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리모델링한 하구 진료소는 수십 년의 전통적인 느낌과 모던한 요소까지 합해져서 그럴싸한 모습이었다.
디자이너들은 특별히 정원에 오래된 나무도 다듬고, 복도에 각종 녹색 식물도 배치했다.
오고 가는 골목 사람 중에 하구에서 몇십 년 산 사람도 있었고, 칭찬하는 사람, 실력에 의문을 품는 사람 다 있지만, 막상 병이 나면 모두 고분고분 하구 진료소를 선택했다.
하구 진료소에 사람이 부쩍 늘어 주변 진료소가 앓는 소리를 내기도 했다.
현지에서 가장 높은 공무원인 주민센터 주임도 친히 하구 진료소에 납셔서 여기저기 둘러보기도 했다.
능결죽은 껄껄 웃는 모습으로 수월하게, 돈 한 푼 쓰지 않고 주민센터 주임을 접대했다. 하구 진료소를 30년 넘게 운영하면서 더 높은 공무원은 못 만나봤어도, 주민센터 주임이나 그 아래 부서 공무원을 접대한 경험은 그래도 충분했다.
센터 주임이 돌아가려고 할 때, 능결죽은 뻔뻔하게 사진도 같이 찍었고, 뽑아서 액자에 넣어 처치실 흰 벽에 걸어놓기까지 했다.
“좀 허전하네. 나중에 우리도 사진을 찍어서 같이 걸자고. 그럼 좀 낫겠지.”
못을 다 치고 몇 발짝 물러나서 보면서 능결죽은 매우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흰 벽에 두 사람 사진이 덩그러니 있어서 밤에 볼 땐 무서울 것 같았다.
“능결죽과 주민센터 주임 기념사진 촬영, 같은 글이라도 써넣으세요.”
쿵쿵거리며 나타난 연자가 지나가듯 한마디 던지자 곁에 있던 웅 선생은 웃음을 터트렸지만, 능결죽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연자 제안 좋은데? 우리 주민센터 주임 어르신을 무시하면 안 되지. 게다가 우리 진료소에 앞으로 유명인이 많이 올 테니까 같이 사진 찍어서 걸면 되고. 음, 일단 당분간 글씨는 됐어. 사진 하나, 글 하나 너무 허전해.”
웅 선생은 반박하고 싶었지만, 능결죽 말은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말이라 입을 다물었다. 다른 건 몰라도 능연의 안마 기술만으로 요양원 노인들이 일부러 예약하고 오는 걸 알고 있었다.
“능 사장, 차라리 능연이랑 유명인 사진을 놓는 게 낫지.”
“그건 주객전도 아닌가요?”
“그런 식으로 말하면 할 말이 없고.”
능결죽과 웅 선생이 옥신각신하자 연자가 손뼉을 짝짝 치며 끼어들었다.
“우리 진료소 발전 추세로 보면 금방 벽에 사진이 가득해질 거예요.”
“말 한번 잘한다! 앞으로 우리 진료소 확장하면 연자 네가 수간호사 해.”
“원장님 감사합니다.”
능결죽이 기분이 좋아져서 하는 말에 연자가 고분고분 대답하자 잠시 멈칫했던 능결죽의 웃음소리가 더 커졌다. 연자도 광대를 끌어 올리며 큰 소리로 따라 웃다가 정색하며 말을 꺼냈다.
“원장님. 상급 부서에서 우리 진료소를 인정해줬는데 이렇게 좋은 일에 파티가 빠질 수 있나요? 우리 축하 파티해요?”
“어떻게?”
능결죽이 경계하는 눈빛으로 물었다.
“어제 멧돼지 남지 않았어요? 죽 좀 끓이죠. 소고기 좀 곁들이고, 돼지머리 고기 좀 썰어서, 아, 돼지 꼬리탕도 좀 끓이고요. 밥 세 그릇은 먹을 수 있을 거 같아요, 지금.”
“응, 그래 밥은 먹어야지. 축하하는 거도 좋지. 소고기는 마라? 아니면 뭐로 할까?”
“홍소요!”
연자가 침을 흘릴 것 같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 좋다. 그럼 다들 저녁 먹고 퇴근하지. 내가 직접 요리할게.”
능결죽이 미소를 지으며 하는 말에 연자는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능결죽과 웅 선생은 일제히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