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화병원 헬스장은 운동 구역이 네 개 반으로 나뉘어 커다랗게 전체 구역을 이루고 별도의 사우나와 샤워실도 있다.
헬스장에 운동이 아닌 샤워를 하려고 오는 의사도 많았다.
특히 수술 층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당직은 해야 하는 내과 의사는 자주 홀딱 벗고 사우나에 앉아서 케이스를 의논했다.
헬스장에 온 연문빈은 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는 어느 도시 어느 곳을 가도 일단 헬스장을 찾았다.
연문빈은 헬스장의 깨끗하지는 않은 공기를 마시며 사람들의 에너지가 한층 높아진 것 같단 생각에 머리가 띵했다.
“능 선생, 어떻게 할래?”
“러닝 머신 할래요.”
연문빈은 수술대에 있을 때보다 당당한 목소리로 물었고 사방을 둘러본 능연이 대답했다.
“초보한텐 괜찮지. 그래도 이왕 온 거, 웨이트 하자. 내가 봐줄게. 나 할 때도 봐주고. 제대로 어깨 운동하자고.”
“그래요, 그럼.”
능연이 고분고분 말을 따르자 연문빈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쪼아쪼아. 그럼 나 옷 좀 갈아입고 올게. 능 선생 벨트 가지고 왔어?”
“아니요.”
“나 하나 더 있어. 가져다줄게. 그럼 이따 웨이트 구역에서 봐.”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준비하러 갔다.
재빨리 탈의실로 달려간 연문빈은 신경 써서 준비한 풀세트 의상으로 갈아입고 허리 보호대 두 개를 들고 당당하게 걸어 나와 웨이트 구역으로 향했다.
웨이트 구역에······ 사람이 인산인해로 몰려있었다.
덤벨 옆에는 추를 달지 않은 봉을 들고 억지로 당기는 여자들이 있었고, 레그 레이즈 기구 아래 여자 하나가 다리에 힘이 빠진 채 낑낑거리고 있었고 곁에 두 여자가 흥분해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운화병원 헬스장 웨이트 구역은 몇십 평이나 되는 외부 헬스장보다 훨씬 큰 공간이었다.
연문빈은 평소에 웨이트 위주로 운동해서 웨이트 구역에 제일 오래 있고 제일 익숙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그는 텅텅 비거나 땀 냄새 나는 건장한 근육남들이 가득한 웨이트 구역에 익숙했지 지금같은 웨이트 구역이 아니었다.
“냄새가 너무 좋잖아! 이게 무슨 일이야. 이런 냄새를 맡으면 어떻게 운동을 하냐고!”
“너도 들었어?”
연문빈이 저도 모르게 코를 문지르며 하는 말에 누군가 등 뒤에서 대답했다.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주름이 자글자글한 좌자전이 타이트한 옷을 입고 얇은 팔다리를 드러내고 완벽하게 들어갈 데 나오고 나올 데 들어간 몸매로 서 있었다.
“웩. 좌 선생님. 이게 뭡니까?”
연문빈은 정신적 타격을 받은 것 같은 목소리로 덜덜 떨며 물었다.
“간호사들이 다 헬스장으로 가길래 나도 와봤지. 헤헤헤. 아이고 연문빈 씨, 만날 헬스장으로 쪼르륵 달려오더니 이유가 있었구만.”
“원래는 안 이렇다고요.”
실실 웃으며 하는 좌자전의 말에 연문빈이 다시 코를 찡그렸다.
땀 냄새가 나지 않는 웨이트 구역은 고무줄 없는 팬티였다.
“이야 그래도 헬스 효과가 있네. 몸 좋네, 좋아. 부럽다. 내가 이런 몸이라면 바로 솔로 재탈출할 텐데.”
“솔로 탈출이 그렇게 쉬운 줄 알아요?”
좌자전은 본인 배를 툭툭 치더니 연문빈의 어깨를 툭툭쳤고, 연문빈은 딱 붙은 옷 아래 있는 좌자전의 배를 두 번 다시 보기 싫어서 시선을 피했다.
“여자친구 생기라고 몸 만드는 거 아냐? 적어도 남자친구라도 만들어야 할 거 아냐. 안 그래?”
“당연히 여자친구죠! 헬스는 자기 관리 때문에 하는 거예요. 몸이 좋으면 여자친구도 생기겠죠. 난 아직 멀었어요. 작년에 상해 갔을 때 체육관에서 만난 사람들 진짜 몸 좋더라고요······.”
“어쨌든 여자친구 아직 없네.”
듣기 싫어진 좌자전이 연문빈의 말을 잘랐다.
“헬스 한다고 여자친구가 바로 생기나요. 사실 저도 이상하긴 하네요. 전에는 미래가 없는 레지던트에 차도, 집도, 조건도 안 좋았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다르잖아요? 집도 차도 있는데. 차는 BMW라고요. 그런데도······. 선생님. 요즘 세상이 이상한 거 같아요.”
“이해해, 이해해. 알았어. 난 구경이나 할래. 운동해.”
“같이 하실래요?”
“됐어. 난 그냥 러닝 머신이나 걷다가 갈 거야.”
좌자전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느릿느릿 걸음을 내디뎠다.
“러닝 머신은 뛰는 거라고요. 이름이 러닝 머신이잖아요.”
연문빈은 실룩이는 입가를 달래며 저만 들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때 옷을 갈아입은 능연도 웨이트 구역에 나타났다.
“사람 많네요.”
발 디딜 틈도 없는 주변을 둘러보며 능연이 말했다.
“응, 그러게. 벌떼처럼 몰려왔네.”
“헬스장은 이렇죠. 체육관엔 사람 더 많잖아요.”
능연이 웃으면서 하는 말에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던 연문빈이 헛기침하고는 말했다.
“어쨌든 일단 오늘은 덤벨 운동하자.”
“헬스는 선생님 말 따르죠.”
능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연문빈은 그를 데리고 덤벨 운동을 시작했다. 자꾸 말 거는 사람이 없었다면 효과가 분명 더 좋았겠지만.
“잠시 쉬자.”
능연을 데리고 5세트를 마친 연문빈이 동작을 멈췄다. 두 사람이 멈추자 주변에 갑자기 사람이 늘어났다.
“쉬고 있어. 나 다리 운동 좀 하고 올게.”
레그 레이즈 기구에 자리가 난 것을 본 연문빈이 다급하게 말하고는 재빨리 뛰어가서 앉고는 편안한 듯 숨을 내쉬었다.
그때 다리가 늘씬한 아가씨가 한참 연문빈의 털북숭이 다리를 지켜보더니 한 세트를 마친 그에게 애교 있는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미남 오빠, 이 기구 어떻게 쓰는 거예요? 가르쳐주면 안 돼요?”
연문빈이 고개를 들어보니 가슴 크고 허리 가는 여신 같은 모습으로 운동복을 입은 여자가 보였다.
“미안해요. 다른 날이라면 가르쳐줬을 텐데. 오늘은 시간이 너무 없네요. 이따 가슴 운동도 해야 해서요. 시간이 모자라요.”
그러면서 연문빈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지. 솔로니까 헬스라도 제대로 해야지. 아니면 언제 여자친구를 구하겠어.’
연문빈은 헉헉대며 15개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자리를 떠났다.
마침 지나다가 그 장면을 본 좌자전은 깊은 눈으로 연문빈의 뒷모습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