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식당.
단골손님들은 담담하게 고기를 구웠고 낯선 손님은 야단법석이었고 얼굴이 조금 익은 듯한 손님은 고개를 빼고 능연 테이블을 바라봤다.
“운화병원 의사네.”
“요즘은 의사가 저렇게 잘생겼나.”
“지난번에 마누라가 혼자 병원에 갔다 왔는데, 이거 안 되겠는데.”
연문빈은 익숙한 듯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또 익숙하게 사람을 뚫고 들어가 더 익숙하게 무슨 일인지 물었다.
“소 사장이 양한테 물렸어요.”
“뭐?”
구경꾼이 하는 말에, 무슨 말을 들어도 놀라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연문빈이 깜짝 놀라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양이 사람도 물어요?”
“나도 놀랐다.”
테이블에 기대고 앉은 소 사장이 대답했다. 그의 다리엔 작은 의자를 대놓았고, 깨끗한 수건과 소독약도 준비되어 있었다.
소 사장은 상태가 괜찮은 편이었고 껄껄 웃으며 연문빈에게 인사했다.
“말이었으면 조심했을 텐데, 살아 있는 양 볼 일이 드물다 보니 아차 하다가 물려버렸네.”
“양한테 물린 상처는 이렇군요.”
마연린이 연구 정신을 발휘하며 소 사장의 외상을 살피다가 곁에 작은 의자에 앉아 노련하게 데브리망하는 능연을 바라봤다.
“다행히 우리 능 선생이 있었네. 맞다, 광견병 주사 맞으셔야죠?”
“필요 없어. 정기적으로 맞고 있거든.”
헐떡거리며 대답한 소 사장이 가게 직원을 향해 말했다.
“고기 좀 빨리 구워. 손님 기다리신다. 능 선생, 그냥 대충 꿰매. 양이 조금만 작았어도 꿰맬 필요도 없었을 거야.”
“동물한테 물린 상처는 감염될 수 있어서 반드시 처리해야 해요.”
“알지. 그래도 낙타에 비하면 양은 쪼그맣잖아. 이따 양갈비 쏠게. 아이야!”
“됐습니다. 한 사흘 항생제 사용하세요. 감염 방지입니다. 건강이 안 좋으니까, 사실 닷새는 쓰는 게 제일 좋아요.”
봉합을 마친 능연이 자리에서 물러나서 연문빈과 마연린이 냉큼 달려가 드레싱했다.
“무슨 항생제로”
“동네 진료소 가서 얘기하면 의사가 알아서 줄 거예요.”
“여기가 미국이냐? 항생제 사는 데 무슨 진료소를 가. 능 선생 처방전 하나 써주면 그냥 쓰면 돼. 여기에 대단한 건 없어도 웬만한 항생제는 거의 있어. 유가야, 가서 내 수액 장비 좀 가지고 와.”
“예이~”
고기 굽던 유 씨가 손을 털고 곁에 있는 새로 온 직원에게 일을 넘기고 소 사장 창고로 달려가 물건을 꺼냈다.
“다들 이렇게 구급약을 집에 상비해두면 동네 진료소는 쓸모없어지긴 하겠네요.”
연문빈은 풀 세트 알루미늄 수액 걸이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돈 좀 쓰셨겠는데요?”
“쓸 일 많으니까 좋은 거 샀지. 남자는 자기한테 돈 쓸 줄 알아야 해. 안 그래?”
소 사장은 그렇게 말하며 활짝 웃었고, 연문빈과 마연린이 재빨리 소 사장 드레싱을 끝냈다.
구경거리가 없어진 손님들은 분분히 자기 자리로 돌아가 음료와 음식을 시켜서 즐겁게 먹고 마시기 시작했다.
끝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단골손님들은 뜨내기를 무시하는 표정으로 고기를 씹었다.
소 사장은 쩔룩거리며 휠체어에 올라탔다. 소가 식당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데 전혀 무리 없이 인테리어 되어있었다.
잠시 후, 구이용 고기 접시가 나란히 테이블 위에 놓였고 좌자전이 익숙한 듯 몸을 일으켜 사람들 잔에 맥주를 따르고 건배했다.
능연은 살짝 홀짝이고는 온 에너지를 고기에 쏟았다. 스태미너 포션은 정신을 회복시켜주지만, 에너지를 제공하지는 않았다.
능연은 요즘 식사량이 크게 늘었고, 수술하다 말고 배고픔을 느끼는 일도 있었다. 그런 일이 몇 번 생기니,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두자는 의사의 마인드가 능연에게도 생겼다.
“내장탕 하나 더 줘요! 간 많이 넣고.”
좌자전이 땀을 뻘뻘 흘리며 주문했다.
내장탕이 나오자 좌자전은 양 간을 우선 골라서 먹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능 선생, 주말에 출장 수술할 병원 두 군데 정도 찾았어. 갑자기 찾은 거라 다 두 건씩인데, 할래?”
“네.”
능연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약속 확정할게.”
좌자전은 마음 편하게 탕을 마셨고 장안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간 절제 수술 두 건은 출장 수술을 준비하는 병원으로서 적은 수술이 아니었다. 간 절제 같은 큰 수술은 수술 전후 케어도 빠질 수 없으니까.
ICU가 없는 병원은 수술 후 케어하려면 주치의급 의사가 환자가 깰 때까지 지키고 있어야 한다. 이런 수술을 연달아 두 번 하는 것만 해도 피곤한 일이었다.
“저도 내장탕 한 그릇 줘요! 간 많이 넣어서요. 그리고 콩팥 꼬치도 두 개 주고요.”
능연 팀에 큰 수술을 경험해본 주치의가 자기밖에 없다는 걸 깨달은 장안민은 울컥해져서 들고 있던 맥주를 단숨에 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