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371화 (352/877)

“항 선생, 왔어요?”

“항 선생, 이리 좀 와봐.”

“항 선생, 이거 2번 침대 환자가 준 수탉, 가지고 가서 먹어.”

항학명은 2주 만에 분원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고, 간호사든 조무사든 아니면 자주 병원에 오는 단골손님이든 모두 ’항 선생‘하고 제대로 불렀다.

항학명은 여전히 대도시의 화려함이 그립고, 운화병원의 최첨단 의료가 그립고, 운화병원 수술실이 그리웠지만, 분원으로 오게 된 분통함이 벌써 많이 사라졌다.

누군가의 존경을 받는 건 어쨌든 즐거운 일이었다. 게다가 여기서는 집도의로 수술도 할 수 있었다.

외딴 지방인 팔채향은 도로는 좁아도 찻잎을 대량 생산하고 과일나무도 많이 심어서 수입이 괜찮은 편이고 인구도 적은 편이 아니었다.

현지에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전에는 모두 운화 시로 보냈었다.

험한 산길 때문에,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면 작은 병은 큰 병으로, 큰 병은 살릴 수 없는 병이 된다.

그래서 논평구 병원에서 팔채향 분원을 이곳에 세운 것이었다. 처음부터 표준적인 병원으로 지었고, 급이 낮긴 해도 수술실도 있고, 복강경, 현미경 같은 설비도 있었다. 참새가 작아도 오장육부는 다 있는 것처럼, 이곳에서 대다수 응급 수술을 할 수 있고, 침대도 20개나 되고 케어능력도 강했다.

항학명이 팔채향에서 하는 수술은 아예 경쟁자조차 없었다.

증흥등은 나이는 많지만, 구 병원 출신에 분원 경력만 있어서 응급 기술이 한계가 있었고, 특히 복강경처럼 조금 새로운 기술은 자신 없어 했다.

항학명도 자신은 그다지 없었지만, 그래도 본 게 있고 직접 한 적도 있었다.

많이 한 건 아니었고 대다수 수술도 처음부터 끝까지 집도한 적은 없지만, 팔채향 같은 환경에서 어쩔 수 없이 떠밀려 수술하면서 매우 빠르게 성장해나갔다.

“학명아.”

사무실에서 기다리던 증흥등이 껄껄 웃으며 그를 불렀다.

“증 선생님.”

“형이라고 부르라니까.”

항학명은 아직 학생 시절 예의를 버리지 못했고, 증흥등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문을 닫고는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세어봐.”

“이게 뭔데요?”

항학명은 짐작은 갔지만, 그래도 물었다.

“제약회사에서 주는 결산 비용. 너랑 나랑 반반, 괜찮지?”

“네.”

증흥등이 단호하게 하는 말에 항학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봉투를 열어 보고 싶었지만, 민망했다.

“세어봐. 보는 앞에서 정리해야 깔끔하지.”

“네.”

항학명은 봉투를 열었고, 붉은 지폐가 잔뜩 들어있었다. 갑자기 식은땀이 나는 것 같았다. 이렇게 많은 돈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

학비는 모두 부모님이 송금했고, 운화병원에서 실습할 때도 고작 몇백 위안 보너스를 받을 뿐이었다. 가끔 능연이 출장 수술을 데리고 갈 때도 그렇게 큰돈은 못 받았다.

“이게 얼마입니까?”

증흥등 보는 앞에서 돈을 세기는 싫었다. 아직 지폐 더미를 능숙하게 말아 쥐고 세지 못하고 한 장 한 장, 세는 모습이 멍청해 보일 것 같았다.(역주: 중국은 100위안(약 16,000원)짜리 지폐가 가장 큰돈이라 조금만 큰돈이 되어도 지폐 뭉텅이를 가지고 다니는 희한한(?)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검은 봉투에 아무렇지 않게 지폐 더미를 가지고도 다니죠. 그래서 일반 가정집에도 지폐 개수기가 있는 일도 있고요. 다들 촵촵촵 돈 세는 데 도가 텄죠.)

“5천 4백 위안.”

그러자 증흥등이 더는 뜸 들이지 않고 웃어 보이며 말했다.

“그렇게 많아요?”

“2주 치니까. 한 번에 주더라고.”

놀라서 묻는 항학명의 말에 증흥등이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이었다.

“전에는 수술 환자는 다 밖으로 보냈잖아. 아니면 다른 사람이 수술 끝낸 환자를 받던가. 지금처럼 환자 전체를 우리가 한 적이 있었어야지.”

팔채향 분원 환자는 모두 현지인인데 하나 보내면 그만큼 환자 수가 줄어들었다. 반대로 하나도 보내지 않고 직접 하면 의사들은 금세 배를 불릴 수 있다.

대충 계산해보니, 2주에 5천 4백이면 한 달에 1만 위안이 넘었다. 레지던트 수입으로 적은 편이 아니었다. 게다가 기본급과 구 병원에서 주는 보너스도 있었다.

“아직 우리 둘만 있을 때, 수술을 많이 하자고.”

증흥등은 풍년이 든 농민처럼 환하게 웃었다. 항학명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환자가 있어야 하지만요.”

운화병원에서는 침대가 모자랐는데, 지방 병원엔 환자가 모자랐다.

“일반적인 병은, 돈을 아끼고 싶으면 우리 같은 1급 병원이 제일 아낄 수 있어. 5천 위안 20%면 천 위안이야. 도시 사람들은 신경 안 쓰겠지만, 팔채향 같은 곳은 할 수 있는 한 아끼려고 하지.”

“그뿐이겠어요.”

돈 문제에 민감한 항학명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하고, 안 되는 건 구 병원이나 상급 병원에 보내면 돼.”

증흥등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말했다.

“우리가 도시 병원이랑 다른 게 하나 있어. 우리 병원은 트랜스 시간이 기니까, 그러니까 말이지, 네가 어떤 응급인지 보고 결단해도 된다는 거야.”

“그러다 의료 사고 나면요.”

“분원은 분원이지. 수준이 그런 걸 어쩌라고. 누가 문제 삼는 사람 있으면 문 닫는 거지, 뭐.”

“묻을 닫······.”

“쉬는 건데 좋잖아? 여기까지 온 사람을 뭐, 어쩌겠어. 기껏해야 잘리는 거지.”

증흥등이 어깨를 으쓱했다.

분원 의사들은 대부분 정식 채용되지 않은 계약직이었고, 정직원 의사보다 보장은 적지만, 이것저것 고려할 것도 적었다.

증흥등의 말대로, 팔채향 분원까지 온 의사가 거리낄 게 뭐가 더 있을까.

구 병원보다 많이 벌지도 못하고, 배울 것도 없고, 중국 마을 문화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거? 의사라면 그런 것보다 의술에 관한 걸 더 배우고 싶어 하겠지.

5천 4백 위안을 손에 넣은 항학명은 잘린다는 말에도 표정이 담담했다.

8만 위안 위약금만 아니었다면, 직접 사표를 내고 싶었으니까.

“알겠습니다. 할 수 있는 건 해요.”

“그래, 그래야지.”

증흥등이 신이 나서 자기 봉투를 만지작거렸다. 하는 일도 별로 없이 배나 되는 수입을 얻었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우리 분원에 환자가 적은 편은 아니네요.”

항학명은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한 다음 머리도 돌아가기 시작했다.

“2주에 환자를 여덟 명 정도 트랜스했죠. 장염, 담낭염, 골절. 운화병원에서는 모두 작은 수술일 텐데.”

“응?”

“전에 동료들을 불러서 출장 수술 해요. 침대 20중에 우리가 고작 10개 쓰니까, 나머지는 출장 수술해도 되잖아요.”

“출장 수술?”

그건 증흥등도 생각하지 못한 맹점이었다. 팔채향에 몇 년 처박혀 있는 동안, 출장 수술에 불려가기는커녕 출장 수술 자체를 들어만 봤지 본 적도 없었다.

그에 대해 익숙한 항학명이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전에 우리 치료팀 능 선생이라고, 자주 출장 수술 갔어요. 그런데 걘 출장 수술 가면 한 가지 수술만 하니까 다른 의사를 부르면 돼요.”

“운화병원 의사?”

“네. 왕복 6시간이면 주치의는 부를 수 있어요. 와서 수술 세 건 정도하고 2천 위안이면 괜찮지 않겠어요?”

“그 돈은 환자가 내고?”

항학명이 계산하며 하는 말에 증흥등이 확인하듯 물었다.

“환자가 내죠. 보험으로 돈을 아끼고, 치료는 운화병원 수준으로 받잖아요. 우리는 약값 떨어지고. 윈윈 아닌가요?”

항학명은 운화병원에서 온 주치의의 어시를 하며 기술도 계속 배울 수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대다수 현 병원 주임들은 그런 식으로 배운다. 그들의 실력이야 당연히 삼갑병원 주치의나 레지던트에 못 미치겠지만, 어쨌든 배울 기회는 있는 것이다.

머리를 굴리던 증흥등은 항학명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별 반대 할 생각 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간호사들한테 말해놓아야 해. 우리 병원은 큰 병원 같지 않아서 간호사가 의사보다 여기서 오래 일했으니까.”

“출장 수술로 하는 약값은 제가 안 받을게요. 간호사들한테 주죠.”

항학명의 과감한 결단에 증흥등이 웃음 지었다.

“짜식, 앞날이 밝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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