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해양은 마무리 봉합까지 직접하고 나서야 모두를 돌려보냈다.
자기 시간을 뺏기는 걸 싫어하는 의사가 있다는 걸 왕해양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무슨 상관일까. 의사 생활을 몇십 년 동안 해온 왕해양은 몇 시간 뒤엔 10살 아이 검지 이위기양 수술 이야기가 온 병원에 퍼질 것이라는 걸 잘 알았다. 시간을 뺏긴 의사도 똑같이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여서 이 이야기를 전할 것이다.
그래야 시간 뺏긴 보람이라도 있으니 말이다.
능연은 잠시 왕해양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생각에 잠긴 채 휴게실로 돌아갔다.
기술 하나를 처음부터 배우는 건 상대적으로 느리다. 특히 이위기양 같은 기술은 환자도 적고 수요도 적어서 연습할 기회도 당연히 적다. 이런 기술을 노련하게 익히려면 담낭 수술처럼 수술 기회를 잡아서 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생각하고 전에 남은 기록들을 연구하면서 모처럼 수술 기회가 오면 그동안 쌓은 이론을 검증해 내야 한다.
“능 선생, 왔어요?”
금학진 부친이 아직도 휴게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원장 처남인 그는 한마디면 수술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능연은 그의 의지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 기다리셨나요?”
“이게 뭐라고. 알잖아요, 나 건설하는 사람인 거. 돈 받으러 갈 때 하루는커녕 일주일도 기다립니다.”
“그건 거의 주둔 아닌가요?”
여원이 능연의 등 뒤에서 갑자기 튀어나오자 금 사장이 깜짝 놀랐다.
“이게 무슨 냄새죠?”
“양고기를 좀 준비했습니다.”
여원이 미간을 좁혔다가 코를 킁킁거리며 묻는 말에 금 사장이 실실 웃었다.
“다들 배고플까 봐 한 냄비 준비했습니다.”
병원 수술 구역엔 의사들이 밥 먹을 작은 식당과 식사 구역이 있지만, 병원에서 제공하는 음식은 보통 비교적 단조롭고 맛도 그저 그랬다. 그러니 한 냄비 가득한 양고기 요리의 매력은 성원 식당에 견줄 만했다.
“다들 와서 좀 드세요.”
금 사장이 모두 이리 오라고 손짓했다. 원장 처남의 후광에 양고기 냄비의 향기가 독특한 리더쉽을 발휘했고 여원 등은 저도 모르게 몰려들었다.
조금 전 수술은 수술 전후 준비까지 합해서 4시간 이상 걸렸다. 수술 전에 밥 먹은 사람은 그나마 괜찮았지만, 아무것도 못 먹은 사람은 배가 등에 붙은 지경이었다.
수술할 때 소모되는 에너지는 공사판에서 시멘트 자루를 메는 것보다 덜해도 기계 공장에서 기계 돌리는 작업자 정도는 됐다.
능연도 양고기 냄비를 거절할 생각이 없었다.
10살짜리 아이 하나가 들어갈 만한 반짝이는 커다란 검은 솥에 호두 두 알에서 여섯 알 사이의 커다란 고깃덩어리가 가득했다. 냄비 안에 반쯤 남은 육수가 아직 보글보글 끓고 있는 게 딱 봐도 깔끔하고 맛있어 보였다.
“언제 나올지 몰라서 물을 다 졸이진 않았어요.”
금 사장은 하하 웃으며 그릇을 꺼내 하얀 모자를 쓴 셰프와 함께 그릇 가득 양고기를 담아 한 그릇씩 의사들에게 건넸다.
“밥도 있고, 찐빵도 있고, 전병도 있으니까 먹고 싶은 거 먹어요. 고기만 먹으면 더 좋고. 한 마리라서 양도 충분해요. 능 선생은 어느 부위를 좋아하나?”
“갈빗살이요.”
능연은 사양하지 않고 대답했고 금 사장이 냉큼 작은 갈빗살을 골라 그릇에 담아 건넸다.
“감사합니다.”
능연은 받아들고 바로 돌아서서는 자리를 찾아 먹기 시작했다.
“고기 우려낸 탕도 같이 먹어야 더 좋지. 능 선생, 아까 아이는 잘 치료했나? 아이고, 정말 한 집의 보물일 텐데, 그 아이를 살리면 가족을 다 살리는 거나 마찬가지야.”
냉큼 달려와 뜨거운 탕을 건네는 금 사장 말의 의미를 알아들은 능연은 자신의 논리를 동원해서 생각을 한번 정리하고는 물었다.
“아드님은 어떻습니까?”
능연의 물음에 갑자기 긴장된 금 사장은 웃음으로 마음을 달래며 입을 열었다.
“의사들은 참 직설적이란 말이지. 우리 애는······. 저기, 의사들이 당연히 최선을 다할 거라는 건 아는데, 그래도 나는 있지, 능 선생이 그······ 이거라고 생각해.”
엄지를 치켜든 금 사장이 말을 이었다.
“나는 그래도 능 선생이 봐주면 좋겠어.”
“알겠습니다. 밥 먹고 한 번 가볼게요.”
말을 마친 능연은 고개를 숙이고 양 갈비를 먹기 시작했고, 단숨에 세 대나 먹고 탕까지 다 마신 후에야 그제야 배에 뭐가 좀 들어간 느낌이 들었다.
“난 장기전이 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쉽게 승낙하더니. 왠지 좀 얼떨떨한데?”
그때까지 넋이 나가 있던 금 사장은 능연이 일어나자 미안한 마음에 그렇게 말했다.
“붙어서 케어하라고 하시니 그건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만, 가서 보는 건 제가 할 일이죠. 오늘 회진 한 번 더 하면 됩니다.”
능연이 능 팀 의사들을 부르자 다들 우르르 일어나서 막 양을 잡아먹은 늑대처럼 입을 닦았다.
유난히 작은 늑대 여원 한 마리도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