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398화 (379/877)

평온한 모습으로 구급차에 앉아 있는 항학명은 이제 막 졸업한 학생이 아니라 노련한 의사처럼 보였다.

“항 선생, 또 피가 나와요.”

같은 차에 탄 수자원국 국장이 두 눈을 꼭 감은 아내를 보다가 다친 왼손을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습니다. 운화병원 가면 바로 해결될 겁니다.”

상처를 살핀 항학명 역시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음, 항 선생 잘 부탁해요.”

올해 마흔이 된 화도 국장이 눈썹을 동그랗게 찌푸리며 말했다.

가난하고 외딴 마을 공무원의 장점은 현지 사람들과 두루두루 친해서 일을 쉽게 처리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일이든 생활이든 편하다는 것이다. 단점은 외부와 관계를 친밀하게 맺을 수 없다는 거지만.

팔채향에서 화도는 수패왕(水覇王)이라고 불렸고 실제적인 이득은 없지만, 꽤 존경받는 편이었다.

그러나 팔채향을 떠나면 하급 공무원인 화도의 힘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가 아는 의사들은 이런 다급할 때 별 도움이 되지 못했고, 오히려 항학명이 소개한 운화병원 의사 능연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봤더니 관련 자료가 무수히 나왔다. 화도는 잠시 검색해 보고는 마음이 바로 편안해졌다.

화도는 전에 별로 상대하지 않던 논평구 병원 팔채향 분원 의사를 바라보며 저절로 웃음을 보이며 오늘 18번째 던진 질문을 다시 했다.

“흔적 없이 꿰맬 수 있을까?”

“능 선생이 하는 수술은 수술 회복 효과가 모두 매우 좋았습니다. 제가 운화병원에 있을 때 능 선생은 한 달에 단지 이식이랑 탕 봉합을 몇십 건이나 했고요, 사모님은 그저 가벼운 증상에 불과합니다.”

“그래도 꿰맨 티는 나겠죠?”

국장 부인이 갑자기 눈을 뜨고 물었다.

“흔적이야 남겠죠. 위치가 안 좋으면 손가락이 좀 짧아질 수도 있고요. 뼈를 조금 잘라야 하거든요. 능 선생 단지 이식은 창서성에서 손에 꼽힙니다. 전에 손가락 여덟 개 잘린 아이도 다 봉합했어요. 나중에 병원에 다시 온 걸 저도 봤는데 자세히 안 보면 티가 안 나더라고요. 기능도 문제도 없고요. 글씨, 농구, 그림 다 잘만 했어요.”

항학명은 해야 할 말을 한 다음 설명도 덧붙였다.

“선생님, 이따 꼭 잘 말씀드려주세요.”

화도는 부탁하는 말투로 말했다. 팔채향에서 일 처리할 땐 이런 조심스러운 말투를 쓰는 법이 없었다. 작은 병원 초짜 의사에게는 더욱.

그러나 운화에서는 정말 항학명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다. 여기저기 사람을 찾느니, 차라리 능연 선생의 예전 부하에게 부탁하는 게 훨씬 나았다.

항학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당연하죠. 국장님도 너무 걱정 마세요. 손가락 잘렸으니 걱정이야 되시겠지만, 이것보다 심한 것도 많이 봤습니다.”

“네네네, 저도 압니다. 의사들이 당연히 많이 보겠죠. 그렇지만, 직접 겪으니······.”

화도는 이야기하면서 마음이 편하진 것 같아서 말꼬리를 흐리며 말을 멈췄다.

고속도로에서 내려온 구급차는 신호등 몇 개를 지난 다음 운화병원에 도착했다.

항학명은 팔채향에서 온 구급차를 지휘해서 구급차 출입구로 향했고, 차에서 뛰어내려 투명한 유리창 꼭대기와 유리창 꼭대기 더 위에 있는 응급 병동을 올려다봤다.

“학명아.”

좌자전이 접수대 쪽에서 잰걸음으로 달려와 웃는 얼굴로 인사했다.

“좌 선생님, 오늘은 선생님이 계셨네요.”

항학명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게. 밤새 바빴어.”

좌자전은 끙끙대며 구급차 뒷문으로 들려 나온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밀고 들어가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보호자 분은 잊지 말고 가서 접수하고 수납하시고요. 알레르기 있습니까? 페니실린? 당뇨는요?”

“아뇨, 없습니다. 그런데 혈압이 조금 높아요.”

화도가 얼른 설명했고 그가 말을 마치자 항학명이 한마디 보충했다.

“충수염 수술한 적 있고요, 6시간 동안 공복이고 물은 마셨습니다.”

“오케이. 수술실은 준비됐으니까 바로 들어가자고. 능 선생은 휴게실에 있어. 항 선생이 모시고 온 환자니 우리 사람입니다. 염려 마세요.”

좌자전이 하는 말에 화도는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나중에 제가 한 잔 사겠습니다. 멧돼지, 민물고기 뭐가 좋을까.”

“여보, 술 마실 생각뿐이에요?”

“당신 때문이잖아요.”

국장 부인은 아프기도 하고 화도 나서 원망하듯 한마디 했고, 변명하듯 대답하던 화도는 간호사에게 저지당해 엘리베이터 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난 가서 수납할게. 여보, 너무 무서워하지 마.”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수패왕 화도의 손이 덜덜 떨렸다.

“이따 저도 수술실에 들어가 볼게요. 괜찮습니다.”

능연 밑에서 실습생 생활을 오래 한 항학명은 인맥이라고까지 말하긴 어려워도 어쨌든 잘 아는 사이니 수술실에 들어가는 것 정도는 문제가 아니었다.

긴장하고 있던 화도는 항학명에게 다시 한번 부탁하고는 마음을 다스리고 수납하러 갔다가 핸드폰을 들고 여기저기 전화해서 친구들을 찾았다.

항학명은 익숙한 너스 스테이션으로 향해 몇 마디 인사를 나누고 바로 간호사를 따라 수술 구역으로 들어갔다. 그가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모자를 쓰고 나니 신분증을 요구하는 사람이 없었다.

“능 선생.”

“항 선생 왔어?”

능연의 수술실을 찾은 항학명이 새끼 고양이처럼 온순한 태도로 들어가 인사했고, 능연은 고개도 들지 않고 현미경을 보며 손을 놀렸다.

“아이고, 항 선생이라니요. 부분 마취?”

조심스럽게 환자를 살펴보던 항학명이 의외라는 듯 물었다.

“전신 마취 싫으시대. 어차피 빨리 끝나서, 뭐.”

소가복이 고개를 들어 상관없다는 듯 대답했다.

항학명은 수술대를 돌아 환자를 향해 웃어 보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능연의 손놀림을 지켜보다가 웃었다.

“역시 빠르고 잘하네. 저기······. 도울 일도 없는 거지?”

“응. 곧 끝나.”

능연이 노련하게 움직이며 대답했다. 요즘은 단지 이식과 탕 봉합을 별로 하지 않고 오히려 연문빈 혼자 하는 탕 봉합 수술량이 조금 더 많았다.

그러나 그랜드마스터급 단지 이식과 탕 봉합은 반쯤 잘린 손가락은 너무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수술 후에 재활만 잘하면 원래 기능만큼 돌아올 수 있을 거야. 좌 선생님, 마무리도 제가 할게요.”

주요 부분을 끝낸 능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그렇게 말했고 좌자전은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능연이 마지막 봉합까지 하니 할 일이 없어진 좌자전이 항학명을 보고는 웃으며 물었다.

“팔채향은 지낼 만해?”

“네. 잘 지네요. 환자도 제법 있고요. 특히 충수염이나 담낭염 같은 건 꽤 많이 했네요.”

항학명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운화병원에서는 간 절제 같은 큰 수술을 했는데, 팔채향에서 충수염 수술하는 게 그렇게 자랑거리가 아니긴 했다.

“복강경 익숙하겠네?”

“능 선생 밑에서 많이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거 같아요.”

거기까지 말한 항학명이 목을 가다듬으며 능연을 불렀다.

“저기 능 선생, 사실 할 말이 있어서 일부러 온 거기도 한데. 운화병원에 시골 의무 진료 있잖아? 팔채향으로 신청해주면 안 될까? 우리 팔채향 분원이 되면 더 좋고.”

“그게 뭔가요?”

능연이 좌자전을 바라봤다.

“의사 몇 뽑아서 팔채향에 문진 가는 겁니다요. 일주일에서 이 주 정도? 어떨 때는 기기도 가지고 가고, 힘든 검사는 병원으로 바로 보내서 하고. 몰아서 결과 뽑은 다음에 처방 내릴 사람은 내리고 입원하겠다는 사람은 입원시키고 하는 거지.”

“괜찮은 거 같네. 우리가 가죠.”

흥미가 생긴 능연이 바로 결정 내렸다.

“아?”

“우리 팀이 팔채향 가요.”

“좋긴 한데······. 우리 침대도 다 안 찼는데? 님 요즘 계속 응급실에 계셨잖아요.”

“사흘만 주세요. 아, 나흘이요. 나흘이면 우리 침대 다 채울 수 있습니다.”

능연은 그렇게 말하며 가위를 건네받아 서걱 잘랐다.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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