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는 질서 정연하게 진행됐고 거기에 시간이 길어지기까지 했다.
보통 시범 수술은 사실 매우 틀에 박힌 대로 진행된다. 의사들은 이어마이크를 끼고 멋있고 노련하게 수술을 끝내고, 학회에 참석한 의사는 차나 마시면서 밤샘 프로그램을 보듯 보면서 기억할 수 있으면 기억하고 기억하지 못해도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대다수 의사는 시범 수술에 참석하면서 두루두루 얼굴이나 익히길 바란다.
그러나 능연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요인이 분명 더 많았고, 오후가 되어 새로운 시범 수술이 시작되었는데도 거기 남아 이것저것 묻는 사람이 많았고, 학회 시간이 다 끝나갈 때까지도 남아 있었다.
“능 선생님, 창서성 쪽에 간 절제를 하는 병원이 몇 군데 된다고 하더군요.”
“맞습니다.”
와이셔츠를 입은 의사 하나가 다가가서 묻는 말에, 능연은 그런 쪽을 자세히 모르지만 일단 간단하게 대답했다.
“우리 연동성은 다릅니다. 지금까지 간 절제를 하는 병원이 적습니다. 저희 병원도 이제 막 시작했고요.”
“그럼 우리 능 선생을 초빙하시면 되겠네요.”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곽종군이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그 말에 잠시 멈칫했던 와이셔츠 의사가 곧 웃어 보였다.
“저희 병원은 상해와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니까, 출장 수술도 어쩌지 못한다는 거군요.”
곽종군은 능연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말을 이었다.
“거의 끝날 때 됐지? 밥 먹으러 가세.”
“네.”
그러자 고맹도 서둘러 앞으로 나와 모두를 식사 초대했고, 그렇게 한 바퀴 도는 사이 조금 전 화제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앞으로 간 절제 출장 수술이 많아지겠군.”
곽종군이 능연을 끌어당겨 나직이 속삭였다. 다른 의사에게라면 너무 노골적이라 절대로 하지 않을 말이었다. 그러나 노골적이지 않으면 능연은 못 알아들을까 걱정이었다.
능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곽종군이 설명을 덧붙였다.
“시범 수술 효과가 매우 좋은 거 같네. 가격을 올리려면 지금이야. 출장 수술이 많아진 다음에 올리기는 좀 그렇거든. 물론, 뒤에 초빙한 병원에서 값을 올리고 잘 해내면 전에 했던 병원에서도 알아서 할 테지.”
한동안 병원 밥을 먹은 능연도 점점 병원 생태에 익숙해졌고, 저도 모르게 곽종군을 흘깃 바라봤다.
“보통 다른 과 주임님들은 출장 수술 격려 안 하시던데요.”
“보통 의사들이야 병실을 채울 일이 없겠지. 하아, 이제 언제 건물을 다시 지을 수 있을지 모른다네, 지금 남은 침대를 잘 활용해야 해.”
“알겠습니다.”
“일단 간담췌외과 거부터 채우고.”
“아······. 네.”
“만만하니까 괜찮아.”
“아······.”
능연은 뭔가 배운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