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정형외과가 돈이 돼.”
장안민 역시 수술실에서 따분함을 못 이기고 중얼거렸다.
그는 이제 능연의 말 없는 수술실에 익숙해졌다. 하루에 말 없는 수술 네다섯 건을 하면서 자기까지 말을 하지 않으면 정말로 공장 생산라인 직원이 된 느낌이 들 것 같았다.
그 말에 곁에 있던 연문빈이 껄껄 웃었다.
“돈 많이 벌어서 뭐하게요.”
“금수저가 흙수저 놀리냐? 너 요즘 초등학교 보내는 데 얼마 드는지 아냐? 그리고 마누라는. 하아, 돈을 물 쓰듯 쓰는 여자라니.”
마누라도 없고 여자친구도 없는 연문빈은 일부러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장 · 가난 · 주치의 · 안민은 고개를 들어 연문빈을 보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여자를 너무 몰라. 보통 사람 돈이라 봐야 고작 방 두 개 짜리 집, 좋은 차 한 대 아니겠어? 여자들은 그런 걸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그럼 뭘 보는데요?”
“운화병원에 그렇게 오래 있었는데 아직 모르겠냐?”
장 · 뿌듯 · 가난 · 안민은 경험자 말투로 입을 삐죽이며 덧붙였다.
“당연히 얼굴이지.”
연문빈이 장안민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다른 사람 말은 전혀 들리지 않는 듯 신이 나서 수술하는 능연의 모습이 보였고, 그 곁에는 순회 간호사가 인원 제한을 해서 겨우 컨트롤한 사람들이 우글우글했다.
요즘은 내과 의사와 간호사까지 참관하지 못해 안달이었다.
“얼굴이구나······. 그런데 선생님은 결혼하셨잖아요? 형수님이 혜안이 있으시네요.”
“내가 여자라고 해도 날 안 고르지.”
연문빈이 슬쩍 얼굴을 보고 하는 말에 장안민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잠시 멈칫했던 연문빈이 곧 고개를 끄덕였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싸우자는 거냐?”
“아니오! 농담입니다. 사실 제 생각엔 제가 여자친구를 찾는 거든, 형수님이 명품을 사는 거든, 다 ‘인정’ 때문에 아닌가요? 수술을 잘하면 인정받는 기분도 들잖아요. 안 그래요?”
장안민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흠.”
그때 수술실에 있던 여의사가 일부러 헛기침을 했고 연문빈의 38cm 팔뚝이 불끈 움직였다.
그리고 능연의 귓가에 시스템 알람이 울렸다.
- 퀘스트: 살짝 유명세가 있는, 만인의 인정
- 퀘스트 목표: 10,000명에게 인정 받기
- 퀘스트 내용: 중급 보물상자
능연은 잠시 수술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인정받는다는 거 좋네요. 다들 어떻게 인정받아요?”
연문빈은 이상하다는 듯 능연을 바라봤다.
“능 선생, 우리 때문에 물어 주는 거야?”
“당연히 우리 둘 대신 묻는 거지. 코치해주는 거잖냐. 인정이란 게 말이다, 내 생각엔 그냥 운명을 받아들이는 게 더 편해.”
“옷이 날개라고, 의사 월급으로 좋은 옷 한두 벌 사 입으면 그래도 사람들이 좀 달리 보지 않을까요?”
“그건 인정이 아니라 허세지.”
연문빈과 장안민은 헛소리를 주고받으며 손을 놀렸다.
노련한 외과 의사는 기계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과 별 차이가 없다. 물론 인체의 복잡성 그리고 실수 용납률이 낮아서 의과 의사는 조금 더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더 받기는 하겠지만, 따지고 보면 수술도 어쨌든 단순한 작업이었다.
외과 의사가 수술이 서툴면 환자가 고르지도 않을 것이고 어쨌든 수술하는 동안에는 수술실에서 대화 소리가 들리는 게 당연했다.
대화하면서 온종일 수술하는 건 적어도 정밀한 외과 의사의 생활이라고 할 수 있지만, 온종일 수술하면서 대화도 하지 않는다는 건, 그냥 고된 산업 공장 직원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의사가 인정받기는 쉽지. 능 선생처럼 시범 수술 몇 번 하면 창서성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어지잖아.”
장안민은 계속해서 능연에게 아부를 떨었다.
“시범 수술은 시범 수술이고, 다른 방법도 있을 거 같은데요.”
능연이 시범 수술을 처음 하는 것도 아니었다. 아킬레스건 수술로 시범 수술을 더 먼저 했고, 그래서 글로벌 환자들이 운화병원으로 치료 받으러 온 건 맞지만, 창서성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건 과장된 말이었다. 아무리 유명한 연예인도 모르는 사람은 모르듯이, 시범 수술 한두 번 했다고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없었다.
그때 순회 간호사 왕가가 입을 열었다.
“능 선생님, TV에 나가세요. 유명한 의사들도 다 TV에 나간 다음 유명해졌더라고요.”
“그거 좋네요. 능 선생님이 하얀 가운을 입으면 연예인보다 멋질 거예요. 거기에다 수술 기술을 선보이면······.”
옆에 있던 여의사도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기술을 어떻게 선보여요? MC 손가락이라도 잘라서요?”
연문빈이 껄껄 웃으며 하는 말에 여자 동지들이 싸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잠시 후, 화제가 다시 TV 출연으로 돌아갔다.
“능 선생님은 뭘 해도 멋질 거예요.”
“와, 검은 옷 입으면 어떨까요?”
“선생님, 방송국에 연락하세요. 분명 나오라는 방송국 있을 거예요.”
능연은 점점 믿을 만한 내용이 안 나온다고 여겼다. TV 출연이 무슨 소용 있을까. 유치원 다닐 때부터 TV에 나왔고 초등학교 때는 더 많이 나왔는데, 내야 할 학비는 변함없이 내야만 했다.
능연이 고개를 흔드는 모습에 연문빈이 입을 벌리고 웃었다.
“능 선생이 인정이 왜 필요해. 응급실 안에 앉아서 환자 처리만 해도 되겠다.”
말하는 사람은 별 뜻 없었는데 듣는 사람이 느낌이 왔고, 능연은 순간 깨달음을 얻었다.
간 절제 수술이 고급 수술이고 멋있고 환자에게 도움도 되지만, 그렇다고 응급실에서 하는 작은 처치가 환자에게 도움이 적은 건 아니었다.
간 이식 수술이라고 해도 꼭 단지 이식보다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할 수도 없고 말이다.
환자로서는 병이 나으면 나는 거고, 큰 병이라면 감사하는 마음이 조금 더 크겠지만 그 감사는 의사가 아니라 하늘을 향한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 환자로서는 어깨만 부러져도 큰 병에 속한다. 얼굴 상처가 담낭염보다 더 걱정스럽고 말이다. 의사가 인정받는다는 건 환자의 시선에서는 조금 다른 방향이 될 수도 있다.
갈피가 잡힌 능연은 이제 별말 없이 묵묵히 수술을 마치고 좌자전을 불렀다.
“며칠 동안 응급실에서 일 좀 하려고요. 간 절제 수술은 뒤로 좀 미루세요.”
“응? 응급실······? 요즘 간 수술 많은데, 님, 응급실에서 얼마나 계시려고요?”
좌자전이 크게 놀라서 저도 모르게 바로 물었다.
“몇 시간이면 됩니다.”
능연의 몇 시간이란 길게는 9시간일 수도 있다.
좌자전의 말에 능연은 간 수술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술이 확실히 있으면 밤으로 해주세요. 밤에 와서 할게요.”
능연은 지금 스태미너 포션 하나로 간 절제 네 건을 할 수 있고, 순조롭고 빠르면 여섯 건도 가능해서 별것도 아니었다.
좌자전은 간담이 서늘해지는 느낌으로 순간 무서울 게 뭐냐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요즘 능 팀엔 의사가 많아서 24시간도 굴러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