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문빈을 따라 30분 동안 웨이트를 한 능연은 바로 웨이트 구역에서 나왔다.
열 몇 명 수용할 수 있는 웨이트 구역에 사람이 너무 몰려서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능연 곁엔 그래도 사람이 많이 몰리지 않았지만, 전체 구역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짜증이 났다.
그리고 덤벨을 닦고 어쩌고 하는 것도 능연을 불편하게 했다.
“헬스장은 안 맞네요. 사람도 많고 땀도 많고.”
능연은 물을 따라서 벌컥벌컥 마시고는 연문빈을 향해 말했다.
“땀 많은 건 인정. 그런데 사람은······. 하아, 내가 무슨 말을 하겠냐.”
연문빈은 헬스장에 가득한 여자들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가본 헬스장이 적은 편이 아니고 병원 헬스장은 그렇게 오래 다녀도 오늘 같은 날은 없었다.
헬스장에 자주 오는 여자도 있었지만, 그들은 적어도 옷은 갖추고 왔다. 어깨를 드러내는 복장으로 헬스장이라니······ 아니 그것도 뭐, 봐줄 만했다.
연문빈은 가득한 여자들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너무 프로정신이 없어. 됐다. 샤워하고 가자. 사우나 할래? 혈액 순환에 좋고.”
“전 바로 샤워할래요. 이따 수술도 해야 하고.”
능연은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럼 나는 샤워하고 자러 간다.”
혹시나 능연에게 붙들려 밤새 수술하게 될까 봐, 연문빈이 다급하게 말했다. 능연은 마음대로 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의 밑에 레지던트 셋, 치프 레지던트 하나, 주치의 하나가 있어서 치료팀 규모로도 적당한 편이었다.
능연은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말린 다음 탈의실에서 나왔다.
“와우!”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잘생긴 사람이 있지?”
“능 선생님······. 막 샤워하고 나왔어. 세상에, 나 죽는다.”
로비에 둥글게 앉아 있던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관중석을 만들고 능연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핸드폰을 꺼내 사진 찍는 사람도 있었고, 흥분해서 곁에 있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입을 벌리고 한마디도 못 하는 사람도 있었다.
단렌즈를 든 대단한 남녀도 몇 있었다. 그들은 아예 누른 손을 떼지 않은 채로 빠른 속도로 셔터를 눌렀고 총 쏘는 소리처럼 철컥철컥 소리가 들렸다.
능연 뒤에서 나오던 젊은 남자가 눈앞의 광경에 다리가 휘청거려서 비틀비틀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물론, 그에게 시선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사람들은 모두 이제 막 샤워를 하고 나와 몸에서 열기를 뿜는 능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헬스 막 끝낸 모습은 수술실 모습이랑 다르네.”
“헬스장이 더워서겠지?”
“남성 호르몬 때문인지도 몰라. 와, 공기 중에 능 선생님 호르몬도 있겠다. 생각만 해도 잘생겼어.”
능연은 낯선 관중에게 언제나 차가운 태도를 보였고, 어차피 그런 사람들에게 익숙해서 반응도 하지 않았다.
능연은 고개 까딱(가벼운 버전)으로 해주고 가방을 들고 수술실로 가려고 나왔다.
문을 열고 나오자 바로 ‘능 선생님!’ 하고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전칠 씨.”
능연이 고개를 들자 복도 끝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전칠이 보였다. 긴 녹색 치마를 입은 전칠은 티셔츠와 녹색 겉옷을 걸치고 청춘을 내뿜었다.
“헬스 했어요?”
“사람이 많더라고요.”
“마침 잘 만났네요. 우리 차 마시러 가요. 좋은 샘물이랑 찻잎 여러 가지 준비해서 왔어요.”
“좋아요.”
능연은 손에 든 가방을 가져다 놓고 와야 할지 고민하며 내려다보았다.
“차 안에 둬요. 차 안에서 차 마셔요, 우리.”
“차에서 차를?”
“찻집으로 꾸민 캠핑카가 있어요. 샘물도 차 안에 있거든요. 그러면 풍경 바꿔가면서 차를 마실 수 있잖아요. 바다도 되고, 산도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