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400화 (381/877)

이른 아침, 능연은 의교과에서 사람을 보내오는 걸 보지 못하고 연문빈 등과 팔채향으로 향했다.

훈련의와 실습생은 배정되어 오면 응급센터에서 책임지게 된다. 다시 말하면, 신인이 오면 우선 곽종군에게 지도받게 되니 능연이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긴 자동차 대열이 균일한 속도로 팔채향으로 향했다.

항학명은 벌써 국도 입구에서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고, 운화병원 차량을 보자마자 긴 한숨을 내쉬었다.

병원에서 어제 공지를 내보냈더니 사람들이 아침 일찍부터 기다리기 시작했고, 운화병원 사람들이 혹시라도 늦게 오면 분원에 몇 없는 의사들이 설명하느라 진 빠질까 봐 걱정이었다.

“능 선생!”

항학명이 흥분해서 국도에서 손을 흔들었다.

선두에 선 차가 그를 스쳐 지나고.

두 번째 차가 그를 스쳐 지나고.

줄지은 차가 그를 스쳐 지났다.

항학명은 손을 흔들다가, 흔들다가, 열정적인 표정은 점점 슬퍼졌고, 목소리는 점점 가늘어졌다.

자동차 대열은 속도도 전혀 줄이지 않고 지나갔다.

연문빈은 핸들을 단단히 잡고 앞차를 따르며 웃는 얼굴로 말을 꺼냈다.

“오늘 아침에 특별히 족발 한 냄비 삶았어. 돼지 꼬리도. 항학명 서프라이즈 선물. 한동안 내 족발 못 먹었으니까, 맛있어하겠지?”

“돼지 꼬리? 나는 왜 못 들었지?”

여원이 눈썹을 치켜들었다.

“그걸 미리 어떻게 말하냐. 요즘 돼지 꼬리 사기 힘들어. 소문났다가는 몇 분 만에 사라진다고. 막을 수도 없어. 돼지 한 마리에 꼬리는 하나잖냐. 좋은 건 다 노린다고. 내가 하루에 삼······. 아무튼, 많이 사는 거 아니면 내가 꼬리를 고를 수도 없어.”

“에이 뭘 그렇게까지. 시장에 돼지 꼬리 널렸던데.”

“흥. 돼지 꼬리라고 다 같은 돼지 꼬리냐? 네가 산 건 다 짧지?”

“긴 꼬리도 있어?”

“당연하지. 대형 양식장 돼지 아닌 건 꼬리가 길지.”

연문빈이 뿌듯하게 대답하는 말에 멍해졌던 여원이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네. 양식장에서 꼬리를 자르니까! 그러니까 꼬리가 긴 건 양식장 돼지가 아니라는 거네.”

“대형 양식장이 아닌 거. 작은 양식장은 안 자르는 데도 있어.”

“드물지 않아?”

“그렇지. 돼지 꼬리를 흔들어 대면 에너지를 쓰게 되니까 육질이 안 좋아지지.”

“그런데 대규모로 키우는 게 아니면 꼬리를 자르지 못하잖아.”

“그런 것도 알아?”

연문빈이 조금 놀란 듯 물었다.

“수재는 집에서도 세상사를 다 아는 법. 돼지 꼬리로 모기도 쫓고 항문도 보호하는 작용 있는 것도 알아. 그러니까 꼬리가 짧다고 방목 돼지가 아니건 아니지만, 꼬리가 길면 반드시 방목 돼지라는 거지?”

“좋았어. 이따 항막명 좀 먹이고 너도 실한 놈으로 골라서 돼지 꼬리 맛보게 해줄게. 맛 완전히 다르다? 짧은 꼬리보다 훨씬 맛있어.”

연문빈이 감탄하듯 하는 말에 여원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조리도구를 다 가지고 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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