이 이위기양을 못 한다고 해도 족부 해부 경험이 100번이나 되고 수부 경험은 3,000번이나 되니, 그 정도면 혈관 하나만 봐도 주변 조직 형태를 알 수 있고 심지어 다른 근육 조직과 근건 상태로 자기가 얼마나 큰 힘으로 조직을 당겨야 하는지도 훤히 알 수 있다.

그런 기본이 되는 상태에서 왕해양의 상세한 설명까지 들으니, 설사 구체적인 수술방식과 절차를 잘 모른다고 해도 방향이 결정된 만큼 왕해양을 붕 띄울 만한 조수 역할은 톡톡히 할 수 있었다.

한참 손을 놀리던 왕해양은 아무래도 너무 통쾌해서 미칠 것 같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익숙한 얼굴을 찍었다.

“좌 선생, 수부외과 가서 우리 팀 의사들 수술 좀 보러 오라고 해주게.”

“주임님 팀 의사 말씀인가요?”

손가락 데브리망을 끝내고 물러서서 지켜보던 좌자전이 냉큼 나와서 물었다.

“다른 팀 의사도 보고 싶다면 오라고 해. 맞다, 본과생이랑 실습생도 다 불러. 이위기양이 흔하게 볼 수 있는 수술도 아니니까.”

왕해양은 자신의 통쾌함 레벨을 올리기로 했다. 외과의가 가장 통쾌한 순간은 수술이 잘 될 때 다른 의사가 참관하는 때였다.

상대적으로 수술이 잘 안 되는데 보는 사람이 많으면 욕이 저절로 나온다.

좌자전은 아쉽다는 듯 뒷걸음질 치며 수술실에서 나갔다. 왕해양의 말대로 이위기양은 흔하지 않은 수술이었고, 그 역시 수술 전부를 보고 싶었다. 또 하나, 다른 수술 땐 왕해양 정도 되는 주임 의사가 이렇게 자세히 설명해주지도 않는다.

대다수 외과의는 수술대에서 수다 떠는 거나 좋아한다. 수업을 할지 말지는 기분에 달렸고, 오늘도 능연에게 들려줄 생각이 아니었다면 왕해양도 구구절절 설명할 이유가 없었다.

잠시 후, 수부외과 의사들이 줄지어 수술실로 들어왔다.

순회 간호사가 골치 아픈 듯 선을 그으며 인원수를 제한하다가 마지막엔 항학명 등 실습생들을 쫓아냈다.

누군가 자신을 찬양할 사람만 있으면 상관없는 왕해양은 차라리 사람이 바뀌는 게 더 통쾌했고, 목소리까지 높아졌다.

“어린아이 혈관은 원래 꿰매기 어렵지. 이 환자 올해 겨우 10살이라네. 이런 나이에 이위기양 하는 것도 드물고 말이지. 우리 병원에서 최연소 이위기양 환자는 아마 7살이었던가? 효과는, 흠 평범했지. 그때는 수술 환경이 지금이랑 비교할 수도 없고 말이야. 현미경만 해도 지금은 배율이 다르지 않나. 하아, 이제 내가 노안이 와서 문제지······. 이번 수술은 세 시간 예상한다네. 화장실 다녀올 사람은 다녀오게. 내 수술실에서 오줌 싸지 말고. 하하, 농담일세. 기저귀에 싸는 건 된다네. 너무 많이 싸서 밖에 흘리면 알아서 치우고.”

능연은 왕해양의 말을 들으면서 생각하며 손을 돌렸다. 수술 진도가 나갈수록 수술에 익숙해지고 점점 더 여유로워졌다. 수술 부담이 낮아지면 생각할 여유도 많아진다.

능연은 시스템이 이위기양 스킬을 줄 리 없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고 여겼다. 사실 이위기양을 하는 대다수 의사도 떠밀리듯 배운 것이다.

이런 수술 자체가 많지 않아서 네다섯 건만 하면 전국 범위에서 자칭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

물론 많이 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위기양은 수부외과 수술이고 응급 수술에 더 적당했다. 설사 노련해졌다고 해도 비슷한 수술이 없는 기간이 길 가능성이 크다.

숙련자보다 경험이 적을 뿐이지 능연의 지금 실력은 이런 수술을 해본 대다수 의사 실력을 넘어섰다.

“기양 부분 혈관과 수지 혈관은 잘 맞아야 하네. 그래야 다음 수술에 유리해. 피판 두께와 색도 최대한 고려해야 하고. 공급 구역인 손가락 쪽은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네. 조금만 자를 거라, 공급 구역에 대한 영향이 별로 없어.”

더할 나위 없이 흥분한 왕해양은 동작까지 커졌고 주변에 둘러싼 의사들도 수술과 수술을 하는 능연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구석으로 밀려서 지켜보는 실습생들은 수술 구역이 잘 보이지 않자 목을 빼고 능연을 바라보다가 작은 소리로 귓속말을 했다.

“능 선생 수술하는 모습 멋지다.”

“봐봐, 능 선생 포셉 잡는 거. 이야, 느낌 있다.”

“야야, 저기 서 있는 것 좀 봐. 능 선생 수술 장면을 틀어 놓으면 의사-환자 갈등 같은 거도 없겠다.”

“더 많아지지 않을까? 남편을 저주해서 죽이고 소송해서 결혼을 요구하는 이상한 여자가 있을 거야. 스토리는 내가 다 짜놨어······.”

세 시간 남짓한 수술을 단숨에 끝낸 왕해양은 그래도 여운이 남는 느낌이었다.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본 왕해양은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곧 은퇴를 앞둔 그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건 약을 먹지 않고도 ‘침대전’에서 이길 수 있는 것처럼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이 모두 조화되어야 가능한, 그야말로 어려운 일이었다.

왕해양은 하늘을 향해 길게 포효하고 싶을 정도로 통쾌했다.

“왕 주임님, 잠시 앉아서 쉬세요.”

잠시 수술실을 떠났던 관비비는 혼났던 충격에서 회복되었고, 기회를 잡고 다시 들어와서 자신에 대한 왕 주임의 평가를 수습하려고 했다.

다시 화장을 고치고 얇은 수술복을 입고 달콤하게 웃는 관비비는 초짜 의사들의 시선을 확 끌었다.

그러나 왕해양 주임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모습으로 관비비를 힐끔 보고는 저절로 눈살을 찌푸렸다.

“조금 전까지 앉아 있었는걸. 세 시간이나 앉아 있었는데, 뭘 얼마나 더 앉으라고!”

관비비는 자기 아부가 실패했음을 깨달았다.

“관 선생, 그럼 여기 앉을래?”

곁에 있던 소가복도 언짢은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뇨, 아닙니다!”

관비비는 뜨끔해서 손을 내저었고 소가복은 부글부글하는 마음으로 콧방귀를 뀌며 다시 앉았다.

아이 수술인 데다 의사들이 많이 몰려서, 수술을 아는 의사든 모르는 의사든 다들 한 번씩 모니터링 기기를 보면서 평가하는 바람에 소가복은 기력이 다 빠질 것 같았다. 그런데 누가 의자를 뺏으려고 드니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랐다.

관비비 역시 조금 화가 났다. 가슴이 발육한 후, 자신을 이렇게 거칠게 대하는 남자는 정말 드물었다. 대학에 들어가 화장까지 배운 이후로 관비비가 바라기만 하면 공짜로 노동력을 제공하며 찬양하는 무리가 줄을 섰고, 작정하고 그중 하나를 칭찬하면 칭찬받은 사람은 보통 입이 찢어져라, 좋아했다.

지금까지만 해도 관비비 기억 속의 왕해양 주임은 껄껄 웃는 리더상이었다. 대단히 친밀하고 다정하긴 않아도 적어도 체면은 살려주는 그런 상급 의사 말이다. 그런데 오늘 왕해양 주임은 전혀 관비비 얼굴을 신경 쓰지 않았다.

병원에 젊고 예쁜 간호사가 널려 있었다. 왕해양 주임은 평소에 수술할 때 젊고 예쁜 간호사가 수술실에 들어오는 걸 선호했다. 다른 이유는 없고 그냥 보기 좋으니까. 특히 새로 온 간호사는 케케묵은 옛 농담을 해도 꺄르륵 웃음을 터트려서 좋았다. 오래된 간호사들 한 번 웃기려면 새로운 개그를 생각해야 해서 피곤하고 타산이 안 맞는데 말이다.

그러나 예쁘고 어린 간호사들보다 오늘 수술이 더 왕해양 주임을 기쁘게 했다.

“세 시간 남짓이군. 어때? 속도 괜찮았나?”

“너무 괜찮죠.”

“일반적으로 네 시간은 하지 않나요?”

“네 시간이든 다섯 시간이든, 이런 수술을 할 수 있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죠.”

의사 하나가 냉큼 아부하자 한 박자 늦은 곁에 있던 의사들은 더욱 머리를 굴려 왕해양의 찬양할 말을 쥐어짰다.

왕헤양의 기쁨에 찬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런 그의 웃음소리에 관비비는 짜증이 몰려왔다. 수술하는 남자들은 여자 달랠 줄도 모르고, 그러면 수술하는 재미가 뭐가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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