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399화 (380/877)

“능연이 의무 검진 가겠다고 자원한 건 장려해야 할 매우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곽종군이 능연을 도와 원무 회의에서 한 제안은 역시나 가볍게 만장일치로 통과됐고 의무 검진 장소도 팔채향으로 정해졌다.

이런 일은 보통 의사라면 피하기 마련인데 자원하는 사람이 있으니 막을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능연이 하겠다는 일을 막을 사람은 지금 운화병원에는 없었다.

능연을 전혀 감당하지 못한 간담췌외과 주임 하원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은 그 생각을 하며 자연스럽게 하원정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하원정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눌리다 눌리다, 이제 내려놓은 것이다. 간담췌외과는 원래 작은 진료과였고 그는 밖에서 들어온 젊은 주임이다 보니 이리저리 치이는 것도 진작에 습관이 됐다.

처음엔 능연에게 반감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럼 마음은 다 사라지고 생각도 달라졌다.

병원 진료과 주임과 다른 직종 같은 직책의 가장 큰 차이가 바로 자유와 독립성이다.

이론적으로 진료과 주임이 된 의사는 다른 의사 눈치 볼 필요가 없다. 원장이나 부원장은 그래도 존경할 수밖에 없고, 위생 부문 직속 부문이나 정부 기관은 조심스럽게 대해야 하지만 그래도 크게 신경 쓸 건 없었고 다른 의사들의 태도나 행위는 더 신경 쓸 필요 없었다.

모두 기술 직책의 특수성 때문이었다.

하원정 같은 간담췌외과 주임이 진료과 업무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방법을 시행하든 상급 부문이나 윗사람들이 뭐라고 할 수 있겠나.

할 수 있는 건 인사 발령이나 권력 분배뿐인데 의사는 다른 직종과 달리 진료과 주임만 되면 더 높이 올라갈 필요가 없었다.

특히 삼갑병원 주임 의사는 애초에 원장이나 부원장이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고, 자격 있는 사람이라면 사실 상급 부문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됐다.

돈 문제도 마찬가지로, 필요한 돈은 병원에서 받지 정부에서 받는 건 드물어서 진료과 주임이 신경 쓸 일이 없었다.

유일한 문제는 바로 다른 의사였다.

능연이 아무리 단지 이식에 강해도 하원정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하지만 능연이 간 절제를 끝장나게 한다면 못 본 척할 수 없어진다.

상급 병원 주임 의사 혹은 그저 부주임 의사가 하급 병원으로 가면 유달리 존중받고 무슨 말을 하든 신임받는 이유가 무엇이겠나?

하원정은 지금 능연의 이름만 들어도 혹시라도 실수할까 봐 한 번 더 생각하는데, 굳이 나서서 이목을 집중할 리가 없었다.

곽종군 역시 하원정을 힐끔 보고 그가 다른 의견이 없다는 걸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을 마무리 지었다.

회의는 곧 끝났고, 호흡기과 홍 주임과 일반 외과 주임이 곽종군을 찾아 합동 의무 검진에 대해서 상의했다.

운화병원 각 진료과마다 매해 의무 검진에 참석해야 할 인원이 정해져 있는데, 진료과마다 적극성은 다 달랐다.

보통 실력 있는 전문 진료과일수록 의무 검진을 싫어했고, 대중화된 진료과들이 그나마 조금 적극적이었다.

의무 검진이라고 해도 신체 진찰과 외래 비용 빼고는 돈을 받으니 말이다. 의사를 마을에 보내서 환자가 병원에 가는 수고를 덜어주지만, 환자가 병이 진단되면 낼 비용은 내야 한다.

진료과로서는 환자를 늘리게 되는 것이다.

물론 운화병원 같은 지방 정상급 삼갑병원은 환자가 부족하지 않다. 특히 의무 검진에서 나올 만한 일반적인 질환은 더더욱. 그러나 의무 검진은 어차피 해야 할 진료과 의무라고 생각하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오는 진료과가 있기 마련이었다.

호흡기 내과와 일반 외과는 비교적 대중화된 진료과라서, 의무 검진으로 나온 질환 중에 그들의 평소 치료 계보에 드는 환자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번에 능연이 자원해서 간다고 하니 그 틈에 껴 진료과 의무도 해치울 셈이었다.

잠시 후, 정형외과 주임 하나와 수부외과 왕해양 주임도 달려왔다.

그들은 머릿수는 채우고 환자는 모두 능연에게 던져줄 심산이었다.

곽종군은 오는 사람 막지 않았다. 능연은 외래 경험도 없고 나이도 젊으니, 본인이 참여하지 않는 이상 다른 진료과 노인들이 능연을 돕겠다면 그로서도 좋은 일이었다.

“하 주임은 같이 안 간대?”

수부외과 왕해양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더니 물었다.

간담췌외과에서 전개하는 수술 유형은 원래 많지 않고, 능연이 있으면 의무 검진 때 진단해서 나올 간담 질환을 대부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 하원정이 팀을 꾸릴 이유가 충분했다.

곽종군은 그저 웃기만 하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하 주임이 간 절제 몇 건 더 하고 싶은가부지.”

호흡기과 홍 주임이 담배에 불을 붙이고 히히 웃으며 하는 말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큭큭 댔다.

“흠흠, 우리 능연이 하 주임 환자 뺏은 줄 알겠네. 지금 능연이를 찾아오는 환자는 다 각 지방 병원에서 소개해서 온 걸세.”

상급 병원 상급 의사의 유명세는 ‘나는 네가 못 하는 수술을 한다.’에 있었다.

간담췌외과만 봐도, 무신 시 1 병원 같은 성내 병원에 못 다루는 환자가 생기면 전에는 북경이나 상해로 가도록 환자에게 추천하지 운화병원으로 가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의사가 환자에게 능연을 추천한다.

이런 움직임은 자연스러운 변화이며 지위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건 됐고, 의무 검진 이야기나 하세.”

뒷담화 하는 법이 없는 곽종군이 바로 화제를 돌렸다.

의무 검진을 나갈 때 제일 골치 아픈 것이 행정과 후방 지원 작업이었다. 의사들은 오히려 간단해서, 손, 발, 눈만 가지고 가서 해야 할 일이나 하면 된다.

그러나 의무 검진을 꾸리는 쪽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수행 인원 배치도 그렇고 기구와 자재 준비도 해야 한다. 기구 운반 문제도 있고, 유지보수, 디버깅, 훼손 문제도 있다. 자재는 단순한 비용 문제지만, 많이 가지고 가자니 돈이 많이 들었고 적게 가지고 가자니 모자랄까 문제였다.

그렇게 바삐 움직이면서 일주일이 흘렀다.

능연은 자기 병상을 다 채웠을 뿐만 아니라 간담췌외과, 수부외과와 ICU도 40개 가까이 채웠다.

많은 환자가 갑자기 늘었으니, 설사 퇴원 속도가 빠르다고 해도 담당 의사의 부담은 적지 않았다.

“좌 선생님, 마 선생님, 장 선생님은 남으세요. 여 선생님하고 연 선생님은 저랑 가고요.”

자세히 고민하던 능연이 하는 말에 좌자전은 세 사람이 100개 넘는 병상을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식은땀이 다 흘렀다.

“우리 셋이 어떻게 다 관리해······. 게다가, 게다가 장 선생은 간담췌외과 일도 있는데. 연린이도 여기에만 있을 순 없잖아.”

남겨 놓은 세 사람 중에 두 사람이 다른 진료과 소속이라니, 다른 진료과 노동력을 쓰겠다는 것이라 좌자전은 능연이 감탄스러웠다. 이건 역사가 유구한 문제기도 하지만, 역시나 껄끄러운 문제였다.

“다른 치료팀에서 의사 좀 빌려오면 안 됩니까? 사나흘이면 1/3의 환자가 퇴원할 겁니다.”

간 수술뿐 아니라 담낭, 아킬레스건, 손가락 수술도 하고 응급으로 들어온 작은 병 환자들도 있어서 예후가 좋으면 일주일 안에는 속속 퇴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좌자전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 되지. 우리 셋으로는 누가 오든 그쪽 지시 들어야 할 텐데 말이야.”

좌자전은 나이가 많아도 직책은 여전히 레지던트고, 마연린이나 장안민은 응급의학과 사람이 아니라서 말이 먹히지 않을 것이다.

“계속 남의 닭으로 알을 낳을 순 없어. 아니면 훈련의 둘 정도 구해볼까? 올해 들어온 실습생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테니 몇 명 불러도 되고.”

“괜찮겠네요. 제가 물어볼게요.”

좌자전이 할 수 없다는 듯이 하는 말에 능연은 왜 안 되겠냐는 듯 바로 곽종군에게 전화했다.

전화에 전화가 이어져, 잠시 후, 의교과에서 진단의학과 의사들도 전화를 받느라 바빠졌다.

운화병원에서 표준화 훈련이나 실습 중인 젊은 의사 중엔 연줄이나 의사 2세 같은 유형이 없을 수 없었다. 연줄이라고까지 할 수 없다고 해도 그래도 건너 건너 작은 배경은 가지고 있었다.

아직 병원 문턱을 넘지 못한 신인들에게도 능연의 유명세는 굉장했다. 능연의 나이와 실력이 화제성이 있었고, 능 팀 치료팀 자체도 매력이 있었다. 레지던트 수입이 5만 위안을 넘는 치료팀은 운화병원에서 정형외과를 제외하고는 능 팀밖에 없었다.

연줄이 있고 의사 2세라고 해도 돈 벌리고 전망 밝은 일을 하고 싶은 건 당연했다. 그 전엔 능연은 줄곧 사람 뽑을 생각이 없었고, 곽종군도 의교과에서 능연을 뒤흔들길 바라지 않았었다.

능연이 이제 대문을 열자 다들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능 선생, 의교과 뇌 주임님이 직접 전화하셔서 내일이나 되어야 세 사람 리스트를 보낼 수 있으시대.”

좌자전이 묘한 얼굴로 전화를 끊고 능연에게 보고했다.

“세 사람인데 내일이요? 사람이 없대요?”

“못 골라서 그런 거겠지. 뇌 주임님이 능 선생 조건 있는지 물으시네?”

좌자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가능하면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사람이 좋죠. 과 정해서 오는 사람 우선으로요.”

능연은 훈련시키다가 며칠 만에 또 새로운 사람이 오길 바라지는 않았다. 그 말에 좌자전이 쓴웃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님 그 조건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요. 됐다. 신선 싸움이나 하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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