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6시, 금 사장은 하구 진료소로 달려갔다.
이렇게 일찍 일어난 것도 실로 오랜만이라 금 사장은 어색한 듯 파란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구 진료소 나무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네온등은 여전히 멍청하게 빛나고 있었다. 코트 입은 남자가 어깨를 감싸고 구석에서 바람을 피하고 있었다.
금 사장은 의심스러운 듯 그쪽을 바라보며 주머니 안의 경보기를 꾹 쥐었다.
전에 공을 세운 적 있는 검은 경보기를 쥐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누구요?”
“금 사장님?”
잠시 걸음을 멈췄던 금 사장이 천천히 코트남에게 다가가 묻자 상대가 휙 고개를 돌리더니 바로 그를 알아봤다.
“누구시죠?”
금 사장은 꾹 쥔 경보기를 살짝 놓으며 예의 바르게 물었다.
“황무사라고 합니다. 창서 제약회사 영업사원이요. 운화병원에서 뵌 적 있습니다.”
황무사는 더욱 공손하게 굴었다. 원장 처남 아닌가 말이다. 그와 관계를 맺을 수만 있다면 온종일 손에 힘이 빠질 정도로 약을 팔 일도 없다.
제약회사라는 말을 듣자마자 금 사장의 웃는 얼굴은 순간 사라졌고, 주머니에 넣었던 손도 꺼냈다.
“이 시간에 무슨 일로 여길?”
“능 선생 아침 드리려고요. 능 선생님이 좋아하는 요우타오, 또우장 가게가 있거든요.”
금 사장은 황무사가 내민 도시락을 힐끔 봤다.
“금 사장님도 능 선생 만나러 오신 겁니까?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제가 도움이 될까요?”
황무사는 돈 들지 않는 싹싹함을 마구 방출했다. 제약회사 직원은 별로 상대할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제약회사 직원이 의사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떠올린 금 사장은 마음이 혹했다.
“능 선생이 내 아들 집도의라서. 황무사라고 했지? 능 선생이 환자 예후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좀 아나?”
금 사장은 다시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물었고, 무슨 일인지 딱 알아차린 황무사가 하하 웃었다.
“능 선생님은 보통 큰 방향을 정해주고, 약 처방 같은 건 진료과 의사랑 상의하거나 아니면 내과 선생님을 불러 협진합니다.”
외과는 약 처방을 세심하게 하지 않아서, 부주임이나 주임급 의사들도 그 방면은 그렇게 따지지 않았다. 합병증 같은 게 생기면 관련 진료과 의사를 불러 협진하면 그만이었고.
금 사장은 그다지 흡족하지 않다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듣기로는 능 선생 환자가 다른 의사 환자보다 예후가 좋다던데.”
“능 선생이 수술을 잘해서 그렇죠.”
“다른 것도 있지 않겠나?”
“그건 저도 모르겠네요.”
이 금 사장이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임을 느낀 황무사는 현명하게 입을 다물었다. 원장 처남이니,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고.
모델 시절에도 유명인과 사장을 만났지만 결국 아무도 관계를 맺지 못했다. 그런 경험이 있었으니 지금 원장 처남의 태도만 봐도 결과를 예상할 수 있었다. 금 사장 역시 몇 마디 더 묻고는 별 수확이 없자 마찬가지로 흥미를 잃었다.
두 사람은 불편한 마음으로 바람을 맞으며 하구 진료소 문 앞에 서 있었다.
“밖에서 파는 아침은 아무리 유명한 집이라도 깨끗하지 않을 수 있어.”
금 사장이 화제를 쥐어짜 냈다.
“제약회사 영업직은 어쨌든 좋은 약, 좋은 재료로 경쟁해야 해. 외국 회사 좀 봐. 할인도 안 하고 그렇게 비싸도 안 쓰고 못 배기잖아.”
“독점하니까 그렇죠······.”
“그러니까 기술이 되어야 그것도 하는 거지.”
“네.”
“몇 시에 왔어?”
“저 오고 바로 금 사장님도 오셨어요.”
황무사는 그다지 내키지 않는 듯 금 사장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었다.
“자주 오나?”
“네.”
“능연이 수술할 때는? 평소에 엄청 일찍 일어난다던데.”
“그럴 땐 병원으로 가지고 가고요. 뭐, 매일 아침 가지고 오는 건 아니거든요.”
“그건 그래. 사람이 매일 요오타오랑 또우찌앙 먹을 수도 없고.”
금 사장은 문득 무슨 생각이 난 듯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제약회사 직원들까지 사전에 나눠놓은 건 아니겠지? 요오타오, 또우찌앙 보내는 사람, 죽에 찐빵 보내는 사람, 이렇게.”
“능 선생은 사람들이랑 그렇게 친하게 지내는 편이 아니라, 이 바닥에서 제일 친한 건 저일걸요?”
황무사가 조금 뿌듯한 듯 대답했다. 그는 요즘 다른 의사들과는 거의 교류가 없었다.
부주임급 이상 의사와 관계가 형성된 제약회사 직원은 대부분 그런 식이었다.
아침 6시에 요오타오, 또우찌앙 가지고 오는 건 쪼쪼랩에 불과했다.
“능 선생은 아침에 뭐 먹는 걸 제일 좋아해?”
“훤둔(*얇은 피로 작게 빚은 만두국)을 제일 좋아하는 거 같아요. 능 아저씨가 아들 준다고 만드는 거 몇 번 봤어요.”
금 사장은 그냥 궁금해서 묻는 듯 슬쩍 물었고 한창 뿌듯해 있던 황무사가 털어놓았다.
“그렇군.”
몇 마디 질문을 더 던진 금 사장은 뒤에 하얀 옷을 입은 남자가 나타날 때까지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남자는 금 사장에게 인사하고 손에 든 바구니를 내려놓았다.
“금 사장님, 훤둔 재료 준비해왔습니다. 금방 만듭니다.”
뭣 모르고 웃으면서 상대를 바라보던 황무사가 그제야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흠, 먹을 것 좀 만들어 보라고 아는 요리사 좀 불렀어.”
황무사는 우습기는 한데 웃지는 못하고 고개를 숙였고 금 사장은 더 설명하거나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 없어져서 헛기침하고는 문 앞에서 계속 기다렸다.
얼마 후에 ‘하구 진료소’ 문패가 걸린 대문이 끼익하고 열렸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황무사가 싹싹하게 인사하자 능결죽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뭐 좀 그만 가지고 오라니까. 아침은 더 필요 없고.”
“그냥 지나가는 김에 들른 건데요, 뭘. 수고스러울 것도 없다고요.”
황무사는 정말로 지나가다 들른 사람처럼 헤헤 웃었다.
“진짜 필요 없다니까. 우리 연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배달시켰어.”
“아침 배달이요?”
경쟁 상대가 ‘노란 캥거루’일 줄 몰랐던 황무사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수고스럽잖아······. 아무튼, 됐어 들어와. 아침엔 아직 쌀쌀해. 이분은?”
능결죽은 금 사장이 황무사와 함께 온 거로 생각했고 황무사가 다급하게 금 사장을 소개했다.
금 사장은 능결죽과 악수를 하며 몇 마디 인사하고는 자랑하듯 뒤에 서 있는 남자를 앞으로 밀었다.
“능 소장, 밖에서 시키는 음식은 정말이지 몸에 안 좋습니다. 오늘은 마침 제가 성원 식당 요리사를 불렀으니 여기서 아침을 해 먹죠.”
이야기 나누는 사이 등 뒤에서 따르릉 소리가 들리면서 자전거 몇 대가 달려왔다. 그중 두 대엔 하얀 모자를 높게 쓴 요리사가 있었다.
진료소 앞에서 자전거를 깔끔하게 벽에 줄 세우고 일제히 품에서 알콜겔을 꺼내 손을 닦았다.
“하구 진료소 맞죠? 아침 가지고 왔습니다.”
선두에 선 요리사가 공손한 모습으로 인사하고, 문 앞에 멍하니 선 사람을 뚫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요리사들이 줄지어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그리고는 몇 분 만에 정원에 스토브와 목탄까지 준비한 간이 주방을 만들었다.
“쌀죽, 찐빵에 매장 이벤트 당첨되셔서 반찬 네 가지, 냉채 네 가지, 채소볶음 네 가지 서비스 드립니다.”
선두에 선 요리사가 한마디 하자 등 뒤에 요리사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여기서 바로 죽을 끓이고 찐빵을 빚는다고?”
요리사를 불러서 제대로 보여줄 생각이었는데 눈앞에 요리사가 하나, 둘, 셋, 넷······ 열두 명이나 나타나자 금 사장은 놀라서 어쩔 줄 몰랐다.
일반 식당 주방에 요리사가 이렇게 많다고?
금 사장이 불러서 온 요리사는 더 놀라서 모자도 벗고 요리사들이 한 접시 한 접시 내놓은 음식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건 두부 채 볶음.”
“이건 달걀 볶음.”
“이건 새우살.”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