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393화 (374/877)

“땀.”

하원정의 목소리는 태산처럼 단단했고 포셉을 쥔 손가락이 굳었는데도 놓지 않았다.

순회 간호사는 핀셋으로 거즈를 쥐고 하원정의 이마를 닦아 주고는 맞은편 퍼스트 어시의 땀도 닦아 주었다.

몇 분 후, 하원정의 긴장된 근육이 그제야 느슨해졌다.

“된 거 같군. 핀셋 놓아도 돼.”

하원정의 명령을 들은 퍼스트 어시는 잠시 그대로 있다가 간문 정맥을 집은 혈관 클립을 놓았다.

그러자 혈액이 기다렸다는 듯 잘린 간으로 흘러들어갔다.

하원정은 잠시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다가 이어서 바로 거즈 밀어넣는 작업을 시작했다.

간 절단면에 피가 솟구치는 점이 바로 간 절제의 어려운 점이었다.

하원정은 대부분 무사히 넘기지만, 가끔 실수할 때도 있어서 간 절제할 때마다 느긋하게 하지는 못한다.

다행히 이 단계를 넘기면 다음 작업은 좀 수월해진다.

하원정은 집도의가 할 부분을 재빨리 마친 후, 나머지 작업들을 조수에게 넘겼다.

전에는 배를 닫는 작업 외엔 조수들에게 포상을 남겨주지 않았다. 본인도 마흔 넘어서도 아직 연습했는데, 어디 자잘한 것들을 조수들에게 넘긴단 말인가.

그러나 지금은 계속 그럴 수가 없었다. 장안민이 능연 밑에서 수술을 하고 있는 지금, 다른 간담췌외과 의사들이 흔들릴까 걱정이었다.

39년 08개월짜리 어시가 흥분해서 감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하원정은 간단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술실에서 나갔다.

수술복을 벗고 모자를 벗은 하원정은 바로 수술 층을 떠나지 않고 옆 수술실로 향했다.

수술실 문을 사이에 두고 중간에 커다란 둥근 유리 너머로 능연의 옆 모습이 보였다.

마스크를 끼고 있었지만, 반쪽 옆얼굴과 눈을 드러내고 있어서 며칠 전 시범 수술 때랑 똑같이 진지하고 자신감에 넘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원정의 마음은 평온하지 못했고, 심지어 화도 좀 났다.

그러나 지금 능연의 모습을 본 그는 정말로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시위 수술은 다른 병원 의사에게 효과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운화병원 간담췌외과 의사에게도 놀라운 일이었다.

하원정은 전에도 능연이 하는 수술을 여러 번 봤지만, 정식 시위 수술에서 내보인 효과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오늘 세 번째 수술이랍니다.”

등 뒤에서 수술을 기다리던 간담췌외과 의사가 다가가서 말했다.

“또 새벽부터 한 거지?”

“오늘은 6시부터 했다네요.”

“지금까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묻던 하원정은 복도에 시계를 보며 저절로 눈썹을 치켜떴다.

“네. 환자가 없어서겠죠.”

“허, 환자가 없어······.”

하원정은 웃고 싶었지만,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운화병원 같은 지방 정상급 병원에 환자가 모자랄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간담췌외과 같은 작은 진료과도 쉽게 침대를 채울 수 있어서 누군가 병원에 입원하러 오려면 연줄을 동원해야만 하는데.

운화병원은 간 내 담관결석 같은 질환뿐만 아니라 담결석도 하기 때문에 원하기만 하면 창서성에서 환자를 대량으로 모을 수 있었다.

상해, 광동으로 가서 수술받을 수 있는 환자는 어찌 됐든 드물었고, 대부분 의료보험이 필요한 환자들로서는 운화병원이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병원이었다.

그래서 매주 있는 전문 외래는 다 볼 수 없을 만큼 많이 몰린다.

간담췌외과는 하원정이 매주 반나절 외래를 보면 일주일 수술량을 채우고, 혹시 환자가 부족하면 진료를 반나절 더 늘리곤 한다.

그러나 하원정은 능연의 환자가 전국 각지에서 온다는 걸 알고 있었다.

능연은 지금 성 내 대형 병원에서 출장 수술을 해서 창서성에서 수술받는 환자의 수를 대폭 늘렸다.

오래된 간 내 담관결석 환자는 미루고 미루다가 사오 년 끄는 경우도 흔하지만, 일단 곁에 누군가 효과적으로 치료하고 나면 바로 소문을 듣고 치료를 시작한다.

하지만 성 내 다른 병원에 높은 효율로 수술하는 의사가 있을 리가 없어서, 보통 전형적인 케이스 두어 개는 직접 하고 나머지는 능연을 초빙해 출장 수술을 하거나 아예 운화병원으로 트랜스해 버렸다.

그렇다 보니 능연은 동시에 외래 진료를 여러 곳에서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환자가 모자란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들어가 봐야겠네.”

하원정이 치익 하고 에어타이트 도어를 밟아 열자 간담췌외과 의사도 좌우를 두리번거리고는 바로 따라 들어갔다.

“능 선생님, 하 주임님 오셨습니다.”

수술실에 오늘의 순회 간호사 왕가가 하원정을 힐끔 보더니 바로 능연에게 보고했다.

“하 주임님.”

능연은 잠시 뒤에 겨우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능 선생, 수술을 얼마나 했길래 환자가 모자라?”

하원정은 가슴의 불을 어떻게 태워야 할지 몰랐다.

“혹시 침대 남습니까?”

하원정을 본 능연은 바로 병상 문제가 떠올랐고 자연스럽게 물었다. 하원정은 멍해졌다가 곧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침대가 남는 법도 있냐?”

“무신 시 1 병원, 2 병원도 침대가 안 남아서요. 그런데 두 병원 모두 간담췌외과를 독립하면 여유가 생길 것 같습니다.”

능연은 최근에 간담췌외과 병상을 쓴 걸 고려해서 하원정과 몇 마디 더 나누기로 했다.

하원정은 그런 새 소식에 놀라서 굳어 버렸다.

“두 병원 다?”

운화병원 간담췌외과 하원정에게 그 소식이 득일지 실일지는 몰라도 어쨌든 영향이 생길 것만은 분명했다.

창서성에서 두 번째 큰 도시인 무신 시에 한꺼번에 간담췌외과가 두 개나 생기면 분명 앞으로 환자 뺏길 일이 생기리라.

“능 선생, 요즘 무신 시에 자주 출장 수술 가지? 수준 어때?”

하원정이 뭔가 떠오르는 듯 능연에게 물었다.

“무신 시 1 병원 이 주임님 간 내 담관결석 간 절제만 따지면, 하 주임님이랑 비슷할 겁니다. 다른 유형 간 절제 환자를 좀 모아서 하라고 해뒀으니, 금방 늘겠죠.”

“님이 가르치셨나요?”

“간 절제요? 네, 최근 몇 달 동안요.”

능연이 싱긋 웃으며 하는 말에 하원정도 웃었다. 다만 조금 씁쓸하게.

업계 말로 하면 무신 시 1 병원과 2 병원은 능연이 트레이닝 해낸 병원이라고 할 수 있고, 이끌어냈다고까지 할 수 있었다. 능연이 앞으로 쉴 새 없이 기술 트리에 오르기만 하면 두 병원도 그를 따라 성장할 것이다.

“그래, 일 봐. 난 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간다.”

하원정 마음속 화가 갑자기 쑥 줄어들었다. 능연은 고개도 들지 않고 ‘네’하고 대답하다가 뭔가 떠오르는 듯 그를 불렀다.

“나중에 사람 보내서 자료 수집을 하고 싶은데요, 작은 사무 공간 하나 내주실 수 있을까요?”

“무슨 자료 수집하려고?”

몇 분 전이었다면 하원정의 가슴의 폭탄을 터트릴 만한 질문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렇게 물었다.

“논문 쓰려고요. 간 절제 분야요.”

“아, 그래. 나중에 사람 시켜서 한 번 볼게.”

하원정은 미소 지은 채 자신을 설득했다.

괜찮아, 배불리 먹으면 먹고 떨어질 거야.

“22번 환자, 이제 슬슬 침대에서 내려오셔도 됩니다. 보호자 분, 옆에서 도와주시고요.”

병실로 들어온 간호사가 리스트를 보며 오더를 내리기 시작했다.

특수 감호 병실은 ICU보다 떨어져도 일반 병실보다 수준이 높은 병실이고, 간담췌외과에서 증상이 가벼운 환자가 사용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간을 덜 자르고 몸 상태도 좋으면 특수 감호 병실로 들어가고, 많이 자르고 몸 상태도 안 좋으면 ICU로 간다.

특수 감호 병실엔 보호자가 곁에서 간호할 수 있었다.

곁에 있던 보호자가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틀째인데 바로요?”

“네. 22번 환자분 내려오셔도 됩니다. 처음에 내려올 때는 좀 아플 수도 있는데 버텨 보세요. 회복에 도움 되거든요.”

간호사는 재빨리 이야기하며 보호자를 지도해서 환자를 침대에서 내려오게 했다.

“22번도 간 수술 아닙니까? 우리는 수술 사흘째인데 아직 그런 말 못 들었는데요······.”

옆 23번 환자가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리스트를 들어 확인한 간호사는 23번 환자 이름 옆에 적힌 ‘하원정’이라는 글자를 보고 고개를 들었다.

“환자마다 상태가 다르니까요. 며칠만 더 기다려 보세요.”

“우리보다 늦게 수술한 환자들이 벌써 침대에서 내려오고 있다고요. 우리 수술 잘못된 거 아닙니까?”

23번 환자 보호자가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물었다.

“사흘이면 정상이에요.”

간호사 말은 사실이었다. 간 수술 환자가 이삼일 만에 침대에서 내려오면 모두 정상 범위였고 능연 환자처럼 다음 날 내려오는 경우가 지극히 드문 경우였다.

“벌써 사흘째란 말이에요.”

“그럼 담당 의사한테 물어보세요. 저는 선생님 오더대로 하는 거거든요.”

간호사는 바로 선을 그은 다음, 22번 환자를 도와 침대에서 내려오게 했다.

처음으로 침대에서 내려온 환자는 아프다고 이를 악물며 힘을 줄 엄두도 내지 못하고 힘겹게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에 발을 대는 데도 한참 걸렸다.

그러나 발이 닿고 나니 생각했던 것보다 아픔이나 당김이 느껴지지 않자 환자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서 살짝 쉰 목소리로 물었다.

“수술 성공한 건가요?”

“성공이겠죠? 다음 날 바로 내려왔잖아요. 좋은 일이라고요.”

환자 보호자가 간호사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렇게 말하고는 간호사를 바라봤다.

“좋은 일이죠. 몇 발짝 연습하고 쉬세요. 오후에 다시 연습하시고요.”

환자가 힘겹게 병실을 도는 걸 확인한 간호사는 다른 두 환자 목발이 되어 준 다음 별말 없이 병실에서 나갔다.

간담췌외과 의사가 한 간 수술은 빠르면 이삼일, 느리면 사오일은 있어야 내려올 수 있어서 할 말이 따로 없었다. 그런데 본인이 간담췌외과 간호사다 보니 간담췌외과 체면 낮추는 일은 할 수 없었다.

침대에서 내려오는 시간은 그저 지표 중 하나일 뿐이었다.

환자 상태를 관찰하는 게 업무인 간호사 눈에 간담췌외과 의사가 한 수술과 능연이 한 수술의 차이는 분명했다.

그리고 그 차이는 그저 보고도 못 볼 척할 뿐, 간담췌외과 의사 눈에도 확연히 드러났다.

외과 업계의 성과는 원래 매우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이고, 외과 내부 경쟁도 사실은 매우 표면적으로 드러난다.

운화병원 간담췌외과도 하원정이 무대에 오른 후, 그보다 나이 많은 부주임은 계약 기간을 전혀 지키지 않고 하나둘 사직했다. 표면적으로는 미래와 꿈을 좇아갔다고 하지만, 어디 누구나 큰 야망과 큰 꿈이 있겠나. 사실상 그들은 밀려나서 쫓겨나듯 떠난 것일 뿐이었다.

병원에서 레지던트는 소모품이지만, 부주임급 이상의 의사는 소중히 여겨야 할 자산이었다. 하원정이 사람을 몰아내는 것도 결국 하원정 능력이고 실력이었다,

병원 진료과는 산에 두 마리 호랑이가 있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게 지금 병원의 전형적인 형태고.

하원정이 능연보다 실력이 강했다면, 곽종군이 아무리 벼락을 쳐도 능연 팀을 쫓아냈을 것이다. 하원정의 실력이 능연과 비슷했어도, 그는 우선 경계하다가 아예 능연을 끌어들여 간담췌 2 외과를 만들던가 했거나. 그러나 지금은 가장 비참하게도, 하원정의 실력이 능연에게 완전히 미치지 못했고, 지금은 능연에게 밀려날까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건, 능연이 정형외과 기술도 가지고 있어서 꼭 간담췌외과로 올 생각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형외과가 얼마나 돈을 많이 버느냔 말이다. 젊은 사람에게 적합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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