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380화 (361/877)

제성시 병원, 유개현 병원, 무신 시 1병원, 2병원, 운화시 1병원.

능연은 사흘에 한 번씩 주변 병원에 가서 출장 수술을 했다. 간 절제와 아킬레스건 수술 위주로 관절경 하 반월판 성형술과 십자인대 재건 수술도 했다.

능연의 이름값이 점점 퍼짐에 따라 각 대형 병원은 점점 더 많은 환자를 꾸려 주었고, 한 번 갈 때마다 수술 세 건을 기본으로 했다. 능연이 갈 만한 병원은 많고 전문가는 많지 않으니 말이다.

창서성 주변에서 성 범위로 출장 수술을 하려면 적어도 삼갑병원 주임 정도는 되어야 했고, 그것도 운화병원, 육군병원 혹은 성립 주임은 되어야 자격이 있다. 부주임은 출장 수술 나가기가 어려웠다. 자기 병원 일도 끝나지 않을 정도로 많고, 특히 주임들이 출장 수술 나가면 주임의 빈자리를 메워야 해서 부주임의 일거리는 더 많아졌다.

이것이 현대 대형 병원의 운영 방식이었다.

대단한 삼갑병원 과 주임은 밖에서 출장 수술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한 건에 천 위안에서 수만 위안까지 하는 비용으로 삼갑병원 진료과 주임들은 시시각각 외국 동료들을 넘어서고 있었다.

삼갑병원 부주임들은 그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수술과 연구 업무를 떠맡아야 했다. 그러나 언젠가 주임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주임이 되면 그때부터 작은 자유를 갖게 된다. 과 주임은 보통 주임이 맡지만, 주임이라고 모두 과 주임이 되는 건 아니다.

그러니 진료과 주임이 되지 못하는 주임들은 버티다가 주임으로 퇴직하거나 독립을 위해 힘쓰거나 아니면 자기 치료팀을 운영하며 단순히 돈 버는 일을 궁리했다.

물론 환자로서도 돈 써서 부르는 의사가 적어도 주임급은 되길 바란다. 보통 사람 눈에는 주임이라도 해도 평소엔 17위안짜리 전문가일 뿐이고 부르기 어려운 조건은 아니라고 여겼다.

능연은 다른 노선을 걸었다. 유위신 아킬레스건 수술하고 매가 어르신 간 절제 수술을 했던 그는 전형적인 ‘명’의에 속했다. 그런 이유로 그를 찾는 환자는 아킬레스건 수술 환자가 가장 많았고, 간 절제 환자도 적지 않았다.

능연의 조건도 그렇고 창서성에 그를 필요로 하는 사람도 많아서, 좌자전이 배정해야 할 출장 수술 빈도와 수량도 점점 늘었다.

간 절제 같은 수술은 창서성에서 하원정 수준 되는 의사는 한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그래서 그가 운화병원 간담췌외과 주임이 된 것이다.

그러나 운화병원만 해도 하원정 밑에 간 절제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네 명이나 있었다.

운화병원 이외의 병원, 능연을 초빙해 출장 수술하는 병원이라면 모두 이미 간 절제 수술을 시작했거나 아니면 이제 시작하려는 병원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수술 기교까지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연습은 분명히 외과 기술을 늘리는 둘도 없는 방법이다. 그러나 누구는 고등학교 3년 공부해서 북경 대학을 가고 누구는 3년 더 공부해서 2차 모집으로 대학을 가는 것처럼 고난도 외과 기술일수록 노력 외에 재능도 필요했다.

운동선수는 스무 살에 국가대표가 되지 못하면 평생 희망이 없다. 의료계는 그렇게까지 잔혹하지 않지만, 환자에겐 잔혹한 일이 된다.

능연의 기술이 어떤지는 수술 한 번 할 때마다 널리 퍼졌다. 외과의 모임은 가십 모임이기도 하다.

외과 의사 둘이 수술대에 서서 네 시간 수술하다 보면 명절에 친척과 나누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전에는 무신 시 1 병원, 2 병원 의사들만 능연의 간 절제 수술에 대해 떠들었지만, 능연의 출장 수술 범위가 넓어지면서 더 많은 의사가 그를 치켜세웠다.

잘생겨, 실력 좋아, 성격도 좋으니 의사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외과 의사가 말하고 소리 낼 줄 알면 성격이 좋은 것이다. 말수가 적어도 성격이 좋다. 그 사이에 있는 사람은 밉상이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흘렀다.

능 팀에 장안민이 실제로 합류한 다음 일도 서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능연은 매주 운화병원에서 7, 80시간 정도 일하고 외부로 출장 수술 나가니, 침대가 부족한 상태에서도 팀 전체가 잘 돌아갔다.

그중 연문빈의 탕 봉합, 마연린의 아킬레스건 수술은 운 좋으면 일주일에 두어 건 집도하기도 했다.

능연 밑에서 일 년 넘게 일한 그들은 능연이 보기에도 높은 레벨의 입문급이었고, 운화병원에서도 초급 주치의 수준은 되었다. 능연의 보살핌 아래 한 달에 탕 봉합을 7건 한 연문빈 역시 점점 당당해졌다.

“능 선생, 저녁에 같이 헬스 가자.”

마지막 관절경 수술을 끝낸 연문빈은 시간이 아직 이른 걸 보고 기분이 좋아져서 능연에게 함께 가자고 했다. 시계를 내려다본 능연은 시간이 9시가 다 되어가는 걸 보고 저도 모르게 의아한 듯 물었다.

“밤에 안 자요?”

“님이 하실 말씀이신가요?”

연문빈은 이두근을 드러내며 말을 이었다.

“몇 세트 하고 당직실에서 바로 자려고.”

“서너 시간밖에 못 자잖아요.”

능연이 그런 말을 하자 연문빈은 적잖은 위화감을 느꼈다.

“넌 하루에 네 시간도 안 자지 않니?”

“꼭 그렇진 않아요.”

능연이 고개를 저으면서 속으로 ‘나는 스태미너 포션이 있지만, 님은 없는데.’하고 생각했다.

“병원 헬스장이요? 아니면 외부 헬스장이요?”

수술 마무리 작업을 슥슥 끝낸 능연이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병원 헬스장이지. 평소에 사람도 없어.”

이어서 연문빈은 주절주절 설명하기 시작했다.

다른 삼갑병원과 마찬가지로 운화병원 신설 레지던트 숙소 지하에 직원 전용 헬스장이 있다. 돈도 필요 없고 무료 PT에 설비도 최신식이었다.

외국 병원 헬스장과 달리 운화병원 헬스장은 평소에 늘 운동하는 몇 명이 사용할 뿐이고, 같은 시간에 몰리는 일은 더욱 드물었다.

연문빈은 능팀에 합류한 후로 운동할 시간이 줄어서 평소엔 당직실에서 푸시업 같은 것이나 했다. 그러나 기회만 있으면 어떻게든 헬스장으로 달려가기는 했다.

능연은 집에 갔다가 다시 오는 게 귀찮기는 했다. 내일 새벽 4시부터 담낭 수술이 네 건 잡혀 있는 데다가 사전에 준비도 하고 싶었다.

“갈아입을 옷 가지고 갈게요. 이따 헬스장에서 봐요.”

수술을 마친 능연은 연문빈에게 그렇게 말하고 준비하러 갔다.

“헬스장 앞에서 기다릴게. 다른 건 몰라도 덤벨 드는 거 봐주는 건 할 수 있어.”

연문빈이 실실 웃으면서 하는 말에 능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능연은 단체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의 기억으로는 농구장이든 축구장이든 배구장이든 여자가 너무 많아서 운동에 방해가 됐다.

그런 것보다 러닝 같은 운동이 더 좋았다.

몇 분 후, 능연과 연문빈이 앞뒤로 나간 후 그 자리에 있던 간호사와 마취의는 서로 얼굴을 보고는 미친 듯이 메시지를 보냈다.

-능 선생님 헬스장 간데.

-땀 흘리는 능 선생 보고 싶은 사람은 위치 알려줄 테니까 돈 보내.

-능 선생님 옷 갈아입고 헬스장 간대.

헬스장 앞에서 조용히 기다리던 연문빈은 곧 티셔츠 차림의 능연을 발견했다.

“오늘 사람 좀 많은 거 같아. 서두르자. 직원증 가지고 왔지?”

낮은 목소리로 재촉하던 연문빈이 물었다.

“네. 가방에 있어요.”

능연이 항상 가지고 다니는 가방을 툭툭 쳤다. 요즘 출장 수술 갈 때도 가방 하나 덜렁 메고 간다.

“평소엔 잘 안 보는데, 혹시 모르니까.”

연문빈은 그렇게 말하며 능연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병원 헬스장 문 앞 카운터에 두 사람이 정신없이 인원을 체크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갑자기 사람이 늘었다.

“둘입니다.”

연문빈이 다가가 능연을 가리키고 또 본인도 가리켰다.

“응? 능 선생님? 선생님도 헬스하시려고요?”

“네. 직원증 있어야 하나요?”

“아니요! 제가 할게요.”

능연이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묻자 어린 아가씨가 허둥지둥 나와서 자기 신분증으로 문을 열어 주었다.

따라 들어가려던 연문빈은 당연히 가로막혔다.

“운화병원 의사세요?”

어린 아가씨는 연문빈에게 물으면서 능연을 바라봤다.

“나 매주 오는데.”

“매일 와도 찍으셔야 해요.”

연문빈이 이두근을 내보며 말했지만, 직원은 융통성도 없는 모습으로 손을 내저었다. 멈칫한 연문빈은 고개를 숙이고 가방을 열어 직원증을 꺼내 찍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가슴속엔 분노도 기쁨도 없이 평온했다. 어차피 하루 이틀 겪는 일도 아닌 거. 세상이 원래 그랬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